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소 한편?

박주영 작성일 09.01.06 02: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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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부터 난 이렇게 갇혀있었던 걸까..
단지 낮과 밤이 있다는것만 알수 있는 이곳에서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살아온거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날 가둬놓은 녀석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찰칵 후욱
라이타 빛이 어두운 방안을 채우고 회색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몽롱한 눈으로 그 연기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담배로군" 비가 내리는지 추적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밖의 상황은 알 수가 없다. 방안은 초라한 라이타 빛에 의존해야만 '볼' 수 있었다.
열리지 않는 철제 창문과 군데군데 녹이 슨 어두운 방안..
회색이 침식해버린 무색무취의 공간..

 


[투두두둑]
순간 추적추적거리는 빗소리를 제외한 무언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나는 며칠동안을 민감하게 소리에만 집중하고 있을수 밖에 없었으므로
그 미세한 소리를 감지해내었다.
'철컹'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문이 있는 방향이다.
혹시나 문이 열렸나 싶어 쳐다보았지만 열린것은 문의 아래쪽에 달려있던 작은 구멍.
저런게 있었나 싶어 쳐다보는데 그곳에서 하얀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방 가득히 연기가 들어왔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약간의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초점이 잘 맞질않아 머리를 흔들려 했는데 움직이질 않는다.
이상하다 생각해 머리를 만져보려 했는데 손과 발도 움직이질 않는다.
새롭게 당면한 이 상황에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다.
그나마 생각 할수 있던건 주위를 둘러보겠다는 마음뿐.
손을 등 뒤로 돌려서 밧줄로 묶은 모양이다.
까끌까끌한 감촉을 뒤로하고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잘 보려 애써보았다.
시야에 잡히는 것은 검은색과 살색이 섞인 희미한 불빛이었다.
곧 눈이 적응을 하기 시작하자 형체는 점점 더 또렸해져갔다.

 


얼굴? 얼굴이었다. 겨우 여자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정도로
눈이 서서히 시력을 찾아가고 있었다. 덜덜덜 떨리는 몸으로 움직이려 애쓰며 말을 걸었다.
그 와중에도 여자의 얼굴은 미동도 없었다.
"이.. 이봐. 당신 누구야?"

 


"당신때문이야. 당신이 잘못이야." 여자의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아직 정신이 몽롱한 탓인지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는다.
"그...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뭘 잘못했다는거야?"
두어번 말을 하다보니 서서히 정신이 또렷해진다.
앞의 여자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그 여자다. 모대학 화학과 대학원생이라는 그 여자.
"당신때문에 난 모든 것을 잃었어. 이제 남은 것은 당신뿐이야. 너는 이제 나만의 것이야."
여자는 손을 뻗어 나의 볼을 쓰다듬었다.
흠칫 놀란 와중에도 익숙한 느낌이 들어 어디서 이 손길을 느꼈을까 생각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녀와 나는 한눈에 반해버리고.. 쉽게 사랑을 약속했다.
그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빠져있었으니까..
너무나도 태연하게 깊은 사이가 된 우리는 마치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정해져있었던 것처럼 서로에게 끌려갔다.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있었고 그녀도 나에게 빠져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녀와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사랑은 모든것에 눈을 멀게 한다던가.
3년이 지나고 나는 서서히 그녀의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나와 그녀의 사이를 멀어지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고
우리는 나의 일방적인 통보로 헤어지게 되었다.
나중에 친구에게서 들은 그녀의 얘기는 다른 남자를 만나 잘 지내고 있단 것이었고
모든 죄책감을 떨쳐버린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나를 가둔거지..
현재의 그녀를 보았다. 너무나도 평범한 나무로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다른 특이점을 찾을수 없었다.
조금씩 이 묶여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하게되자 주위를 둘려볼 여유를 가질수 있게 되었다.

 


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부엌과 화장실이 달려있는 원룸과 같은 형식의 방이었고
그녀가 있는 책상 옆으로 또다른 책상이 보였다.
방 모서리 부분에 ㄱ자 모양의 책상 그곳에는 여자가 사는 방에는 어울리지 않을
화학 실험도구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병에서 보이는 표식. 클로로포름......
처음 어두운 방에 갇히기 전 누군가 뒤에서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막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묶여있는 이 침대는 여자 혼자 자기에는 큰 더블침대같다
여자는 컴퓨터를 하면서 가끔씩 나를 보곤 웃곤 했는데
웃음에서 보이는 광기가 나를 섬찟하게 했다.
'어디서 이런 걸 배웠지?' 묶기는 얼마나 잘 묶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고개를 돌리는 것 뿐....그때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부엌으로 가는 그녀.
잠시 후 그녀는 스프로 보이는 음식을 들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한때 나의 애인이었던 그녀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내게 말했다.
"자아.. 직접 만든거야. 옛날 생각나지 않아?"
그녀가 숫가락을 내 입가에 가져다댔다. 나는 순순히 받아먹으려고 생각하고는 입을 벌렸다.
의외로 스프는 맛이 있었다. 나는 스프의 맛을 음미하며 꾸역꾸역 주는대로 스프를 넘겼다.
그때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이질감에 온몸에서 소름을 느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스프와는 다른 이질감 이건?!
"크윽.. 이.. 이건 대체? 뭘 넣은거야!!"

 

"자기가 좋아하는것만 넣었어....히히"
나는 두눈을 집중하여 스프를 자세히봤다...
거기엔 사람의 손톱과 비슷한..그러나 보통손톱보다는 여자손톱정도로 긴 것들이
마치 억찌로 때어낸듣한 살집들이 붙어있었던것이다..
"히힉...도...도데체 누구손톱을 넣은거야???"
왜~? 자기가 날버리고 좋아했던 여자껀데 그렇게 싫은거야?? 키키키키키.."
"헉...설마!!!"
곧 그녀는 옆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묶여있는, 온몸에 피투성이인체로 실신한 여자를 끌고왔다.

 

나는 온몸이 난자당한 애인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어때 이뻐?' 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에서
진득한 광기를 읽은 나는 그만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p.s 제목과 전혀다른 내용으로 진행된 점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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