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역에 있는 합리적인 스시집에서 정말 맛있게 즐기고 왔습니다.
점심 오마카세 60000원, 스시코스 38000원.
와이프가 아직 날생선에 익숙치 않아서 스시코스로 주문했구요.
분위기 실력 가격 고객응대 다 좋았습니다.
정신없이 먹다가 사진을 몇개 빼먹었는데
성인 남성 기준에서 배부르게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날 점심에 차를 가지고 간 바람에 술을 한잔도 못마셨네요...
이 좋은 음식에 맥주한잔도 못하다니....
아쉽지만 돈 더 많이 벌어서 또 와야죠 ㅎㅎ
저희는 12시에 예약했기때문에 정시에 맞춰서 갔습니다.
점심이 1부 2부로 나뉘기때문에 늦으면 2부 손님들에게 영향을 끼치겠죠.
1부 시간은 대략 1시간 20분 정도걸렸네요.
저희가 갔던 날 바로 옆에 3명 예약손님이 있었는데 1명이 늦게 도착해서
음식을 내놓는 순서가 상당히 엉망이 되는걸 봤습니다.
2명은 같은 음식이 나올때 1명은 뒤늦은 순서의 요리가 나오는거죠.
셰프입장에서도 좀 번잡스러워지고...
한국인 특유의 코리안타임.... 이젠 지켜야합니다.
그리고 스시를 초밥이라는 한국형 단어로 번역을 해서 사용하는데
저는 이게 상당히 웃기게 들립니다.
일본에서 김치를 기무치로 부르면 싫어하면서 스시는 초밥으로 부르는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이 음식이 우리나라에 있던 음식도 아닌
100% 일본전통음식인데 굳이 왜 스시라고 안부르는건지.
우동을 가락국수로 부르는것도 비슷하죠.
음식은 그나라의 역사와 환경과 전통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이 하는짓은 밉지만 음식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암튼 스시를 사랑하는 1인으로서 잡소리 한번 해봤습니다.
본격적으로 코스가 시작됩니다.
우선 밑에거는 광어 위에거는 숭어.
숙성 사시미로 입맛을 돋웁니다.
물론 선상에서 갓잡은 생선을 활어로 먹는것도 그것만의 맛이 있지만
생선은 아무래도 숙성이 훨씬 맛이 좋아지죠. 아미노산의 폭발적인 증가!!
입에 쩍쩍 달라붙는 씹을수록 단(?)맛을 느낄수 있습니다.
이거 다음에 참치 등살이 나왔는데 너무 좋아하는 부위라서
바로 먹고 사진을 놓쳤네요...
적당한 산미와 조직감이 일품이었습니다.
토마토와 적양파를 새콤달콤하게 무친 음식인데 상당히 고급스러운 맛입니다. 또 땡기네요
본격적인 스시 시작.
우선 도미.
흰살생선의 여왕.
감칠맛 끝장납니다.
숭어입니다.
도미와는 다른 또다른 맛.
방어입니다.
와이프는 이게 제일 맛있었다고 하네요.
원래 방어는 겨울철 생선이지만 이녀석은 부시리라고 여름에 먹는 생선입니다.
지방이 정말 맛잇게 올라와있어서 먹으면 입속에서 팡팡 터지네요.
남녀노소 좋아하는 연어.
그러나 우리 와이프는 별로 안좋아한다는 사실....
완전히 뱃살쪽은 아니고 적당히 기름이 껴있는 등이나 중간 부분인거같네요.
이날 저의 베스트였던 아카미즈께.
참치등살을 간장에 재워놓은 것인데 캬 지리구요 오지구요.
간장에 재워놔서 엄청 짤거같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산뜻합니다~
단새우님이 등장하셨네요.
와이프가 가장 별로라고 했던 재료인데요
저는 무슨 설탕 뿌려놓은거처럼 달달해서 너무 좋았네요.
사진에는 2마리처럼 보이지만 3마리가 부둥켜안고 있습니다.
광어.
뭐 우리나라의 국민생선이죠.
저도 중학교때까지 회를 못먹었는데 오징어부터 먹기 시작해서
2번째가 이 광어였습니다. 담백, 깔끔, 가격, 양, 참 만족스러운 녀석입니다.
요즘은 양식이 워낙 품질이 좋아서 자연산과 맛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암튼 사케와 함께 먹기 좋은 녀석입니다.
가리비 관자입니다.
사실 여름철에 패류를 조리한다는게 쉽지 않죠.
이날 아주 미세하게 비린맛이 있었는데 다행히 위에 뿌린 레몬즙이 비린내를 많이 감춰줬네요.
이것도 단새우마냥 달달합니다.
키조개 관자나 가리비 관자나 불에 살짝 그슬린 아부리로 해서 김에 싸먹으면
코피 퐝퐝터지는 맛이죠.
중간에 입가심으로 나온 오징어 찜입니다.
밑에 갈색소스는 오징어 내장과 전복 내장을 섞은겁니다.
평범할 수 있는 오징어지만 저런 소스하나로 맛이 고급지게 변하죠.
먹을수록 신기한 해양생명체의 맛....
가을 생선의 대표주자 전어!
아직 가을이 100%오지 않았기때문에 기름이 완벽하게 오르진 않았지만
초절임을 한 재료로서는 합격점입니다.
저는 특히 반짝이는 생선, 전어, 전갱이, 고등어, 청어등이 너무너무 좋네요.
