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 #15 희망고문.

생갈비전문 작성일 06.05.11 21: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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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니지만
때론 그녀가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느껴진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담담하게 잘 들어주고
별로 재미없는 얘기에는 굳이 억지로 웃어주지 않는
그런 익숙하고 편한 연인 말이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감정을 고스란히 그녀도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따금씩 그녀에게
대답하기 곤란할 법한 질문들을 쏟아내며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린애처럼 땡깡을 부리기도 한다.
언젠간 그녀도 나처럼
많은 감정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난 그녀의 맑은 숨과 가느다란 손끝에서도,
헝클어진 머리카락 한올에서도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랑은 때론 그 사람의 발톱끝이나 낡은 가방에서,
혹은 닳고 닳은 구두굽에서조차 묻어나기 때문이다.
가수 박진영은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을 써서
사랑을 줄 수 없는 상대에게
작은 희망을 남겨주는 것은 고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이제,
그 고문마저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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