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짱인듯
지난 4월30일 경기 용인시 포곡면 유운리의 자동차 경주장 ‘스피드웨이’. 놀이동산 에버랜드 정문 앞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이다. 에버랜드는 앞서 4월17일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스피드웨이를 폐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던 각종 레이싱대회도 강원 태백으로 옮겨서 개최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오전 11시에 들여다본 풍경은 달랐다. 2125m 길이의 서킷(경주로) 위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검은색 2인승 로드스터 SL63-AMG가 봄바람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다. 450m 직선주로에 들어서자 ‘부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하듯 가속한다. 2009년형 ‘신상’이다. 설계는 31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만, 국내에 들어올 때는 최고속도 시속 270km으로 제한된다. 정지 상태에서 100m 거리 도달 속도는 4.8초. 국내 공식 시판 가격 1억8990만원이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운전자는 무표정하다.
같은 시간 서킷 중앙의 ‘피트’라고 불리는 큰 천막 아래 관리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주차된 차들을 마른 걸레로 닦고 있다. 주차된 차는 벤츠와 포르셰부터 페라리, 람보르기니까지 최고급 스포츠카로, 모두 15대에 이른다. 가난한 스피드광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박수가 1만rpm(분당 회전수)까지 올라가는 수억원짜리 슈퍼카들이다.
로드스터 SL63-AMG가 피트로 천천히 들어와 멈춰선다. 운전석 문이 열린다. 두 남성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땅에 발을 내딛는 이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