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스(Nice)를 대표하는 피자 레스토랑 LA TAVERNE MASSENA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작화덕부터 눈에 띈다.
“주는 대로 먹어!” 해도 “네~” 할 것만 같다.
이처럼 화덕은 업소에 대한 신뢰감을 높히는 효과가 있었다.
또다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각양각색의 술병들.
‘아이들은 출입금지’라는 경고문보다 더 강경하게 “여기는 성인들의 공간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2층 예약석에 자리를 잡았다. 아래층을 내려다봤더니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와인을 곁들이면서
피자를 썰고 있었다. 남자가 빨리 먹어서 그런가? 여자 쪽 피자가 더 커 보이는 게 재밌다.
나에게는 격하게 부담되는 크기이지만.
△홍합피자
드디어 피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꼭 맛보고 싶었던 홍합피자부터다. 도우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른 뒤
크지 않은 홍합살들이 덩그르르 놓였다. 바질로 보이는 허브가루도 뿌려져있다.
홍합의 크기가 균일하다. 때깔도 좋다. 상당히 양질의 홍합으로 보인다.
△ 안초비피자
우리의 멸치젓과 비슷한 안초비피자도 홍합피자만큼이나 심플하다. 토마토소스, 안초비, 올리브, 케이퍼
와 바질가루가 전부다.
둘의 공통점은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설명하기로 한다. 혹자는 피자의 생명은 치즈라고 하듯, 피자 하면 연상되는 치즈가 없는 것도
독특하다. 하지만 미국식 피자에 길들여진 우리 시선에서 독특할 뿐, 안초비피자야말로 원래 피자의 형태
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피자 재료는 토마토, 안초비, 모차렐라치즈, 마늘, 올리브유 같은 것들이었다.
피자가 고급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차렐라치즈는 대중적인 토핑재료가 아니
었을 테고. 그렇다면 토마토나 안초비가 가장 중요한 재료였으리라.
이는 피자가 생겨난 지역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 안초비피자
이탈리아 나폴리는 항구도시이다. 육로보다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과거에 나폴리는 여느 지역보다 먼저
토마토가 유입되어 피자에 접목되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안초비처럼 가장 흔했던 식재부터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19세기 초 미국으로 이민 갔던 이탈리안들이 하나 둘 피자가게를 차리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식재를 도입
하게 된다. 햄과 소시시, 치즈가 기본이 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피자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비록 발전은 했지만 그만큼 정통에서는 멀어진 셈이다. 맛객이 홍합이나 안초비피자에 의미부여를 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변형된 피자가 아닌 가장 원형에 가까운 피자.
지금 그 피자를 맛보고 있는 중이다.
■ 피자의 원형에 가까운 안초비피자
△ 서양인들이 원정대 옆에서 피자를 즐기고 있다
이탈리아는 우리와 같은 반도국가이다. 지역적 특성이 같아서인지 음식 또한 우리 입맛에 가장 맞은편이
라고 한다. 홍합피자와 안초비피자를 먹으면서 그 같은 생각이 확고해졌다.
홍합피자는 담백했다. 안초비피자는 짭쪼롬한 게 먹을수록 입맛 당겼다. 만약 안초비를 몰랐다면 "이거
멸치젓갈 피자 아닌가요?" 라고 물었을지도 모른다. 피자 하면 연상되는 느끼함 같은 것도 없었다.
개인적으론 미국식피자보다 깔끔한 이탈리아 피자가 더 입에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피자가 대중화 된지도 20여년이 넘었다. 피자를 대하는 소비자의 안목과
본고장 피자에 대한 욕구도 일정수준 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한가지 주재료가 돋보이는 전문피자가 쏟아져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만약 미국식이 아니라 이탈리아피자부터 국내에 소개되었다면 우리네 피자문화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양파피자
△ 모둠피자(가지, 양파, 안초비, 홍합, 콤비)
아삭거리는 식감에 단맛을 풍기는 양파피자는 여성대원들이 특히 좋아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점수를 딴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양파는 부재료로서 가치라면 몰라도
주재료로서 카리스마는 약하지 싶다. 가지피자는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났지만 큰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 니스 특산품 올리브유
이날 피자맛을 돋궈주었던 양념은 올리브유였다.
서양식고추가 섞여 매콤함이 감돌아 입맛을 확 돌게 해주었다. 니스는 주 특산물이 올리브유이다.
니스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올리브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래선지 신선한 향과 맛은 내가 알던 올리브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 맥주 애호가인 맛객을 탄복시킨 생맥주.
당장 이보다 맛좋은 생맥주를 만나지 않는 한, 생맥주중의 생맥주로 기억할 수밖에...
이제 이 가게에서 내가 느낀 두가지 큰 즐거움을 밝힐 차례다. 첫번째는 피자에 곁들였던 맥주이다.
파리, 아비뇽, 엑상프로방스, 니스로 이어지는 여행기간동안 와인 못지않게 맥주도 많이 찾았다.
하지만 그 모든 맥주는 무효라고 외칠 정도로 이집의 맥주는 단연 출중했다.
맛과 향 두가지 다 퍼펙트했다. 이 정도 맛이라면 독일의 맥주라도 부럽지 않다.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