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드라이버 사로잡은 `스바루 임프레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 여파로 수입차 업계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앞다투며 국내 시장을 노크하던 새로운 수입차 브랜드들이 진출 보류나 사업 중단 등 안타까운 소식을 알렸다. 이 중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등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국내 출시가 연기돼 아깝다'는 탄식을 자아낸 차종이 있었으니 바로 스바루 임프레자다.
스바루 임프레자는 이미 국내에 진출한 미쓰비시 란에보(랜서에볼루션)와 함께 수많은 마니아를 탄생시킨 모델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브랜드인 스바루는 후지중공업 산하의 자동차 메이커로 해외 시장에서 손꼽힐 만큼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만들던 엔지니어들이 모여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해 보유 기술력만큼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바루의 대표 모델인 임프레자는 이탈리아어로 '업적'을 의미하는 'Impresa'에서 유래됐다. 스바루는 중소 자동차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지속적으로 참가했다. WRC는 양산 차를 베이스로 개조한 랠리 카 대회다. 지옥처럼 가혹한 조건에서 승부를 겨루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자사의 우수한 기술력을 전 세계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하지만 1990년대 초 WRC의 룰 개정으로 스바루는 기존 모델 레거시로 WRC에 더 이상 출전하지 못하게 됐고 이에 따라 WRC 출전용으로 임프레자를 개발한다. 임프레자는 1994년 첫 출시 이후 란에보와 마찬가지로 WRC에서 뛰어난 랠리카로 명성을 축적해 왔다.
2008년 WRC에 참가한 임프레자 랠리 카를 기반으로 양산형 임프레자 WRX STi가 출시된다. 5도어 해치백 형식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외관임에도 이 차가 호평받는 이유는 성능과 기술력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전의 세단 형태에서 해치백으로 바뀐 이유도 공기역학 측면에서 해치백이 유리하다는 랠리 드라이버의 의견 때문이었다. '자동차를 마음껏 다룰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한다'는 역대 모델들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임프레자 WRX STi의 특징은 상시 네 바퀴 굴림 기술과 수평 대향 엔진이다.
특히 1994㏄의 터보 수평 대향 엔진은 작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최대 출력 308마력,제로백 4.9초라는 무시무시한 숫자를 이끌어 낸다. 일반 엔진의 경우 크랭크 축이 수직인 반면 수평 대향 엔진은 피스톤이 좌우 대칭으로 마주 보고 작동한다. 덕분에 그 모습이 치고 받는 권투 선수와 같다고 해서 복서 엔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평 대향 엔진의 특성상 엔진이 낮고 넓기 때문에 엔진을 낮게 배치할 수 있어 접지력과 등판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코너링시 다른 차들보다 안정적인 선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제작이 까다롭고 제작 비용이 일반 엔진보다 많이 들며 구조가 복잡하기에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현재까지 수평 대향 엔진은 포르쉐와 스바루 등 일부 메이커만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브랜드와 마케팅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기술과 성능으로 꾸준히 마니아 층을 늘려가고 있는 스바루 임프레자.언젠가 국내에서도 만나 볼 날이 있지 않을까.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