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라기보단 잡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추어 본 건덕이 되어가는 과정.

어쩌라구우웃 작성일 14.04.10 00: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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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하나 쓸게요. =ㅅ= 

제목 그대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추어 본 건덕의 진화과정입니다.






1) 입문단계.


건덕에게 건프라와 건담애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애니를 먼저 보고 건프라에 입문하신 분들도 계실테고, 건프라를 만지작거리다가 애니를 보기 시작한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 분포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거예요. 

물론 프라와 애니 둘 중 하나에만 몰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주 드물거라고 생각합니다.

(건담 애니 한 두편만 보았거나 건프라 한 두개만 만들어 본 경우는 논외로 치구요. 그 경우는 건덕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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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건프라였던 HG 에일스트락. 당시 18000원 줬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보니 1200엔이네요? 내가 호갱이었다니..OTL)


저는 애니를 먼저 보고 프라에 입문했어요. SEED를 보고 스트락 HG를 산 게 시작이었죠. =ㅅ=

건프라에 입문하실 때 SD나 HG로 입문하는 경우가 제일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고 부담이 없으니까요.

입문단계의 건덕은 사실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건프라를 일종의 장난감으로 인식합니다.

'나이 먹고 이런 거 만들고 논다는게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릴 적 생각도 나고 멋있으니까 한 번 사 볼까'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하죠.

저는 그랬어요. =ㅅ=

그래서 MG나 PG 가격을 보면 '뭐가 이리 비싸!'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물론 처음부터 대형 MG나 PG로 시작하는 용자분들도 있긴 있습니다. 








2) 첫 프라는 99%의 확률로 정크가 됩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어요.

프라관련 커뮤니티를 꾸준히 눈팅하고, 인터넷에서 프라 제작 강의를 찾아서 보고, 관련서적을 읽어서 처음부터 게이트를 깨끗이 정리하고 핀가공까지 해가며 깔끔하게 완성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깔끔도색을 해 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외계인 카테고리에 접어 두시고, 대다수의 건덕(예정자)들은 첫 프라를 아주 화통하게 만듭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부품을 손으로 빙빙 돌려 뜯어 게이트를 제거... 하지는 않더라도, 나름 깔끔하게 만들어 보겠다고 손톱깎이를 동원하고 커터칼을 새 날로 갈아 끼워가며 게이트 자국을 잘라 내지만, 예리한 커터날로 오히려 파먹기 일쑤죠. =ㅅ=

실수로 폴리캡을 빼먹고 조립을 해 버려서, 다시 분해를 하는데 너무 꽉꽉 눌러 끼워서 분해하다가 핀을 부러뜨리거나 접합선을 일그러뜨리기도 하고, 스티커도 붙였는데 어딘가 삐뚤빼뚤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부품수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완성 시킬 무렵에는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하고 집중력도 바닥나 대충 만들게 되죠. 

(물론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걸쳐 차근차근 만드시는 계획적인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3시간이 걸리든, 10시간이 걸리든 그냥 주말에 몰아쳐서 만들어요.=ㅅ=)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그래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 완성을 시키니 참 멋있어 보였어요.

(위의 사례는 제 경험담입니다;;)

어릴 적 만들었던 아카데미제와는 달리 접합선 위치도 자연스럽고, 단차도 없이 부품들이 딱딱 들어맞고, 도색할 필요도 없이 색분할도 잘 되어 있고, 디테일도 섬세하죠.

어린 시절 만들며 놀았던 프라모델에 비해 크게 향상된 품질에 감탄을 하며 몇 개 더 만들어 보자고 생각을 합니다.







3) 프라탑 건축 / 순조립 양산 단계.


반다이의 기술력에 무사히 취하게 되면, 당분간 남은 것은 외길 뿐입니다.

멋있어 보이는 건프라는 자금에 여유가 있는대로 모조리 사 들여 허겁지겁 만들고, 성취감에 취하고, 포징을 하며 다시 한 번 성취감에 젖어 줍니다.

HG/MG/PG 모든 등급을 접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등급을 찾아 그것을 중점적으로 수집하게 됩니다.

MG와 PG를 접한 시점에서 '이건 장난감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책상 위나 책장 선반에 조립된 건프라들이 떼로 줄을 서게 되는 단계죠.

뿐만 아니라 아직 만져보지 못한 명품킷이 너무 많기에, 조립속도가 지름 속도를 쫓아가지 못 해 프라탑이 쌓이는 단계입니다.

