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달리기하던 중 무릎 통증 때문에 대학병원 MRI까지 찍고 치료하고 그러다가
재활치료 + 체중 감량 삼아 헬스장 다닌지 삼개월쯤 됐습니다.
첨엔 다리 재활만 해야지 하고 집앞 헬스장 조그마한 곳에 등록했는데요
이제 벌크업이라든가 몸의 근육을 위해 운동하는 게 아니라 재활과 몸 이곳저곳
아픈 곳들 관리해서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육체만 만들자~
하는 주의로 운동했거든요.
그래서 딱히 몸의 외적인 변화 이런 건 신경도 안 썼고, 운동도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했습니다. 시간도 굳이 한시간을 채워야 한다거나, 몇 세트를 채워야 한다거나
종류를 몇 가지 이상 꼭 해야 한다거나 이런 거 없이요.
근데 요 며칠 문득 씻으려고 옷을 벗었는데 몸이 제법 탄탄해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물론 같은 기간 체계적으로 빡세게 한 사람들에 비해 아니겠지만,
전혀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대로 운동하고, 딱히 보충제나 식단에 강박관념 가지지도 않고
지낸 거에 비해선 나름 성과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운동하러 가는 시간이 부담스럽지가 않습니다.
전에는 운동하러 가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운동하는 동안에도 내가 할 운동 셋트가 몇 번 남아있는지,
중량을 오늘 얼마나 쳤는지, 증량이 잘 되고 있는지 신경쓰고 식단도 스트레스 받고..
그렇게 운동하다 보니 한달한달이 너무 지나가지 않고 힘들었고,
그렇게 빡세게 운동하는 것에 비해서 근육 성장이 그만큼 따라와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랬는데요
지금은 운동 종류를 굳이 네다섯 가지 섞어야 한다든가 한 세트에 몇 번, 다섯 세트를 채워야 한다든가
이런 생각도 안 하고 걍 몇 세트했는지도 잊어먹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적당히 근육이 힘들다 싶으면
쿨하게 집에 옵니다.
전완근만 하고 와야지~ 하고 이십분간 전완근 하다 힘들면 집에 온 적도 있네요.
강사가 벌써 가냐고 하면 옛날엔 내가 뭔가 열심히 안 한 것 같아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네 갑니다 하고 오고ㅋㅋ 강사가 운동 이것저것 섞어서 뭐 막 시키면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옵니다.
이렇게 운동하니 운동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걍 집에 오는 길에 맘 편하게 들러서 컨디션 괜찮은 부위
적당히 놀듯이 하고 즐겁게 힘들만큼 하고 오니 마음이 편하네요.
한달씩 헬스장 끊는데, 금세금세 한달이 가네요. 전에는 한달한달이 참 안 가던데.
신기한 건 이렇게 해도 몸이 조금씩 좋아집니다.
애당초 이제 근육은 딱히 신경 안 쓰고 있었기에, 왠지 묘하네요.
그렇게 몸 만들려고 애쓸땐 그렇게 안 자라는 것만 같더니, 걍 맘 편하게 하다보니 좋아지는 게요.
물론 아마 이런 식으로 계속 하면 어느 정도 탄탄해지다 그 이상은 안 자랄 걸 예상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운동을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이제라도 알았다는 게 좋네요.
어차피 피티를 한달에 백단위로 쏟아붓고 식비로 어마어마하게 써가며 만들어놓은 근육도
어디 한군데 아파서 쉬니 다 사라진 게 근육인지라, 너무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즐겁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