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면서 기분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나쁜일도 많이 생기는데 그 중 편의서하면서 생겼던 일들 몇가지 써보겠습니다.
편의점을 조금 크게 열었습니다. 40평정도에 주변에 아파트 학원 학교 영화관이 있어서 유동인구가 꽤 되는 거리였거든요. 그래서 테이블(나무테이블) 놓는 공간을 타점포에 비해 조금 더 넓게 했습니다만 이것이 스트레스 유발을 할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1 사람들이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번거롭지 않게 하기 위해 테이블에 티슈, 나무젓가락, 우유빨대, 음료빨대를 넉넉하게비치해두었습니다.
한달이 지나고 보니 라면은 200여개가 넘게 있는데(창고 라면박스에 있는 나무젓가락은 물건 받자마자 카운터로 빼둠) 젓가락이 하나도 없는거에요.
판매량에 비해 소모품 소모속도가 이상해서 약 이주간 유심히 지켜봤는데 아래의 이유때문이었습니다.
— 학생들이 나무젓가락으로 칼싸움을 하고 라면 익을때까지 기다리기 심심했는지 막 부러트리고 버림
— 학생들이 담배필때 손에서 냄새 안나게 하려고 담배를 젓가락사이에 넣고 피는데 씀
— 라면 하나 사서 서너명이 나눠먹음(1인 1젓가락, 한입만 먹어도 새젓가락..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보통 라면 하나 팔면 100원가량 남는데.. 젓가락 구입 비용이 개당 20원쯤 합니다. 더 싼것도 있는데 가끔 냄새나더라구요)
— 음료나 우유 먹을때 사용하라고 놔둔 투명빨대로 라면국물을 마심(이건 조금 충격이었음 생각지도 못했던지라)
— 화장실가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휴지를 가져감(이건 밑에 한번 더 쓸게요)
이유는 더 많았지만 너무 낭비되는 소모품이 많았던지라 모든 소모품은 카운터 앞에 두고 자율적으로 가져갈수 있게 바꿨습니다 이후 낭비되는게 적더군요
2 우리 건물에 화장실이 있는데 오픈되어있었습니다. 건물주가 청소해주시는 이모님도 고용해서 재활용쓰레기, 화장실창소, 상가 주변 청소를 맡길정도로 상가를 깨끗하게 관리했죠 관리비가 아깝지 않았어요.
이 화장실에 화장지도 있었죠. 그래서 인근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자주 사용했는데 아주 x같이 써서 화장지를 없애버렸습니다
— 손 씻고 젖은 휴지를 천장, 거울 등에 던져서 붙여놈
— 학생들이 담배핌
— 휴지에 불을 붙임(가장 큰 이유)
그래서 화장실에 화장지를 없앴더니 우리 매장에 들어와서 한주먹씩 들고가는거였죠 그 다음은 잠궈버렸구요
3 인근이 주택가 학원 학교다보니 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자주 오는 학생들인데 어느순간부터 라면을 안 치우고 가는거에요
처음 한주는 치우고 가라.. 말로 하고 그 이후로 변하는게 없길래 라면 안 팔테니 옆에 김밥천국가서 먹으라고 했습니다ㅡㅡ;
4 테이블 공간이 커서 그런지 외부음식 들고와서 먹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사가지고 와서 콜라 하나 사서 먹음. 외부음식 취식불가입니다 하고 내보냄. 근데 이해가 안되는게 서브웨이가 우리 매장에서 한 800미터 떨어져있는데 이걸 왜 여기까지 들고와서 먹나 신기했음
— 옆에 김밥천국에서 김밥사고 우리매장에서 컵라면 사서 먹으려 함. 내보냄
— 근처 족발집에서 족발사가지고 와서 전자렌지 돌려서 먹으려 함 내보내려 했더니 전자렌지 사용료 주겠다고 함. 그런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시냐했더니 사과하고 감
—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 테이크아웃 해와서 마심. 내보냄.. (아니 그 커피숍에 앉아서 마시면 될걸 왜..?)
— 그 밖에 만두 떡볶이 엄청 많음..
5 어느 날 할머니가 오셔서 2L짜리 물 6입짜리를 사셨는데 저희 매장 앞에 계단 몇칸이 있어서 다치실까봐 계단 아래로내려다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우리집 저기 코 앞인데 좀 들어다 달라고…
안된다고 하고 카운터로 왔는데 그때 그 기분이란 참..
