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1년 독학했더니 인생이 이렇게 변했다?

뒤집기교주 작성일 22.05.18 1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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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을 본격적으로 독학하기 시작한지 1년쯤 되었습니다. 평생 배울일 없다고 생각한 3D 관련 지식과 기술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운좋게 에픽게임스 공모전에서 엑스박스도 탔습니다. 사실 독학이라고 했지만 독학 같지 않은 독학인게 온라인에서 여러경로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배운것 정리해서 글 올릴 때마다 댓글로 따뜻한 조언 해주시는 분들 덕에 노하우를 조금씩 빌려 배웠던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 간간히 올리고 있는데 지난 일년간 구독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네? 천오백명 그게 뭐가 많냐고요? 물론 제 기준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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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동안 뭔가 많이 한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개수는 별로 안되네요..... 일년 어디로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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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 한명 소즁한 구독자분들이 뭐 올릴 때 마다 조언도 해주고 다음엔 뭐 좀 해봐라 하는 말들 해주시는 덕에 배울점들도 알게 되고, 영상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작년 초쯤에 만달로리언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그린스크린이 아니라 LED 화면으로 영상을 띄워놓고 배경으로 써서 찍고 있더라구요. 이제 그린스크린 같은거 필요없구나, 후반작업은 옛날 이야기구나 싶어서 완전 흥분해서 이 기술이 뭐든 간에 좀 배워야겠다라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계속 보다보니 언리얼엔진을 써서 한다는데..... 그건 게임에서 쓰는거 아님? 영상에 무슨 언리얼엔진?? 이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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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로리언을 보고 혹해서 배우게 된거긴 하지만, 꼭 마지막 결과물에 쓰이지 않더라도 언리얼엔진은 영상작업에서 쓰임새가 많습니다.

 

배우고는 싶었는데 자신감이 확 떨어지더군요. 3D잖아요 2D가 아니고. 1년전만 해도 제 뇌는 2D 였거든요. 3D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오기도 하고, 왠지 코딩도 배워야 할것 같은 느낌이고,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어떤 촬영장에서 감독분이랑 만달로리언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미 언리얼엔진을 촬영 파이프라인에 사용하려고 배우고 계시더라구요.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프로그래밍 언어 안배워도 쓸 수 있다 .... 네?? ..... 아 그리고 언리얼엔진 무료다.... 네????! 그날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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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은 기본적으로 무료입니다. 그리고 메가스캔, 스케치팹을 비롯해서 에픽 마켓플레이스에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있습니다.

 

에픽론쳐에서 언리언엔진 받고 나서 링크타고 들어가니 교육 웹사이트가 나왔습니다. 초짜용 코스중에 '당신의 언리언엔진에서의 처음 한시간' 이라는 코스가 있길래 보면서 따라했는데 아무래도 코스 이름을 잘못 지었어요. 강사분이 하시는 것 그대로 따라하려고 여러번 돌려보느라 한 네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교육용 웹사이트는 최근에 언리얼엔진5와 함께 업데이트 되어서 디벨로버 커뮤니티라고 이름이 바뀐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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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업데이트된 디벨로퍼 커뮤니티에 가면 기존에 올려놓은 공식 강의 외에도, 유저들이 직접 프로파일을 만들어서 자기들의 강의나 작업물 올려둘 수 있게 만들어놨습니다.

 

그렇게 몇주동안 기본 개념을 배우고 보니 기본적인 환경 만들기는 숙달이 되었습니다. 하늘, 태양, 구름, 땅 그리고 안개와 빛줄기 같은 것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지만 당시에 초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뭔가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언리얼 안에서 카메라를 움직여서 간단한 시퀸스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들어둔 코스들 덕분에 언리언엔진의 기본 뿐만 아니라 3D 작업 전체에 대한 개념을 조금이나마 잡고 시작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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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 내의 시퀸서라는 툴을 사용해서, 혼자 세트장 만들고, 조명 세팅하고, 카메라 움직이고 포커스 잡고,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할 수 있습니다.

 

초보용 코스들을 몇가지 해보고 얼마되지 않아 메타휴먼이 출시되었습니다. 강좌를 여러개 찾아보고 와이프님의 아이뻐를 빌려서 제 얼굴 데이터를 메타휴먼 얼굴에 실시간으로 대입했습니다. 제가 살다가 살다가 아이폰이 필요하게 될줄을 몰랐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립싱크 비디오를 만들었는데.... 뭔가 얼굴 표정이랑 입모양을 크게크게 하는걸 신경쓰다 보니 스스로 너무 신나서 심취하게 되더군요. 립씽크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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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에는 쉬즈곤이나 고해를 립싱크해서 올리면 여성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1년 5월이 되니 언리얼엔진5(얼리액세스)가 나왔습니다. 데모 프로젝트도 같이 말이죠. 아니 뭐 4.26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놔..... 당시에 데모프로젝트를 플레이 한다거나 언리얼5로 뭔가 새로운걸 만들어서 보여준다거나 하는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유행이나 타볼까 하고 작은 환경을 5에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하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막 만들었었는데, 뭔가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그걸 3D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에서 뭔가 이루말할 수 없는 충만감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마치 영상제작에 있어서 프리프로덕션에서 온갖 잡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드디어 촬영장에 들어서서 머리속으로만 그렸던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그때의 그 느낌과도 비슷했습니다. 물론 가상공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덜 의존해도 되는 장점도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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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찍은 뮤직비디오 스토리보드입니다. 프리 프로덕션에서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촬영비 마련 위한 프레젠테이션, 장소, 스탭 섭외, 소품/의상 제작, 촬영장비 렌트, 사전홍보 등등 할일이 산더미입니다. 특히 인디 레벨에서는 혼자서 다하거나 두어명이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을 다 거치고 나서 촬영 당일에 세트장에 무사히 들어서면 묘한 성취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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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뮤직비디오 촬영 중에 찍힌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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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5로 처음 만들어본 서리한의 계곡 환경입니다.

