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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99
Channel 0. Finale 1624년 12월 25일 ‘필그림’들이 왕도에서 얻을 것은 대부분 얻었다. 그들의 신경을 거스르던 ‘인종차별주의 단체’를 해산시켰고, 그들의 여정에 필요한 기사단 쪽의 ‘유품상속자’도 합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곳에 온전히 발을 떼기까지는 한 달하고도 7일이나 더 걸렸다.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었거든. “오매 되다 오매 되어......” 리겔은 신음소리를 내며 대기실 소파에 몸을 묻었다. 대기실 천막 너머에는 밝은 햇살의 세계가 있었다. 주설은 멋들어진 드레스를 입고서...... 그녀와 알은체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악수를 하고, 술을 마시고, 포옹을 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었고, 모두들 그녀를 면죄부를 나눠주는 천사인양 대했다. “니미 정승집 개가 뒤졌나......” 그 모습을 보며 리겔은 입을 삐죽였다. 그의 비상한 기억력으로 주설을 모신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날들을 반추해 보아도...... 지금 저기서 ‘절친’이라도 되는 양 포옹을 하는 이들의 90%는 그녀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였거든. ‘클라허 타히’에선 그가 승자였는데, ‘운터 브룩’에서는 주설이 승자가 된 것이, 영판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하냐?”“별 귀경헌다.”“별구경?”“아따 니는 대학물 묵었다는 년이 메타포도 모르냐? 요년 이거 가짜 아녀?”“대충 하나 주워들으면 귀에 딱지가 앉을 때 까지 우려먹는구먼.”“그려야 내것이 되제.” 리겔은 껄껄 웃으며 아이리스를 매도했다가.......별안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이리스는 갸우뚱 하며 그에게 퉁을 놓았다. “오늘 상당히 센티멘탈하다?”“나는 늘...... 센치한 남자여. 내 취미 알제? 노을 봄스로 눈물 짓는거.”“뭐라는거지? 아 그리고, 주설씨가 슬슬 나오래, 리본 커팅 한다고.”“아따, 나 같은 넘이 뭐라고......”“그러게 말이다. 너 같은 놈이 뭐라고 주설씨가 ‘이사’까지 시켜주고 말이지.”“아 맞다. 나 인자 승진혔제?”“사장 1명에, 직원 2명인 회사에서 이사 달아봐야......”“잉? 외 사원이 두 명이여? 니랑 로키 갸는......”“우리? 우린 주주지.”“....... 진짜 디졌으면 좋겄다.”“자본주의의 꽃이 주식인거 몰라? 회사 망하고 싶냐?”“그냥 헌 소리여. 근디 말이여.”“응? 뭐?”“언제 디질겨?”“아 맞아. 근데 그거 알아?”“뭐슬?”“오늘 저녁이 선지국인데....... 재료가 너래.”“허허 좆같은 년이 죽여달라구 악을 쓰네잉.” 서로 훈훈하게 악담을 주고받은 둘은, 말없이 무대를 바라봤다. 아이리스는 무대를 보는 리겔의 눈에...... 동경과 슬픔의 감정이 공존하는걸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부럽다 부러버.....”“뭐가?”“주사장 말여. 언제나 빛나는 별 같자네. 며츨 전만 허드래두 뭔 별거지 겉은년이 채용이다 뭐다 한다 싶었는디.”“뭐......너도.”“잉?” ‘언젠간 그렇게 되지 않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 했지만, 괜시리 훈훈한 말을 했다간 며칠치 놀림감이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리스는 그만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아냐.”“뭐여? 말을 시작을 혔으면 끝을 내야제.”“너한텐 과분한 덕담이라 안돼.”“씨벌련이......끝까지 지랄이네잉.” Channel 0. Prelude 1624년 11월 24일 “헉!”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뜬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적당히 삭은 나무냄새, 그리고 위태위태하게 삐꺽이는 천장, 그리고 이제 막 물에서 건져올린 것처럼 축축하게 젖은 시트. 그가 지금 있는 곳은 아케르날이었다. “잘 잤어?” 문이 삐꺽 열리면서, 여자가 들어왔다. 몇 달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이제 소녀티를 서서히 벗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자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대로 드러누웠다. “긴 여행이었습니다.”“그래, 그런거 같더라. 꽤나 환영을 받은 모양이었나봐? 피가 장난 아니게 튀던데?”“걸리적거리는 놈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의도 없고.....”“뭐..... 예의 차릴 상황은 아니었겠지. 실제로 만나본 소감은?”“제 짧은 소견으론...... 파멸이 그중에선 제일 낫더군요. 위선은...... 솜씨 좋긴 한데, 좀 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다 아시잖아요?”“지켜본 거랑, 직접 느낀 거랑은 다르지 않겠니? 고생했으니, 식사라도 하지 그래.” 그가 돌아올 것을 알았는지, 식탁에는 2인분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대충 떠 먹는 척만 하는 동안, 남자는 걸신들린 것처럼 정신없이 그릇을 비웠다. “더미를 좀 더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아 그래? 지켜보니까 그럭저럭 할 만 한 것 같더니.”“지금이야 그렇지만...... 그들이 더 강해질 것을 상정해 놔야 할테니까요.”“그래 그렇게 하자. 출발은 언제 할 거같디?”“일단..... 그들이 거기에 온 목적을 완전히 달성해야 할 것 같으니 대략 한달정도? 그정도 걸리지 싶습니다. 그 안에 더미를 좀 더 보강하고.....”“......” 남자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여자는 슬그머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남자가 하는 말을 찬찬이 경청했다. 그녀는 그것이 퍽 즐거워 보였다. “신이 나나 보구나?”“아.....네?”“이제까진 책임감에 짓눌렸는지 얼굴이 펴질 날이 없었는데...... 지금은 신나서 계획도 다 세우고 있으니 말이야.”“어.....음..... 죄송합니다.”“아냐, 죄송할거 있니? 그..... 너희 조상들이 만든 말 있잖아. ‘소시지도, 먹을거면 웃으면서 먹어라.’였던가?” Channel 1. 로키 1624년 12월 31일 “와..... 로키군 봤어요?” 답답이는 사뭇 흥분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말 걸 상대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내 가슴팍에 박혀있는 이 종잡을 수 없는 피조물 때문에 나는 눈앞을 가득 메우는 숲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질 않았거든. 그녀는 내게 우리 눈앞에 드리워진 숲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자신의 소감을 한참 동안 늘어놓았지만, 내 반응은...... 그녀의 마음에 썩 내키질 않았을 것이다. 답답이는 나의 이런 반응이 별로였는지 이내 자리를 떠나 다른 이들에게로 쪼르르 넘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녀석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는 없어보였다. 주설은 깃펜을 질겅질겅 씹으며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넘겼고, 리겔의 경우에는..... “오지 마야!”“아니 왜 그리 성질이야?”“니가 열로 와부리면 무게중심이 무너지자네!” 그 덩치가 손을 파르르 떨며 답답이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허 참...... 고소공포증이라니, 저 물결치는 근육이 아까울 지경이로군. 하지만 모처럼만에 리겔놈의 약점거리를 찾은 것이 그녀에게는 퍽 즐거운 일이었는지, 답답이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리겔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녀는 악의가 잔뜩 묻은 즐거움으로 달떠보였다. “덩치 값 좀 하자 근육 돼지야.”“뭐시여?”“에에? 화내는 거야? 여기서 한 번 뛰어볼까?”“하지 마라고!” 답답이와 알샤인은 신이 나서 리겔의 눈앞에서 발을 쿵쿵 굴렀고, 녀석은 손이 햐얘지도록 손잡이를 잡은 채, 도살장 앞의 돼지마냥 꺽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진짜 내리기만 혀라. 너거들 모가지 따가꼬 선지국을 맹글랑께잉.” 다소 유치한 그들만의 잔치에 휘말리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었기에, 나는 주설의 옆자리에 앉았다. 녀석은 내가 방해꾼이라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신경질적으로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방해할 생각 1도 없으니까, 하던거 해.”