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을 바탕으로한 가짜인물이 섞인 픽션입니다.
예전에 타 커뮤니티에서 쓰던 글인데 반응해주시면 좀더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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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둔 2015년 5월 소위 불알친구라 자부하던 꼬추들의 첫 해외여행지는 재수없게?도 홍콩/마카오 였다.
군 면제 후 무역회사에서 일찍 회사생활 시작한 자칭 '홍콩통'이라는 친구의 안내를 받아 이른 아침 홍콩공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침사추이 센트럴을 돌아 다녔고, 공항에서 맥모닝으로 대충 배를채우고는 늦은 오후까지 오로지 젊음이라는 에너지하나로 홍콩을 돌아다니던 우리에게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중간에서 먹은 완탕면은 그야말로 진정한 천국의 맛. 홍콩은 쇼핑과 음식의 천국이었다.
그날 이후 홍콩은 쇼핑하러 몇번간 것 말고 가보지 않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홍콩 첫 여행을 떠올리면 음식이 엄청 맛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홍콩1박 마카오2박의 일정이었는데 오전에 호텔로비에 짐만 던진 후 체크인도 미루고 나와선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고를 반복했다. 마지막이 란콰이펑이었나..흑인들이 '두둥'하고 서있는 듯한 술집들에서 춤추는 아가씨들을 구경하면서 맥주로 거나하게 취해서 호텔로 돌아왔는데, 홍콩 숙박시설은 모텔급이란 얘기에 기대를 내려놨음에도 너무 좋지않았다. 로비만 리모델링은 한것인지 비좁고 더러운 방상태에 넋을 놓고 있을때 자칭 '홍콩통' 친구가 아직 마카오행 페리가 있다며 카지노에서 돈따서 좋은방에서 자는건 어떤지 제안을 던졌고 덥썩 받았다.
홍콩<->마카오 페리터미날은 두개가 있는데 셩완 구룡이었던가 아무튼 터미날에 갔더니 제트보트가 끝났길래 셩완으로 갔나 그 반대였던가. 어쨋든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40분간 제트보트에서 코를 곯았던 것 같다. 거의 도착쯤 눈을 떴더니 샌즈라 써있는 화려한 카지노가 먼저 보였다. 택시를 잡아 우의대교를 넘어 타이파로 건너가는데 생전 처음보는 화려함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택시를 타고 우의대교에 들어서면 가까이는 샌즈 멀리는 엠지엠 윈이 보이고 대교가 끝날때쯤 알티라호텔과 갤럭시가 보이고 공항쪽을 돌아 윈팰리스와 씨오디 샌즈코타이 베네시안이 보일때쯤엔 아주 미쳐날뛰었다. 여긴 미친세상이다 그냥 그런 미친세상에 들어왔다는 사실하나로 울렁거릴 정도의 묘한 긴장을 느꼈다.
2박 잡아놓은 숙소가 베네시안 스위트 였기때문에 무작정 베네시안으로 목적지를 정했고 베네시안 로비에 들어갔을때의 그 화려함 코를 찌르는 향수냄새..크..아직도 베네시안이나 파리지앵 샌즈계열 호텔에가면 그때가 생각날정도니 역시 첫경험이 중요하다.
호텔입구를 좀 지나 짐을 맡기고는 카지노에 입성했을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바카라도 모르고 룰렛이나 블랙잭 정도만 알았고 마바리 테이블조차 무서워서 구경만 했었더랬는데 테이블에서 만달러짜리 칩 하나에 130만원 이라는 소리를 듣고 세상의 돈이 다 마카오에 있다고 생각했다.
입을 벌리고 테이블을 구경하다 친구들을 따라 기계룰렛이나 식보를 깨작거렸는데 기계룰렛에서도 한게임에 홀짝 미니멈 5달러에서 최대 2천달러 까지 쳐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음 생각해보니 그당시 우리에게는 깨작이 아니었지싶다.
여행경비로 모아놓은 돈 8천달러 외에 각자 한5천씩 가져와서는 돈따면 무조건 방부터 잡자고 해놓고 꾸벅꾸벅 졸아가며 날이 밝을때까지 식보, 룰렛에 붙어있었다. 경비 5천달러(홍콩에서3000씀) 빼고 개인돈이 0원이 됐다. ㅋㅋㅋㅋ
그야말로 여윳돈 없이 그지가 됐는데 밥쳐먹으니 또하고 싶고 담배피고보니 또하고 싶고 체크인이 오후3시여서 싯팔좃팔해가며 자는건지 걷는건지 구경하는건지 꿈꾸는건지 모를 상태로 베네시안 주변을 돌아다니다 결국에 네명이 밥먹고 남은 4천달러로 체크인 전에 복구를 위한 게임을 하기로 한다.
마바리에 보면 중간에 원형으로 생긴 바카라 룰렛 식보 모니터가 있다. 가운데서 딜러들은 오지게 카드만 까고 룰렛공만 굴리는데 카메라로 비춰주고 기계로 베팅할 수 있다. 거기는 미니멈 50달러인가 그런데 150만달러까지 걸렸다. 여기가 승부처다. 친구새끼들은 총대를 나에게 건냈고, 나는 처음으로 바카라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판만 봐도 아 시바 두개카드 합이 높은놈이 이기는거고 두세판을 보니 영어써져있는 새끼들을 모조리 10으로 친다는 것도 알겠는데 보면볼수록 왜 저게 카드를 더 쳐받는지 모르겠어서 일단 나는 친구들을 등에 엎고 2천달러를 지르기로 했다. 좟밥들이 뱅커 플레이어도 빨강 파랑도 모르고 쩝쩝거리던 때라 일단 이름이 은행인 녀석한테 2천달러를 던졌다. 그냥 은행은 돈을 돌려줄 것 같았다.
처음했던 바카라가 아직도 너무나도 선명한게 뱅커 연4개에 들어갔는데 뱅커 그 십새가 꺽여서 인사하고 슈끝까지 돈을 주었더랬다. 뱅커 17개 장줄이다. 무섭게 빨간점이 찍혀 내려갔다.
아무튼 이상한 배팅방법으로 2천 걸고 1천걸고 2천걸고 2천걸고 4천걸고 4천걸고 6천걸고 9천걸고 1만걸고 2만걸고 이쥐랄로 뱅커만 걸어서 17만이 넘었는데 친구넷이 느낀건 미칠 것 같은 '환희'였다....환락인가.
체크인시간이 남아서 마사지를 검색해서 사우나를 다녀왔다. 아니 이런 미친 왜 목욕하는데 음악이 나오냐 어쩐지 마카오 사우나가 줜니게 비싸더라. 음악이 나올때마다 비키니 미녀들이 나오는데 캬 마카오는 돈이 있으면 천국이구나 이러면서 친구들과 마카오유흥을 엄청 검색했다.
일정대로라면 이시각에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넘어와 체크인을 했어야 했다. 비록 잠은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호주머니가 든든하니 피곤한것도 모르고 돌아다니다 저녁이 다되서야 베네시안 맞은편 씨오디 면세점(티갤러리?)에서 헤네시XO 두병을 사 숙소에 들어와 룸서비스로 안주가 될만한 음식들을 엄청 시키고는 한명씩 잠에 들었다.
첫 도박의 설레임 때문인가 긴장 때문인가 저녁9시쯤 잠들었는데 새벽2시가 안되서 일어났더니 친구새끼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 미친넘들 잠도 안잔건가..이부자리를 보아하니 다들 잔것같은데 내가 코를 곯아서 일어났나...소변과 갈증을 해결하고 다시 잠깐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새벽3시반 아직 밖은 어두웠다. 친구한놈이 담배한대 물고는 심각하다.
니들 다 어디갔었냐? 라고 물었더니 이상하게 다같이 1시에 일어나서 씻고 도박하러 갔단다. 근데 왜 올라왔냐고 하니 가지고 내려간돈 만달러를 다 잃어서 올라왔다가 내가 일어나면 천천히 같이 내려가려고 담배피고 있었단다. "그래? 씻고 같이 내려가자." 다시 게임을 시작하지.
처음도박을 접한 이후로 지금까지 마카오의 수 많은 호텔을 가봤지만 어메니티 상태가 국내 샴푸 바디클랜저보다 향은 좋을지언정 깔끔함 느낌이 없다. 뭔가 머릿결은 더 뻣뻣해지기 때문에 컨디셔너를 꼭 사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컨디셔너 뚜껑 딸 생각도 못하고 바디클랜저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만 실컷 문지르는 샤워를 끝내고는 세면대 얖 놓여져있는 물한모금에 담배를 피우며 수건으로 몸을 털었다.
"애들 상태는?"이라고 피곤이 몰려와 눈이 새빨개는 친구녀석에게 물으니 나만 잠든 두시간 동안 인생 사연이 있을법한 표정으로 "나랑 비슷해" 하고 짧게 대답했다.
뭐가 문제인지 듣다보니 이녀석들은 테이블에 입성한듯 하였다. 마치 또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온듯한 친구녀석은 로비행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카지노입구를 통과할때까지 두시간의 사연을 풀어 놓으며 흥분과 긴장을 예열시키고 있었다.
테이블 바카라에서는 직접 카드를 받는다. 돈을 제일 많이 건사람에게 카드를 던져주는데 자기는 소액이라 한번도 받아보지는 못했단다. 칩은 딜러에게 현금을 주면 교환해주고 어쩌고 저쩌고..친구는 나에게 간단한 테이블 룰을 설명해주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 4천달러를 17만달러로 만든 인세에 다시없을 희대 타짜인줄 알았기 때문에 마치 일제강점기의 순사처럼 그녀석을 앞잽이로 세우고는 바카라테이블로 향했다. '어떤 새끼가 내친구돈 따갔냐?' 같은 마음이었을까?
미니멈 500달러 테이블에 친구한녀석이 앉아 있었는데 땄는지 잃었는지는 마른침을 삼키다 목이 아픈인상으로 잔뜩 주름진 미간으로 알아버렸고 또다른 친구녀석은 그나마 상태가 좋은지 호주머니에 든 손을 잘그락거리며 눈썹을 치켜세우고 천달러 테이블 마실을 돌고 있었다.
