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그녀의 보드란 허벅지 아래로
매끈하게 흘러내린 국화꽃 향기들.
어렸을 적 느껴왔던 그 설렘이
섹시한 여자의 야시시한 샴푸향같다.
세상을 한번 올려다 봤더니
숨막힐 듯 나를 둘러싼 검은 하늘 위에
나뭇가지들이 창백한 칼날로 흔들리고 있었고,
싸늘한 달이 나를 찾아 바삐 동공을 돌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숨이 턱 막힌다.
다시 한번 세상을 올려다 봤더니
하이얀 벚꽃이
단 한 개의 음파도 없는 환한 태양빛으로 점멸하고는
다시 파란색 하늘이 펼쳐졌다.
다시 느끼고 싶다. 그 섹시함을.
난 하얀색을 보지만,
검은색이다.
검은색을 보지만, 파란색이다.
저 적막을 넘어서 하얀 벚꽃을 보고,
그 호흡을 듣고, 그 애수를 가슴에 담으려면 어떠해야 하나.
난 오늘도 창밖을 쳐다보지만,
막막한 과거에서 넘어 온 응어리 속에
모든 광경이 무미건조한 숫자로만 느껴진다.
다시 느끼고 싶은 설렘과 감성.
고요한 호수 위에 와닿는 몸을 휘감던 수증기...
그 섹시한 밝은 자유를
언젠가는 느끼겠지..
사람은 언제나 그리고 산다.
자신만의 그림을.
언젠가는 이 도화지를 찢고
쿠르릉 번쩍 밝게 미소짓는 번개를
내 뇌수에 다시 꽂아 넣을 수 있겠지
하고 매 순간을 그리고 다시 그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