 

이맘 때쯤부터 해서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언리얼엔진 관련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유튜브 채널 자체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고, 언리얼엔진으로 뭔가 새로운걸 만들고 나면 영상으로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계속 올리고는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몇몇 분들이 처음에 어떻게 배우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주셔서 관련된 내용을 영상으로 정리해서 올렸는데 그 영상이 관심을 좀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유튜브에 올리는 것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언리얼엔진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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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시겠습니까?

 

구독자분 중에 한분이 에픽게임스 코리아에서 나나이트 챌린지라는걸 한다고 알려주셔서, 참여한다고 손해보는건 없다는 생각으로 참가했었습니다. 그리고 참가상으로 준다는 텀블러가 탐나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3등상으로 엑스박스를 받았습니다. 사실 콘솔로 게임은 하지도 않고, 텀블러가 이뻤을 뿐이고, 수상은 기대도 안했는데 (조...조금??) 3등이라니 솔직히 너무 기뻤습니다. 뭔가 그동안 육아하고, 일하고 남는시간 쪼개가면서 배운게 좀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텀블러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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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플레이스테이션5인데 말이죠..... 제가 콘솔은 안쓰는데 말이죠.... 플레이스테이션이었는데 말이죠.....

 

그 후로는 뭔가 근거없는 자신감이 붙어서 항상 해보고 싶었던 동굴 환경을 만들어 봤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당시에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만들고 나서 과정을 나레이션과 함께 영상으로 올렸었는데, 이 영상이 제 채널에서 그나마 제일 많이 봐주신 영상입니다. 그리고 댓글에 프로젝트 파일 검로드에 올려서 좀 팔아달라고 하신 분이 계셔서 그분한테만 팔려고 5불에 올렸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분들도 여럿 사주셨습니다. (..... 너... 너무 싸게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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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개그를 한껏 펼치려고 만든 환경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원래 이거 만들어서 하려던 이야기가 뭐냐면요.... 이 동굴에 사는 분이 도리도리도 잘하고, 짜장면 시켜먹고, 다리도 쫙 잘 벌리시고.......

 

뭔가 이쯤되면 글에 패턴이 보이실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일년동안 제가 뭘 능동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듣다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나 기회가 생겨서 한발씩 디뎌가며 배워나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새로운것에 대해 영상이나 글을 올려서 공유하고, 거기에서 또 새로운 대화가 생기고, 정보를 얻고,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나아가면~~ 돌고돌아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렌더링 관련해서 공부하면서 한단계 성장했었고, 나나이트 챌린지 때 하고 싶었던 움직이는 안개도 다시 도전해서 튜토리얼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배웠습니다. 최근에는 가상 갤러리 환경 제작해서 가상 전시회 만들고 있고, 카오스와 나이아가라 기능 사용해서 파괴신 놀이도 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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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시스템으로 건물 조각내고, 물리 시뮬 돌려서 터트리고, 나이아가라 입자 시스템 물려서 터질 때마다 연기 피어오르게 하고. 어디 아직 제대로 쓸데는 없지만 아들래미한테 보여줄 때마다 꺄륵꺄륵 아주 웃다가 넘어가네요..... 누가 현실 파괴신 아니랄까봐....

 

벌써 일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초보라고 느껴지는 이 느낌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가끔 언리얼 초보라고 제목달아서 글 올리면 초보 단어 의미 모르냐고 죽고싶냐고 댓글 달아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가끔 계셨는데.... 정말 앞으로 배워야 할것들이 산더미 같이 많은것 같기도 하고, 온라인에 실력자분들 작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제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아서 초보라는 이름 뒤에 숨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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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아티스트/인디게임제작자 류러셀님 팀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팀에서 만드는 한국배경 게임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상엔 천재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지금에 와서는 제가 어떤 쪽으로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버츄얼 프로덕션쪽을 배워야 할지, 아니면 아예 환경 레벨 디자인 쪽을 배워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동안 언리얼엔진이라는 소프트웨어만 배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도 키우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 글쓰기, 프레젠테이션 등등도 연습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어느쪽 길로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가 많이 기대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메타휴먼 노래방, 텀블러게임 그리고 Fus Ro Dah! 1년간의 이야기 (한글자막)

https://youtu.be/ie1N1pl35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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