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과 클래식함의 조화! BMW 650i 컨버터블 시승기

수성싸인펜 작성일 08.09.13 1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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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클래식한 실루엣, 몸 전체를 휘감고 있는 풍만한 볼륨은 새로운 650i 컨버터블이 뼛속 깊숙한 곳까지 풍요로운 그랜드 투어러임을 암시한다. 반면 승객을 코쿤처럼 감싸고 있는 운전석, 스티어링 휠 뒤쪽에 마련된 SMG 스타일의 시프트 패들은 정통 스포츠카의 영역까지 넘보려는 650i의 야심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채로운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배기량 4.8ℓ의 V8 엔진이다.

 

V8 밸브트로닉 엔진은 저속에서 미제 머슬카처럼 낮고 굵은 사운드를 낸다. 투둥, 투둥하던 사운드는 엔진회전수가 올라갈수록 그 간격이 좁아지고 5000~6000rpm의 고회전 영역에 이르면 마침내 진짜 독일제 엔진다운 치밀하고 날카로운 쇳소리를 토해낸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V8 엔진의 낭만은 사운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속 영역의 두터운 토크는 아메리칸 크루저에 실린 대배기량 V8 OHV의 그것을 떠올리고, 5000rpm을 넘어서까지 시들 줄 모르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퍼포먼스는 영락없는 유럽 감각이다. 650i가 지닌 중의적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차든 사람이든 뚜껑이 열려야 한다.

 

기존 스로틀 밸브를 대신한 밸브트로닉 시스템의 응답성은 이등병처럼 즉각적이기보단 상병처럼 느긋하게 따른다. 새로 얹은 6단 자동기어는 전자식 기어레버와 SMG 기어박스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 시프트 패들까지 챙겼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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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회전대에서의 시프트 다운 때조차 운전자에게 불쾌하게 느껴질 변속 충격을 철저히 억제해 다루기 편하고 안락하다. 엔진과 드라이브 트레인의 가교 역할은 충실하다. 동력 전달이 즉각적이고 힘이 허투루 새어나가는 일도 없다. 기어레버 뒤에 마련된 ‘sport’ 버튼을 누르면 가속페달의 반응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고 기어 시프트도 한층 다이내믹하게 변한다. 차량설명서에 따르자면.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약간 빨라지고 액티브 스티어링이 조금 더 민감해지지만 설명처럼 극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가장 액티브하게 변하는 건 오히려 얌전한 새색시 같던 기어박스다. 엔진회전수를 50.0kg・m의 최대토크가 나오는 3400rpm 언저리로 맞추기 위해 저속기어를 선택하면, 변속 반응은 조금 더 예민해진다. 아울러 고속에서도 6단으로는 변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650i에 다채로운 감각이 공존하는 것은 BMW의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첨단 전자제어 장비 덕분이다. 평소엔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요철을 밟거나 코너에 진입하면 돌덩이처럼 단단해지는 하체 감각은 전자식 댐퍼의 감쇄력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브 덕분. 이 장치는 연이어지는 코너를 헤쳐나갈 때 앞뒤 액슬의 안티롤 바를 유압 펌프로 비틀어 순간적으로 섀시 강성을 보완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트’ 모드를 작동시켜도, 뱀처럼 꾸물거리는 지방국도에서 세차게 차체를 내동댕이쳐봐도 650i는 세련된 투어링카 같은 느낌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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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러의 끝이 초고속 질주라면, 650i는 그야말로 끝장을 본다. V8 엔진은 367마력의 힘을 토해내는 6300rpm을 넘어 한계회전수까지 한달음에 치솟고, 5.6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내달리는 긴박한 가속은 시속 200km를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자신감이 너무 앞서서인지 650i의 질주는 안전 최고속도인 250km를 넘어 속도계가 알려줄 수 있는 마지막 숫자(시속 260km)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그런 무시무시한 속도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 안정감이다. 스티어링 응답성과 네바퀴의 움직임, 브레이크 제동력엔 어떤 속도 영역에서든 단호함이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만 달리면 연비는 5km/ℓ를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이 차를 소유할 사람은 성큼성큼 떨어지는 연료게이지 바늘에 조바심을 내는 대신 불과 몇 백 킬로미터 만에 다시 주유소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되려 짜증을 낼 소수의 특권층. 연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차고에 이미 용도가 다른 두어 대의 차가 더 있을 그들에게 650i는 장거리를 안락하게 달리고 간간이 와인딩 로드를 격정적으로 휘젓고 싶을 때 몰고 나갈 1억7280만원짜리 장난감이다. 스티어링 휠 진동으로 차선이탈을 경고하는 신기술이나 소프트 클로즈 전자동 도어 같은 기능은 값비싼 차의 값어치를 더한다. 진주처럼 빛나는 보디 페인트와 크림색 가죽 내장, 19인치 멀티스포크 경합금 휠 같은 인디비주얼 옵션은 사치스러운 허영을 부추긴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650i 컨버터블에 있어 주목할 것은 이 차가 가진 낭만적 요소뿐이다. 겨우 컨버터블의 낭만이라니, 시시하고 진부하다고? 하지만 생각해보시라, V8 엔진을 우겨넣은 초호화 컨버터블을 몰고 다닌다는 것이 어떤 일일지. 인디비주얼 패키지로 새 단장한 650i 컨버터블을 모는 일은, 세상에 걱정거리라곤 없는 사람에겐 모터링의 드림이 될 테지만 일도 걱정이고 돈도 걱정인 사람에겐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그건 차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 글 김형준 | 사진 박창완(스튜디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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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중간중간 웃겨서 퍼왔습니다

 

특히 인상깊은 부분을 제가 굵은 글씨로 강조해봤습니다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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