나라는 이 미친쇄끼는 당시 카지노 돈은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는 내돈이라는 신박한 마인드로 사람이라고는 친구새끼와 딜러밖에 없는 그림도 없는 테이블에 착석해서는 "얼마꼴았냐?" 하고는 9천달러를 딜러에게 밀어줬는데 게임이 진행중이라 느낌상 분명 욕같은 중국어를 한바가지 얻어쳐먹고 실실거렸다.
퍼런게 2개 뻘건게 1개 다시 퍼런게 1개 빨간게3개 퍼런게1개 였던가 그냥 노상방뇨할때 리듬으로 싸질러 놓은 그림이었는데 은행을 믿어 성공한 나로써는 다시 뱅커에 운을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자리에 앉은 그때부터 희안하게 뱅커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뱅커5개 플레이어1개 뱅커6개 플레이어1개 다시 뱅커4개 플레이어1개 꼴리는대로 뱅커만 밀어넣었음에도 시작한 9천달러가 9만이 되고 이상하게 그지같은 생김새로 돈을 잔뜩 들고있는 중국형아들에게 둘러쌓이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잿빛 천달러 칩을 검정색의 만달러칩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주는 후덕한 딜러아줌마가 섹시해 보일때쯤에 내 앞에는 어느새 20개가 넘는 칩이 쌓여있었고 이때쯤 퍼런게 나오겠지 싶어서 천달러를 걸어도 떡진머리가 인상적인 중국인 형은 2만달러를 걸었음에도 카드를 나에게 밀어주었다.
자리를 잡았고 투싸이즈, 쓰리싸이즈, 모서리를 꺽고 그림을 제대로 쪼아보는 기술따윈 없었고 대차게 돌려찍어 자신있게 카드를 던지는 내가 재미없을만도 하건만 중국인 형은 허이 허이 하면서 계속 카드를 밀어줬는데 서른판정도를 하고나서도 '어째서 뱅커가 카드를 추가로 받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게 16만 몇천달러를 따게됐는데 도박이라는 녀석은 배고플 시간을 안주는 듯하여 친구들을 데리고 쿨하게 국숫집으로 퇴장해서는 해장술로 마카오 맥주와 해장안주로 완탕면과 땅콩, 베트남고추가 들어간 닭요리로 배를채우며 친구들에게 1만달러씩을 돌렸다.
배를 채우고 10시가 되면 쇼핑몰을 구경하기로 약속을 했다. 방에 올라와서 다시 눈을 좀 붙여보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심장이란 땅에 지진이 방사되며 오르가즘으로 가는듯한 도박뽕이 올라왔다.
'시발 이게 얼마냐' 기름먹인 회초리에 살이 데인 듯 정신이 번쩍들었다. 15만달러가 조금 넘는돈이 이제는 2천만원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심경의 변화는 나를 다시 카지노로 향하게 했다.
이제와서 하는말이지만 2천이든 2억이든 회초리를 맞았던 빠따를 맞았던 아마 그때 나는 카지노를 향해 갔을테지만 흔한 카지노인의 서툰충고를 빌리면 루즈컷보다는 윈컷을 지키는게 중요하다. 백만원을 잃던 천만원을 잃던 루즈컷은 루저로 남겠지만 윈컷만 지키면 백만원을 따던 천만원을 따던 위너가 될 수 있다.
쇼핑몰에 가기전까지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시작한 게임은 슬롯머신이다. 일단 소액으로 고액을 딸 수 있는 로또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소액이 계속 녹다보니 고액이 되는것이고... 한번에 고액을 땄지만 그동안 잃은 소액을 찾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졌지만 될놈은 되는지 지금은 없지만 그때 한창 끝물이던 메가벅스에서 메이저를 먹는 슬롯머신에 정자를 뿌릴뻔한 사건이 벌어졌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시끄럽기만한 이놈의 알람소리가 어찌나 사람가슴을 뛰게하는지 슬롯머신을 해본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것이다.
스팀팩과 쌍벽을 이룰만한 효과음 이후에는 돈이 떨어지는지 올라가는지 모를듯한 짤랑이 소리가 나는데 쇼핑을 위해 가지고 내려온 3만달러가 호주머니의 공허함을 남길때쯤 무려6배나 되는 거금을 다시 가련한 티켓한장으로 쏟아주었다.
끌려나오기 싫어 벽에 손톱을 찔러넣은건지 찌걱거리는 기계소리와 함께 올라온 가련한 티켓에 찍힌 금액은 189,336HKD.
"에이 C샹" 화면에 초록색 나방처럼 생긴 벌레한마리가 더 찍혔다면 80만이었을테고, 그 녀석이 친구 한마리만 더 데리고나와 화면을 가득 채웠다면 270만이라는 숫자를 보았을텐데 괜시리 쓸데없는 벌레의 충간관계를 탓하며 C샹소리와 함께 '크하'거리며 웃어준다.
티켓의 금액이 커서 캐셔에게 바꾸려했건만 알아듣지도 못할 중국어로 ATM기를 가르킨다. '니미 저 기계에는 은행이 통째로 들었는갑다' 하다가도 세상 돈이 다 모여있는 이곳에서는 쥐 알통만한 푼돈이겠구나 싶어졌다.
슬롯머신으로 만들어 낸 해피사운드가 유난할법 하건만 어째 친구한놈 곁에없는 걸 보아하니 베네시안 카지노 객장이 새삼스레 더 넓어 보였다. 수중에 19만5천 몇백달러 한화 3000만원 가까이되는 돈인데 그저 무거운 돈주머니가 거치적거려 서둘러 방으로 올라가니 방에 있는 녀석도 없어 입이 근질거렸다.
금고에서 돈을 전부 꺼낸 후 정리를 시작했는데, 잔돈 절삭하고 총 315,500HKD 중에 7만달러 정도가 500달러 지폐라 큰 지폐로 바꿀생각에 전부 챙기고 보니 거치적거려 올라온게 민망할 만큼 돈주머니로 사용중인 힙색이 다시 채워졌다.
"흐윽! 돈 너무 많이 따서 죄송합니다아~~" 세면대 거울에 비친 광대가 솟구친 얼굴을 보고 괜한 미친소리를 해가며 손바닥으로 비누를 비벼 돈냄새를 지우고는 롤렉스 앞으로 오라고 단체 대화방에 톡을 보냈다.
베네시안 카지노 객장에 있는 롤렉스앞을 어슬렁 거리다 매장에 들어서니 번쩍이는 시계들이 구매욕을 애무한다. 그나마 제일 덜 반짝이는 익스플로러 가격을 물어봤는데 4만달러가 넘었다.
매장밖에 친구한놈이 다이사이 테이블앞에 서있길래 괜히 비싸서 나서는게 아닌것처럼 몸을 돌렸다. 친구가 있는 테이블은 연속해서 나온 '小'때문인지 시끄러운 중국인들이 바글거렸는데 녀석 혼자 '大'에 걸었고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3, 3, 4 / 4, 5, 1 대충보면 '大'인 것 같은 주사위 몇판이 흐를수록 중국인들은 더 시끄러워졌고 친구놈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슥 뒷편으로 가 텅텅비어있는 테이블에 돈주머니에서 대충 절반이다 싶을만큼 500달러 지폐를 꺼내주었다. 1만달러칩 2개와 1천달러칩 9개를 애가 닳게 천천히 세어 매니저를 호출했는데, 매니저의 솰라솰라를 못알아들으니 "멤버쉽카드"라고 짧게 영어로 말하는 매니저에게 필요없다는 듯 손을 저어 재빨리 친구녀석 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小'의 장줄은 끝나지 않았고 머릿속에 시계생각만 가득했다. '따면 만오천달러를 보태 시계를 산다. 잃으면 3만달러짜리 시계를 사서 안차고 다니는거다.' 정도로 손에 쥔 2만9천달러의 무게를 가볍게 설정해버렸다.
온통 '小'로 도배되어 있는 모니터화면이 마음에 들지않아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마틴으로 8천달러까지 베팅한 친구녀석 어깨를 잡고 '大'에 칩을 전부 놓았다가 트리플이라는 함정이 자꾸 마음에 걸려 1천달러칩 2개를 트리플에 슬쩍 옮겼다.
빨간점 세개가 보인다.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 1, 1, 1 트리플이다. 역시 트리플에 베팅한 사람은 희대의 타짜 '나'뿐이다. 딜러는 계산을 못하는 구멍가게 할머니처럼 2만7천달러를 받았지만 1만달러칩4개와 1천달러칩 10개를 돌려주었다.
다시 2만8천을 '大'에 밀어놓고 2천을 트리플에 놓았는데 친구녀석이 언제 모았는지 모를 1만달러칩 하나를 꺼내어 함께 올렸다. 여전히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小' 장줄을 타는 상황, 다이사이 특기인 기차 성대모사를 선두로 딜러의 손이 뚜껑을 열었다.
"됐다 시발!!" '아니 3, 3, 6 '大' 다 시발!!' 마틴으로 5천달러를 잃은 친구에게 칩5개를 건내주며 테이블을 빠져나와보니 구경을 하던 친구 두놈의 흥분한 얼굴이 보였다. 잔뜩 숨을 들이마시고는 어깨를 넓혀 "시발 봤냐?" 하고 으르렁거리는 표정을 짓거나니 '흐아아아...' 탄성과 같은 큰 한숨이 절로 나왔다. 1만달러칩 6개, 1천달러칩 11개를 들고있었는데 바꾼돈 2 만9천을 빼고 딱 두게임 5분만에 4만2천달러 시곗값을 따버렸다.
그렇게 "이제 쇼핑 가자"하며 움직이는데 딱봐도 동네 양아치들은 다 형님이라 부를것같이 생긴 양반하나가 새파랗게 젊은 우리에게 "형님 저 환전하는 박실장입니다."하며 명함을 건냈다. '어? 환전이라고?'하는 초짜의 표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니 5천만원 정도는 지금도 즉시 송금이 가능하단다. 와이파이 잘터지는 카지노입구 슬롯머신에 앉아 통장에 500만원씩 두번 입금된걸 확인하고 한화 1070만원 정도인 76500달러를 건내주었다.