“그려.” 셋은 낄낄거리면서, 때론 화내면서 하다가 사이좋게 창가에 나란이 앉아서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무르짐 산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리겔도 나머지 놈들이 자리를 복도 쪽으로 옮겨가고 나선 부쩍 용기를 내게 된 모양이었다. “흐미...... 징허네. 귀도 먹먹허지구.”“성도 그렇소?” 알 샤인은 ‘기사단’이라는 짐을 내려놓고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어설프게나마 리겔의 말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책임감에 억눌러왔던 ‘프로하기온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조금은 고개를 드는 모양인가보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바는 아니다. “근데, 시원하게 산을 직선으로 타고 올라가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빙빙 돌아서 가나 몰겄네.”“철도는 노선이 일정 기울기 이상으로 가팔라지면, 제대로 올라갈 수가 없거든요. 크레인으로 끌어서 올리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다소 돌아서 가더라두 완만하게 선로를 놓는게 장기적으론 싸게 먹히제라.”“아아.....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왐마 우리 아우님이 기사단 들어감스로 돈찔러준건 아닌갑소잉. 생각보다 총명허네.”“셤보고 들어갔소 셤보고.” 셋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주설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서류뭉치를 슬쩍 엿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뭐 말이 ‘서류’지 낙서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지러운 낙서가 한 가득이었다. 서류의 한 가운데에는...... “아이템?”“그려.”“그게 뭐가 문제야? 팔건 많잖아?”“인자는...... 그런 식으로는 힘드니 그렇지 뭐......”“무슨 소린지 알 도리가 없군. 그냥 팔면 되는거 아냐?”“몰르는 소리 말어..... 이 바닥서 제일로 수요가 많은 시장이 어디겄어? 왕도 아니겄냐.”“음..... 그렇겠......지?”“나가 취급허는 물건이...... 암만혀두 사치품인디, 왕도에서나 먹히지 딴데서는 비비기나 할 수 있간?”“음......”“인자는 여그서 물건 팔아제낄 생각을 허지 말구...... 여그서 물건을 띠와서, 왕도에 판매하는 걸루다가 전략을 고쳐야 할겨.”“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짓나 했떠니 나름 이유가 있었군.”“근디 그...... 문제가 있다믄...... 기존 유통라인이란게 쫀쫀허게 자리잡구 있을 건디....... 요거를 뚤버내는 게 쉽지는 않겄지.”“.......”“그걸 못 뚫음, 삼민상단은 그냥 지역 브랜드로 끝나는 거여.”“......”“허...... 어디 갑자기 날벼락이나 안 떨어지나.” Channel 2. 아이리스 1624년 12월 31일 열차가 무르짐 산맥의 초입에 이를 때 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사람들에게 ‘가이드’가 빙의되어, ‘필그림’들에게 무르짐 산맥에 대한 이모저모를 소개했었어요. 마치...... 제 자신이 “와...... 이거는 뭐냐?”“어...... 음...... 그게.” 뭐라도 되는줄 아는 것 같은 낯 간지러운 우월감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휴, 정말 열차에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짓이었죠. 그래도 라스알게티 출신이라는 것과, ‘수사님’의 거처에 몇 번 왔다갔다 했던 경험을 가졌다는 어드벤티지로 처음에는 자랑스럽게 이것저것을 말해왔지만...... 문제는 저의 얄팍한 경험으로 커버를 치기엔 무르짐 산맥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창조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형’? 아니 있어봐...... ‘그릇’? 흠..... 생각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이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장소를 한 단어로 묘사하려고 드는 것 자체가 ‘교만’하다는 절절이 느끼게 됩니다. 확실한건 그래요. 제가 이제껏 알고 있던 무르짐 산맥은 과장 좀 보태면 전체의 0.000001%도 안될거에요. “도가도 비상도여.”“그게 무슨 말이야?”“도를 도라고 말 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도라고 할 수 없다.” 우리의 모습을 더는 묵과할 수 없었는지, 주설씨는 질겅이던 펜을 서류철 안에 끼워두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어요. 오오, 참 타이밍이 좋아요. 그녀가 앉을 즈음에 우리를 실은 열차는 거대한 V자 협곡을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무르짐 산맥의 풍경들은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내려다보는 V자 협곡은...... 백미 중에 백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뜨끈하게 김이 나는 피자에서 딱 한 조각을 떼어다 놓은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이런 모양으로 땅이 잘려나갈 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에요. 세계를 창조한 ‘아버님’의 손길이 강력하게 역사하심을 이렇게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한편, 어떻게 보면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배교자 조르다노’가 화형을 당할 주장을 하기 전에, 지금 우리들이 보는 이 풍경을 봤더라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 말이에요.‘배교자’는 죽었지만, 그의 생각까지 죽은 것은 아니어서......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그의 사상이 담긴 찌라시가 학내에 알음알음 돌아다녔다고 했잖아요. 그런 ‘숨은 배교자’들은 자신들의 교조의 생각에 몰두하다보니, “이 세계는 ‘아버님’같은 절대자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니며, 단지 ‘우연’의 산물이었을 뿐이다.”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더군요.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정말 ‘우연’이 이 세계가 만들어졌다면...... 수조안에 흙, 모래, 풀등을 넣고 백날 흔들어보라고 그래요. 과연 지금 제가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수 있기나 하겠습니까? 이 아름다운 풍경, V자로 잘려나간 거대한 지형...... 이건 ‘누군가’가 의도하고 만들지 않고선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는게 당연해요.‘배교자’들은 우리들 보고 ‘신이나 믿는 머저리들’이라고 잘난 듯이 지껄이지만, 그들의 본질은, 그저 책상에 앉아 턱이나 괴면서 망상을 하는 멍청이들 일거에요. 안 봐도 뻔해요. “도가 뭔데요?”“도 몰러유?”“모르니까 묻죠.”“도는..... 말로는 못혀유.”“뭐에요? 말장난도 아니구.”“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건 더 이상 도가 아니라구 혔잖아유. 내 생각에 도는...... 말로 이렇다 저렇다 허는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거라 생각혀유. 쩌것처럼.”“야옹.” 으응? 언제 깨어났는지, 트렁크에서 냥사장이 고개를 빼꼼이 꺼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하, 라스알게티로 돌아오고나선 한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길래, 고향에 온 김에 아주 떠나버렸나 했는데...... 그래도 대접받는 경험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저는 냥사장이 빠져나오면서 만든 트렁크 틈 사이에 손을 넣어 참치통조림을 꺼냈어요. 그리곤 냥 사장의 입에 넣어주었답니다. 냥사장은 오물거리며 참치 조각을 씹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 품안에 파고들어왔어요. “그루미엄으로 가야한다고 했죠?”“잉, 아케르날로 갈라믄 거서 가는기 질로 안전하다구 혔슈.”“거기까진 편도로 8일이다. 이런 풍경은 토하도록 볼 텐데 굳이 지금 감탄하...... 으윽!” 로키군이 퉁을 놓으려는 찰나, 우리 뒤쪽에서 우릉우릉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열차가 떨리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의 창문으로 가려는 차에...... “엎드려!”
