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핵 축하 집회에 있다가 시간이 늦어서 들른 광화문 뒤쪽 청진옥입니다.
저렇게 커다란 파 접시와 함께 김이 펄펄나는 해장국이 나옵니다.
초딩 입맛인 분들은 절대로 드시기 전에 냄새를 맡으시면 안됩니다. 오래된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쿠리쿠리한 냄새가 화악 올라와 식욕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속으로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아까 내가 냄새를 맡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는 선지와 내장을 우려낸 국물맛만이 입안에 퍼집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저 내장이 들어가는 선지해장국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 요새 선지만 들어가는 해장국은 점점 사라지고 뼈다귀와 선지가 함께 들어가는 해장국이 대세인데 이 곳은 저 양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제일 많이 들어가서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그 대신에 특유의 노린내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거겠죠. 그 냄새를 이집 특유의 된장과 우거지로 잡아내서 모든 사람이 거부감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입니다. 양도 푸짐해서 안에 고기와 선지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고 썰어져 나오는 씹히는 고기가 있어서 술안주로 먹기에도 굉장히 편합니다. 하지만 만원이라는 가격이 제일 문제입니다. 아무리 가게세비싼 광화문 한복팍이더라도 한 8천원정도가 어쩔까 합니다.
두번째는 용문 3대 해장국 중 하나인 한성옥 해장국 사진입니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촐한 테이블이 네개가 있고 자리에 앉으면 물어볼것도 없이 그냥 앞에 턱하니 해장국이 나옵니다.
저 그릇을 뚫고 솟아오른 뼈다귀의 위엄이 보이십니까. 국 안에는 넘칠만큼 선지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제가 뼈다귀 해장국을 잘 안가는 이유는 맛은 있지만 뼈다귀 사이에 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 손을 빨아가며 쪽쪽거리는 걸 귀찮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목쪽의 뼈를 쓰신다는 데 사진에는 잘 안나오지만 큼지막한 고기가 뼈다귀 바깥쪽에 달려있어서 젓가락질 몇번으로 커다란 덩어리의 고기를 쉽게 떼어 먹을 수 있고 저 국물 안에도 두툼한 고기 덩어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먼저 고기덩어리를 건저 먹은 다음에 밥을 말아서 선지와 부드럽게 녹을 지경인 배추와 함께 흡입합니다. 저 붉은 빛 나는 게 다대기여서 가장 매콤한 맛이 나는 해장국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속이 시원해집니다. 가격은 칠천원으로 적당한 가격입니다.
세번째는 달품해장국이라는 그냥 집앞의 이름없는 해장국입니다. 4900원이라는 가성비가 좋아서 가는 곳입니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언제 운전하거나 버스타고 맛집을 찾아갑니까. 이 집은 집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어서 오늘도 제 위장 건강을 위해 이바지하는 고마운 녀석입니다. 뼈다귀 한조각과 적당한 선지가 우거지와 함께 푸욱 고아져 나옵니다.가성비를 충분히 하는 녀석이지만 해장국은 그냥 평범한 정도입니다.
오히려 자랑하고 싶은 것은 반찬입니다. 특히 저 배추김치는 김치전문점에서도 못먹어보는 맛이납니다. 왜 전에 1박2일에서 은지원이 남해에 있는 옛 여관에 가서 김치를 먹으면서 김치가 사이다같이 맛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은지원이 먹은 김치가 아마 이것과 비슷한 맛임이 틀림없습니다. 김치가 익기 전인 겉저리 상태였다가 점점 익어가다가 어느 순간 확 신김치의 군내가 나면서 묵은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이집은 가장 익은 정도가 절정인 상태에서 나와서 새콤하면서 배추의 달콤함 마져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이든 가성비를 제일 중시 여기는 저로써는 앞서 나온 모든 해장국들을 다 한방에 날려버릴 강력한 놈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하하 정준하가 들렀던 송해선생님 단골집 종로3가 낙원상가 밑의 소문난 해장국입니다. 아우 사진이 또 흔들렸네요.
2000원 입니다 설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