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을한지 10년차가 되었네요.
이전에는 서버개발자와 비교당하며 천대받았지만 요즘은 대우도 괜찮고 FE의 구조와 특이성에대한 이해도도 다들 높아져서 그럭저럭 괜찮은것 같습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개발일정을 수립하는데 기획, 설계를 잡아놓으면 서버 API에 맞춰서 디자인만 적용하면되지 무슨 설계가 필요하냔 이야기를 들었었죠.
연봉도 10년전에 1800으로 시작했었는데 정말 생활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각설하고 제가 앱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과정부터 생각나는 에피소드들을 좀 풀어보려해요 ~
1. 입사
원래 저는 앱을 개발할 생각이 없었어요. 전산학과 출신으로 서버개발자를 목표로 C부터 Oracle, CCNP, 심지어 Windows server까지 학원에서 대충 10과목 이상을 수강했거든요. 수강기간은 1년반, 비용은 고시원살며 생활비까지 천만원 중반정도 든거같네요. 아무튼 그렇게 학원수업을 다 받고 자격증 시험준비들을 하고있는데, 친했던 학원 강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놀고있으면 잠깐 강남으로 나오라고요.
그렇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면접장소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강남역에서 만나 저를 데려간곳은 회사 회의실이었고, 이사님, 개발팀장님이 계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단계회사에 끌려간줄알고 좀 쫄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SI중소기업이이더라고요. 최근 굵직굵직한 프로젝트 몇개를 수주해서 인원을 늘리는중이라 급하게 인력충원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면접을 시작했는데 개발능력은 들어서 알고있고 앱개발은 할 수 있나 물어보더군요. 저는 “할라면야 다 할 수 있죠”라고했고 그렇게 면접은 끝이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무런 준비없이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는시간에 실무경험 쌓는다 생각하고 알바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보라는 말에 SI가 먼지도 모르고 그냥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SI가 그렇게 무서운것인줄은….
2. 실무의 시작
첫 출근날, OJT같은건 없었고 바로 인수인계가 시작되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SI업체 모두가 그렇듯 다 바쁘고, 남을 신경쓸 여유가 없어서 모르는건 물어보라는 말과함께 하루만에 통신사 연구소와의 합작 프로젝트가 제손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달간 사수도없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앱개발.. 껌이더라고요. 남들은 그런회사가 어딨냐 신입인데 개고생하네 그랬지만 저는 아주 좋은 기회였던것같아요. 억지로 떠밀려서 맡은 프로젝트이지만 개발에대한 자신감을 충만하게 해줬거든요.
3. 첫 프로젝트
통신사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마무리될무렵 새롭게 수주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 입사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M/M(Man month)를 맞추기위해 대리직급을달고 다른 개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달도 되지않아 갑님의 무서움을 알게되었죠. 그 무서움은 두려움을넘어 공포감까지 들정도였습니다.
우리회사는 개발(서버, 웹, 모바일 앱)을 맡은 회사로 ‘병’에 위치해있었습니다. ‘을'은 수주 및 기획, 설계를 담당한 SI업체였고 ‘정’은 우리회사가 고용한 프리랜서 개발팀(아이폰)이었습니다. ‘갑’은 기억하기로 총 4개업체가 있었는데, A업체가 주 프로젝트 진행과 서버개발 일부를 맡고, B업체는 디자인, C와 D업체는 투자만 했던것으로 기억하네요. 그래서 A업체와 B업체의 실무자와 주로 일했는데 A업체가 정말이지 *신 엘리트들만 모아놓았더라고요. 서울대, 구글코리아출신부터 모두 내놓으라하는 스펙을 가진애들이었는데 어떻게 하나같이 하는짓이..
개발은 이미 일주일전에 시작되어서 형상관리를 각 회사에 맞춰서 하고있었는데, 갑자기 통일시켜야된다며 겁나 뿌듯한 표정으로 밤새 공부해서 구축했다는 Bitbucket과 JIRA를 가져와 몇시간에 걸쳐 강의하더라고요. 입사후 처음 겪어본 강의는 우리회사 팀장님의 “레포트 잘해오셨고요 우린 개발하러갑니다.” 라는말과함께 끝이났습니다.
프로젝트가 중반쯤에 접어든 어느 평화로운 월요일 아침. 주말 작업분이 있어서 svn으로 동기화하는순간.. 안드로이드의 모든 소스가 날아갔습니다. 이게 ㅅㅣ발 머선일이고 하며 다른 개발자와 원인을 찾는데, 로그에 떡하니 찍혀있는 그때 그 A업체 강사놈. 물어보니 자기는 출근한적도 없다하는데, 프리랜서팀 팀장이 우리한테오더니 쟤 일요일에 출근했다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git쓰겠다며 또 열심히 공부해와서 svn의 소스를 git으로 이관하다 완전 날려먹고는 토낀거더라고요. 얼마나 정성스럽고 정석대로 날려먹었는지 로컬소스까지 다 날아가게 만들어놔서 진짜 개판될뻔했는데, 다행히 하드카피해놓은 소스가있어서 몇일전 소스로 복구를 했습니다. 그날이후 그놈은 짜져서 아무말도 못했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때 우리가 건의한 서버 튜닝과 증설, 로드벨런싱을 개무시했던 A업체 팀장급 한놈.. 서비스 오픈 후 광고시작한지 10분만에 서버 터진 후 이거 누구때문이냐를 시전. 이래저래해서 결국 너 떄문이다 라고하자 그러길래 개발을 잘했어야지하면서 우리탓으로 몰고가더군요. 이 사건으로 우리업체 대표님 한번 불려가셨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일이 있었는데 너무 길어서 줄여야겠네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일 하나를 꼽아보라면 서비스 시작하고 한참뒤 발견된 아이폰의 “에러다 임마”팝업이네요.
아직도 첫 프로젝트를 뛰어넘는 프로젝트는 경험한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배운건 개발스킬도, 협업도아닌 공부를 잘한다고 똑똑한건 아니구나 하는거였네요.
간단하게 적어보려했는데, 엄청 길어졌네요;;
나중에 시간이되면 100만 개인정보 유출부터 서버도 노동법이 적용되니 6시 이후에는 끄고가라.. 도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