갑과을작성일
2020-05-2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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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간통죄 국민청원
형님들 청원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는 커뮤니티가 짱공유밖에 없어서 이곳에 올립니다 제 실제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 부부는 제 15년동안 정말 친했던 대학교 후배와 친구 실제 이야기이며 어짜피 국민청원한다고 법이 바뀔거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친구를 용서할수 없어서 글올립니다 타인인 저도 슬픈데 후배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아프실까해서 뭔가 많이 바뀌지 않겠지만 뭔가 정부한테 간통죄 관련 이야기라도 조금 들어보실수 있게 이곳에 글을 썻습니다 조xx야 15년동안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보지말자 인간쓰레기새끼야 너희부모도 쓰레기고마지막 가는 그날까지 그렇게 보내줘야됬냐 하 나쁜새끼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8091 간통죄 폐지를 개정해 주십시오.꽃다운 32세 나이로 제 딸이 16층에서 투신자살을 했습니다.대통령님 안녕하세요.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글을 올립니다.2020년 1월 20일 광주****에서 살던 제 딸이 16층에서 투신 자살을 했습니다.그 이유는 사위가 6개월 동안 내연관계의 상간녀를 만나며 잦은 외박과 밀회를 즐겼기 때문입니다.6개월 동안 제 딸은 사위로부터 정신적으로 시달려왔으며 1월 20일 새벽 6시에 사위의 핸드폰으로 상간녀와 주고받은 메시지 중 사위가 제 딸과 이혼하기 위한 극단적인 내용을 주고 받을 것을 확인 했습니다. 그 내용은 차마 입에 오르기 조차 역겨운 내용으로, 성관계 동영상까지 공유한 내용까지 본 제 딸은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따름입니다. 심증만으로 6개월을 시달리다 당일 모든 것이 사실이란 것을 확인한 딸은 그 날 자살을 위해 번개탄과 연탄을 사는 등 고민의 흔적을 남긴 채 남동생에게 사위와 상간녀와의 카카오O의 내용을 전송 후 3시 40분 경 투신했습니다.그 흔한 유서 한장이 없이 오롯이 사위와 상간녀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전부인 까닭을 찾고 싶습니다.흔히 남자가 바람을 필수 있는데 자살을 할 정도냐고 하실 수 있지만 제 딸은 그만큼 간절했고 20살 때부터 사위와 키워온 사랑이 전부였고, 사위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까닭에 생활비를 대고 공부한다는 사위를 위해 헌신적인 뒷바라지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착하고 밝았던 딸 이였습니다.나주의 건설회사를 다니며 월 7~800의 월급을 받아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도를 하며 생활비를 끊는 것은 물론 상간녀에게 200만원이 넘는 가방을 사주면서, 우리 딸에게는 자신의 상사의와이프와 비교하며 o이사 와이프는 은행과장이라 월급도많은데 너는 월급도 적게벌지 않냐, 저렇게 여유롭게 살고싶다 라는 말로 온갖 눈치와 구박을 받았으며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언행을 자주 일삼았고, 딸에게 생활비 한푼 안주면서 사위명의로 된 조합원 아파트의 부채를 홀로 다달이 갚으며 어려운 생활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퇴근 후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알아보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혹여 착한 내딸은 부모님이 속상 할까봐 항상 잘지내고 있다, 문제없다, 괜찮다 라고만 말했어서 그 불쌍한 속내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게 부모로서 너무 미안하고 한스럽습니다.제 딸이 투신하던 날 사위는 경찰조사 후 자취를 감추어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불쌍하게 죽어 내 딸은 13년 동안 함께했던,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지냐며 아직도 남편을 많이 사랑한다고 끝까지 놓고 싶어하지 않아하던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차디찬 영안실에 누워있으며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요. 사위는 다음날은 아침 7시에 나타나 처음에는 빈소를 지키는 듯 하다가 나중에는 영정사진 앞에서 웃으며 술을 마시고 땅콩을 던져 받아먹는 등의 행동을 13년을 만났고 결혼하여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고인이 된 아내 앞에서 이성적으로는 할 수 없는 짓을 하였습니다. 사위라는 사람은 그렇게 원하던 딸과의 헤어짐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래서 그 시컴한 속내가 저렇게 은연중 드러났던 걸까요? 저는 이제 보고 싶은 딸을 볼 수도, 만질 수도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습니다. 꽃 같던 내 딸이 너무 불쌍해서 분통이 터집니다.우리가 유품들 전부 알아서 챙겨갈 테니 치우지 말고 기다려달라. 라고 여러차례 부탁해왔었습니다. 그러나 삼오제 때 사용할 유품을 챙기러 사위 집을 방문하였을 때는 이미 제 딸의 속옷까지 없었고, 주방용품과 고가의 유품 등이 다수 없어져 있었습니다. 그 집은 마지막 가는 고인에 대한 예의 마저도 없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물건은 필요에 의해 쓸 수 있으며 나머지 필요 없는 건 이렇게 버리면 그만이었던 걸까요.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제 딸의 유서가 된 사위와 상간녀와 의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았습니다망자가 된 제 딸은 큰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을 선택 했습니다. 저 자들의 추악한 만행은 법 밖으로 도망갔으며, 간통죄가 폐지 되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법으로 보호 받지 못함이 원통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딸을 대신하여 글을 올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8091 감사합니다 형님들 건강하시 새해복많이받으세요 하시는일 다 잘되시길
다스노트작성일
2020-04-19추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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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일기장] 두가지 인생 - 97
