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GTI 4도어 시승기

블루핑 작성일 08.06.21 16:13:34
댓글 1조회 2,479추천 1

세대 골프 GTI는 강한 심장과 빠른 발을 갖고 다시 태어났다. 원조 핫해치답게 날쌔게 움직이고 믿음직스럽게 멈춰 선다.

최고 속도는 230km/h 내외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빨라 더 이상의 욕심은 안 생긴다. 코너에서는 약간의

오버스티어가 운전 재미를 북돋고 ESP의 개입도 상당히 늦은 편이다. 작은 차체에는 과분할 정도의 단단한 섀시와

호사스런 파워트레인이 있어 GTI의 가치가 더 빛난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121403216986642.jpg

 

 

자동차를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자동차에서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핫해치는 운전을 통해 재미를 얻는 사람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차체 크기 이상의 엔진을 얹고 쌩쌩 잘 달리지만 작고 가벼워 운전도 쉽다. 또 눈에 띄지 않게 고성능을 즐긴다는 음흉함(?)도 있다. 핫해치의 원조 골프 GTI는 이런 조건에 딱 부합되는 차다.

개인적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쿠페보다는 실용성 있는 세단을 선호하는 편이다. 골프 GTI 역시 마찬가지로, 스포티한 느낌의 2도어도 좋지만 사방에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4도어가 더 맘에 든다.

뜨거운 심장 감춘 남다른 골프

외관에서의 차이는 달라진 디자인의 17인치 휠과 그물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정도로, 얼핏 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릴 주위의 레드 라인은 앞모습에 액센트를 주는 요소. 전장은 4.2m 내외로 국산 준중형급과 비슷하지만 떡 벌어진 트레드와 두툼한 프론트 엔드 때문에 당당한 자세가 나온다. 벨트 라인이 높은 것도 실제 사이즈보다 차를 크게 보이게 한다.

GTI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 신고 있는 신발부터 심상치 않은 놈이다. 사이즈는 225/45ZR/17로, GTI의 차체 사이즈를 생각하면 과분할 듯 보인다.

 

121403218578028.jpg

 

 

실내는 눈에 띄는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단단하고 꽉 짜여진 맛을 느낄 수 있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인터페이스가 간단해 한두 번만 조작하면 기능 파악이 손쉽다.
블랙 톤의 플라스틱은 언뜻 단단해 보이지만 눌러보면 말랑말랑하다. 소재의 질감은 윗급인 파사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GTI 모델답게 우드그레인 대신 알루미늄 그레인으로 포인트를 줬고, 페달과 ‘DSG' 로고가 박힌 시프트 레버까지 스포티하게 알루미늄으로 꾸몄다. 기어 레버는 수동 기어를 연상케 한다. 넓직한 풋레스트에 발을 놓으면 그야말로 안정된 느낌.

GTI의 실내가 일반 골프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바로 시트와 스티어링 휠이다. 여러 번 밝힌 대로 ‘좋은 시트’는 폭스바겐

차의 특징 중 하나인데, GTI 역시 기대를 어긋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몸을 조이는 느낌 때문에 시트가 작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곧 편안해진다. 허벅지를 지지해주는 볼스터가 툭 튀어나와 타고내리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시트의 가죽도 밀착성이 좋아 미끄러짐 같은 건 발생하지 않는다.

시트는 요추 지지만 빼고 슬라이딩과 높이 모두 수동으로 조절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등받이 각도 조절이 다이얼식이라는 점. 한 번에 눕히거나 접을 수 없어 성격 급한 사람은 불만일 수 있겠다. 대신 전동식에 비해 한결 세밀하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 자세를 까다롭게 잡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듯하다.

스티어링 휠 역시 다르다. 가죽으로 덮힌 두툼한 림은 손에 짝짝 달라붙고, 하단은 레이싱카처럼 각이 져 있다.
수동 변속 가능한 패들은 보일 듯 말듯 하지만 정확하게 가운데 손가락에 닿는 위치에 있다. 9시 15분 방향으로 잡아야

패들을 쉽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바른 파지법을 유도한다. 스티어링 하단에도 DSG 로고를 볼 수 있다.

앞좌석만큼은 아니지만 뒷좌석 시트도 충분히 만족을 느낄만한 질감이고, 헤드룸도 넉넉하다.

키가 180cm가 넘는 사람이라면 레그룸이 부족하다 느낄 수도 있겠다.

‘오버’로 더욱 즐겁다

운전이 즐거울 라면 차가 내 맘 같이 움직여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조작에 따라 곧바로 응답이 나와야 한다.

GTI는 이런 면에서 운전의 즐거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손과 발이 입력한대로 충실하게 출력해낸다.

GTI는 저속부터 정말 경쾌하게 움직인다. GTI에 얹히는 200마력의 TFSI 엔진은 아우디 뉴 A4에서 경험한바

있지만 앞바퀴굴림에 차체 무게가 100kg 이상 가벼워지니 그 경쾌함이 배가 된다.

 

121403227532410.jpg

 

 

이 2.0 TFSI 엔진은 뉴 A4 때도 대단히 인상적이었지만 골프 GTI에서 다시 만나니 정말 괜찮다는 느낌이 다시 한 번 든다.

