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게시판이 아반떼N으로 불타오르고 있는걸 보니,
잠잠했던 게시판이 살아난 것 같아 좋습니다.
그런데 이 아반떼N 관련 댓글들을 살펴 보면
크게 ‘그 돈이면…’ 이라는 반응과 ‘잘 나왔다’ 는 반응으로 갈리는 것 같은데요.
과연 아반떼N 은 창렬 일까요? 아니면 혜자 일까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소위 말하는 현대 빠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대 까에 가깝죠.
다만 이 글에서는 좋고 싫고를 떠나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대의 N 브랜드는, 아시다시피 소형 핫해치로 시작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 주로 비 포장도로나 굽은길, 좁은 골목길 등을 달린다)에 참가하며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다져가기 시작 했는데요.
2014 시즌을 시작으로 한 N의 WRC 행보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컨스트럭터(제조사) 챔피언십에서 이미 2회 우승을 기록하여 알핀-르노, 아우디와 동률을 이루었고
18전 우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죠.
잘 아시다시피, 현대는 N 브랜드를 위해 모터스포츠계의 정상급인 BMW M 디비전에서
섀시, 드라이브 트레인 개발을 총괄 했던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며 이루게 된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모트라인에서 김범훈 전 레이서가 기록한 랩타임 통계 입니다.
2019년 버전이지만, 몇 가지 유의미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네요.
벨로스터N이 1분 58초대로 11위에 올라있고, 이는 포드 머스탱 5.0GT나
제네시스 G70 3.3T RWD보다도 1초 이상 앞선 기록입니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벨로스터 N은 275마력, 머스탱 5.0GT는 446마력, G70 3.3T는 370마력 이니까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직선 구간이 많은 서킷이라면 벨로스터N은
절대로 머스탱이나 G70을 이길 수 없을겁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코너가 많은 인제 스피디움과 같은 트랙에선 어떨까요?
벨로스터N이 머스탱, G70보다 빨랐고,
‘더 베스트 랩’ 에서 어령해, 최정원 드라이버가 실험한 AMG A45와의 대결에서도
결고 밀리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동급 핫 해치중 가장 마력이 높다는 그 AMG A45가..?)
자, 그렇다면 N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가 명확해집니다.
단순히 소위 말하는 직빨을 위한 차가 아닌, 서킷 주행이나 와인딩 로드 등
보다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N 브랜드에서 가장 최근 출시된 아반떼 N은,
패기롭게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하여 TCR 클래스에서 우승을 차지 했고,
종합 순위에서도 무려 32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모습을 연출 했습니다.
(앞뒤로 아우디 R8 LMS, 메르세데스 AMG GT4, 포르쉐 카이맨 GT4 등이 있는 모습은 정말 놀랍습니다.)
즉, WRC에서 획득한 노하우와, BMW M 디비전의 수장 격이었던 알버트 비어만의 경험이 합쳐져
데뷔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죠.
(뉘르부르크링은 코너가 많고 고저차가 높아 악명이 높은 서킷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게당 마력비는 5.3을 기록하며 해외에서 라이벌로 거론되고 있는
포드의 포커스 RS, 혼다의 시빅 타입R의 5.2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며
배틀 영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무게당 마력비: 1마력당 감당해야 하는 차량의 무게)
결론적으로 살펴 봤을 때, 아반떼 N은 분명히 ‘혜자’ 임에 틀림 없는 차량입니다.
신생 브랜드인 것을 감안해도 많은 결과를 내었을 뿐 아니라,
최초의 N 모델인 벨로스터와 비교해 보았을 때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출시 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N을 모터스포츠 전통의 강호인 BMW M, Mercedes-AMG, Audi RS 등과 비교 할 수는 없습니다.
M과 AMG, RS는 이미 오랜 시간동안 모터스포츠에 몸 담았고,
이를 양산차에 접목시켜 압도적인 성능과 무수히 많은 역사를 써내려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역사에는 시작이 있다는 것이고,
어쩌면 모터스포츠의 N 브랜드 역사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