바로 '환치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마카오에서 하면 안될 행위중에 하나인데 그나마 500만씩 짤라서 입금할줄아는 환전업자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만약 누군가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딴다면 그 즉시 마카오에어 비즈니스 끊어서 편하게 기내용가방에 넣어 가지고 들어오길 권해본다.
오전에 친구들과 베네시안 쇼핑몰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시곗값으로 생각했던 돈이 롤렉스 오메가 위블로 파텍필립을 들어갔다가 초라해져 버렸고 나이키에서 티셔츠 몇개와 운동화 하나씩을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베네시안 맞은편 하얏트쪽으로 내려와 친구가 미리예약한 '베이징키친'이라는 식당에서 북경오리를 먹었는데 설탕에 찍어먹는 오리껍질의 풍미가 정말이지 어마무시했다. 머드크랩, 전복, 닭요리, 돼지요리 중국와인이라는 황주까지 네명이서 이것저것 두당3천달러 어치를 먹었는데 백육십만원이 아깝지가 않았다.
'아 역시 마카오는 돈있는 자에게 천국이로구나'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오니 바로앞에 샌즈코타이 카지노가 있다. 5분 전까지도 아깝지 않다던 3천달러가 나 여기있으니 데려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밥값 다시 벌어야지?" 친구들에게 말하니 세놈 다 눈빛이 바뀌며 웃는폼이 밥먹는 와중에도 어지간히 근질거렸나보다. 점심 식사 와중에 각자가 했던 게임의 룰이나 자기가 했거나 옆사람이하는 베팅법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이가놈은 '0'이 안나온 룰렛기계나 전자룰렛을 왔다갔다하며 뒤져라 '0'에다 베팅해서 10회마다 베팅금액을 올리는 마틴을 해서 4천달러를 땄고, '홍콩통' 최가놈은 바카라 테이블에서 5백달러가 이기면 다시 엎어서 1천달러를 걸고 1천달러까지 이기면 다시 5백달러를 배팅하는 방법으로 6천달러를 땄다. 김가놈은 다이사이 테이블에 함께 있던 놈인데 4번 연속 틀릴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4단계 마틴을해 꽤 재미를 보다 마지막에 내가 아니었으면 다 털릴뻔 했단다.
이참에 3천달러씩 모아서 넷이 밥값 2만4천달러를 만들때까지 함께 게임을 하기로 했고, 베팅법은 이가놈이 얘기해준 옆자리에 있던 어느 한국인의 베팅법인데 0과 가운데 라인 숫자 2,5,8,11,14,17...35까지 5달러씩을 베팅해서 안맞으면 X2 안맞으면 X2를 눌러 마틴을 하고 적중하면 3배 가까이 토해내기 때문에 잃는횟수가 많아질수록 마지막에 더 큰돈을 따게되는 방식이었다.
샌즈카지노 마바리 한켠 원형으로 된 전자바카라에 넷이 나란히 앉아서 각자 모니터링을 히고 베팅은 이가놈이 하기로 했다. 바카라테이블이 6개인데 반해 룰렛은 2개가 전부라 다소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는데 3배를 주는 스팟은 그냥 숫자 12개에만 걸면되기 때문에 3의배수 라인이던 1-12구역이던 '0'에 10달러를 걸면 최근에 5번 이상 안나온 스팟에 120달러를 걸어 마틴을 하기로 했다.
처음 베팅된 구역은 1번테이블의 0과 3의 배수 라인이였는데 3의배수가 연속으로 11번이 안나와서 서둘러 들어갔다. 2번만에 숫자'6'이 나와 12,330달러가 됐고, 바로 25~36 구역이 9번 안나온 2번 테이블에 들어갔는데 2,080달러가 베팅될 때 까지 13번이 안나오다 '0'이 나와 14,060달러가 됐다.
"와 시발 한번만 더 안나왔다면 올인이었다 쫄깃하다잉?.....어? 그럼 25~36구역 14번 안나온거잖어? 야! 시발 re-베팅 들어가자!" 최가놈이 솔깃한 소리를 했고, 네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2,080달러가 베팅되고 뿌러렸다. 4,160달러가 베팅되자 잔액은 7,820달러 슬쩍 500달러 지폐한장을 이가놈에게 전달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더블베팅하고 접자."
어김없이 4,160달러가 뿌러지고 500달러가 더해진 8,320달러가 들어가자 네놈은 입을 닫고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숙여 각자의 방식대로 패를 쪼았다. '34' 잔액에 적힌금액은 23,040HDK. 네놈 모두 억지로 낸듯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싯팔싯팔 소리와 함께 티켓을 출력했다. 나는 친구놈들에게 6천달러씩 나누어주고 티켓을 건내 받아 다시 기계에 넣었다.
"잔돈 삭제하고 돈 뽑고 들어가자!" 꼴리는대로 대충 바카라 테이블을 찍어 플레이어에 540달러를 배팅. 뿌러졌다. 다시 플레이어에 1,500달러를 배팅. 뿌러졌다. 다시 3,000달러를 배팅. 뿌러졌다. 다시 6,000달러를 배팅. 7,7 타이. 걱정하는 눈빛의 친구들을 돌아보며 "야! 시발 나 돈 줫나많어 새끼들아 쫄지마" 괜시리 더 신경질적으로 한소리하고는 마음에도 없는 18,000달러를 배팅하자 손끝이 눈에 띄게 떨렸다.
'아 시발 내가 존경하는 뱅커형님께 베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밀려온다. 플레이어 K,5 - 뱅커 10,6 이미 진 것 같다. 한숨이 푹 나온다. 플레이어 세번째 카드는 7 '아..졌다 시발.' "어? 뭐야 뱅커 왜 또받어 이거? 왜이래?" 뱅커의 세번째 카드는 '4', 'PLAYER WIN!'이라는 코쟁이 텍스트가 화면에 올라왔다. "모야 모야 이게 왜 이기지? 푸헤헤헤" 또라이처럼 웃어 재끼는 나를 보는 친구들의 표정이 왠지 멍청해 보였다.
베네시안으로 돌아가는 중 돈주머니(힙색)에 손을 넣어 꼼지락꼼지락 돈을 셌다. 1천달러 지폐가 60장정도 였고, 도둑이 안들어 왔다면 금고에는 248장의 1천달러 지폐가 남아 있었다. 5백달러 지폐를 다 가지고 나와 박실장을 통해 천만원을 통장으로 보내고 이것저것 사고 먹었는데 어림 잡아도 30만달러를 넘는 돈이 아직 수중에 남아있었다. '여기는 진정 헤븐이다.'
방으로 돌아와 친구들 돈까지 싹모아서 각자 사진촬영 시간을 가졌다. '뭐 이거 14만원짜리 지폐 수백장인거 알려나 모르겠네' 하면서도 일단 자랑질을 하고싶어 카톡사진으로 설정해 두고는 미니바에서 꺼낸 커피와 함께 면세담배를 뜯으며 괜히 또 실실거린다.
오전에 쇼핑몰에서 올인원 로션을 하나 샀는데 용량때문에 가면서 버리고 갈거라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욕조에 물을 받아 유난스럽게 씻었다. 휴대폰으로 마카오유흥을 검색하고 있는 와중에 '홍콩통'이 들어와 워터쇼 보러가자고 조르는 걸 이따 저녁에 달링2 사우나에 쓰리썸 분수쇼 보러가자로 설득했다.
홍콩에서 마카오로 넘어온지 불과 40시간만에 돈을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 되버렸다.
타올로 고추를 털며 "야 시발 마카오에서 돈 어떻게 쓰는지 검색해봐!" 친구들이 크게 웃었다.
저녁식사는 베네시안 맞은편 씨티오브드림1층의 도쿄(마카오가아니고?)에서 미슐랭을 받았다는 일식집 오마카세와 스시를 사케와 함께 조지기로했고, 갤럭시에서 디저트를 먹기로했다. 물론 카지노관광은 덤. 샌즈코타이 전자바카라의 충격이 좀 남아있었기에 바카라룰을 검색해서 뱅커가 카드를 받는 경우를 공부(?)했다. 어두워지기 전 호텔을 나와 셔틀버스로 마카오 공항으로 갔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홍콩발이라 마카오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마카오 비즈니스석을 예매하기 위해서였는데 직접가서 현금결제를 하기로했다. 가격 4명 14,000달러 시간은 오후4시, 비즈니스석은 처음인데 살짝 설렜다. '아...나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다.' 일정을 며칠 연기하자는 의견, 일요일까지 하루만 더 놀다가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토요일 밤에 복귀해서 뼈가녹는 밤을 보내고 일요일엔 각자 집에서 쉬자는 의견이 모두를 설득했다.
수월하게 항공권예매를 하고 택시를 이용해 COD로 향했다. 30만9천몇백달러 중 25만을 뺀 나머지를 다 들고 나왔는데 공항에서 비행기값에 1만달러를 쾌척했다. 예약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아 COD카지노로 갔는데 베네시안, 샌즈에 비해 조명이 약간 어둡고 뭔가 젊은? 세련된? 그냥 내 느낌에는 좀 더 자유분방했다.
저녁식사 후 갤럭시도 가야했기에 5천달러씩만 놀기로했는데 나는 바카라테이블에서 9천달러를 칩으로 교환했다. 모니터에 파란점하나 찍혀있고 아무도없는 테이블이었는데 자리에 앉아 2,000달러를 플레이어에 베팅했다. 허무하게 플6-뱅7 패배. 그럴줄 알았다는 듯 1천달러 칩7개를 플레이어에 올리고는 카드를 쪼았다. 내츄럴9 승리.
플레이어에 칩2개 베팅. 플3-뱅7 패배.
플레이어에 칩12개 올인. 내츄럴8 승리.
플레이어에 칩2개 베팅. 플7-뱅1 승리.
플레이어에 칩2개를 베팅. 플3-뱅6 패배.
플레이어에 칩7개를 베팅. 플7-뱅8 패배.
플레이어에 칩17개 올인. 내츄럴9 승리.