Channel 1. 로키 말은 잘난 듯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두 번째 날의 존재를 알아냈다곤 하나, 그걸 볼 수는 없었거든. 눈에 보이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틈을 만들 수 있겠다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선 무작정 달려드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 침착하자. 그래도 녀석이 자신의 수를 드러낸 이상, 똑같은 수에 두 번은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확실해 질 때 까지는 “차근차근 두들겨 팬다며! 언제 할래!”“기다려 봐. 거 참 나 성격 더럽게 급하네!” 녀석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나는 일단 녀석의 공격을 피해나가면서 차근차근 무기의 스펙을 체크해나갔다. “깡!” 돌 부스러기가 내 얼굴을 때렸다. 나는 스탠스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무기가 벽에 남긴 상흔을 확인했다. 일단 칼 자체는 기사단의 표준 무기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도신의 길이는 약 5피트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벽의 칼자국 길이는 분명컨대 5피트 이상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5피트의 칼자국 밑으로 톱날로 긁어내린 것 같아 보이는 7피트 정도 길이의 자국이 따로 나 있었다. 나는 내 추측의 확신을 가지기 위해, 다시 한 번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역시..... 내 추측이 맞았다. 비슷한 견적의 칼자국이 다시 한 번 벽에 새겨졌다. 즉 요약하자면, 녀석은 5피트 길이의 가시적인 무기에, 약 7피트 정도 길이의 비 가시적인 무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것이다. 다만..... 처음의 칼자국에는 7피트의 자국이 5피트의 것의 아래에 나 있었다면, 두 번째 칼자국에는 위로 나 있었다. 음...... 휘어지는 성질을 가진 것일까? 그렇다면 칼이라기 보단..... 채찍에 가까운 걸까? 톱날 같은 것이 나 있는.....? 나는 내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녀석의 참격을 구르며 피하면서, 바닥의 진흙을 잡아채 그대로 집어던졌다. 진흙은 칼을 맞고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래..... 가시적인 무기엔 진흙이 묻었다. 그런데, 이런...... 안타깝게도 칼날 주변에는 이렇다 할 형태의 궤적이 보이지 않았다. 물성이 없거나...... 아니면 그걸 피해낼 정도로 유연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거겠지. 나는 내 의도가 들키지 않도록 궁지에 몰린 듯이 닥치는 대로 녀석에게 진흙을 던져댔다. 위 아래, 좌 우 가릴 것 없이 말이다. 어느 쪽으로 던져보아도, 녀석의 무기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많이 급해졌나봐? 차근차근 두들겨 팬다는 게 이런 거였어?” 물성이 없다...... 이거 참 곤란한데? 막아낼 수 없는 무기라면..... 그대로 속절없이 두들겨 맞는 것 외엔 달리 선택지가 없지 않은가? 뭐 이런 사기적인 무기를 대관절 어디에서 주워왔단 말인가? 알 샤인은 내 모습을 보면서 껄껄 웃어젖혔다. 하..... 저 곱상한 얼굴을 어떻게든 잔뜩 구겨버리고 싶은데..... 어쩐다? 침착하자. 기상천외한 무기를 들고 있지만, 어쨌거나 사람이다. 분명 약점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뭐든 좋다. IATP의 기억이든, 실전에서의 경험이든 뭐든 상관없다. 난 분명 기사단과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븐타운에서 총리 암살의뢰를 수행한 뒤에, 추격대와 대치를 한 적이 있었지. 그래, 그때 나는 기사단과 1대 다수의 싸움을 벌였고, 멋들어지게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가만보자..... 그때 내가 어떻게 했더라? 녀석의 칼이 내 머리를 스치고 벽을 때렸다. 돌 부스러기가 내 뒷덜미를 때렸다. 뒷덜미가 아려왔다. 아 이제야 기억이 나는군, 그때 어리버리했던 몇 놈들이 벽 좁은걸 생각지 못하고 이리저리 칼을 휘두르다가 칼이 벽에 박혀버리는 바람에, 더는 휘두르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골목길은 그때의 장소완 달리 스페이스가 제법 넓어서 그런 행운을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말이야...... 벽에 박히든 뭐든, 칼만 못 휘두르게 만들면 되는거 아냐? Channel 2. 아이리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로키군은 꽤나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로키군은 알기에바를 전개해가면서 알 샤인씨의 칼을 막아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지만...... 알기에바의 촉수는 그렇게 하기엔 턱없이 약하다는 것 만 여실히 드러낼 뿐이었어요. “이익!” 알 샤인씨의 칼이 휘둘러질 때 마다, 로키군의 알기에바는 숭덩숭덩 잘려나갔어요. 마치 순대가 잘려나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평상시엔 그렇게 든든해 보였던 로키군의 알기에바가 이렇게 무력해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로키군!”“알아! 안다고!” 로키군은 그러는 와중에도 저에게 짜증을 낼 여유는 있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결국 그 많던 촉수는 다 잘려나가고, 로키군의 목덜미에는 단 다섯 개의 촉수만이 앙상하게 흔들거릴 뿐이었습니다. “이젠 그것도 다 잘린 거 같은데. 뭘로 싸우게? 순대라도 하나 쥐어줘?” 알 샤인씨는 킬킬거리며 로키군에게 야유를 퍼부었지만, 저도 로키군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두손 맞잡고 기도문을 읊으면서, 로키군이 피하지 못할 일격에 방벽을 쳐주는 것뿐이었어요. 저도 이렇게 최선을 다 하는 와중인데 돌아오는 게 고작 짜증이라니...... 세상 이렇게 보람 없는 일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얼씨구? 그와중에, 로키군은 저를 보면서 입을 끊임없이 뻐끔거렸습니다. 으음......? 뭐라고 하는거지? 저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그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어디보자...... 내가......신.....호를.......보낼......때......쳐어? 방벽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뭔가 꿍꿍이 속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어요. 뭔가 역전의 기회를 보는 것 같은데...... 으응? 이게 뭐야? 별안간 기분나쁜 감촉이 발에 닿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그쪽을 보니, 잘려나간 알기에바였습니다. 아아...... 이거 잘려나가도 나름대로 움직이기도 하나봐요. 잠깐....... 이게 움직일 수 있다고요? 잘려나갔지만 움직일 수 있는 알기에바와, 로키군이 보낸 사인...... 이젠 그가 무슨 일을 꾸미려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습니다. 로키군은 결정적인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거에요. 뭔진 모르겠지만, 그때가 오면 그가 제게 신호를 보내겠다는 것이구요. 그때를 대비해서 무리하게 방벽을 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눈치껏 알 샤인씨의 시야 바깥으로 슬슬 물러나서, 로키군이 신호를 보내기를 기다렸습니다. 알 샤인씨는 제가 그러거나 말거나 완전히 로키군에게 꽂혀서 계속해서 칼을 휘둘렀고, 어느덧 그 둘의 추격전은...... 로키군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나서야 대단원을 맞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 됐어. 짜증나. 두들겨 팰 거란 기대는 이제 안 할거야. 그냥 여기에서 끝을 내자.” 알 샤인씨는 로키군에게 달려들었고, 로키군은 저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답!...... 아니 아이리스!!!” Channel 1. 로키 알 샤인이 내 머리통을 쪼개버리기 직전에 답답이의 장벽이 완성되었다. 칼은 장벽을 맞고 그대로 튕겨나갔다. “또 이거야? 내가 전에 한 번 박살냈던 거 같은데?”“뭐라도 해야지.”“끝까지 짜증나게 하는 구먼.....내가 이거 부시면서 네놈 대가리도 세트메뉴로 보내버린다!” 알 샤인은 흥분해서 마구잡이로 칼을 내리쳤다. 