위에 올려진 초록색은 시소를 갈은 겁니다.
약간의 비릿함이라도 잡아보려는 셰프의 노력이죠.
미소시루.
앞서 말했던 옆테이블 3인방중 늦게 온 한명이
"이야~ 이거 새우향이 진짜 좋다"라고 해서 무슨 소리야...라며 코웃음 쳤는데
셰프님이 "네 맞습니다. 새우 베이스로 만들었습니다"라고...
그는 엄청난 혓바닥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좀 부끄러웠어요 ㅎㅎ
청어입니다.
원래 과메기가 청어로 만든 음식이라는것을 아시나요?
꽁치보다 기름이 훨씬 많고 예전에는 너무나 쉽게 잡히는 생선이었는데
어느순간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과메기의 자리를 꽁치가 차지하게 됐죠.
그러나!! 희소식인건 요즘 다시 청어가 몇십년만에 풍어가 되어 돌아왔다고 합니다.
사진에서도 기름이 좔좔 흐르는게 보이시죠?
위에 올려진것은 특이하게도 마늘을 간장에 재운 소스였습니다.
마늘을 스시에서 쓰는건 저도 처음 봤네요.
전갱이입니다.
일본에서는 아지후라이라고해서 전갱이 튀김정식이 있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한국은 생선튀김이라고 해봐야 돈까스집의 샌선까스(대구살)정도 뿐이지만
이 전갱이튀김 먹으면 다들 놀라실겁니다.
이 친구 역시 반짝이는 생선류의 대표주자로서 잔가시가 많은게 특징이죠.
얘 역시 맛좋은 오메가3 기름이 좔좔~
드디어 끝판왕이 나왔네요.
오도로입니다.
이 녀석의 기름은 위에 있는 생선의 기름보다는 한수 위입니다.
사람의 체온으로도 녹아버릴정도의 기름으로 독특한 기름향이 있죠.
참치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재료 No.1으로 전세계 80~90%정도의 참치가 일본에서 소비됩니다.
전세계 삼겹살의 70%를 우리가 먹는거랑 비슷한 느낌.
일본에서도 최고로 뽑는 참치는 일본 아오모리현 오오마라는 어촌에서 잡히는 혼마구로를 최고로 칩니다.
2008년에 240키로짜리 참치가 츠키지시장에서 2억원에 낙찰된 이력이 있습니다.
대부분 외줄낚시로 잡기때문에 어부입장에서는 1마리를 잡으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최고의 생선이지만 그만큼 잡기는 힘들다는 점....
긴자의 최고급 초밥집을 가면 오도로초밥 한점에 2만원씩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2억원이 이해가 가죠.
요즘은 스페인이나 대서양쪽에서 축양참치를 많이 기르고 있고 맛도 자연산 못지 않다고합니다.
어쨋든 비싸고 맛있는 부위인것은 인정!! 다만 2점 이상 먹으면 느끼하다는거....
그래서 저는 오도로보다는 아까미(등살)이 더 좋지만
왕좌의 자리는 얘 차지인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엔가와+시소 조합
광어옆구리살을 이토기리해서 시소와 버무렸네요.
앞서 먹었던 오도로가 너무 강력해서 조금은 심심했던 재료.
그래도 광어 옆구리살은 횟집 가면 제일 상사가 먹을 수 있는 부위죠 ㅎㅎ
우니.
언제 먹어도 맛있는 우니.
와이프는 이런 식감이 너무 싫다고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맛있는 우니.
달짝지근한 소스가 없어도 좋았을거 같은데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성게도 잡히는 종류, 지역에 따라서 맛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던데
그걸 비교해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재력이 갖고싶네요... ㅎㅎ
이제 스시의 마지막 후토마키입니다.
우리나라 김밥의 약 3배정도 크기에
재료도 생선 부추 표고 계란 튀김 등등 푸짐하게 다양한 종류가 들어갑니다.
여성들은 한입에 먹지도 못할 정도의 굵기!!
마무리는 장어국수.
표고버섯과 장어뼈로 우려낸 국물에 소면이 들어있습니다.
국물은 엄청 맑고 담백한 장어의 맛이 우러난 스프.
특히 려진 장어 살은 입에 넣으면 솜사탕 마냥 부스러져
불로 활성화된 지방맛이 잘 느겨집니다.
셰프님이 마지막에 더 드시고 싶은게 있냐고 물어봐서
"혹시 고등어는 안하시나요? "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있죠라며 내주신 고등어 초절임.
현존하는 스시재료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입니다.
계란과 고등어가 스시집의 실력을 가늠하는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다시피 아직 생선살이 살아있는건 초절임 시간이 길지 않아서입니다.
초절임이 길어지면 생선이 식초에 익어서 점점더 회색으로 변하고 식감도
구운 고등어 같은 느낌을 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초절임이 조금 더 강해도 되지않을까 싶었지만 신선한 고등어의 경우는
비린맛이 없기때문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카미즈께를 한점 더 얻어먹고 진짜 마무리로
미숫가루 이이스크림으로 깔끔하게 입가심하고 왔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10월부터 약 3년간 일본에 건너가서 스시관련 일을 시작하려고 하고있습니다.
제가 직접 스시를 쥐는 요리사가 아닌 배달스시 관련업계인데
일본에 가기전에 한국의 다양한 스시집에서 맛을 비교해보고자
요즘 스시집을 많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가까운 시일내에 다른 스시집 탐방기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