그 이후에도 몇몇 배달해달라고 하시는 분이 계셔서 그냥 없애버렸습니다 어차피 주변 200미터 안에 마트가 2개나 있어서 판매량이 그리 좋진 않았거든요 ㅠㅠ
6 평화로운 주말 오후였습니다 날씨가 참 좋았죠
그러던 중 어느 아주머니 한분이 오셔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뭘 버리고 가시길래 커피 얼음 버리고 가셨나 하고 가서 봤습니다. 주변 커피숍에서 테이크아웃하고 마시다 남은 얼음 버리고 가시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근데 가서 보니.. 배추김치 반포기가 들어있는거에요
바로 나가서 차타고 출발하려는 아줌마잡고 다시 가져가라했더니 놀러 왔다가 김치는 남고 집은 멀어서 버렸다길래 실랑이 좀 하다가 안가져가면 경찰 부른다고 하니 가져가셨네요..
7 가끔가다 핸드폰 충전해달라는 분이 계셔서 별로 어려운 일 아니니까 해드렸었죠
그렇게 해드리다가 반년쯤 지났나.. 휴대폰 충전해달라고 하더니 나가서 3-4시간 있다가 옵니다 ㅡㅡ
영화보고 왔나봐요
그러던 어느 날 낮에 충전해달라는 사람이 와서 해드리는데 밤 12시가 다되도록 안 오는 겁니다 문 닫아야하는데;; 새벽 2시까지 기다리다가 걍 문 닫고 갔어요 담날 찾아갔대요 그 이후로는 자주 오시는 분 말고는 안 해드리게 됐어요 왜 다른편의점에 핸드폰 급속충전 기기가 있는지 알게되었어요
8 테이블 있는 곳에 전원 콘센트를 2군데 설치했습니다 이용하시면서 핸드폰 충전도 하시라고..
그러던 어느 날부터 노트북을 들고와서 죽치고 있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3-4명이 와서 쥬시쿨2개 사더니 앉아서 2시간가량을 조별과제 하더군요 인근에 커피숍만 3개나 있는데..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기콘센트를 막아버릴만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어요
고데기를 가져와서 머리를 하더군요
… 하지마시라고 내보내고 콘센트 차단기 내려버렸습니다
9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4학년쯤부터 화장을 시작하더군요 근데 화장이 좀 서툴고 화장하면 집이나 학교에서 혼나니까 밖에서 애들끼리 서로 해주고 공유하나봐요
근데...네.. 그 장소가 저희 편의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귀여웠어요 얼굴에 그림을 그렸더라구요
그러다가 몇주가 지나보니 애들이 화장을 하러 들어옵니다 ㅡㅡ.. 중고생들까지
테이블에 화장도구들 다 널부리고 화장을 합니다 크게 신경을 안 썻는데 가끔 라면 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뭐라 하시기도하고..(냄새난다고..) 어느순간부터 테이블에 쌍커플테이프 붙여놓고 립스틱 손으로 바르고 그 손을 테이블에 닦고 테이블에 반짝이 묻어있고.. 그때부터 화장실가서 하라고 말하고 내보냅니다….
이외에도 많죠.. 절도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있고..유통기한 지난거 몰래 바꿔가는 사람도 있었고 근처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사서 오다가 녹았다고 저희꺼랑 바꿔 가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저희가 못팔거든요..? 편의점용은 포장지에 편의점용이라고 써 있고 바코드도 달라서 못 팔아요..모든게 그런건 아니지만;
또 핫바도 같은 2천원인데 왜 이거 2+1 안되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고.. ㅋㅋ
빙그레 바나나우유랑 요쿠르트 뚜껑 손으로 눌러서 구멍내는 사람도 있고
피자랑 치킨 시켜먹고 받은 콜라 몰래 바꿔 가려는 사람도 있고 ㅋㅋㅋ 이건 한번은 당하고 한번은 잡았습니다
업소용 콜라는 바코드가 아예 없어서 판매가 안되요..
초코렛 녹여 먹는다고 은박지째로 전자렌지 돌려서 불낸 사람도 있고 ㅋㅋㅋ 하…
또 한번은 술취한 아줌마가 와서 저한테 호스트바나 게이바 트젠바 어디 좋은데 아냐고 성희롱도 당했습니다 ㅋㅋㅋ 역으로 보면 여자한테 오피나 주점중에 물 좋은데 아냐고 묻는건데.. 이건 참.. 욕하려다가 참았네요
손님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싶지만 이런 일을 겪은 날은 짜증나고 화가 엄청나서 그렇게 하지 못하네요
원래 제가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편의점하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엄청 잘내게 되었다고 느낄때쯤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보았어요.
화라는 것이 내면 낼수록 그 화를 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기준점이 낮아진다라는 것인데 원래 100에 화를 냈다면 그 다음은 90 그 다음은 80 이렇게 낮아져서 나중에는 별일도 아닌 일에 화를 낸다는거죠.
제가 지금 그 별일도 아닌 일에 화를 내게 되서 인간관계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가게는 접었구요 위약금도내고.. ㅋㅋㅋㅋ
암튼 편의점하면서 생긴일이었습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