그 반작용으로 답답이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선지 혈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답답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흩뿌려두었던 알기에바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것들은 내 의사에 따라, 꿈틀거리며 알 샤인에게 다가갔다. 다행이도 알 샤인은 방벽을 부수는데 정신이 팔려서인지, 자신의 등 뒤로 알기에바의 촉수들이 드리워지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이는 두 눈이 풀린 채 ‘빨리요’라고 입을 뻥긋거렸다. 그래.....알았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으아아!” 알 샤인 발 최후의 일격이 방벽에 가해지고, 답답이는 결국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방벽이 완전히 부서졌다. 이제 나와 녀석을 가로막는 것은 없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패도 완성되었다. 나는 대기하고 있던 알기에바에게 손짓을 했다. 촉수들이 녀석의 팔뚝을 휘감았다. “이익! 이거..... 이거 뭐야! 안 놔?!”“놓겠냐? 여차하면 대가리가 쪼개질 판인데.” 알 샤인은 불의의 습격에 완전히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아이고..... 이제야 비로소 판을 뒤집었구먼. 리겔이라면 그간의 분노를 담아 알 샤인을 자극했겠지만, 다행이 그 부분에 있어선 ‘비정한 마음’이 제대로 작동을 해주고 있었다. 나는 나머지 촉수를 활용해 녀석을 무릎 꿇린 뒤에, 온몸의 힘을 싣은 발길질을 알 샤인의 턱주가리에 내리 꽂아버렸다. 녀석의 턱에서 와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빨 몇 개가 날아갔다. 알 샤인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녀석은 확실히 강했다. 그러나 그 강함은 신중함이 아닌, 성급함의 토양에 뿌리를 내린 것이었고, 그 이유로 녀석은 내게 당했다. “으으...... 이제 다 끝난 거 맞죠?”“아마 그럴거다...... 고생했다.”“와...... 이거 두 번은 못할 짓인 거 같은데요? 다음엔 팔 다리 하나 정도면 방벽을 안 쳐도 될 것 같아요.”“잘릴 쪽 입장도 생각해 주면 고맙겠군.” 내 부축을 받고 일어난 답답이는 툴툴대며 턱까지 흘러내린 피를 닦아냈다. 처음엔 적잖이 걱정됐는데...... 저렇게 입을 놀리는 거 보니, 앞으로도 여러 번 더 신세를 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 맞다. 저것도 챙겨요.”“너...... 솔직히 말해봐. 다 나았지?”“다시 한 번 더 선지국 한번 만들어 볼까요?” Channel 2. 아이리스 “옴마 씨벌! 이게 뭔 꼬라지당가?” 리겔은 우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하긴 우리의 꼬락서니를 본다면.....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긴해요. 둘이서 작당을 하고 뛰쳐나갔는데 이렇게 피범벅이 돼서 돌아온다면...... 누구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겠어요? 주설씨와 리겔은 우리에게 이것저것을 물어왔지만,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무너져버려, 우리 둘은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대답을 할 기력도 다 날아가 버렸어요. “...... 저것 좀 어디다 묶어놔.”“아니 묶는 걸론 안 될 것 같은데요? 음..... 그래 알 샤인씨 팔뚝을...... 저기다가 끼워버리는 거 어때요?” 저는 ‘The Cloud’에 나 있는 벽이 부서진 부위를 가리켰어요. 사람이 미치는 데는 정신 나갈 것 같은 반나절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지만...... 반나절은커녕, 30분 사이에도 사람은 충분이 홰까닥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평소라면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에게 소름이 돋았겠지만...... 완전히 지쳐버린 저로선,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 조차도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걸요. 우리 둘이 완전히 지쳐버렸다는 것과, 그것이 알 샤인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아챈 둘은, 더는 묻지 않고 알 샤인씨를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구속시켰어요.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제가 요구한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답니다. 우리는 알 샤인씨를 구속하는 동안, 물을 찾아 마셨습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목이 마르다는 것 조차도 잊고 있었는데, 이 시원한 액체가 제 목을 통과하는 동안, 제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기쁨의 탄성을 질러댔어요. 하...... 살아있다는게 새삼 실감이 되면서, 바싹 말라버렸던 마음의 여유란 것에도 촉촉한 단비가 내렸습니다. “인자 된 거 같은디?”“뭔 일인진 몰러두, 욕 봤슈. 얼렁 씻어유.”“하..... 고마워요. 무슨 일이었는지는 씻고 나서 설명해 줄게요.”“아 그리고 말이야.” 로키군은 주머니에서 알 샤인씨의 가면을 꺼내 그 둘 앞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이거 저 녀석 근처에도 두지 마 알았지?” Channel 1. 로키 일단 맡겨두긴 했지만,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는 두 녀석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어서. 나는 최대한 빠르게 씻고 응접실로 나갔다. 으응? 응접실에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따 채신머리 없이 당황혀 싸냐. 여그여.” 리겔의 목소리가 창고쪽에서 들려왔다. 리겔의 목소리를 따라 창고에 들어가니, 알 샤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고 저런..... 라스알하게 출신의 고집스러운 면모가 이토록 골치 아프게 발현될 줄이야...... 알 샤인의 팔은 프레스기에 완전히 끼여있었다. 저쯤 되면...... 저 팔은 그냥 포기해야 될 것 같은데? 'The Cloud'가 이 건물에 둥지를 틀기 전 이곳을 이용했던 판화작가가 작업실을 옮기면서 놓고 간 프레스기를 이렇게 활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인간적으로 너무한거 아니야?”“딴 사람이믄 몰라두 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짐작도 못혔다.” 주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답답이도 들어왔다. 예상대로, 녀석은 입을 떡 벌리며 경악 했다. 리겔은 우리들이 다 왔음을 확인한 뒤에, 여지껏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알 샤인의 뺨을 두어차례 때렸다. 저 둔감한 기사단원은 그제서야 눈을 떴다. “으.....머리야. 여기는 엌......아야!...... 아이고 내 팔이야!”“아따매 꼬치 달고 기사단 뺏지까지 찬 넘이 존나게 짹짹 대네잉. 아갈통 안 여무냐? 새깡둥이야!” 리겔은 짓궂게 프레스기의 레버를 꾹 눌렀고, 알 샤인의 입에선 더 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반응이 퍽 만족스러웠는지 리겔은 배를 움켜잡으며 낄낄거렸다. 하.....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저건 진짜 악마새끼가 따로 없는 것 같다. “내팔! 내팔! 아아악!”“네놈이 협조만 잘 해주면 풀어주고 그 넝마조각 같이 되어버린 팔뚝도 다시 고쳐줄 거다. 