이 쯤되면 당당하게 건덕이라 말 할 수 있는 단계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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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하다 발견한, 굉장히 모범적인 프라탑. 필수 명품킷을 포함하여, 온갖 등급과 장르를 아우르는 완벽함!! +ㅅ+)


완성된 건프라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장식장의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지만, 장식장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그렇게 비싼 장식장을 마련하면서까지 전시를 하기에는 좀 애매한 녀석들이라 망설이게 되죠.

결국 마땅히 설 곳을 찾지 못한 조립된 건프라들은 다시 박스 속으로 들어가 프라탑의 일부가 되고, 혹은 중고장터로 팔려나가 새로운 프라탑 건축을 위한 자금으로 환원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프라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해 눈팅 및 활동을 시작하며 프라제작에 관한 지식을 쌓기 시작하죠.

게이트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 접합선을 수정하는 법, 먹선을 넣는 법, 마커로 부분도색을 하는 법 등의 기초지식을 익히고, 프라전용 니퍼와 아트나이프 등 기초공구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굇수분들의 작례와 작업기를 보며 안목을 높여가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4-1) 순조파


건프라 순수 조립에 만족하시는 분들, 그리고 이러저러한 이유(공간이 없다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귀찮다거나 등등)로 도색에 입문하지 않는 분들의 종착지입니다.

깔끔하게 순조립을 하고 먹선을 넣고 데칼을 붙이는 선에서 완성을 시키는 분들이죠.

마감제를 뿌리는 분들도 있고, 나중을 기약하며 데칼과 먹선을 넣지 않고 가조립만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건프라를 즐기는 분들 중 이 순조파가 제일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2) 콜렉터


프라를 보는 안목을 높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만들지 않고 도색완성작을 사 모으는 분들이죠.

장터에 올라오는 도색완성품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유명한 모델러에게 의뢰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색 완성작은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취미생활에 많은 비용을 할애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많겠죠.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완성작의 거래가 그리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ㅅ=




4-3) 부분도색 및 개수 시도 단계.


4-1, 4-2에 해당하지 않는 분들이 나아가는 길.

프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굇수들의 개수/도색작들을 보다가 '나도 저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도색은 시도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붓도색은 건프라에는 잘 어울리지 않고, 굇수들의 도색을 따라하자니 에어브러쉬 도색을 해야겠는데, 장비값이 너무 많이 들어가죠. 

꼭 필요한 장비를 최소경비로 따져봐도 콤프레셔 대략 10~15만 (리니어 콤프는 제외), 중국/대만산 에어브러쉬 약 3만, 스프레이부스 자작 비용 약 5만. 최소 20만원 이상이 필요하고, 콤프를 중고가 아닌 새것으로 구하고 에어브러쉬를 쓸만한 것으로 장만하려면 30만원이상이 들어가죠.

돈도 돈이지만, 도색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학생이나,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특히 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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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제 크샤 레진을 보고 따라해보겠다고 의욕만 앞서서 에폭시퍼티도 바르고, 아크릴 칼로 패널라인도 파 보고, 메탈파츠도 달아보고, LED도 박아봤던 사진. 이 녀석은 결국 아직도 완성 못 하고 집구석에 처박혀 있죠. -ㅅ-;;)



그래서 우선은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개조에 먼저 손을 대게 됩니다. 굇수들의 작업기를 보며 프로포션 조정, 디테일업, LED 작업 등을 따라해 보지요.

사실 굇수들의 작업기는 아주 좋은 자료입니다. 저는 작업하면 주위가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귀찮아서 작업기 절대 못 만들겠던데, 깔끔하게 작업기 만들어서 올려주시는 분들에게는 아낌없는 감사와 찬사를 보내야 합니다. =ㅅ=

이 단계에서 핀바이스(수동드릴), 레이저소우(미니톱), 종류별 사포, 프라판, 폴리/에폭시 퍼티, 메탈파츠를 비롯한 각종 디테일업 파츠들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공구 사는데 들이는 비용이 프라 사는 비용을 넘어서기도 하죠. 

티끌모아 태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2~3천원 하는 부품/공구들도 깨작깨작 사모으다 보니 수십만원을 쓰게 되더라구요. ㄷㄷ

그리고 이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프라의 가동성에 죽어라고 목을 매게 됩니다. ㅋㅋㅋ

팔, 다리의 가동 각도를 넓혀 보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초창기에 만들었던 프라들은 이 때 무모한 개조의 희생양이 되어 완전히 산화하곤 합니다. ㅇㅅㅇ






5) (어쩔 수 없이) 도색 입문.


그런데 도색을 하지 않은 개조에는 한계가 있어요.

