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알바 때, 저는 최소한 말을 듣고 또 말을 해주는 면에서는 친절한 편이었습니다. 주유소 알바야 간단한 일이지만, 같이 근무했던 분은, 말을 길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자잘한 문의를 듣는 것을 귀찮아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를 듣고 해주는 것이, 특별히 힘들지 않았고, 친절하게 해주면 사람 정도 느끼고 훈훈한 것 같아 보람이 있었습니다. 가끔 다른 알바 형에게 “왜 저런 손님의 별의별 요구를 다 듣고 시간 버리고 있느냐. 나는 그냥 말 간단히 자르고 온다.”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것에서 사람마다 정말 개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것을요. 그렇다고 제가 여유가 넘칠 때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을 때였습니다. 외모 컴플렉스도 있는 편이구요.
그러나 친절하게 군 것이 좋은 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제 실수로 세차기를 돌리다가 파손 사건이 났을 때입니다. 사실은 주유소에서 해당 옵션 설명을 제게 빠트리긴 했지만요. 자동 세차기 옵션 하나를 안 켰다가 차량 상부 거치대가 파손되었던 것입니다. 제게 제대로 청구한다면, 최소 30여만원은 나올 것이며, 주유소의 보험 등 지원을 바란다 해도 머리가 아팠지요. 하지만, 제가 원래 친절하게 대해서인지, 변명하지 않고 손님에게 바로 비용을 드리겠다고 정직하게 임해서인지, 해당 손님께서 결국 카센터를 가보시고 나서 선처를 주셨지요. 제가 알바를 하는 입장인데 돈이 귀할 것이다며 한 푼도 주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겨서 결국 10만원이라도 입금해드렸고 손님과 제 사이에 훈훈하게 해결이 되었죠.
그런데 그 과정 처음에서, 주유소 소장님과 다른 형이 ‘왜 먼저 잘못을 인정했느냐.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실제로 너가 파손 가능성을 설명했었으니 손님 탓도 있다고 주장했으면, 50대50으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호구 털려서 큰 돈을 변상하게 될 것이다.’라는 온갖 지적을 받았죠. 다른 직원분들은 사람 자체를 애초에 불신하는 것에 가정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는, 제가 손님께 드린 10만원에 대해서도 왜 주었냐면서 주지 말라고 했으면 안 줘야지라는 소리도 여러번 들었습니다. 아니, 그분들은 몇 십만원이 깨질까 두려워 했으면서도, 최소한의 예의로 10만원이라도 무조건 드린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해 했습니다.
물론, 제 대처가 옳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세상이 척박하고 각박한 부분들도 많죠. 당시 친구가 ‘너 좋은 사람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지, 그렇게 행동하다 코 베인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라는 소리도 했고 그것도 맞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어떻게 세상에 행동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른 결과를 줄 때가 있다. 내가 처음부터 세상을 불신하고 선의 없는 세상으로만 전제한다면 세상은 정말 그렇게만 보일 것이다'라고요.
물론 제가 당시 알바하면서 불필요하게 화장실 청소도 깨끗이 하고, 필요하면 제 돈으로 빗자루 같은 소품을 사오는 등 소액을 자발적으로 썼고 다른 분들이 이해를 못했지만 그것이 제 행복이었습니다. 소소한 작은 일들이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긍정적 감정을 주었거든요.
아무튼, 이것을 일반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면 중 선의가 있는 한 면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양심적인 사람에게 양심을 주고 양심을 바라지, 순진하게 세상을 믿는 것이 옳다는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비인간주의에 의해 저도 많은 피해를 많이 봐왔죠. 인생이 거의 망가진 일도 있었고요. 그러나, 일면만 보고 전체를 나쁘게 보지 말자는 말을 하고자, 짱공유 수건도 타고자 언급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