사죄의 시간

나나나노노노 작성일 06.05.09 23: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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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난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음악을 들으며 현관문을 여니 현관에 어머니의 구두가 있었다.
어머니는 장사를 하시기 때문에 항상 일찍 나가시고 늦게 들어오신다.
이 시간에 집에 계씨는 일은 드문 일이다.
“이제 들어왔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발견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난 어머니의 인사를 들었지만 모른 체하고 내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내 귀에 꽂인 이어폰을 빼며 왜 퉁퉁 불어 있냐고 물었다.(삐져있다)
“내가 언제 퉁퉁 불었다고 그라노!” 난 딱히 기분이 나쁜건 아니었지만
어머니에게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내 짜증에 기분이 나빠지신 어머니가 나에게 잔소리를 하셨다,
“니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와 짜증을 내고 그카노, 그리고 와 엄마가
인사하는데 그냥 들어 가뿌노?“
“아씨, 음악듣는다고 못 들었다 아이가! 와 또 잔소리 하는데”
난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화내고는 내 방에 들어가 버렸다.
어머니한테 화를 낼 생각까진 없었는데 화를 내고 말았다.
이러고 나선 항상 어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사과를 하려고 하면 어느새 또 짜증을 내고 말기 때문에 사과하기가 쉽지가 않다.
어릴 땐 세상에서 어머니가 제일 좋았고 사랑했다.
지금도 어머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이게 사춘기란 건가?
“준아, 니가 좋아하는 고등어 구워 놨으니깐 이따가 저녁 굶지말고 먹어라, 알겠제?”
방문 너머로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고 현관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난 내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았다.
식탁위엔 고등어와 김치 그리고 따뜻한 밥이 놓여져 있었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어머니의 요리는 단순한 구이인데도 맛이 일품이었다.
갑자기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 내렸다.
항상 어머니는 나만을 생각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데 난 매일 짜증만
내고 어머니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나쁜 놈이고 용서 받지 못한 악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질질 짜고 지랄이야?” 눈물을 닦으며 정말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들어오면 꼭 사과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학원갈 채비를 했다.
학원에 가서 앉아 있으니 친구 한명이 내 옆에 와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 집 꼰대한테 용돈 좀 달라고 했더니 내가 니 금고냐면서 화내는 거 있제 니라면 열 안받겠나? 용돈 조금 아들한테 주는게 뭐그리 아깝다고 생색을 내는지.”
친구의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부모님한테 꼰대가 뭐고.”
내말을 들은 친구도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나를 째려봤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꼰대라 부르든 말든 니가 뭔 상관인데! 내가 니 시다바리가?”
그 말을 시작으로 친구와 싸우고 말았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학원에 보내 놨더니 쌈이나 하고 다니고, 니가 깡패새끼가?”
“엄마가 내맘을 알기나 하나? 와 내맘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혼만 내냐고!”
어머니는 내가 소리를 지르자 슬픈 얼굴로 내 얼굴만 쳐다보셨다.
난 울며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준아 엄마가 니 말은 안 들어보고 화만 내서 미안하다. 잠깐 나와봐라 엄마랑 차분히 얘기좀하자.”
난 어머니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며칠 동안 어머니랑은 말도 나누지 않고 티격태격 거리기만 했다.
그런 날이 계속 되다보니 어머니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려했는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난 아무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에게서 급박한 목소리가 나왔다.
“준아 엄마가 병원에 있어. 자세한건 여기서 말할 테니 병원으로 오거라.”
난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여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입구에서 아버지를 만나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어머니가 손님의 브롯치를 고치다 스프링이 눈으로 튀어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장님이 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지는 듯 했다.
항상 날 걱정해주시던 어머니.
항상 활발하시고 내 앞에선 밝은 모습만 보여주시던 어머니.
항상 우리 가족의 아침이 되어주시던 어머니가.
아직 난 사과도 드리지 못했는데.
왼지 어머니가 나 때문에 다치신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으니 어머니의 면회허가가 떨어졌다.
병실에 들어가니 어머니께선 붕대로 눈을 감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 앞에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저기 엄마. 눈 괜찮나?”
어머니는 손으로 내손을 더듬어서 잡으셨다.
“응, 엄마는 괜찮다. 근데 우리 준이 얼굴을 못 보는게 제일 아쉽네.”
“엄마..엄마.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그날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머니에게 사과했다.
그 후 어머니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시력을 되찾으셨다.
아직까지 백내장의 위험이 있지만 어머니라면 잘 견뎌내실 것이다.
지금은 어머니와의 사이가 더 좋아져서 잘 지내고 있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시고 사랑을 가르쳐주시고 고마움을 가르쳐주신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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