알겠지?”“아아악!”“자 일단...... 그 입부터 좀 다물어봐.” 나는 녀석의 턱주가리를 틀어막고 나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고통 탓일까? 녀석의 소 눈망울 같은 눈가는 흘러내리는 눈물로 축축해져있었다. “더 시끄럽게 굴면 저 레버를 두 바퀴 더 돌려버리는 수가 있어.”“흐윽! 끕! 끄윽!”“이제야 좀 대화를 할 준비가 된 거 같군. 이제까지 일...... 기억 나냐?”“......” 내 질문에 녀석은 느릿느릿하게 나마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나름 구면이고 오랫동안 객식구라도 한 솥밥 같이 먹고 지낸 사이로서 말하자면, 너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근데 나와 답......아니 아이리스가 만난 너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단 말이지. 그 원인이란게 혹시......” 나는 녀석에게서 빼앗아온 가면을 녀석의 눈 앞에 대고 흔들어보였다. “이거 때문 아냐?” 가면을 보자마자 녀석의 얼굴이 싹 달라졌다. 얼굴 표정 뿐 만이겠어? 녀석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발버둥을 쳐댔다. 하지만 녀석의 의지대로 세상 만사가 돌아가기엔, 알 샤인의 팔뚝을 짓누르는 프레스기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하..... 일단..... 제 악우(惡友)의 행동에 대해..... 대신 사과드릴게요.”“악우......? 무슨 개소리지?”“음.....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제가 한게 아......” 알 샤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겔은 녀석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올려붙여버렸다. 알 샤인의 턱이 한껏 들어 올려졌다가..... 축 늘어졌다. “뭐하는거야 저 병신이! 저러다...... 죽는 거 아니에요?”“글쎄.” 답답이는 겁에 질려서 내 소매를 움켜잡았다. 일반인이었다면 충분히 납득 할 만 한 걱정이었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기사단, 그중에서도 왕도의 내근직으로 일하는 ‘경시청’요원이라면 하샤신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각종 스트레스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거든. 훈련도 훈련이지만, 애초에 선발하는 놈들이 그런 놈들이니까...... 어지간한 물리력을 행사해 봤자, 전신이 갑주인 녀석들에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으윽......” 역시나...... 답답이의 걱정이 무색하게 녀석은 십분도 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깨어나서도 녀석의 주장은 그대로였다. 리겔은 ‘그건’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110야드 달리기 선수마냥 빠르게 녀석의 턱에 달려들었다. 흠..... 왜 저리 턱에 유독 집착하는지 알 도리가 없군. 어쨌거나, 알 샤인은 또 다시 기절을 해버렸다. “저 씨벌럼이......”“이만하면 녀석의 주장에 일관성이 있는거 같은데, 다음에 일어날 때는 끝까지 들어보자고.” Channel 2. 아이리스 세 번째로 눈을 뜬 알 샤인씨는 이번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로키군의 제안 때문인지, 리겔은 그의 말에 씩씩거리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주먹을 날리지는 않았어요. 알 샤인씨는 혹여나 리겔의 주먹이 날아들지 않을까 가끔씩 움찔하긴 했지만, 말을 이어나갈수록 마음이 편해졌는지 그런 증상이 점차 옅어졌습니다. 알 샤인씨의 주장에 따른다면 저 가면은...... “일종의 거름막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한편으론 거울이기도 해요. 사람의 선한 기질과 추악한 기질을 갈라버린다고 한다면 거름막일 것이고, 의식 아래에 잠자고 있는 추악한 면을 수면 밖으로 꺼내 마주보게 한다면 거울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뭐가 됐든.”“네놈의 인간말종 같은 본성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어...... 거친 표현이라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부정할 순 없겠네요. 그래도 그 저속한 표현은 좀 자제해 줬으면 좋......”“새깡둥이가!” 리겔이 화가나서 폭력을 행사하려는걸 제가 가로막고 그의 말을 이어나갈 실마리를 던져주었어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 나오는 약물 같은 거로군요.” 제 말에 알 샤인씨의 얼굴에서 간만에 화색이 돌았어요. 어찌나 그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지 난생 처음본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을 만났군요.”“뭐여? 씨벌럼이.”“지킬이고 하이드고, 일단 그걸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가 궁금한데.” 로키군이 재차 개입하면서 대화의 흐름을 제대로 잡아주면서, 알 샤인씨는 자신이 저 가면을 접하게 된 야이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저 저주스러운 물건을 접한 것은 ‘가면살인마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면서였습니다.”“네? 범인은 당신이잖아요?”“처음부터는 아니었어요. 그때도 분명 ‘가면살인마’는 존재했어요. 어쨌건, 저희 수사팀은 용의자의 범죄 패턴을 파악했고 다음 범행 장소와 시기를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잠복을 했고, 실제로 범인과 마주칠 수 있었어요.”“......” 알 샤인씨와 팀원은 가면살인마의 범죄 현장을 덮쳤고,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체포과정에서 가면살인마는 강하게 저항을 했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이 모두 사망해버리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해요. 알 샤인씨도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불귀의 객이 될 뻔했대요. 넘어졌던 그를 가면살인마가 덮치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뎌 그의 칼에 목을 찔리지 않았다면 말이지요. “이상현상은 그때 일어났습니다.”“이상현상?”“네. 정말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면살인마가 죽자마자 그의 얼굴이 녹아내렸어요. 얼굴 가죽이 미끄러져내렸다고나 할까.....? 그 있잖아요. 개구쟁이들이 물에 젖은 휴지를 거울에 집어던진 장난을 쳐놨을 때 어떻게 치우겠어요.”“물을 뿌려서 적신 다음에 그걸 흘러내리게 하는거죠.”“네 딱 그런 식이었어요.” 그렇게 가면살인마의 얼굴가죽은 땅에 떨어져 눅눅한 자국으로만 남는가 했더니..... 이내 가면의 형상으로 굳어졌다는 거에요. 이게 뭐지 하는 사이에 가면살인마의 시신은 완전히 녹아내려 죽처럼 되어버렸고요. “그러니까 그 개소리를 우리보고 믿으라고?”“윗선들 반응이 딱 그랬죠.” 하긴 그럴법 해요. 가면살인마 체포작전에서 경시청 요원 열이 죽어나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생존자라는 자가 한다는 이야기가 ‘가면살인마는 죽었고, 그 시신이 녹아내리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얼굴거죽은 그대로 가면으로 굳어졌다.’라면 어느 누가 믿겠어요? 그는 결국 기사단 병원내 정신병동에서 사반기를 보내야만 했다고 해요. 원하지도 않던 PTSD 치유 프로그램을 받아가면서 말이죠. “퇴원 수속을 밟으면서 제 짐을 챙기는중에 이상한 짐이 섞여있더군요.”“가면?”“네. 이건 믿어주시네요?”