매 순간순간 생각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행동은 단순했다. 처음 테이블에 앉으면서 결정한 플레이어에만 지조있게 칩을올려놔 플라스틱 아홉개는 서른네개가 됐고, 나 또한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느새 괴물은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현실감을 무너트리고 두려움을 극복시켰다.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칩을 챙기며, 베팅하는 괴물탈을 벗고 괜시리 민망해 고수인척 딜러에게 미소와 눈빛을 한번 주었다. 슬렁슬렁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마실하다 친구한놈이 하는게임이 유튜브로 잠시 보았던 슬롯머신이라 옆자리에 앉아 구경을했다. "왜? 꼴았냐?" 친구놈의 걱정어린 소리에 '아...이제 돈따는 것도 재미없다.' 말은 못하고 칩을 보여주며 피식거렸다.
캐셔에 잠시 줄을 서 쌔끈한 플라스틱을 두리안 냄새나는 지폐로 교환하고는 흩어져있던 친구놈들을 하나씩 가로채 식당으로 이동했다. COD카지노에서 겪은 각자의 작은사연들은 훌륭한 안주였다.
음식이 맛없거나 술기운이 좀 올라오면 좀 더 맛있는 안주가 되었을텐데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서, '어떻게 조리하지 않고 썰기만한 회따위가 혓바닥에서 녹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가 메인안주였다. "야 진심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어! 며칠 더 있다 가자!!!" 진심이라는 친구의 허튼농담에도 우리는 웃음바다가 됐다. '아...아니다...정색하는걸 보니 진담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케를 메뉴판 가격만보고 손가락으로 찔러서 계속 시켜마셨는데 잘취하지 않아 밥값만큼 술값이 나왔다. 그래도 맥주만큼 마시니 평소 붉어지지 않는 놈들이 꽤나 잘 익어보였다.
원래 계획은 갤럭시호텔로 이동해 디저트에 커피한잔 먹고 카지노였는데 다들 술한잔하니 움직이기 귀찮았는지 베네시안으로의 귀환으로 마음을 돌렸다. 담배 때문에 호흡이 딸려서인지 도박할 생각에 발걸음이 급해서인지 좀 오래걷는 기분이다.
저녁식사비로 7천달러 조금안되게 썼는데 밥값과 항공권값은 COD카지노가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준셈이다. '무슨 가는 카지노마다 그냥 들리기만해도 돈을 주냐?' 하루 전 아침만해도 만화를 찢고 나온 그지나 다를바 없었던건 기분탓이겠지...
술이 좀 올라와서였을까? 현실감이 없어져 미쳐버렸을까? 카지노 입구에서 내가 "야야야 시발 나 이거 한방에 갈꺼니까 따라와!" 돈주머니를 열어 보여주니 미친쇄끼라고 한마디씩 하고있지만 표정에는 '재미있겠다!' 라고 써있다. 단호하게 '나를 따르라' 손짓 한번에 마지못해 간다는 듯 뒤를 따라왔다.
카지노에 들어서자마자 캐셔로 직진해 1천달러지폐를 전부 건내주니 6만7천달러를 칩으로 교환해 준다. 미니멈 5백달러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듯 VIP 루비룸 근처의 2천,3천 모니터를 빠르게 휙휙 둘러봤다.
플,뱅,플,뱅,플,뱅,플플플플플플,뱅뱅 '어?! 저거 100% 뱅커다' 생각이 들자마자 후다닥 빈자리에 앉아 1만달러칩 6개 1천달러칩 7개 전부를 올려놨더니 앉아 있던 젊은여자와 중년남자 그리고 딜러가 '젊은새끼가 꽤 큰거 올리네?' 하는 표정으로 나를 훑었다. 중국인 특징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자기들 쪽으로 크게 배팅하는 사람이 황인종이면 무조건 한톨의 의심없이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중국어로 뭐라하뭐라하는데 "야 이 미친넘 진짜 다 걸었어 시발! 또라이네" 친구들의 시끄러운 한국욕이 그들의 입을 닫게 했다.
'내손을 떠나 베팅되는 순간 칩은 이미 내것이 아니다.' 마인드컨트롤 해보려고 속으로 중얼거렸는데 오히려 더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딜러가 뱅커 카드 두장을 나에게 건내준다. 카드 까는건 샌즈코타이에서 어떤 중국인 어깨너머로 배웠다.
일단 세로로 놓고 아랫쪽 양 모서리를 왼쪽 오른쪽 엄지로 최대한 잘가리고 뒤집으면 그림인지 쩜이 하나인지 두개인지 확인한다. 내카드 한장은 그림이고 나머지 한장은 쩜이 두개다. 그림 오픈 J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 없어 코로 내쉬었더니 콧바람이 뜨겁다.
오픈하지 않은 카드를 가로로 돌려 쪼기시작했다.
점이 두개면 4또는5 세개면 6,7,8 네개면 9,10 지금 오픈하는 이 카드는 안전하게 점 세개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시발 점이 네개다. 50%확률로 최고카드가 될수도 최저카드가 될수도 있다.
신중하게 1mm씩 까면서 심장이 늙어가는 느낌으로 부들부들 쪼아야하는데 머저리같이 너무 서툴러서 가운데부분에 점이 휙 보였다. 9를 본 순간 평온함이 찾아와야하는데 흥분감에 더 미치도록 심장이 쿵쾅거렸다.
흥분해서 딜러를 바라보고 턱을 까닥거리며 나도모르게 한국말을 해버렸다. "플레이어 카드 까" 턱짓때문인지 '까' 말고는 영어라 알아들은 건지 몰라도 딜러가 카드를 뒤집었다. '근데 어쩌지? 니가 무슨 카드를 뒤집던 나한텐 다 좟밥인데? 크크크' 마음의소리에 광대가 씰룩였다.
"으왁" 하는 친구들의 탄성소리가 들렸다. 딜러가 뒤집은 카드는 4와 5.
플9-뱅9 타이.
순간 머리끝부터 짜릿짜릿한 소름이 내려오며 등이 서늘하고, 겨드랑이가 순식간에 몰아친 식은땀에 축축해졌다. 6만7천이면 9백만원이 넘는다. 술이 화-악 깨면서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와 목이 뻣뻣하다. 칩을 챙기고 발작하듯 일어나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와 C발 이 갯쌔끼들아 나 왜 안말려!! 으워 좟될뻔했네...다시 바꿔야지 존나 쫄았네"
플레이어9 - 뱅커9 타이로 구사일생한 6만7천 달러를 챙겨 캐셔로 직진해 1만달러칩 6개를 다시 현금으로 교환했다. 베팅의 쾌감일까? 극도의 긴장 때문이였을까? 잘은 몰라도 피가 안통하 듯 손,발끝이 저릿저릿했다. 바카라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1천달러칩 한개 두개 베팅해 먹죽먹죽 하다보니 목표했던 10개가 되어 얼른 현금으로 교환하고는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전자바카라에서 게임하는 친구놈 옆에 자리를 잡고 멍하게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돈 가지고 들어가는데 문제없나? 돈은 어디에 어떻게 써야하나...'
'내가 도박에 소질이 있는 걸까? 그냥 운이 좋은거겠지...'
'카지노에서 계속 돈을 벌 수 있을까? 다시 마카오로 돌아올까?'
'베팅이 클수록 쾌감이 큰 것인가? 소중한 것들을 다 잃을때까지 베팅을 계속할까?'
평범했던 23살의 청년에게 첫 해외여행은, 첫 카지노는, 수 많은 질문을 만들게 하였다.
"아...좟됐다..." 룰렛에서 '0'만 주구장창 베팅하던 친구, '이박사'의 탄식어린 욕설이 상념의 늪에 빠져있던 나를 깨웠다. 오로지 룰렛으로 야금야금 가진돈을 꽤 많이 불려서 우리는 이놈에게 '룰렛박사'라는 닉네임을 주었는데 믿던 룰렛에 결국 발등을 찍힌 모양이다. "왜? 잘 안되냐?" "시박 만팔천(18,000달러) 다 녹았다."
화면을 보니 '0'에 베팅된 금액이 1,000달러고 잔액이 없는걸로 봐서 마지막 베팅인거다. 나름 가능성 있어보이는 테이블을 선택해 시작했을텐데 50달러부터 조금씩 올린베팅이 1만7천달러를 녹였고 마지막 베팅 1,000달러가 녹으면 올인으로 마무리하게 될테다.
믿던 룰렛이, 믿던 '0'이 끝내 '이박사'를 배신했다. '이박사'는 애꿎은 기계에 주먹을 쿵쿵거리며 "너 여기에다 걸어라 진짜 곧 '0' 나온다" 성난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안나왔는데 계속 안나오는거 아니냐?" 말과 행동이 다르다. 재빨리 기계에 1,000달러 지폐한장을 집어넣고, 500달러를 '0'에 베팅했다.
당첨되면 18,000달러, '이박사'가 잃은돈이나 복구해주자 싶어서 서둘러 넣은돈이 베팅하기 무섭게 바로 부러졌다. 다시 500달러 베팅. 부러졌다. 연이어 3,000달러를 넣고 '0'에 800달러를 베팅. 아! '0'이라 확신했것만 야속하게 지나쳐 바로옆 '32'로 들어갔다. 머릿속에 있는 이성의 끈에 가위를 갖다대는 기분이다.
다시 '0'에 1,000달러를 베팅했다. '15'가 나왔는데 '0'으로 가다 두칸 모자르게 멈춰선거다. 남은 1,200달러를 베팅. 이번엔 진짜 '0'에 완전히 들어갔다가 뱀처럼 기어나와 서너칸을 도망간다. '당첨' 근처에 알짱거리면서 놀리는 듯 해서 슬슬 빡이친다. '미리 넣어둘껄' 인식이 재대로 안됐는지 토해내는 지폐를 보며 마음이 급해진다.
2,000달러를 베팅하고는 돈주머니를 털어 쉴새없이 돈을 집어넣었다. "어우 이거 천달러씩 올린다 따면 반줄게! 돈이 먼저 녹든 '0'이 먼저 나오든 승부본다!" 3,000 4,000 5,000 6,000 7,000 10분에서 15분정도 단 열한게임만에 총 3만1천달러가 녹아사라졌다. 8,000달러를 베팅하고 벌떡 일어서서 화면에 보이는 딜러를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이년한테 갔다올게 영(0) 안나오면 다시 9천 걸어!"
