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실습 42만원?’…분통 터뜨린 현대車 드라이빙 스쿨
지난달 17일∼19일까지 제주도에서 개최된 ‘현대 제네시스쿠페 드리프트 드라이빙 스쿨’에 참가한 박모씨(30)는 씁쓸한 불쾌감을 갖고 있다. 15만~42만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내고도 정작 차를 타는 시간은 2분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현대자동차(대표 정몽구)를 믿고 행사에 참여했지만, 정작 현대차 측은 현대家가 대주주로 있는 해비치리조트 등 계열사 매출을 올리는데만 관심이 있고 행사 진행은 ‘나몰라라’ 했다. 행사를 진행한 브랜드라이브(대표 김은주) 측도 진행이 서툴기 그지 없었다.
사진 출처: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 드라이빙 스쿨 행사 관련 현대차 보도자료
허술한 기획과 예정된 불만
행사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돌아갔다.
현대차는 웹사이트를 통해 응모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첨, 60명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행사 일정이 2박3일로 근무일인 월요일에 끝나는데다 15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첨자들이 속속 참가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측(브랜드라이브)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입금하는 순서로 참가자를 선정했다.
동행자와 함께 참석하겠다는 참가자에게는 동행자가 한방에 묵는데도 42만원을 추가로 내도록 했다.
바로 입금하지 않으면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며 입금을 서두를 것을 종용하면서도 정작 행사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행사 당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참가자들을 맞이한 것은 왕복 6만원에 불과한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였다.
42만원이나 낸 동행자 중 일부는 참가자들이 왜 저가항공을 타야 하는지 따져 물었지만, 정작 현대차 측에서 나온 사람은 1명 뿐이어서 설명은 커녕 60명 참가자를 인솔하는 것만도 벅차보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60명의 참가자들은 제주에 도착해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1대와 봉고차 등에 나눠타고 현대차 계열사인 해비치리조트로 향했다. 해비치리조트에서 개회사와 식사 등을 마치고 첫날 행사가 종료됐다.
말 뛰노는 주차장서 위험천만 음주 드리프트?
다음날 실습 행사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현대차 측은 ‘제주도 산굼부리 주행시험장’에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행사장은 ‘인근 주차장’이었다.
주차장 주변은 중간중간 화단이 설치돼 있는 등 드리프트 교육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이번 드리프트 교육 행사 진행을 맡은 MK(대표 이맹근)측 마저 “제주도에는 가장 넓은 공간이 이 정도”라며 “이번에는 공간이 적당치 않아 8자 선회 등은 해볼 수 없으니 이해바란다”고 부탁했다.
더 큰 문제는 주차장 인근 목장주들이었다.
드리프트 교육 행사가 시작되자 인근 지역 말들을 방목하는 목장주들이 트럭을 몰고 나타나서 주차장을 막아섰다.
말들이 드리프트 소음에 놀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MK측은 “사전 답사 때는 주변 목장에 말들이 없었는데 갑자기 (말이) 방목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한 이유로 인해 행사를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MK측은 이번 행사를 위해 총 4대의 차들을 가져왔지만, 이 중 2대는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튜닝카라서 아예 운행하지 못했고, 2대의 순정 차량만으로 60명의 교육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인해 15~42만원의 돈을 내고도 2분~5분여 밖에 실습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참가자들은 밝혔다.
MK측이 준비한 운전 교육도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MK 이맹근 대표는 “내가 안전교육을 처음 해보는 거라 어떻게 하는지 잘모른다”며 얼버무렸고, 심지어 드리프트 스쿨 강사 중 한명은 “전날 새벽 1시까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아직도 술이 안깼다”고 참가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행사하는 동안 술냄새가 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음주운전도 위험한데, 그보다 훨씬 위험천만한 음주 드리프트 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이번 행사에 현대차 직원은 1명만 참가해 자세히는 모른다”면서 “이번 행사는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해돋이 공원 관광이나 ATV 체험 등 부대행사만으로도 즐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MK 이맹근 대표는 “2분은 과장이고 10분 가량은 실습했을 것”이라며 “일부 참가자는 이번 행사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가자들 중 박모씨(30)는 “드리프트 드라이빙 스쿨이라기에 참가한 것이지, 가족들과 몇번이나 방문한 제주도관광을 혼자서 하려고 15만원, 42만원 씩이나 내고 올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ㅈ모씨(34)는 “현대차에 완전 속았다는 느낌”이라며 “행사를 이렇게 할 줄 미리 알았다면 절대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 중에는 병원 문을 닫고 참가한 치과병원장과 핸드폰 매장을 비우고 참가한 사장도 있었다.
심지어 한 자동차 업체 홍보담당자(30·여)는 “친구가 운좋게 현대차 행사에 당첨됐다기에 행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벤치마킹 하려고 왔는데, 소비자에게 너무 심하게 대해 나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행사 진행자들과 싸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