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술퍼먹고 평양냉면 아니면 해장국으로 토요일 일요일 낮을 위장보호를 위해 힘 쓰다보니 다른 것 먹을 틈이 별로 없네요.
틈틈히 먹으러 다닌 비빔국수 먹는 집들 함 올려봅니다.
처음은 제가 아는 비빔국수중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육전비빔국수 안국역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깡통만두입니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뒤라서 어마한 줄을 예상하고 쓰린 속을 부여잡고 11시쯤 갔더니 이제 막 줄을 서기 시작해서 바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주 메뉴가 만두 전골이다보니까 테이블 회전이 느리고 북촌 관광을 가는 관광객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대 선택을 잘하셔야 합니다.
김치 양파줄기무침 양파무침과 함께 비빔국수가 나옵니다만 국수 안에 수많은 고명때문에 반찬에 젓가락이 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집 소문을 들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 위에 하얀 것이 육전을 채 썬 건데 수요미식회인가 방송이 나간 뒤로 어쩐지 양이 줄어든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원래 한집당 사진 한장씩만 올리는 원칙인데 이 집은 저 고명을 함께 비빈 사진을 바로 올려봅니다. 그래야만 이집 요리에 대한 이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수가 있걸랑요.
비빈 다음의 근접사진입니다. 일단 색을 보시면 그닥 맵지 않은 수수한 빛깔이 눈에 띄이실겁니다. 두번째 관찰력이 있는 분들은 면이 약간 구불구불하다는 것과 마치 쫄면을 보는 듯한 굵기의 중면이라는 점, 무엇보다 면이 짧게 끊겨져 있어서 고명과 마구 뒤섞여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이집 비빔국수하면 약간의 육전과 견과류고명에 촛점을 맞추시는 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원래 국수를 좋아하시는 분은 다들 후루룩하면서 빨이들이면 딸려오는 면과 그에 묻어있는 양념이나 국물을 먹는 맛을 즐기십니다. 하지만 이집은 툭툭 끊겨있는 면 때문에 한입 먹을 때 마다 한번 젓가락질을 해야하는 고생을 해야만합니다. 아마도 면을 삶은 다음에 찬물에 전분성분을 씻어내는 냉각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면은 흐믈흐믈 합니다.
그럼 왜 이런 일반적인 면요리의 기본상식을 벗어난 것 따위가 이유가 있느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고명의 종류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집 고명 중 메인은 결코 면 위를 살짝 덮어서 가끔 입 안으로 딸려들어오는 육전이 아닙니다. 저 파란색 약간 덜익은 열무김치와 무 절임이 오히려 국수 맛의 핵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비빔국수처럼 달걀 삶은 것이 안나오는 것도 이러한 맛을 제대로 느끼라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면의 길이도 딱 열무와 무 크기랑 비슷하게 맞춘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부분 비빔국수는 야채와 국수를 한젓가락에 집어도 야채 조금에 밑으로 늘어진 국수를 많이 흡입하게 된다면 이 집은 한젓가락에 계속 열무와 무우 국수를 적당량씩 먹게 됩니다. 김치와 절임을 푹 발효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것도 상큼하고 신선한 씹는 맛을 계속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양념은 인위적인 설탕을 배제한게 틀림없어서 필요 이상의 단맛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고 느껴집니다.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라는 식감과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완성도 높은 비빔냉면으로 매우 칭찬해입니다만. 결정적으로 한그릇에 8500원이라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나오는 동네 비빔국수집의 두배가 넘는 가격이지요. 물론 맛에 신경쓴 것은 맞지만 북촌 한옥마을 입구라는 지리적인 요소에 관광지 바가지 버프가 있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주로 가족들끼리 놀러가셨을 때 또 다른 이집 명물인 만두 전골이나 세개 만두가 들어간 칼국수와 함께 즐기시길 추천합니다. 평소에 간편하게 후후룩 한끼 해결한다는 느낌으로 먹기에는 쫌 부담스러운 아주 고급진 국수입니다.
다음은 점심시간에 가끔 이용하는 집 앞의 제주도야지 집 비빔국수입니다. 점심시간 열한시부터 두시까지 사장님이 이 퀄의 비빔국수를 4000원에 서비스 해 주셔서 즐겁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열무김치와 잘 끓여진 된장국과 함께 상추와 깻입에 덮힌 국수가 나옵니다. 저 열무김치를 면에 턱 덜은 다음에 야채와 함께 비비면...잘 안비벼집니다. ㅋㅋㅋㅋㅋ 면이 약간의 콩나물 삶은 것과 함께 딸 양념장이 면을 비빈만큼만 비벼져서 나오기 때문에 나머지 야채를 적실만한 추가 양념이 거의 없어서 저걸 비벼먹으려하면 점심시간이 아마 끝나있을 겁니다. 게다가 면도 굉장히 꼼꼼하게 뭉쳐서 쌓아 주셔서 잘 풀어지지도 않아서 면을 먹다가 이빨로 끊어먹어야하는 불편도 감수해야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당연히 이유가 있지요 만약 다 비벼서 먹을 때 가장 맛난 맛이 나면 왜 저 당근과 열무김치가 깡통만두처럼 미리 비벼나오지 않겠습니까 이미 콩나물 삶은 것은 국수와 함께 비벼져 나와서 면을 먹을 때 특유의 식감을 더하는데요.