딜러의 앞쪽으로 다가가서는 "헤이! 초록색에 공좀 넣어줘! 헤이! 제로!! 헤이! 그린컬러 그린! 그린!" 들리는데 못들은척 하는건지 내쪽으로 눈빛 한줌 흘리지 않고 룰렛판에 공을 돌린 딜러에게 저주를 내리 듯 오더(?)하고 몸을 돌려 돌아오는데 화면을 주시 하던 '이박사'의 턱이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져 내리며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심상치 않은 표정변화에 나도모르게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서둘러 다가섰더니 "이..이..이십팔..팔만" 진짜 얼었다 녹은놈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됐냐? 시발 나왔냐? 정신차려 새꺄! 몰카냐?" 몰카라니...정작 지가 정신 못차리는 소리를 싸질러 놓고는 모니터를 향해 몸을 훽 뒤짚었다. '280,000HKD WIN!! Congratulations!!' 말이안되는 금액보다는 콩그랫쥬레이션이 더 진심처럼 느껴지는걸 보니 28만 달러가 큰 액수이긴 한가보다. '이박사'와 나는 끄악거리며 'CASH OUT'을 연타하고는 하이파이브 한 서로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베팅을 위해 넣어두었던 19,000달러, 마지막베팅 8,000달러의 36배 288,000달러를 포함해 307,000HKD가 출력된 티켓을 현금으로 바꿔 대충 돈주머니(힙색)에 찔러넣고 "이박사! 같이 밖에서 담배한대 피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본전 빼고 순수하게 24만7천 이겼고 약속한대로 절반준다. 케케케" 홍콩 사채업자처럼 담배를 꼬나물고 돈을 셌다.
천달러 지폐 123장을 건내주니 찰나동안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았는지 '승리한 자' 답지 않은 심각한 얼굴로 애써 세어건낸 돈을 대충 한뭉텅이 떼어 돌려준다. "친구야~이정도도 충분하다 그럴리 없겠지만 다음에 오링(올인)나면 그때 도와주는건 다 받을게 진심으로 충분하다." 새로 얻은 '박사'호칭 때문인가 꼴에 사뭇 진지해서 "알았다" 짧게 대답하고는 돌려받았다.
게임하는 다른 친구들을 순찰하려다 무거운 돈주머니가 부담스러워서 방으로와 돈을 정리했다 50만9천달러 계산하니 '이박사'놈이 65장을 떼어줬나보다. 어메니티에 들어있던 머리끈으로 1천달러 지폐 500장을 한번감아 지퍼팩에 넣어 금고에 봉인하고 담배를 물었는데 속이허하니 배가고픈걸로 봐서 술이 다 깼나보다.
미니바에 3개들이 페레로로쉐를 게눈 감추 듯 먹어버렸다. 이제는 돈을 잘버는몸이라 허한속을 달래느라 소비한 만사천원이 아깝지 않을걸 보니 가성비 계산하는 대가리가 망가진게 분명한 듯 했다.
카지노로 내려가 약초캐듯 곳곳의 친구놈들을 주어담아 구석의 '드래곤누들' 식당으로 향했다. "배 안고프냐?"하면 알아서 약초가방으로 들어오늘걸 보니 이놈들도 도박에 정신팔려 술깨는줄 몰랐는거다. 짭쪼름한 완탕면 국물에 코를 박아놓고 속을 달래다가 고개를 들때마다 마카오맥주 한모금에 탕수육을 섭취시켰더니 방에서 먹은 페레로로쉐가 살짝 아까워진다. '가성비 계산 오류가 수정되었습니다.'
슬롯머신에 빠져 1만달러를 꼴아박은 김가놈의 진지해서 더 슬픈 슬롯머신 50회 마틴베팅으로 돈따는 방법, 바카라 타이에 꽂혀서 쉴새없이 테이블들을 돌며 베팅을 했더니 딴돈보다 관절염약값이 더 나오겠다는 최가놈의 얘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이박사'가 직원을 불러 계산을 했다. 여기서 김가놈이 붉은색카드를 내밀어 할인을 5%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슬롯머신이 포인트 쌓이는게 엄청나서 먹고 죽고를 잘만 반복하면 업그레이드 가능한 포인트를 하루만에도 쌓을 수 있다는 얘기에 루비카드 그까이꺼 만들기로 했다.
마카오에 있는 동안 먹고싸고 도박만했더니, 쌓인 포인트가 꽤 많아 루비등급까지 300점 정도만 올리면 업그레이드다. 쉽게 생각하고 화려한 사무라이 슬롯에 앉아 가지고 있던 9천달러를 전부 집어넣었다. 3줄 5열로 이루어져있는 게임은 1열과 5열에 닌자가 출현하면 UP△이라는 문구가 나오며 시끄럽게 상단의 돌림판 보너스가 돌아가고, 2열3열4열에 투구를 쓴 사무라이 세개가 나오면 15회의 프리스핀을 준다. 정해진 라인에 관계없이 5열에 그림만 맞으면 되는 243WAY게임이라 단순했다.
최소베팅은 30코인이고 90, 150, 300, 600코인이 쓰여진 버튼이 있었는데 1코인이 0.50달러라 최대 300달러로, 그림 한번 돌리는데 4만2천원이 베팅됐다. 4만2천원을 세번 돌리야 2포인트가 쌓였는데 루비등급까지 올리려면 400회 정도를 돌려야 하는거고, 당첨되지 않고 녹기만 한다면 한화 약 1700만원, 12만달러를 써야했다. 그렇게 계산하니 쉽지 않을 것 같아 '김가놈'이 대단해 보였다.
'김가'가 알려준대로 30코인부터 50번씩 돌리고 금액을 올리려했는데 떨어지는 돈을 보고있자니 20번도 못채웠는데 금액을 올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간신히 30번을 채우고 90코인으로 올렸는데 바로 보너스에 당첨되어 귀아픈 알람소리와 함께 돌림판이 돌아가더니 2000코인, 1천달러를 뱉어냈다. 이제 좀 재밌으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김가'가 넣은돈 9,000달러를 넘었으니 다른 기계로 가란다.
줄은 장줄이요 주는놈이 계속 준다는 마인드로 게임을 하던 내가 살짝 반발했지만 아무래도 대단한 루비등급의 조언을 무시할 수 없어 9천8백몇십을 캐쉬아웃하여 바로옆 똑같은 기계로 갈아탔다. 다시 30코인씩 30번 90코인씩 30번 150코인씩 30번을 돌렸는데 2,100달러 가량이 녹았다. 그런데 300코인으로 올리자마자 보너스에 당첨되더니 녹아내린 금액을 훌쩍넘어 7500코인, 3,750달러를 뱉어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가지 게임방법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미니멈에서 맥시멈까지 5회마다 금액을 올리며 돌려보고 기계를 바꾸는 방법이다. 이게 돈만 있으면 여러가지 게임을 즐겨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건데 의외로 맥시멈까지 가기전에 단 1달러라도 본전을 넘겨주는 기계가 많아서 메뚜기마냥 슬롯머신을 옮겨다녔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게 체력이 다할지언정 이동할 기계가 없을 걱정은 안해도 될 만큼 수백대의 슬롯머신이 있는 베네시안이 넓었다.
2시간 정도만에 20~30개를 넘게 돌렸을까? 많이녹으면 기계 한대에 2,000달러가 녹았는데 크게 따지는 못해도 초반에 본전을 넘겨주는 기계가 많았고, 보너스나 프리게임에 걸려 베팅의 50배를 넘는돈을 던져준 기계가 두대나 있어 잔액 1만달러가 유지됐다. 현재까지도 슬롯머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권장하고 싶은 방법인데 VIP룸에서는 기계 하나하나마다 돈이 얼마나 녹았는지 언제 얼마를 뱉어냈는지까지도 기록되어 매니저가 브리핑을 해준다.
근데 마바리에 깔린 기계는 기록이 있어도 알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금광을 찾다 녹는게 쳐먹기만하는 기계에 앉아 허무하게 큰돈 녹는 것보다 낫다는게 100% 주관적인 의견.
그렇게 새벽 3시가 됐는데 루비등급까지 100포인트를 남겨두고 체력이 떨어지니 시작했던 작전과 다르게 한기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덕분에 빡베팅에 맥시멈베팅으로 무리하다 잔액이 3,000달러까지 녹았다, '그래도 포인트 많이 쌓았다. 그만하고 올라가서 자자' 애써 자위하며 티켓을 뽑아 ATM으로 향했다.
왜그런지 몰라도 '출금'을 누르고 죄진사람처럼 주변을 휙-하고 두리번거렸는데 누가봐도 '혼자 있고싶어요.' 싶은 얼굴로 '홍콩통' 최가놈이 근처 바카라테이블에 앉아있다. 그냥 모르는척 올라가려다 '봐서 그림좋으면 허무하게 슬롯머신에 녹은돈이나 찾아볼까?' 해서 다가갔다.
앞에 놓인 1천달러 칩이 꽤 많다. "뭐야? 칩 존나 많은데? 왜 곧 뒈질것같은 표정인데?" 물으니 나름 타이베팅을 잘맞추며 돌아다니다가 '장줄이다' 싶어서 앉으면 앉는 족족 줄이 꺽여 기껏 올린 2만달러를 다 털리고 방에 왔다갔다하며 3만달러를 전부 가지고 내려왔단다.
다같이 방에 묶은 돈은 서울까지 지키기로 다짐했는데 2번이나 올라갔다 올 정도면 어지간히 빡쳤나보다 싶어 튀어나오는 잔소리를 잡아두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우리가 제대로 잠도안자고 존나 놀았잖냐, 피곤하니까 될 것도 안될 수 있어." 일단 뱉어내고 위로가 맞는지 싶어 친구어깨를 힘주어 꾹 잡아줬는데 "아냐 괜찮어, 시발 진짜 장줄 만난어." 하고는 1만달러칩 2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살짝 보여주고는 1천달러칩 5개를 뱅커에 올렸다.