“사람 얼굴 가죽이 녹아내려 가면이 된다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믿음이 가는 이야기인지라.” 알 샤인씨는 다시는 그걸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던 터라, 동료들 편으로 증거 보관실에 보관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가면이 자신의 물품들 속에 들어있었다는 것이에요. 아하..... 그래서 로키군이 경시청에 잠입했을 때도 ‘유품’을 찾지 못했던 모양이었습니다...... 물론 이게 ‘기사단 몫의 유품’인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지만 말이죠. 어쨌거나 몇 차례의 시도를 반복한 끝에 알 샤인씨는 가면이 불가사의한 이유로 자신에게 귀속되어버렸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가면을 처음 썼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해요. 그런 감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느낄 수가 없었거든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은 고양감과 동시에, 끝도 모를 무저갱 속으로 쳐박히는 것 같은 압박감이 동시에 찾아왔거든요. 내 영혼의 절반은 하늘로, 나머지 절반은 땅으로 달려나갔어요. 내 영혼은 그렇게 길게 길게 늘어나다가..... 이윽고 영혼의 허리가..... 개미허리 뺨 치게 가늘어졌죠. 그러다가 마침내 끊어져버리더군요.”“말만 들어보면 영혼이......”“네 찢어졌죠. 찢어져버렸어요. 지금 제 몸은..... 두명의 마부가 교대해서 모는 마차와 같은 상태인 겁니다.”“간만에 들어보는 신박한 개소리네잉. 아야, 긍께 니 말을 갖다가 요약을 혀블믄, 낮에는 정의의 거시기로 활동 혔다가, 밤이 됨스로 피에 굶주린 살인마가 된다 요거시냐?”“.....”“그려두 신병 확보 하나는 확실히 셈인께 다행이네잉.” Channel 1. 로키 알 샤인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참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하군, 나름의 ‘원칙’을 설명했다. “하이드..... 이건 제 악우를 제가 임의로 부르는 명칭인데, 이 녀석은..... 꽤 영리한 녀석이에요. 자신이 기생하는 새로운 숙주의 신상을 파악하더니...... 뛸 듯이 기뻐하더군요. 이전의 육신보다 훨씬 더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리곤 문자 그대로 ‘제 멋대로’하더군요. 수습하는데 정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얼러보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하고 몇 차례 협상을 한 끝에 우리 둘은 원칙을 정했습니다. 살인은 하되, 죄인들만...... 그것도 사기를 친 놈들을 위주로.....”“사기꾼 슬레이어의 전설이 이런 이유로 시작된 거였군. 근데 왜 하필 사기꾼들이야?”“우선..... 대륙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범죄 1위가 사기에요.”“먹잇감 풀이 제일 넓다는 거로군.”“그리고...... 사기 범죄는...... 재범률이 제법 높은 편이에요.”“그건 뭐 자업자득 아냐? 형량이 그렇게 낮으니.”“부끄럽지만 사실이에요. 사기범들은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1,200 파운드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니까요. 그들이 피해를 끼치는 액수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수준이죠. 행위에 대한 기회비용이 턱없이 낮으니 재범자는 많을 수밖에요.”“그리고.”“그리고 사기는...... 피해자들에게 정말 지독하게 괴롭히는 범죄에요. 사기의 피해자들은 개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혹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액수를 요구 받았을 때는 주변에 빚까지 져 가면서 사기꾼들에게 가져다 바치는 일들이 많거든요..... 살인, 강간과 더불어 피해자들의 정신에 강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영혼을 죽여 버리는 범죄입니다. 전 그놈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거든요.” 이건 일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난 진술인 것 같았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여기까지 말을 이어간 녀석의 얼굴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때가 주설이 나설 시점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구유, 나머지 야그는 경시청서 혀야것쥬? 알 샤인씨두 입버릇처럼 말 허셨잖아유. 죄진넘은 그 대가를 치러야 헌다구.” 주설의 지적에 알 샤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말을 하느라 잊어버리고 있던 계산서가 눈 앞에 떡하니 드리워졌으니 그럴 수 밖에. 나는 주설에게 ‘좀 더 몰아 세워 보라’고 눈짓 했다. “참말로 훌륭헌 분이 될 수도 있었을 텐디...... 안타깝게 됐지만 서두...... 넘 원망허지는 마시구.”“저 저기.....”“왜유?”“......”“말을 거셨으면 허셔야쥬. 설마..... 우리헌티 봐달라..... 못본척 혀 달라..... 뭐 이런 말을 갖다가 혈라는건 아니쥬? 원리와 원칙을 빼버리믄 시체이신 분이......”“어.....그게.” 강인한 육체, 스트레스에 대한 강한 내구성과는 별개로 녀석은 진심으로 당황한 기색이었고, 그걸 숨기지도 못했다. 냉탕과 온탕 전술이랬다. 마음을 놓게 만든 뒤에 별안간 확 찬물을 끼얹는 방식. 어지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도 발밑이 허해지는 기분앞에선 누구나 평등하게 마련이겠지. 나도 그렇지만, 사업가인 주설은 그걸 놓칠 생각도, 그럴 수도 없었다. “왜 그려유? 뭐 거국적으로..... 허실 말씸이라두?”“어..... 그게 말이죠.”“지가 넘 놀렸쥬? 미안 혀유. 알 샤인씨가 당황을 갖다가 허는 모습을 난생으로 처음 봐서리 지가 나쁜 맴에 쪼깐 놀리고 잡어서 그랬슈. 뵈니까 알 샤인씨두 여적꺼정 일궈놓은 사회적인......그걸 갖다가 고대로 땅바닥에 팽개치고 침 뱉구..... 뭐 그런거는 허고 싶지 않은 모양인가 보구먼.”“그게.....”“지가 사람 잘못 본거유?”“맞습니다.” 속내를 실토하는 그 모습에 리겔은 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가, 힘겹게 그걸 어름어름 주워담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존말 아녀유? 아예 방법이 없는지는 않겄쥬.”“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발..... 신고는....”“그려유?” 주설은 자신의 패를 툭 던지듯 말했다. “기사단도 때려 칠 수 있겄슈?”“네?”“기사단 말여유. 관 둘 수 있겄냐 이거유.” Channel 2. 아이리스 주설씨는 알 샤인씨가 쉴 새도 없이 계속해서 몰아부쳤고, 알 샤인씨는 정신없이 휘둘리다가..... 얼떨결인지 고민의 결과인지 기사단을 그만두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로서...... 우리 ‘필그림’들은 기사단의 ‘유품 상속자’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알 샤인씨와의 결투 끝에 그를 때려눕힌 뒤, 로키군은 알 샤인씨의 가면을 벗기면서 이상함을 느꼈대요. 그의 말에 따른다면 그건...... 그가 ‘쉐다르’를 접했을 때와 같은 공명감이었다고 해요. 그로서 그가 내렸던 가설인 ‘유품 상속자는 유품 상속자를 알아본다.’가 사실로 밝혀진 순간이었죠. 딴 소리를 했지만, 주설씨는 알 샤인씨의 팔을 풀어주었고, 치료는 저의 몫이었지요. 알 샤인씨는 기도문을 듣는 내내 고맙다는 말을 주억거렸답니다. “사직서 내시믄 보고하러 들러유.”“네..... 알겠습니다.”“그리고 혹여나 허는 말이다만...... 딴 생각은 안허는게 좋을거유.”“네.....” 