왜냐하면 개조를 하면 필연적으로 프라의 표면은 엉망이 됩니다. 자르고 붙인 흔적, 퍼티 자국, 사포질을 한 흔적 등이 남는데, 그걸 깔끔하게 덮으려면 서페이서를 뿌리고 도색을 해야만 하는 거죠.

그리고 서페이서를 뿌리려면 반드시 콤프레셔와 에어브러쉬가 있어야 하고, 에어브러쉬 도색에 입문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1회용 캔스프레이를 사용한 도색입문. 이라는 선택지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캔 스프레이가 너무 비싸요. 대형 MG 하나를 도색하려면 스프레이 비용만 5~6만원은 나올겁니다.

그렇다고 도색상태가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예요. 

우선 분사압이 강해서 정밀도색은 할 수 없고, 색상도 정해져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오묘한 색상을 조색 할 수도 없죠.

게다가 스프레이부스(환기장치)가 없을테니 야외에서 도색을 해야 할 텐데, 바람 때문에 도료가 안정적으로 착색되지 않을테고 표면에 먼지가 앉을 위험도 많아요.


아무튼 저는 그래서 에어브러쉬 도색에 입문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당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도색장비를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중고장터에서 미니 오일리스 콤프를 5만에 구하고,(이건 운이 좋았어요 ㅇㅅㅇㅋ 시세는 대략 10만 정도였습니다) 중국제 3호 에어브러쉬를 3만에 구했습니다.

스프레이 부스는 없이 시작했어요. 신너와 도료분진의 유해성을 우습게 봤었지요. =ㅁ=;;;


그런데 HG 1~2개를 스프레이 부스 없이 도색해 보니, 죽겠더라구요. ㅋㅋㅋㅋㅋ 도색이 즐겁지가 않았어요.

아마 그 때 제 수명이 몇 일은 줄었을겁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간이 스프레이부스를 만들었는데, 그게 뭐냐하면;;

라면 박스 가운데에 컴퓨터 파워팬을 박아서 창문에 걸쳐놓고, 창가에 서서 도색했어요. 사진하나 찍어 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ㅋㅋㅋ

아쉬운대로는 쓸 만 했어요. 가끔 역풍이 불면 분진이 다시 방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만 빼면;;;

그리고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한 콤프레셔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분사압을 조절하는 에어레귤레이터가 달려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업용 락카 스프레이 정도의 분사압으로만 도색을 해야 했었죠. 

아아, 정말 그 당시에는 도색이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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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도색했던 건 이 녀석밖에 사진이 안 남아있네요. )






6) 그럭저럭 도색파


지인없이 혼자 독학하는 분이라면, 도색 입문 초기에 저처럼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꽃 필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에어브러쉬를 관리하는게 쉽지가 않죠. 불과 건프라 3~4개 도색한 것만으로 제 중국제 에어브러쉬는 걸레가 되었었어요. ㅋㅋㅋㅋ

아무튼,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콤프레셔와 에어브러쉬를 다루는 요령이 좀 생기면, 이제 그럭저럭 초보를 탈출한 도색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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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레귤레이터가 달린 콤프로 바꾸고, 10만원대 일본제 에어브러쉬를 장만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명암도색에 성공한 작품 ㅠㅜ)



초보시절 사용하던 도색장비를 하나 둘 업그레이드 하고, 맥스식 명암도색, 메탈릭 오버코팅 등 다양한 도색법을 시도해보고, 이런저런 개수를 시도하는 등, 킷 하나를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건프라를 즐기는 비용은 줄어들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하지만, 도료(특히 각종 특수 메탈릭 도료)와 소모품(신너, 사포), 기타등등(디테일업 파츠, 도료병, 악어클립 등등)으로 인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하지만 매력적인 신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보유한 모든 킷을 작업하는 것은 무리라는 현실적인 판단 하에 쓸데없이 높게 쌓인 프라탑은 제3자가 납득할 수 있는 높이로 점점 낮아집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ㅅ=;;


도색이 까질 염려 때문에 다양한 포징을 즐기지 못하고, 한 번 포징을 하면 잘 바꾸지 않습니다. 

고로 한 때 그토록 집착했던 가동성에는 관심이 없어집니다. 가동성 보다는 프로포션을 중시하게 되고, 이 단계에서 레진으로 많이들 입문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레진은 안 다뤄봐서 모르겠네요.)

도색된 표면에 먼지가 쌓이는 것이 엄청 신경이 쓰여서, 결국 장식장을 마련하게 됩니다. 

물론 더 일찍 마련하신 분도 계실테고, 장식장 없이 주기적으로 먼지를 털어주는 분도 계시겠지요. 전 이 시기에 장만했어요. =ㅅ=





7) 굇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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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심심해서 간단히 써 보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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