이 면은 국수를 먹으면서 파릇한 파란 야채를 추가로 입에 넣어 먹게 설계되어져서 나옵니다. 물론 약간 불편하지만 면이 입에 들억가 퍼질때 파란 것들이 들어가면서 내는 풋내를 즐기는 것이지요. 고깃집이다 보니 느끼한 것을 드신 뒤에 후식으로 즐기는 면이 기본 베이스여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야채 절임은 저 열무김치외에도 계절별로 하나 둘 씩 더 나오기도 하는 데 사장님이 국수맛 느끼는데 필요한 주로 파릇한 것만 세팅해주십니다. 옆테이블 육계장 먹는 사람들 기름에 볶은 버섯반찬 먹길래 힐금힐금 쳐다봤는데 끝까지 안주시더라고요. 암튼 4000원에 도심 한복판 큰 식당에서 이만한 퀄의 비빔국수를 즐기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높은 평가를 내리는 곳은 말그대로 동네 맛집 합정 뒷거리 망원정사거리의 원당국수잘하는집의 비빔국수입니다. 원래 동네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가는 동네 지역 평정집이다보니 교통편이 매우 않좋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하셔야할 텐데주차장도 한 세대 댈 수 있어서 주변 길에 걍 불법주차를 해야하는 데 시도때도 없이 카메라차가 와서 위용위용댑니다. 뭐 별거 아닙니다. 그러면 옆집 메밀국수(이집도 대단합니다 담에 소개할께요) 사장님이 문을 벌컥 열고 떳어요! 하면 찰기 가득한 면을 한 5분 내에 후루룩 클리어를 해버리고 가면 끝입니다. 주변 재개발되기 전에 한강시민수영장쪽에서 오다가 길가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느긋하게 먹으며 살펴보니 경찰도 단속 위주가 아니라서 위용위용댄다음에 5분뒤에 바로 오지도 않더라고요.
보시다 시피 김치도 달라해야 줍니다. 저게 딸랑 5000원짜리 비빔국수입니다. 옆은 잔치국수 국물이고요. 아쉬운 소리를 하자면 얼마전에 가격을 500원 더 올린겁니다. 양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요. 전에 십여년전 아는 사람만 가는 가게일 때 아마 비빔국수가 4000원이고 잔치국수가 3500원일때부터 다닌 것으로 기억나는 데 토요일 밤새 홍대서 달리고 일욜날 느즈막히 합정역 뒤쪽 살던 아는 동생놈 집에서 일어나서 슬리퍼 끌고 가서 이모한테 양 많이요. 하면서 잔치하나 비빔하나 시키면 따로 곱배기 값 천원을 더 내지 않아도 산더미처럼 나왔었습니다. 물론 저는 한그릇을 미쳐 다 못먹고 남기면 100키로 넘는 동생놈이 나머지를 다 해치우고 둘다 돌아오면서 너무 많은 양에 뱃속에서 부불기 시작한 국수에 고통스러워하곤 했지요. 그래도 멸치를 푸욱 국물낸 잔치와 새콤달콤한 과일로만 단맛을 낸 비빔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이따가 집에 갈때 고통스러울 거 뻔히 알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곤 했죠. 맛있는 녀석들에 한번 나왔지만 그것때문에 손님이 크게 늘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지리적으로 구석진 곳이니까요 근데 요새는 그냥 입소문만으로 다른 지역 분들도 몰려드셔서 점심시간에 서야하는 줄이 매우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국수 단일 메뉴에 술 드시는 분도 없어서 로테이션이 매우 빠르므로 금방 차례가 되실껍니다. 뭐 저만 알던 집이 유명해져서 뿌듯하면서도 혁오밴드가 무도에 나와서 뜨는 것을 보던 나알밴 팬들의 느낌을 알 것 같습니다.
잔치국수도 매우 훌륭하지만 비빔은 환상적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소스가 질척거릴 만큼 좀 많습니다. 보통 국수 드시듯이 한 젓가락 문다음에 김준현처럼 면치기랍시고 입술을 오무리고 후루룩 마시면 얼굴과 옷에 끔찍한 데미지를 입게됩니다. 입술을 크게 벌리고 이빨로 물어먹어가면서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올려야합니다. 마치 자장면 드시듯이 드셔야지만 저 과일이 주 베이스인 새콤 달콤 매콤의 맛의 절정인 양념장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면도 놀라워서 투두둑 끊어지는 식감의 깡통만두 비빔국수와는 극단의 반대쪽에 있는 절대찰기를 가지고 있는 국수의 식감에 아마 놀라게 되실겁니다. 사장님이 한겨울에도 정성스레 찬물에 국수를 몇차례나 빨아대서 전분을 완전히 제거해서 면 특유의 찰기있는 식감만 절대적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여름의 동치미 국수까지 5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국수들을 구사하는 집입니다. 판모밀도 좋지만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이 일대는 전에 택시 기사들이 점심시간에 길가에 주즈륵 택시를 대고 드시던 곳이어서 주변 대부분 가게 음식이 평균 이상의 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집과 붙어있는 중국집하나 사이로 메밀국수 전문점 두 집이 제일 유명했던 것이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집이 오랫동안 같이 장사를 하신 사이셔서 메밀국수는 저쪽 집에서 제면을 해오는 것으로 판모밀은 맛이 두집이 동일합니만. 여름철 시원한 물모밀은 가성비 최강 옆집을 강추합니다. 날이 더워지면 바로 여기에 가성비 최고의 물모밀을 소개하도록 하지요
여기에 글 쓰다보니 예전에는 어떻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먹으러 다녔는지. 소재가 금방 동나네요 아마 담에 일본 라멘 먹으러 다니는 집과 메밀국수 다니는 집. 우동 다니는 집. 나주곰탕 먹으러다니는 집정도 소개할 수 있겠네요. 담에는 걍 잘찍는 사람들이 찍은 남의 사진을 퍼와가며 소개해야겠어요. 저 사진들을 보니 제가 식욕이 떨어지는 느낌이네요 제 폰은 너무 낡었고 저는 너무나 똥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