모니터에 빨간점 6개가 예쁘게 찍혀있는데 '최가놈' 밖에 없는게 신기할 정도여서 "나도 한번만 같이 먹어도 될까?" 하고 천달러칩 3개를 집어 뱅커에 올리고는 ATM에서 막나온 따끈한(?) 3천달러를 '최가'에게 넘겨주었다. 재수좋게 '최가'의 신념대로 플레이어가 5를 잡아도 5를먹고 0이 되주니 쫄리지 않고 힘빠진 플레이어에게 깔끔하게 3천달러씩 2번을 승리했다.
장줄을 응원하는 중국인 몇명이 모이더니 분위기가 '으쌰으쌰'되는게 재밌어서 5만달러 가까이 복구한 녀석을 일으키지 못하고 주머니에 1만달러칩 3개를 챙기고, 남은 칩 전부를 뱅커에 밀어넣는 친구를 바라만봤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나 또한 '깔끔하게 1만달러만 채울까?' 하는 깔끔하지 못한 마음으로 칩하나를 뱅커에 올렸다.
'더 걸사람 없으면 깐다?'하는 표정으로 딜러가 손을 저으려는데 아랍인처럼 보이는 아저씨 2명이 오더니 플레이어에 1만달러칩 4개를 올리고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
멍하니 아랍사람 하는짓을 지켜보다 "아 시발 느낌 안좋은데?"하고 고개를 돌렸더니 친구녀석이 중국인들과 함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것 같은 인상으로 그들을 째려본다. 만약 이게 영화라면 아마 아랍인들이 주인공이고, 친구녀석과 중국인들은 따먹기 좋은 엑스트라 같다는 생각에 피식하다가 얼른 정색했다.
10만달러 주황색칩 1개를 올려놓은 갈치색 정장의 중국인이 웃겨 보이는 낮은 포복자세로 패를 잡았는데, 쪼기도 전에 아랍인들이 진짜 우리가 주인공 이었다는 것 마냥 재수없게 파안대소하며 '10'과 '8' 내츄럴8을 던지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렸다.
중국인들이 갑자기 "초이! 초이! 초이! 초이!"를 외친다. 우왓! 저소리는 내가 정확하게 알고있다. '초이'는 '바람불 취'자의 중국어 발음이고 점을 바람불어 날리라는 뜻으로 외치는거다. '초이'를 외치는 경우의 수가 많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3' 한장이 오픈된 경우는 쓰리사이즈(싼삔삔)에 점이빠진 '6'을 노리는거다. 어찌나 낮은포복으로 까는지 나까지 중국인들과 함께 쭈구려 앉아 카드에 집중했다. 쓰리사이즈 왼쪽 중간점이 없다 '6'이면 이기고 '7'이면 지는거다 차마 함께 쳐다보지 못하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친구를 보니 내 심장이 아렸다.
이렇게 영화같아도 되는건가 싶을정도로 우측중앙에 다이아 모서리가 어둠을 찢고 붉은빛으로 뚫고나와 '언럭키 세븐'이 되었고, 찰나의 정적때문에 침통함이 소리를 내는 듯 했다. 어찌됐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됐다. 승부의 무게는 싸우기전 결정하는 것이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나에게는 가벼웠던 1천달러 승부가 누군가에게는 세상 전부의 무게인 듯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칩을 만지는 친구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하자" 하고는 자리에서 일으켰다. "방금 다 걸었으면 뭐에다 갈꺼여?" 했더니 "플!" 하고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도저히 궁금해서 안될 것 같아, 잠시 머뭇거리다 모니터에 찍히는 붉은점을 확인하고 웃으며 친구를 쫒아갔다.
'진짜 그나마 다행이인거다'
친구와 함께 방으로 올라오니 방금 씻었는지 젖은머리로 스마트폰을 만지던 이박사가 "왔냐?" 하고 눈빛도 안주고 반겼다. 김가는 쇼파에 누워있다 그대로 잠에 들었는지 드르렁 거린다. 미니바에서 맥주를 한캔꺼내 따고 통유리벽 앞 차가운 대리석에 누워 적막한 야경을 바라봤다.
최가놈이 씻은건지 헹군건지 모를 속도로 나와 침대로 뛰어들어 게임하는 놈을 괴롭혔다. "시발라마!! 하지마바" 이박사의 욕설에 피식웃으며 궁상을 접고 욕실로 들어갔다. 말년에 내무반에서 삐대다가 행보관에게 끌려가 오물처리작업을 하고 들어왔을 때 보다 더 구석구석 빡빡 씻었다. 마치 그때보다 더러워진 것 처럼 말이다.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의 기분이 이럴까?' 생각했다. 내가 침대인지 침대가 나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뇌가 잠시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크헙"하는 요란한 소리와함께 일어나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간다. 이놈들은 가방을 싸고있는 폼이 이미 방을 나설 준비가 끝난 듯 했다.
막 일어나 정신도 없는놈에게 뜬금없이 비닐로 꽁꽁싸맨 홍달 한뭉텅이를 건냈다. "이거 공항까지만 지켜주라" 이박사가 8만 나머지가 3만씩 모아서 14만을 만들었단다. "너 3만빼면 돈 없지않냐?" 최가놈을 바라보니 1천달러 3장을 흔들며 "니가 테이블에서 바꿔준거 있다."하며 씩 웃는다.
후다닥 씻고나와 금고에서 돈을 꺼냈다. 혹시 루비등급이 안되면 어쩌나 싶어 살짝 고민하다 '에이 오링나면 빌리면 되지' 하고 전부 배낭바닥에 깔았다. 부피가 큰 면바지와 저지하나를 버려서 출발할때와 부피는 비슷했는데 무게는 훨씬 무거웠다. 배낭을 짊어지고는 "시발새끼들아 비켜 나 걸어다니는 벤츠야" 하며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방을 나섰다.
체크아웃 후 베네시안 2층 '북방관'이라는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하고 카지노로 내려갔다. 이박사는 8,000달러를 들고 룰렛으로 향했고, 나머지 두놈은 가진돈을 한방에 베팅하겠다며 사라졌다. 재밌을 것 같아 따라가 구경하려다 '쩝' 하며 근처 슬롯에 앉았다. 약간 모지리처럼 배낭을 앞으로 메고 150달러 맥시멈으로 시작했는데 거짓말처럼 서너번 돌렸을 때 물고기 다섯마리에 와일드 몇개 나오더니 30배를 줘 점심값을 내고 7천몇백으로 시작했던 돈이 1만2천달러가 됐다.
티켓을 출력해서 옆자리로 옮기는데 한방승부를 본다던 친구두놈이 언제왔는지 옆에 있었다. "뭐냐 실패냐?" 했더니 "엉~"하고는 민망한 듯 케케거린다. "담배나 피자" 하고 흡연실로 가던 중 웬일로 샌즈리워즈에 사람이 없다. 다가가서 "하우 매니 모어 포인트? 루비멤버?" 하고 여권과 카드를 내밀었더니 "오! 어쩌구 저쩌구" 하고는 잠시 투닥거리더니 붉은색 카드와 예상치 못한 백달러 프로모션칩 6개를 챙겨줬다.
"아 시불 진즉에 와볼걸 뻘짓거리 했네...지금 만이천있는데 빌려줘?" 했더니 친구놈들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12,000HKD 티켓을 교환하고 흡연실에서 3천달러 씩을 빌려주니 의욕어린 눈빛을 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박사를 찾아 나섰다. 안보여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전자룰렛이 아닌 테이블룰렛이었다.
테이블룰렛은 칩의 색으로 베팅한사람을 구분한다. 달러칩을 베팅해도 되긴하지만 100달러부터 베팅이 가능하기에 금액이 적혀있지 않은 색깔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통 딜러에게 현금 1천달러를 교환하면 미니멈 25$나 50$, 100$에 관계없이 색깔칩 40개를 준다.(※미니멈에 따라 다르게 주는 곳도 있음) 곧 색깔칩 하나의 액수가 25$인 것이고, 색깔칩은 교환한 테이블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이블을 이동할 때에는 달러칩으로 교환해야 한다.
미니멈 50$ 테이블엔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두명, 금발의 중년남자와 동남아계 여자가 커플인 듯 함께있었다. 이박사는 초록색칩 몇덩이를 가지런히 정리해 가지고 있었는데 초록색칩이 0, 3, 15, 26, 32 숫자에 2개씩 베팅되어 있었다. 룰렛판을 보아하니 '0'을 기준 양옆두칸에 베팅한거다. "잘되고 있냐?"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더니 괴상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천달러로 시작했는데 오천 넘었다" 칩을 짤그락 거린다.
역시나 '0'에 미련을 못버려 따고도 일어서지 못하고 앉아있었단다. "룰렛박사 믿어야지?" 딜러가 구슬을 돌린 후 잽싸게 100달러짜리 프로모션칩 6개를 '0'과 '3'에 3개씩 나눠 올렸다. 버린다 생각하고 올린 칩이 '행운의 칩'이었다는 듯 구슬이 '32'를 유연하게 통과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레드에 베팅했던 한국여자로 둔갑한 돌고래 두마리가 고주파 환호성을 지른다.
'3'이다. 또다시 사고를 쳤다. 300달러, 정확하게는 600달러가 10,800달러가 됐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척 조급하게 몸을 들썩이며 칩달라고 안달하지 않고 딜러가칩을 정리하는 동안 오히려 의자에 몸을 기대본다. "야 시박 어떻게 앉자마자 이렇게 쳐먹냐?" 썩을!! 눈치없는 박사녀석이 호들갑을 떨며 고수 코스프레에 초를쳤다.
"영(0) 기다릴거냐?" 하고 칩을챙겨 일어섰더니 "아냐 먹을만큼 먹었어." 이박사가 함께 일어선다. 지금은 미련없이 첫 해외여행의 유흥을 마칠 때이다. 캐셔에 유난히 줄이길어 시간이 지체될까 걱정했는데 맨앞에 다른친구 두놈이 보여 이박사와 얼른 칩을 건냈다. 칩을 현금으로 교환하고 빌려준다고는 했지만 사실 받을 생각이 없었던 6천달러를 돌려주었는데 이놈들 둘이 돈을모아 바카라에서 6천달러씩 두번을 이겨서 안받는게 미안할정도로 싱글벙글이라 기분좋게 받았다.
