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가 5.6미터에 이르는 거구의 플래그쉽 모델 ‘멀산느’의 지붕을 걷어내고, 마치 호화 요트처럼 시트 뒤 리어 덱에 느긋하게 목재 베니어를 깔았다.
‘그랜드 컨버터블(Grand Convertible)’. 이것이 오픈 톱 멀산느의 이름이다. LA 오토쇼 초연에 앞서 이번에 먼저 온라인으로 공개된 ‘그랜드 컨버터블’에는 푸른 시퀸 블루(Sequin Blue)를 기본 바탕으로 본네트와 윈드스크린 프레임에 리퀴드 메탈(liquid metal)이 칠해져, 낯익은 투톤 외관의 매력을 발산한다. 수공 마감된 휠은 살짝 비틀어진 5개의 스포크 디자인이 특징. 멀산느 스피드에 장착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6.75리터 배기량의 트윈터보 V8 엔진으로 ‘그랜드 컨티넨탈’은 무색무취의 공기 속을 항해한다. 이곳에서 멀산느 스피드와 같은 537ps(530hp) 출력과 폭발적인 112.2kg-m(1,100Nm) 토크가 나온다. 112.2kg-m..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각종 편의장비, 그리고 경량화를 전혀 신경쓰지 않은 마감재와 호화스런 장식들이 아낌없이 달리면서 2.6톤을 벗어난 중량에 개의치않는 여유 있는 가속성능을 확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성인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캐빈은 기본적으로 십자뜨기 박음질이 놓인 ‘리넨(linen)’ 가죽으로 처리되어있다. 박음질에 사용된 실은 바디컬러와 매치를 이루는 시퀸 블루(Sequin Blue)다. 그리고 시트에는 다이아몬드 퀼팅 장식이 적용되었는데, 아마 이 시트도 멀산느 스피드에서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 시트 뒤 리어 덱에는 여지껏 어떤 벤틀리 차량에 쓰인 것보다도 넓게 버 월넛(Burr Walnut) 베니어가 깔려있고 그 위에 얇고 긴 여러 줄의 크롬 장식이 가미되어 있다. 이 아래에 직물로 된 루프가 가지런히 수납되어있다. 사실 벤틀리는 2년 전 캘리포니아 페블 비치 이벤트에서 일부 VIP 고객들 앞에서 멀산느의 컨버터블 모델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쳐, 개발 계획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 때문일까? 이번 주 LA 오토쇼 무대에 오르는 ‘그랜드 컨버터블’을 컨셉트 카로 개발하고, 모터쇼 초연에 앞선 월요일 저녁에 선택된 일부 VIP들만 초대된 자리에서 사전 공개한 벤틀리의 태도에서 어쩐지 신중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