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공에 서식하는 의료인 의사나 한의사로 추정되는 닉이 몇 분 있던데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작년 초까지 시장 입구에 자리 잡고 그럭저럭 운영하던 한의원이 재개발로 구역 전체가 싹.......밀려버리고선
브랜드 대형 아파트 단지가 그 자리에 올라가는걸 보면서 졸지에 백수가 됐었지요.
어디 적당한데 다시 개원해볼까 보면서 밍기적 거리고 있다가 작년 8.15 집회 후 그 생각은 일단 접었습니다.
오랜만에 구인란 뒤져보다가 면접 보러가니까 일면식도 없지만 원장님이 학교 선배......
대한민국 학연의 위력을 체감하면서 일단 경력직 채용됐습니다.
보통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은 대형이 아닌 이상 원장 포함 3~4명의 의료진을 두는데요.
요양병원은 원장이 내과 쪽이면 정형외과나 재활 등 전공 진료과장을 두고 원장이 외과 쪽이면 그 반대로 가지요.
그리고 진료과장 의사 한명 더 뽑는데, 요즘은 양한방협진 개념으로 한방진료과장 한의사를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방병원의 경우 원장은 당연 한의사고 혼자 하면 빡세니까 병상 규모에 따라 진료과장 한의사를 1~3명 더 두게 되는데,
요즘 한방병원의 경우 예전엔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뇌졸중 후유증 재활 등이 많았지만
최근엔 자동차 사고 보험 환자나 수술 후 재활 입원 환자를 주로 보게 되는 시스템이 많기에
양방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개념의 치료를 주로 하면서 추나 시술 가능한 한의사를 주로 채용하게 되지요.
그리고 X-ray 나 MRI 등 검사 장비 사용 및 재활 도수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사 지휘 지시를 위해 양방 진료과장도 채용해서
양한방협진 체계를 구축한 경우가 많습니다.
십여년 전의 의료법 개정 후 양한방협진 시스템 두는 의료기관이 많아졌죠.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한방병원에서 수술 후 재활이나 일반 외래 진료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원장님께서 주로 보시고
저는 교통사고 환자 위주로 전담해서 보고 있습니다.
초진을 통해 사고 날짜 경위 그리고 현재 불편한 곳이 어디인지 파악해서 진료부 작성하는데,
상대방이 뺑소니 시도나 음주운전 기타 죄질이 불량(?)한 경우 환자에게 공감해주면서 재량껏 가능한 최대 주수로 진단서 끊어드리기도 하죠.
이후 환자분 X-ray 검진 후 양방과장 진료와 판독을 거치게 된 후 치료실 입실하면, 저도 X-ray 결과 골격 관절의 상태를 보고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침법을 결정하고나서 들어가 정성껏 침을 꽂아드립니다. 추나의 시원함에 중독된 분들을 위해선 또 그것도 열심히 해야죠.
아프다고 징징대도 열심히 치료 따라와 주시는 분들한텐 저도 더욱 정성을 들입니다. 그리고 그게 호전되는 결과로 매일매일 나타나면 저도 흡족하죠.
치료시 당황할 때가 있는데......생각보다 헐렁한 환자복 밑에 아무것도 안입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말이죠.
허리 골반 엉치 같은데 아프다고 하시면 환부를 노출시켜야 하니까 바지를 엉덩이 반 정도 걸치게 내려야 하는데
노팬티인 경우 저는 민망한데 환자 본인은 그게 뭐?? 이러시니 -_-;
자보 환자라서 젊은 분들도 많은데, 주로 요가 필라테스 강사나 회원으로 자주 하시는 분들이 노팬티가 많으셨더라는 .......
그리고 요즘 확실히 30대 이하로는 문신하신 분들이 엄청 많아졌네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아니......이거 등판에 꽉차게 다 그려넣는것도 다 아픈거 참고 했을텐데......타투 바늘 백번은 넘게 찔렀을텐데
이 가느다란 침 한방에 왜 이리 벌벌 떨면서 애원하는 건장한 근육 돼지들이 많은건가.......이건 참 평소 의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사고로 몸이 너덜너덜해졌는데도, 합의가 최우선 목적인지 진단서만 끊어주면 하루 이틀 입원했다가 휙 퇴원해버리죠.
처음엔 좀 왜 저러지?? 그러다가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자기 몸 자신이 안챙기는데 제가 굳이 교화시키면서까지 챙겨줄 필요가 없는거라고 되뇌이면서 말이죠.
하여튼 주로 중년층 이상 나이드신 분들 위주로 진료하던 한의원 원장 시절과는 달리
젊은 나이의 교통사고 환자 위주로 많이 보게 되는 병원 생활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층 환자의 경우 더욱 더 치료의 효과를 체감시켜줘야겠다면서 신경을 쓰게 되지요.
사람들은 머리론 잘 이해 못해도 몸으로 체험한걸 잊어 버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나이든 사람들이나 가는데고 한의학 자체를 못믿겠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의학의 전망이 밝아지는거 아니겠습니까.
검증이 안됐네 비과학적이네 이런 논쟁은 의미없는 시비 거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거 해도 별거 없던데 이런 거는 내버려 두면 안되는거라서요.
일단 침 맞고 바로 어지럼증, 메스꺼움, 두통 등 TA 후 뇌진탕 증상이 사라지는걸 느끼고
2~3일 후엔 결리던 뒷목이 풀리면서 제대로 돌아가고 허리가 제대로 펴질 정도는 체감시켜줘야 하는거라서
한의사의 지식이나 숙련도 편차가 심해서 실력없는 돌팔의가 많은 편이라는 지적은 따끔하게 수용합니다.
그걸 한의계 전체가 나서서 개선시키지 않으면 경쟁 심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도태되겠죠.
누군가가 한무당이라고 매도하는 것 따위가 아닌 스스로 역량 부족에 의해서 말이죠.
그래도 90년대 학번인 저 포함 후배님들까지 요즘엔 머리 좋은 한의사들이 많아져서
한의사 자체 내부 경쟁에서 도태되는 이라면 모를까
한의학 전체가 서서히 망해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ㅎㅎㅎ
하여튼 짬짬히 눈팅하면서
이상 오늘도 환자의 목과 허리를 우두둑 꺽어가면서 침을 심고 살아가는 한방병원 진료과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