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와이프가 광동성 인근에 있는 중유발전소 사장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듣고 발전소 사장이면 한국전력 사장같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머리가 더 복잡해지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의 장인이 광동성의 공상국장으로 계시다고 하더군요. 공상국장은 그 성에 있는 모든 기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더군요.
그 친구 와이프가 워낙 막강한 권력와 재력을 가진 집안이었는데, 그 와이프 주변에는 자기 배경만 보는 사람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겸사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신분을 노출할 것도 없이,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는데, 그 때 이 친구와 만나게 되고, 너무 사람이 착하고 순수해보여서 사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친구가 선배가 다녔던 그 회사에 취직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헤어졌다가, 중간에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전에 한국에서 회사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자고 했을 때, 그 와이프가 매우 반대했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면 분명히 달아붙을 것이다. 그냥 조용히 중국으로 가자고 하였는데, 그 친구가 우겨서 그 저녁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단, 자기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절대 말하지 말라는 조건이었다고 하네요.
우리는 당시 그것도 모르고, 그냥 중국으로 장가가는 불쌍한 친구라는 마음이었는데, 그날 저와 선배가 한 행동으로 그 친구 와이프가 너무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 선배에게는 몇 차례 전화를 해서 놀러오라고 했는데, 선배는 그냥 인사겠거니 하고, 그냥 흘려들었다고 하네요.
그 날 너무 좋게 대접을 받고, 다음날 차이나텔레콤을 방문하여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로비에 총경리가 우리를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SKT의 최회장같은 격이죠. 총경리가 그 친구 와이프의 전화를 방았다고 인사하면서, 담당자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배 일을 마무리하고, 저와 선배는 3박 4일동안 정말 황제 대접을 받으며 출장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난 후에, 제가 별도로 중국에 유기농화장품을 수출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상하이 항구에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일이 한달정도 지속된 일이 있었습니다.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것이 유툥기한이 매우 짧아서 발발 동동 굴리고 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해보았습니다.
그 친구는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련 서류 다 보내주세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하더니, 한달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통관이 안되던 화장품이 그 이틀 후에 반출이 되어 큰 낭패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작은 이유에서 출발한 인연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부탁보다는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살아있는 지 정도 확인하는 안부인사만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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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보다 내가 조금 더 배웠다. 내가 조금 더 여유가 있다. 내가 조금 더 지위가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정말 소중한 인연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좀더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남을에게 상냥하게 대하면 훨씬 더 나은 인생,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