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는 날 민영진 여보, 당신은 이 세상에서 주어진 목숨 다 살고 가는 날 내가 보는 앞에서 내 품에 안기어서 이 세상 떠나고 싶어 하지만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나는 당신이 따라주는 포도주 한 잔 마시고 당신이 차려주는 밥 평소처럼 먹고 곁에 있는 이들과 작별인사 나누고 불러주는 찬송 듣다가 기운 쏘옥 빠진 쇠약해진 몸 주님께 안기고 싶은데 당신이 나보다 먼저 간다면 나는 당신에게 해줄 것이 없네 당신은 포도주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가 차리는 밥상 근사하지도 못할 거고 당신 돈 좋아하지만 그땐 그것도 소용없잖아 그냥 당신 옆에 있기만 하면 되나 당신을 안고 "여보 사랑해" 이 말만 되풀이하면 되나 <시인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