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현찰속에 싹트는 모녀의 사랑 [펌 ^^;]
아침 일찍.
" 내 느그집에 간다. " ... 하는 말씀과 함께 갑자기 들이닥치신 어머니.
어젯밤,
영화구경에다 교보문고를 몇시간 베회 하고 늦게 들어온터라...
봉투며 책들이며...
갈이입은 옷자락 하며...
엉망진창인 집에 오시면...
어지간히도 깔끔하신 노인네인데... 분명히... 한소리 할 터였다.
"여자가 일을 다니는것도 아니고. 집구석을 이렇게 해 놓으면 어떻게 해...
애들이 뭘 보고 배울꺼냐..." 서부터... 기타등등...기타등등..
밤새 책읽느라...
잠못자고...
화창한 일요일...
방학의 시작인 일요일...
정말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늦잠을 한 번 자볼 요량이였거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부시시한 모습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청소를 해 놓을 즈음에...
띵동~ 소리가 난다.
휴~ 마지막 마무리가 끝났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그 불벼락을 어찌 맞았을꼬...
열무김치 담궜다고 자랑하시려고...
두그릇 채 안되는것을 들고 오시면서도...
무겁다고 힘들다고 하신다.
이제는 그 조금의 무게도 천근의 무게가 되어 버린...
엄마의 주름진 손이...
오늘따라 가슴이 미어온다.
우리 모녀는 있는 수다 보따리를 다 내려놓다보니...
이젠 바닥이 다 들어나고 있는 와중에...
나의 딸은
화투를 가지고 나오면서...
할머니 심심하시니까 놀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우리 아이들...
고스톱 잘 모른다.
그냥... 똑같은 그림으로 가져오는 줄은 ... 그래도 안다.
집에서 고스톱 치는 것은 아주 극히 드문일이기 때문이다.
친정 엄마는 노인정에서나...
각기 이웃 노인들끼리 모이시면...
심심풀이로 십원짜리 고스톱에 재미를 붙이시고 계시다보니..
그래도 엄마를 즐겁게 해 드릴 요량이면 고스톱이 최고인기라...
어설프게 화투를 섞고..
한 장 두. 장 나르는 일도 왜 그리 더딘지...
중학교 2학년 짜리와 친정엄마와..나...
그렇게 고스톱을 치고 있는 ...
삼대의 딸들...ㅋㅋㅋ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모녀의 사랑이란다...현금을 가져오렴... "
상을 한 장 탈때마다..
만원씩 받는 상이 있었다.
어머님은 오시자 마자..
그동안 상을 얼마나 받았노.... 해서...
돈지갑을 훌러덩 열어 보이시는 분이시다.
결론적으로 모두 주시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애들 지갑은 두둑했다.
그래서 난...
어슬픈 고스톱 소유자들의 돈을 갈취할 요량이였다.
(일단... 애들에게 털리신 지갑에..나는. 슬그머니..배춧잎을... 채워 넣어 드렸다. )
(그런데 이건 한몫을 하지 못했다. 고스톱판에는 동전이 최고니깐...ㅡ.ㅡ )
고에...피박에...
싼것 까지 싹쓸이..
뭔지 모르고..
팔 광도 서슴치 않고 내 놓는 아이들에게...
훈수는 커녕...낼롬 먹어버리니...
한번에 6천원이 홀딱... 주머니로 들어왔다...
점백...
점백에 6천원이면...대단한 성과인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도박을 했다.
그리고...
혹시 경찰이 들이닥칠까봐..
작은 아이는 대문에 망을 보게 했다.
가끔 대문에 달린 씨씨티비를 확인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도박문화는 무르익어갔다.
결국...
친정엄마가 다 따셨다.
왔다리 갔다리...
기껏해봐야... 5천원을 거머쥔 어머님은...
몹시도 기뻐하셨다.
하지만...
고사리 돈을 벌었다는 것에...
내심 미안하셨는지...
슬그머니 돈을 애들 지갑에 넣어주신다.
그래서 결국엔...
우리는 하나마나한 게임을 했다.
깔판이..구멍나라 쳤는데...
결국엔...
남는건...
허리 통증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