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최고급 스포츠카 업체인 포르쉐를 사들여 세계 2위 자동차 회사로 떠올랐다.
폴크스바겐은 23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80억유로(14조2200억원) 규모의 포르쉐 인수안을 승인했다고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양사는 지난해 모두 64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760만대의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판매량을 1100만대로 늘려 오는 2018년 도요타를 제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인수로 폴크스바겐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벤틀리, 세아트, 람보르기니, 부가티에 이어 포르쉐까지 모두 10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다윗(포르쉐)과 골리앗(폴크스바겐)에 비견된 양사 간 인수합병(M&A) 전쟁은 4년여 만에 폴크스바겐의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포르쉐는 2005년부터 규모가 16배나 큰 폴크스바겐을 인수하겠다며 주식매집에 나서 한때 75%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 사이 포르쉐는 부채가 약 100억유로로 불어난 데다 금융위기 여파로 실적악화까지 겹쳐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올 6월에는 폴크스바겐이 포르쉐에 거꾸로 인수합병을 제안하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폴크스바겐과 포르쉐 가문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인수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페르디난트 피흐 폴크스바겐 회장은 양사의 창업자이자 폴크스바겐 ‘비틀’의 개발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로 할아버지가 세운 2개의 회사를 다시 통합, 자동차왕국 건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포르쉐 박사의 친손자인 볼프강 포르쉐 포르쉐 회장은 경영 귀재로 불렸던 벤델린 비데킹 최고경영자(CEO)를 앞세워 야심찬 인수전쟁을 시작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거꾸로 인수당하는 불운을 맞고 말았다. 1983년 엔지니어로 포르쉐에 첫 입사한 후 10년 만에 CEO자리에까지 오른 비데킹은 파산 직전의 포르쉐를 세계 스포츠카의 주역으로 되살려 올 초 미국 경영전문잡지인 포브스에서 유럽 최고경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인수실패의 책임을 지고 5000만유로(890억원)의 퇴직 보상금을 받고 사임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폴크스바겐이 대중적인 차량 제조와 판매에 치중하는 반면, 포르쉐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스포츠카에 주력해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출처: 세계일보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