2,000rpm만 되어도 모닥불에 기름을 부은 듯 토크가 살아난다. 그리고 고회전까지 매끄럽게 상승하고 발을 떼면 신속히

떨어진다.

엔진 소음도 뉴 A4보다 오히려 조용하다. 독일에서 탔던 A4는 회전수가 올라가면 음량이

약간은 부담스러웠는데 GTI는 고회전까지 즐길 만한 음질을 선사한다.

엔진은 밟는 대로 곧바로 반응하고, 레드존을 훌쩍 넘어 7,000rpm 가까이 가서야 변속된다. 일단 부스트가

차면 토크 밴드가 일정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가속력이 더 통쾌하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6.9초로, 폭발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정도면 어디 가서 쉽게 꿇리지 않을 순발력이다.

하지만 GTI 운전의 진정한 재미는 직선이 아니라 코너에 있다.

작은 차에서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운동 성능의 대표적인 예를 보는 것 같다.

사실 골프 정도의 섀시면 서스펜션이 부드러워도 코너링 성능은 평균 이상을 발휘하지만, GTI는 하체를 다시 한 번 다졌다. 댐핑은 매우 짧고 딱딱해 결코 편안하다 할 수 없지만 여간해서는 롤을 느낄 수 없고, 조향에 따라 앞머리가 팍팍 돌아간다. 또 리어 역시 멈칫거림 없이 한 덩이로 움직인다. 어지간해서는 타이어 스키드음도 발생하지 않는다.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RE050 타이어는 뛰어난 접지력과 대단한 소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의외인 것은 GTI의 조향 특성. 코너에서는 뉴트럴스티어에 가깝고, 여기서 좀 더 스티어링을 꺽으면 예상외로 약한

오버스티어가 나타난다. 따라서 약간만 스티어링을 수정하면 코너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ESP의 개입은 매우 늦어 최대한 운전자에게 맡겨둔다는 식이다. 약한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때까지도 작동하지 않는다.
요즘은 굴림 방식이나 차의 컨셉트에 상관없이 일반적인 운전자가 쉽게 대처 가능하도록 언더스티어로 세팅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GTI는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운전의 재미를 살렸다.

GTI의 매력을 완성하는 요소는 바로 DSG다. 2.0 TFSI 엔진과 DSG는 호사스러울

정도의 파워트레인이다. 동급에서 이보다 좋은 궁합은 현재로선 찾을 수 없다.

DSG의 D 모드는 다소 싱거울 수 있다. 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60km/h만 되어도 6단이 들어가 엔진의 잠잠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1, 2, 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60, 95, 150km/h 정도로 여유 있는 보폭이다.

반면 6단 100km/h 시 회전수는 2,300rpm으로 일반적인 6단의 톱기어보다는 높은 편이다.

 

 

121403235934003.jpg

 

 

기어 레버를 S 모드로 바꾸면 패들 사용을 잊을 만큼 회전수 사용이 공격적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6단 100km/h에서

S 모드로 전환하면 기어는 즉시 3단으로 떨어지고 타코미터의 바늘도 5,000rpm 내외를 넘나든다.
기어 변속이 잦고 고회전을 유지해야 하는 와인딩에서도 굳이 수동 변속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적극적이다. 또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강한 엔진 브레이크가 기분 좋게 걸린다.

DSG는 시프트 레버를 젖히지 않아도 패들만 조작하면 곧바로 수동으로 전환되고, 적극적으로 페달을 밟지

않으면 다시 D 모드로 돌아온다. D 모드로 돌아오는 시간이 다른 차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늦은 편.

DSG는 시프트다운이 특히 빠르다. 패들로 변속하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는데, 손가락을 딸각거리기

무섭게 기어가 내려간다. 또 시프트다운 시 자동으로 회전수 보정까지 해주니 변속 충격은 거의 느낄 수 없다.

DSG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만 단점은 하나 있다. 예를 들어 내리막길의 좁은 공간에 주차하기 위해 여러 번

차를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처음 맞는다면 당황할 수 있다. DSG는 AT가 아닌 MT 기반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밀림이 약간 발생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페달의 답력에 따라 제동력이 일정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골프의 기함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GTI는 R32에 가리는 기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5세대 GTI는 최신의

파워트레인으로 재무장했다. GTI의 오너들은 네바퀴굴림 R32가 안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성능은

월등히 올라갔으면서도 가격은 구형보다 500만 원 가량 싸졌으니 역대 GTI 중 최고의 상품성을 지녔다 하겠다.

 

 

 

 

골프 GTI 4도어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216×1,759×1,466
휠베이스(mm) : 2,578
트레드 앞/뒤(mm) : 1,533/1,513
중량(kg) : 1,383

엔진 : 1,984cc 직렬 4기통 DOHC 터보
보어×스트로크(mm) 82.5×92.8
최고출력(마력/rpm) : 200/5,100~6,000
최대토크(kg.m/rpm) : 28.5/1,800~5,000
압축비 10.5:1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6단 DSG
기어비 : 3.46/2.15/1.46/1.08/
0.85/0.71
최종감속비 : 4.06:1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4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최고속도(km/h) : 233
0-100km/h 가속 시간(초) : 6.9초
연료탱크용량(리터) : 55
연비(km/리터) : 12.0
타이어 : 225/45ZR/17
차량가격(만원) : 4,050




블루핑의 최근 게시물

자동차·바이크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