알 샤인씨의 뒷모습을 보노라니,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기사단의 유품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을까요? 기사단과는 정말 정 반대의 물건인 것 같은데.”“글쎄.....” 제 말에 로키군은 한참을 골똘이 생각하다가...... 자신 나름의 답을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가 생각한 이유란 “영웅에겐 악당이 필요해서 그런거 아닐까?”“네?” 로키군은 가끔 보면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할 때가 있어요. 그 모습을 보노라면 실용성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하샤신’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재차 질문을 하자, 로키군은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습니다. “정의가 정의로서 존재할 수 있으려면...... 그의 대항마인 불의가 필요할 테지.”“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불의가 없는 정의는, 길거리를 굴러다니는 돌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겠죠. 하하, 이게 사실이라면...... 기사단은 엄청난 위선자 집단인 거네요.”“그런 셈이겠지?”“마음에 안드네요.”“뭐가?”“이 여정 말이에요. 여정을 밟으면 밟을수록...... 뒷 맛이 씁쓸하지 않아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알고보니 각자 사정들이 있는 거고, 착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속에 음흉한 꿍꿍이가 들어있는 거구.”“애초에 이 대륙에서 ‘착하다 나쁘다’를 운운하는 건 인간들 밖에 없다.”“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거에요?”“선과 악, 정의 뭐 이런 건..... 따지고 보면 인공적인 것들이라는 거지 뭐.”“예전 같았으면 그냥 말도 안되는 이단의 소리라고 할테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그러기 어렵네요.”“네 시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거다.”“그거에요. 난 그래도 나름 내 의지로 내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생각했어요.”“그런데?”“근데 이 여정을 밟아나가면서 의문이 드는거에요. ‘누군가가.... 이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나도 예전 같으면 개소리라고 할테지만...... 지금은 자신있게 그러긴 어려울 것 같군. 그래서, 무슨 질문을 던지는 거 같은데?”“내가 그동안 진실라고 여기던 것이 정말 진실인 걸까?”“와......” 로키군은 제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홱 돌려버리곤 한참동안 저를 쳐다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가 필사적으로 버티는 통에 그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어께가 그리고 뒷목이 들썩이는 것이..... 그가 웃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어요. 이 사람이 진짜...... 한참 만에 웃음을 가라앉힌 뒤, 로키군은 나름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할 만한 철학적인 질문이었다.”“아 진짜! 이 사람이!”“그래도, 그 불쾌한 의문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애써 외면해 온 걸지도 모르겠다.”
갑과을작성일
2020-02-23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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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5ch] 부동산 감정
엊그제 있었던 일이다.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는 집 한 채를 물려받았다. 입지는 나쁘지 않지만,꽤 오래돼서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은 데다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다. 결국 아내와 상의한 끝에,집을 팔기로 했다. 다행히 유품 정리를 하는 와중에도부동산 업체로부터 광고와 명함이 들어왔기에,그중 몇 곳에 전화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4개 회사에서위탁 및 매입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게 되었다. 개중 세 번째 회사에서 사람이 찾아왔을 때였다.요즘 느낌 나고 세련된 30대 초반 정도 되는 청년이 왔다. 시원시원하게 말하고,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제시된 매입 금액이이전 2개 회사에 비해 천만엔 가까이 높았다. 나도 아내도 이 회사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꺼냈더니,각 방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고 물어왔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내가 대동하여 다시 각 방을 안내하러 들어갔다.그리고 불간 옆에 있는 다다미 8장 정도의 작은방 문을 열고안으로 청년을 안내하는 순간이었다.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로,갑작스럽게 가위가 눌렸다. 가위눌림 자체는 몇 번 겪은 적이 있었지만,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맨정신에 겪는 건 처음이었다. 순간 뭔가 위독한 증세는 아닌가 당황하고 있는데,바로 귓가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흐려 분명치 않았기에,소리가 큰 것에 비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마치 [괴로워..]라고 말하는 것 같이 들렸다. 아무래도 눈알만은 힘겹게 움직일 수 있었는데,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위험할 것 같았다. 귓가 쪽을 외면하고 방 안을 보자,등을 보이고 뭔가를 적고 있는 청년의 등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 갈색의 곱슬머리를 하고,묘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소름 끼치는 일인데,그 여자는 이상하게 목이 길었다.40cm 정도는 족히 됐을까.. 등을 보이고 있는데 얼굴만은 나를 바라보며눈알을 카멜레온처럼 데굴데굴 바삐 굴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현실감 없는 광경에,무섭다기보다도 어안이 벙벙한 채그걸 보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이 나를 바라본 순간,그것은 사라지고 거의 동시에 가위도 풀렸다. 그 지경이니 집을 더 보여줄 수도 없고,그저 [몸 상태가 좀 좋지가 않아서요..] 하고 변명을 하며,돌아가자고 부탁했다. 그 후, 본 것도 있고 마음에 걸려서그 청년이 일하는 회사에 대해 좀 찾아봤다.그런데 파면 팔수록 나오는 것은 악평뿐.. 당연히 오늘 아침 일찍,그 회사에는 팔지 않겠다고정중히 거절하는 전화를 걸었다. 청년이 이쪽을 돌아본 순간,명확하게 [괴로워해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아마 그 청년, 어쩌면 그 회사 전체가이것저것 나쁜 일들을 저질러 온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계속 이어져,결국 지금까지 잠도 못 자다 투고하는 것이다. 출처: VK's Epitaph
금산스님작성일
2019-12-17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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