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메밀국수 1탄

귀여운배 작성일 17.06.11 0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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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메밀국수 올려드린다고 했는 데 귀차니즘 때문에 못올리고 있었네요가 아니라 이유가 있었습니다용.오늘 두번째로 소개할 집인 미진에서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정신차려보니 이미 면이 주둥이에 쳐박혀 있었고 그제서야 아차! 사진 하고있었더랍니다. 긴 대기줄에서 지쳐있다보니 사진으로 맛을 전달해야한다는 의무감보다 본능이 먼저 앞서버렸답니다.... 그 뒤로는 식식님하고 서로 아는 집들 먹으러 다니느라고 갈 틈이 없었고요. 같이 가서 먹으면서 올려야지올려야지하다가 걍 남의 사진 퍼왔습니다요.

 

 이제 우리도 여름하면 메밀이 당연한 별미가 되었지만 이십여년전만 해도 메밀은 강원도에 가서야 먹을 수 있는 별미였습니다. 그리고 초기 막국수는 지금 아는 물국수와 비빔국수가 분리된 형태도 아니었고요. 아주 어린 기억인 30여년 전에도 고향인 천안 시청 앞에 유일하게 일본식 판메밀을 하는 집이 있어서 나름 미식가셨던 아버지를 따라가 먹어봤는 데 왜 아버지가 짜장면도 아닌 걸 저렇게 맛있게 드시는 지 이해를 못했었죠. 게다가 가격도 당시 짜장면의 두배가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에 몇몇 장인정신을 가지고 메밀 유통경로를 뚫고 계신 몇몇 사장님들을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료 유통비가 많이 들어가는 타 지역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음식이고 가격대비 시장서 인정받기 어려운 음식이었죠.

 

 전에 평양 냉면시리즈에서 미쳐 말씀드리지 못했는 데 그때 아름다운 가격 7000원 유진식당을 제외한 다른 곳들의 냉면 하나가 만원을 넘어가는 것에 다들 놀라실껍니다. 바로 한정거장 옆의 우레옥은 제가 아는 바로는 13000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 데 높은 가격의 가장 큰 이유가 저 메밀이 밀가루에 비해 원자재가격이 비싼 이유였죠. 지금 얘기할 메밀국수들은 사실 함량으로 보면 메밀을 섞은 밀가루 국수가 맞지만 가격대비 성능과 메밀이 향기는 좋지만 자체로 완벽한 맛을 내는 재료는 아니라는 점에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오히려 면메니아들에게 적정한 비율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여의도 명인면옥같은 경우 100%메밀을 더 비싼 가격에 선택할 수 있지만 면 메니아들이 특유의 쫄깃하고 탁력있는 식감에 국수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저도 과연 그 돈을 주어가며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물론 식식님과 처음 같이 식사한 그날 인지도가 낮아서 여기에 안올린 제 진짜 평양냄면 단골집에서 어복쟁반에 메밀 함량 무쟈게 높은 국수를 말아드리니까 정신없이 드시더만요 ㅋㅋㅋㅋㅋ 비밀입니당 어? 내일 만나기로 햇나

 

 전 개인적으로 메밀이 들어간 국수를 다음과 같이 크게 분류합니다. 왼쪽이 일본서 들어온 방식 오른쪽이 전통적인 강원도 방식이고 가운데가 최근 퓨전 방식입니당. 오늘은 일단 A타입 중심으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용.

 

 

A타입 일본식

B타입 퓨전식

C타입 우리식

판모밀 형태

물모밀 형태

비빔모밀 형태

쯔유 찍먹

쯔유 부먹

동치미 부먹

 

 

음식에 절대 기준은 없습니다. 이것이 진리입니다. 개인자 있고 경험차 있고 남에게 강요하면 폭력이고 남의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 부우는 새끼는 꼰대새끼입니다. 물론 저는 단골 설렁탕집에서 깍두기 국물달라하면 무우를 갈아서 단기간에 숙성시킨 국물이 주전자에 따로 나오고 제가 적당량 부어먹습니다. 하지만 남이 너 전에 먹을 줄 알아서 깍두기 국물 부어먹더라? 하면서 지가 깍두기 국물을 제 설렁탕에 부우면 저는 그 순간 표정 안숨기고 숟가락 딱 놓고 안먹습니다. 뭐가 맛있는 지 제가 결정하고 제가 천천히 경험합니다. 사실 위 기준도 그래서 지극히 제가 다니는 집 중심으로 주관적일지 몰라 좀 걱정은 됩니다.

 

첫번째 제가 다니는 집은 집앞 웨스톤돔에 위치한 겐코쿠 우동이라는 일본식 우동전문점입니다. 위 표에서도 드러나 듯 같은 면요리라도 우리는 말아먹는 육수가 중요하다면 일본은 면의 탄력과 식감을 중시여기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탄력있는 우동 면발을 하면서도 메밀 국수를 다양한 우동 국물에 온메밀형태로 주는 곳으로 나름 유명합니다. 게다가 쓰리곱배기까지 같은 가격으로 주어서 가보면 세숫대야 크기의 우동 그릇에 사람마다 하얀 우동 아니면 갈색 메밀 면 사리를 말아서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149710252916694.jpg

 