베네시안의 로비를 나오다가 한국인 커플에게 부탁받아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도 덕분에 4명모두가 나올 수 있도록 화려한 로비에서 더 화려하게 웃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며 창문밖으로 호텔들을 바라보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3일남짓한 시간이 인생의 날만큼이나 길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마카오공항에 도착해 사람이 없는 게이트앞에서 배낭을 열어 돈을 나눴다. 나522,800HKD, 이박사97,000HKD, 최가김가 각 36,000HKD 환전하는 것도 걱정인데 인청공항에 입국하는 일이 더 큰 걱정이라 많이 따지 못한 두친구에게 1만달러씩 나눠주며 운송료 10프로라며 10만달러씩 배달을 부탁했다. "야 존나 짭잘한데? 내가 다 배달하면 안되냐?" 고마움을 표현하기 민망했는지 과장된 김가놈의 쥐랄에 다같이 웃었다.
마카오공항에서 잔돈(?)으로 쿠키 몇상자를 사고 에어마카오 비즈니스석에 올랐다. 정말 넓은자리에 앉아 편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기억이 안나는게 비행기 바퀴도 구르기 전에 잠깐 눈감았다 떴더니 인천에 도착한단다. 다들 피곤했는지 비슷한 상황이어서 너무 억울했는데 박사새끼만 기내식을 먹었다해서 그만큼 다시 욕을 쳐먹었다.
긴장이 무색할만큼 쉽게 세관을 지나쳐 나온 시각이 저녁 8시반, 공항 ATM기에서 20만원을 출금했다. 잔액 1,107만원 군대에서 알뜰살뜰 모은 돈에서 여행경비를 쓰고 127만원이 전재산 이었는데 8자리가 된 잔액을 보니 광대가 실룩였다.
"방배고개요" 하고 체어맨 모범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집에 부담스러운 짐을 놓고 한잔 찌그리기로 했는데 집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길래 대충 가방을 던지고 삼성동으로 이동했다. '홍콩통' 최가놈이 미리 추천 받아놨다는 비싼술집이 있어 이동하는데 "이렇게 반바지에 추레한 복장으로 가도되는거냐?" 는 물음에 "이런게 간지여" 뭣도 모르면서 대답했다.
소개받은 곳 상호가 실크였는데 입구에 겁나 이쁜 누나가 섹시한 오피스룩으로 심장을 방망이질하며 자신을 지아실장이라 소개했다. 맥주와 음료, 술잔 등이 셋팅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룸에 실장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잘빨기만 할 것 같은 섹시한 입술인데 화려한 말빨로 듣도보도 못한 싸구려 술만 설명하며 현금으로 하면 이게얼마 저게얼마 설명하는게 얼마짜리 호구인가 가늠하는 역할인 듯 했다.
적당히 싸구려 술 쳐먹이고 보내려는 태도에 자존심이 상했다. 발렌타인 가격을 물었더니 17년이 60만원 30년이 110만원이라는데 '아이고 시발' 소리가 육성으로 터질뻔 했다. '그래...시원하게 쓰자' 돈있는 내가 여유있게 말했다. "우리 우습게 보지말고, 누나정도 나이되야 물고빠니까 발렌타인 서른살짜리로 세팅해봐" 친구들이 빵터지고 실장이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갑자기 신이난 듯 결혼정보회사 직원처럼 어떤 스타일의 여자가 좋은지 쓰리싸이즈까지 물어보더니 니들 취향을 다 알았다는 듯 "그럼 애들 부를게?" 하고는 자리를 비운다. "야 시발 이거 우리가 생각한데가 아닌데?" 최가놈을 째려보며 바로 이박사 입에서 한소리 튀어나온다. 영화에서 보던 것 처럼 파렴치하게 놀자며 왔는데 그냥 BAR란다. 대신 능력있으면 가게 옆 디자이너스호텔에 미리 예약해 놓은 방이 많으니 올라가서 맥주한잔 하라는데 그말은 즉 2차 비용이 따로있다는 소리다. "이럴때 헛돈 쓰는거지 또 언제와보겠냐?" 돈은 쓰고 써도 넘쳤다.
지아실장을 따라들어오는 아가씨들을 보고 불만을 토하던 입들이 스윽 닫혔다. 진정 하나같이 예쁘다는말로 표현이 안되고 그냥 젊고 아름다웠다. '크흠'
"수연이는 저 오빠옆에 앉고 정이는 저기 앉고...." 초이스 따위는 없이 실장이 자리를 정해줬는데 사실 넷중 누가 앉았어도 만족했을거다. 재밌게 놀으라며 나가는 실장에게 "돈좀빼다줘" 카드를 건내주니 조용히 "얼마?" 하고 입을 벙긋거린다. "오" 하고 손가락 다섯개를 폈더니 "야 이 오빠들 진짜 잘모셔라~" 아양을 떨었다.
1차 280만, 웨이터 팁20만, 호텔비 60만, 2차 120만 네명이서 술값 480만원을 쓰고 아침에 호텔 앞 복집에 앉아 마이뱅크에 검색 된 명동환전소에 얼마까지 환전 가능한지 전화를 돌렸다. "어우 그래도 '실크' 돈값은 하지 않았냐?" 라는 이박사의 말에 "또 올라면 다시 마카오 가야되지 않겠냐?" 바로 다음 일정을 알아본다.
- ㅅㅂ 잠만 잔다
- 나도 생존 신고. ㅈㄴ 졸림
- 배고프다 자느라 밥도 못먹음
-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제 깸
두세시간 단위로 다음날까지 카톡대화가 이어졌다. 아무리 젊다지만 여행 3박4일 돌아와서까지 총5일을 무리하게 달린지라 잃어버린 체력을 잠으로 채우는 듯 하다. 금새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일요일, 월요일 이틀을 버리다싶이 빈둥거리며 보내고 화요일이 되서야 할일이 많아 움직였다.
용산의 야마하 매장에서 바이크를 한대 수령하고 환전하러 명동에 갔다가 돌아오며 이륜차 등록을 해야한다. 원래 동네 마실용 50cc 스쿠터 한대가 있어 평소 바이크에 관심이 있었던터라 갖고 싶었던 'NMAX' 스쿠터 구매를 쉽게 결정했다.
김가와 최가는 환전을 맡긴다며 가진 달러를 모두 두고 갔는데, 둘이 따로 입을 맞춘 듯 나머지는 술값에 보태고 600만원을 보내라는데 아무래도 운송비를 받은게 미안했나보다.
최저가 명동환전소 한곳에서 100만이상도 환전이 가능하단 통화를 마치고 바로 스포츠백에 50만을 챙겨 집을나섰다. 바이크를 수령해 중앙우체국 옆 환전소를 향했다. 생각없이 환전소로 들어가 50만 홍콩달러를 건내고나니 그제서야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더우시죠?" 하면서 시원한 레쓰비를 하나 건내주는 친절함에 엄청 민망해 "아뇨 괜찮아요" 하고는 괜히 헛기침을 흘렸다.
현금 7200만원 오백만원짜리 백만원짜리 묶음 수십개를 주는데 144*500000=7.20000E7 라고 써진 손바닥 4분의1만한 종이쪼가리 한장 주는게 영수증이다. 5분거리의 은행이 멀게 느껴질만큼 무겁게 가져가 입금하고나니 갑갑하던 속이 뻥-뚫린 기분이다. 카지노 이후 게임도 무료해지고 돈이 잠시 우스워 보였었는데 역시 돈은 무서운 것이다. 그런거 고칠라면 500만원짜리 돈덩이 몇개 끈에묶어 덜렁덜렁 어깨에 걸치고 다니면 되는거다. 창구 이체는 수수료가 비싸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보내주려는데 1일 이체한도가 천만원이라 한놈은 다음날 마저 보내주기로 했다.
6월16일 아침 이박사와 드디어 다시 마카오를 향했다. 돈개념이 어느정도 정상화되어 에어마카오 비즈니스는 못타고 제주항공 앞자리 지정석을 이용했고, 얼토당토 않은 영어로 베네시안 프리룸을 구했는데 생각보다 4박이 쉽게 예약 됐다.
마카오에 두번째인데 수십번은 와본 사람처럼 비행기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달려가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아탔다. 3주가 3년 같았는데 베네시안은 그대로다. 어딘가에서 읽은 '카지노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인천공항에서 세운 계획은 선 밥값 후 식사였는데 카지노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식당으로 들어가 마카오비어와 완탕면을 시켰다.
내가 93,200달러 이박사는 47,000달러를 가져왔다. 4박일정이라 시간여유가 많았는데 6월의 마카오는 유난히 습하고 더워서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오로지 카지노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식사 후 30달러(420원)짜리 슬롯머신을 깨작깨작 거리다 2300달러(33만원)짜리 보너스 게임에 당첨이됐다. "아 쎄게할껄..." 카지노에서 백이면 백 한번씩은 경험한다는 '할껄충'이 뇌를 좀먹는다. 카지노는 도망가지 않는다며 천천히 길게 즐기자고 생각한 건 다른놈이었다는 듯 '싯팔싯팔' 중얼거리며 체크인을 하러간다.
베네시안에 아직 루비등급이 많지 않은건지 체크인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VIP창구는 텅텅 비어있다. '뭐야 이 새끼' 하는 눈으로 손을 슥 내밀길래 루비카드를 보여줬더니 "오!!" 하고 미안한 듯 앞까지 안내해준다. 사실 마침 운이 좋아 VIP창구가 비어있었던 것 뿐인데 체크인을 하고 돌아서 나오면서 괜히 시선이 주목된 듯해 우쭐해본다.
카지노로 향해 이박사를 찾아 객장을 어슬렁 거리는데 이제 막 슈를 시작해 손님 좀 불러보려고 딜러 혼자 그림을 만들고 있는 테이블에 자꾸 눈길이 갔다. 뱅커에 점하나를 찍고 주변을 살피며 쫌 기다렸다가 다시 뱅커에 점하나를 찍고 주변을 살피다 눈이 마주쳤는데 베네시안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딜러라 활짝 웃어주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대충 1천달러 지폐를 움켜쥐어 던져주니 14장이라 1만달러칩 1개를 주머니에 넣고, 1천달러칩 4개를 파란구역에 올려본다. 희안하게 모니터에 뱅커는 붉은색으로 표현되는데 테이블에 베팅할때 칩을 놓는 구역은 파란색이다.
BANKER 4천달러 승
BANKER 8천달러 승
BANKER 6천달러 승
BANKER 2천달러 승
BANKER 4천달러 승
1만이 될때마다 검정색칩으로 교환해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를 털어 넣었는데 뱅커점 7개가 찍히고 앉을자리 없이 사람들이 넘치게 몰리고 나니 지난번의 대승이 떠올랐는지 뜬금없이 겨드랑이에 홍수가 난 듯 땀이찬다.
긴장 때문에 '어우 안되겠다 나는 이정도가 마지노선 인가보다.'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무리하게 밀어넣은 1만8천달러가 내추럴8로 깔끔하게 승리하자 애써 안떨어지는 몸을 일으켰다. 바로 옆 빈테이블에서 손에 가득한 칩을 1만달러칩으로 교환하니 1만칩 5개 1천칩 6천개가 됐다. 칩을 짤그락거리며 베팅하지는 못하고 움찔만 거리다가 연이어 찍히는 붉은점을 야속하게 바라만봤는데 11개에서 끊어진 붉은줄을 확인하고 나서야 발길을 옮겼다.
식은땀에 젖은 몸이 무거웠는데도 기분은 좋은게 진짜 등산이라도 한 기분이다. 다른점은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며 맞은 시원한 바람에 땀이 식은게 아니라는 거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첫줄=장줄'을 지나간 그림으로만 보다가 들어가서 직접 먹어보니 과연 소문대로 맛집이 아닌가? 한번 대차게 올라간 광대가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룰렛박사, 영박사, 이박사를 찾아 전자룰렛 기계가 많은쪽으로 왔다. 이대로만 계속 승리해주면 이번 항해는 순항인데 이박사의 표정이 폭풍우를 만나 망연자실 한다기 보다 가랑비에 많이 젖은 듯 사뭇 심각해 보인다. "얼마썼길래 표정이 썩었냐? 형님이 많이 따왔다 쫄지말고해." "아냐 사천(4천달러) 땄어" 옆에 앉아 이박사놈의 얘기를 들어보니 따고는 있는데 저번에 왔을때랑 기분이 매우 다르단다.
한숫자(0)에 100번 기다려서 3백달러 남짓 이득보려고 10달러로 시작한 룰렛인데 기다리다 참지못하고 홀짝, 검빨이나 3배구역에 3백, 5백달러씩 쎄게 베팅해 수익이 발생하니, 한국에서 머리싸메고 생각해 온 시스템이 순식간에 깨져버린거다. '누구에게나 그럴듯 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전까지' 라는 타이슨의 명언처럼 이박사는 카지노의 돈으로 몇방 쳐맞았으니 심각한 표정이 이해가 됐다. 그래도 카지노에선 시스템이고 나발이고 앓는소리를 한다지만 따는게 '장땡' 아니 '내추럴 나인' 아닌가? "방키 받아왔는데 올라가자." 딴놈 일으키는 건 잃은놈 일으키는 것 보다 쉽다.
짐을 정리하고 친구는 카지노로 나는 쇼핑센터로 향했다. 큰 돈주머니(힙색) 하나 사려고 갔다가 결국 오메가에서 4만9천5백달러(710만원)짜리 시계를 질렀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브로드애로우 마지막모델, 프레드릭피게 무브먼트 어쩌구, 소장가치가 있다는 둥의 헛소리에 현혹되어 땀을 질질 흘리며 쇼핑한 덕분에 방에 올라와 다시 샤워를하며 방수인지 확인했다. '내 시계는 방수다 존나 좋다.' 자위인듯 들리는건 기분탓이다.
'오 좀 놀아 본건가?' 물고기(초보)들의 시선을 즐기며 번쩍번쩍 누가봐도 방금 산 시계를 자랑하며 테이블에 양손을 올리고 앉는다. 시계를 찬 왼손으로 칩을 촤르르촤르르 만지작거리며 오른손으로 까딱거리며 패를까보라 명령하면 딜러는 패를 뒤집고 시선을 나에게 향한다. '내추럴 아니면 가져와' 하며 멋지게 카드를 던진다. 이런 상상을 하며 내려왔는데 아무도 시계는 관심없고 현실은 내가 물고기다. 역시 알아주는 사람은 친구뿐이라 쪼르르 달려가서 좀전 시계매장 직원이 한말을 앵무새처럼 자랑하고 현자타임이 왔다.
쇼핑하고 남은돈 8만8천달러, 마카오에서 아직 첫날이니 오래놀자고 8천달러만 가지고 내려왔는데 찔끔찔끔 베팅하다 순식간에 빈손이 됐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1만달러만 챙기려다 3만달러를 챙기며 '이거 잃어도 본전이다' 본전에 시계값을 비벼본다. 루비룸(VIP)에서 3천, 8천, 1만9천 올인. 3만이 8천보다 더 순식간에 녹는 상황에도 '베팅을 더 쪼개서 할껄'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돈이 부족해서 졌다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부족한 돈을 탓하는 순간 바카라 귀신이 찾아 왔는지 모르겠다.
바카라 귀신은 신들린 듯 이길때에도 찾아오지만 이렇게 벼엉신같이 무너질 때에도 찾아온다. 귀신에 홀린 듯 정신없이 따고 잃다보면 어느새 부자가 되어있거나 아무것도 손에 들고있지 않게된다. 도박은 결과론이고 따면 내가 잘나서 잘한 짓, 잃으면 '할껄충'이 된다. 역시나 기다리던 붉은점이 찍히는 걸 보며 '돈 다 갖고 내려올껄' 하며 돌아서니 온몸에 기운이 없다.
방으로 들어서 침대에 벌렁 누워 감은눈으로 패배를 되새김질하다 애써 잠을 청했다. 배고파서 잠을 깨웠다는 듯 속이 쓰리고 그륵그륵 괴물소리를 낸다. 침대에 누워 4시간 전 남긴 '잔다' 라는 짧은 메세지에 이박사녀석이 COD에 룰렛 원정을 간다고 남겨놓고 다른 메세지가 없다. 9시가 넘었는데 배도 안고픈가 싶어 쌍욕부터 날리려는데 이박사가 양손가득 쇼핑백을 들고 들어왔다.
얘기인즉 COD에서 당일 멤버쉽카드 발급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돌림판을 돌려 선물을 준다는데 30포인트 마다 한번씩 돌릴 수 있어 60포인트 채워서 세번 돌리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이박사는 열쇠고리 하나와 아이폰6+, 1만달러의 보너스포인트에 걸려 "대바아악!!" 을 부르짖었단다. 기분이 좋아 한잔하려고 비싼양주도 한병 사왔데서 룸서비스에 얼음과 요리 몇가지를 후다닥 시키고 미쳐서 5만달러 까지 녹아내린 좟짓꺼리를 '카지노귀신에게 당한썰' 따위로 포장해 얘기하며 우스운 표정을 지어본다.
프랑스 꼬냑 레미마르땡 XO가 얼큰하게 속을 달궈주니 5만달러를 가지고 내려가서 한방에 10만을 만들고 재차 냅다 꽂아서 20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 날 방해하지 말라는 듯 조심스럽게 돈주머니를 챙겨 내려오니 베팅도 하지 않았것만 심하게 목이탄다. 한쪽에 쌓인 귀여운 생수병을 짜그락 소리가 날때까지 빨아재끼고 고작 칩5개 5만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700만원을 5만원으로 만드는 최면을 걸어본다.
5만원쯤은 개미똥구멍만큼도 관심주지 않을 곳 다이아몬드룸으로 들어가 테이블을 훑었다. 겨드랑이에 사이에 덜렁 낑긴 노란색 에르메스백, 귀여운 발꼬락에 걸쳐놓은 샤넬 쓰레빠를 여유있게 까딱거리는 하얀 피부의 여자가 나를 유혹하는 듯 하여 걸음을 옮겼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앞에 10만달러칩과 1만달러칩 몇개, 1천달러칩 수십개를 쌓아올린걸 보니 분명 잘 찾아온게 맞았다.
뱅플뱅플뱅플뱅 속칭 옆줄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다같이 한마음으로 옆줄을 가는건 아니고 중국여자는 뱅커에 베팅했다. 내 느낌에도 뱅커가 올라올 것 같아 당초 엎어서 두번 먹겠다는 다짐대로 1만칩 5개를 뱅커에 올렸다. 두근두근 BANKER 6 절반의 승리. 옆줄이 끊기고 뱅커가 올라오자 여자는 싱긋 웃으며 나를 한번 쳐다보고 다른 세사람은 까불어 보라는 듯 웃으며 의자에 몸을 더 묻었다.
절반의 승리도 이긴건 이긴거다. 깨물고 싶을만큼 새하얀 목덜미를 가진 여자를 마주보며 웃었다.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까닭인지 승리의 여운에 취해서인지 심장이 요동쳤다. "한궈?" 여자의 물음에 한국인이라고 영어로 말하자 "다음번엔 어디에 걸고 싶어?" 유창한 영어로 되묻는걸보니 나보다 잘배웠거나 홍콩사람이리라. 3만을 뱅커에 올리고 천달러칩을 페어에 2개씩 타이에 하나 올렸다.
여자가 나를따라 뱅커에 10만달러칩 하나를 올리더니 뜬금없이 자기는 '옌' 이라 소개한다. "음?? 아예.." 도박하는데 쓸데없이 말걸지 말라고 알았다고 중얼거린건데 '예' 가 아니고 '옌' 이란다. '아..예..' 도박에 빠져서 이렇게 예쁜여자가 눈에 안들어온다 오로지 여자가 빨리 좋은패를 까서 이겨줬으면 좋겠다.
플레이어 K, K 뱅커9, 9 승리다. 전무후무 할 대승의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