제가 어마어마한 사진 똥손인건 다들 아실테니까 뭐 그냥 넘아겁니닷! 면 색을 보시면 약 30%에서 40%정도의 함량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율인데 뭔가 정확치는 않아요 날씨따라 조금씩 조정하시는 모양인지 갈때 마다 색깔이 조금씩 달랐는 데 그걸 구별할 정도는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이 집은 제가 아는 바로는 바로 밑의 미진과 비해 같은 A타입의 일본식 판모밀이지만 가는 방향이 전혀 다른 반대 스타일의 집입니다. 일본 스타일이 진하게 배어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오로지 우리 입맛에 안 맞는 저 쯔유(아참 가스오부시 베이스의 육수는 다 저렇게 부르겠습니다.)가 무지하게 짜고 달아서 일본식으로 면 끝만 찍어먹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진짜 일본인 친구와 요리사덕에 일본 음식을 차분히 배운 덕에 기본을 조금 아는 편이 되었는 데 처음에 일본음식 가려쳐준 교환학생 야키가즈라는 친구에의해 일본 사람들이 판모밀을 먹을 때 면끝에만 살짝 육수를 찍어 먹어서 면 특유의 향기를 입안 가득히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C타입인 국물에 국수를 가득 말아먹던 습관에 익숙한 누구나 처음 이집의 면을 이 집 쯔유 육수에 꼭대기까지 다 말아서 먹으면 너무 짜서 비명을 지르며 가게 밖으로 뛰어나가서 제일 먼져 눈에 띄는 누군가를 때리게 됩니다. 일본식이라고 말씀드리는 두번째 이유는 사진 오른쪽 아래 보조재료 문제인데 적당한 무우와 적당한 진짜 와사비 적당하게 다진 파등 관객? 독자? 먹는 사람의 취향을 배려한 과하지 않게 적게 주기때문입니다. 아래의 미진이 간 무와 좀 파란색 나는 인스턴트 와사비와 무식하게 썰어놓은 대파를 많이 주고 그걸 우리가 비벼먹으므로 만약 맛이 없어도 그게 관객인 우리 잘못이라면 여기는 보시다시피 이렇게 먹을 때 맛있어! 라고 주방장이 결정한 소량만 나오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스타일입니다.

 

전에 피맛골 개발 전에 허름할 때에 비해 분위기는 엄청 변했는 데 다행히 맛은 안변해서 좋은 광화문 미진입니다. 별관이 바로 옆에 있지만 그래도 웨이팅은 겨울에도 있어버리는 동네 할아배들님들 맛집이라 저도 가자마자 쳐먹기 바쁘게 됩니다. 양도 많지 않은 편이여서 양 많으신 할배들이 두판 세판 시켜드시는 것을 보는 것은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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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희여언 색에 이것저것 마구 섞어먹께 해놨습니다. 쯔유는 가스오부스도 들어가지만 아마 벤뎅이나 북어대가리 같이 찬연 조리묘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주변의 재료를 써서 하얀 쯔유를 만들어낸 집일 거라고 제 혀가 말합니다. 그럼 한국식 멸치국수 식힌 토속점이지 지 왜 일본식 음식점이야? 라고 말씀하신다면! 저 국수가 메밀 함량이 무쟈게 높은 일본식이라서입니다. 근데 놀랍게도 이 곳에 메밀국수 초보를 모셔가니까 바로 메밀 메니아가 되어버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보조재료를 섞을 수록 밍밍해지는 쯔유에 높은 함량때문에 메밀향이 무쟈게 높은 데도 불구하고 찰기가 유지되는 놀라운 조리기법이 이 집의 특징입니다.우리는 아주 예전부터 이렇게 음식 했어. 너도 먹을래? 라고 난폭하게 요리를 던져주는 데 한 입 먹으면서 향기를 느끼자자 다음에 와서 저기에 줄서면 되나용? 하고 코박고 쳐먹게 됩니다. 물론 당연히 가격이 무지무지하게 됩니다.

 

 

마지막 집은 홍대 망원동 망원정 사거리에 위치한 메밀국수집입니다. 전에 비빔국수집편에서 담에 소개하겠다고 하던 그집입니다. 이틀전 이미 동네밥친구 식식님과 함께 집인데요 바로 사진은 밑밑 게시물에 식식님이 양많이 시켰더가 힘들었다고 하던 그 집의 기본량입니다. 양 상관없이 5000원인 메밀 국수인데 기본만 해도 저게 쌓아올린 거라서 보통사람은 이렇게.1497106570616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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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다 먹다 너무 힘들어서 남기는 게 정상입니다. 괜해 객기에 양마니 시켰다가 남기면 이모들이 눈치 무쟈게주는 데 기본 먹다가 남기면 그런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려려니 하십니다. 오히려 식식님처럼 양마니 시켜서 다먹으면 이모님들이 이뻐하십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무한리필 개념이라 원래는 한판 더 시켜도 그냥 주셨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다가 태반이 남기고 주변에 토하고 해서 요새는 양마니는 공짜지만 한판더는 5000원을 더 받습니다. 많이 드시는 분께 팁을 드리자면 두분이나 세분이 가셔서 양마니를 다 시키시면 한판더 이상의 양이 나옵니다용.

 

 첫번째 겐코쿠 3곱배기는 7000원입니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양이 나옵니다. 저는 보통만 먹고요 도번째 미진은 한판에 8500원여서 비싸지만 한판만 드실 초보분들은 여기서 메밀의 맛과 향을 느끼신 다음에 다른 곳으로 가시길 권유합니다. 세번째 마지막 마포 무한 메밀집은 아무리 먹어도 5000원입니다. 사실 그래서 동네 사람들 때문에 시간대 조금 피하셔야합니다. 맛은 주관적인거고 즐거움도 주관적인거지만 가성비와 사장님의 연구정신은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거죠. 자 저도 이제 식식님 동네 또또 분식에서 사온 냉동 만두 쪄서 한잔 시작해야겄습니당 담은 B타입 아닌 C타입으로 갔다가 마무리를 퓨전 b타입으로 가겠습니당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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