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자를 처음으로 사겼던 것이... 고2때 였다. 믿을지는 모르지만 친구들이 "사귄다" 하는 의미를 난 잘 몰랐다. 그냥 친구 삼기로 했다. 정도인줄 알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자기가 여자를 사귄다며 내게 소개를 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난 당연히... 나에게 여자를 붙여준다는 걸로 알았다. ㅡㅡ;; 그리고 약속한 날... 왠걸 친구랑 여자랑 같이 앉는 것이 아닌가? 좀 이상했지만... 어색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점점 어깨동무도 하고 포옹 비슷한 것도 하고... 이것들이...
" 야이 씨발새끼야. 여자 소개해준다는 새끼가 붙어서 뭐 지껄이야!! "
난... 당당하게 지랄했다. ㅡㅡ;; 그리고 돌아온 것은...
" 뭐...뭐? 이 미친새끼? 내 여자친구를 왜 너한테 줘? "
였다. ㅡㅡ;; 그랬다... 이렇게 해서 난 "사귄다"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도 고2때... ㅡㅡ;;
그 일이 있은지 몇일 뒤...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내가 골때린다(?)며 자기 친구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 방그레... 기뻤다. 그리고 역시 약속된 날... 종로 서적 앞...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늦게 나갔다. ㅡㅡ;;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약속 시간은 잘 못 지켰다. 약속시간이 되야 출발하는 참 괜찮은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흐흐...
나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친구는 욕을 하고 여자들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소개 받기로 한 여자애가 이.뻤.다. 캬아~ 아주 기분이 상큼해졌다.
" 이 보령이라고 해. " " 응! "
처음으로 실명이 나왔다. 이 보령. ㅡㅡ;; 거참... 난 이보령양을 "약국"이라고 이쁜 별명을 지어주었고 그녀는 기쁜 나머지 나를 때리곤 했다. 발그레... 그리고 소개받은 그 날...보령이는 내게 "미스테리 단편선"이라는 책을 사주며... 사귀자고 했다. 후훗... 당연하게도 난 "사귄다"의 의미를 알았기에 그러자고 했다. 나중에 친구의 말로는...
" 사귀자고 말하는 여자애가 "미스테리 단편선"을 사주는거나... 너는 "그러던지" 라고 대답하는거나... 가관이었다. "
아무튼... 보령이랑 나는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그로 부터... 약 6개월 후... 보령이와 나는 사귀기로 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ㅡㅡ;;; 실상 여자친구? 애인이라는 단어는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던 나는... 가끔 삐삐나 치고 전화나했지... 만나자고 한적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만나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괜시리 먼저 만나자고 하는 것이 쪽팔렸다. 그렇다고 내 성격상 남에게 그것을 물어보는 것도 못했다... 가끔 보령이가... 전화로...
" 나 안 보고 싶어? "
이러면... 난 괜히 쪽팔려서...
" 끊어. "
하고 전화를 끊었다. ㅡㅡ;;; 아무튼...6개월 만에 처음으로 난 만날 핑계꺼리를 만들었다. 신발사러 가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6개월만에 만난 보령이는 여전히 이뻤다. 그래도 난 잊지않고...
" 약국 반가워~ "
신발도 사고... 음... 하디스였나?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도 먹고 나름대로 괜찮은 진도를 밟고 있을 때... 사건이 터졌다. 왠 괜찮게 생긴 새끼가... 하디스 점원 옷을 입고 오는게 아닌가.
" 어이 보령이 오랜만이네. "
" 앗! 누구누구(기억이 안난다.) 오빠! "
그리고... 그 새끼는 우리 테이블에 눌러앉아 한참을 놀았다... 점점 내 인상은 일그러지고... 무언의 위협을 가하는데도... 그 오빠라는 새끼는 떠날줄 몰랐다. 뭐가 그리 좋은지 우리 약국양도 밝게 웃으며 대화를 즐겼다... 그러다가...
" 응? 근데 얘는 누구야? "
이 새끼가... 삿대질을... 부르르...
" 응. 친구야. "
" 어이, 약국 우리는 사귀는 사이야. "
" 칫, 사귄지 6개월만에 처음 만나면서... "
" 어? 정말이야? "
뭐가 그리 신기한지 그 새끼는 우리 관계를 꼬치 꼬치 캐물었고 우리 약국양은 전화통화 내용까지 말하며 설명을 자세히 했다. ............ 점점 내 참을성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 약국... 그만가자. "
" 잠깐만... "
" 약국 가자니까. "
" 어이, 야이 새끼야! 약국이 뭐냐? "
삐질... 퍽하고 내 머리속에서 뭔가 터져버렸다.
" 뭐 이 씨발아? 왜 반말인데? 너 나 본적 있어? "
" 이놈봐라? 나 대학생이야. "
" 에이 씨발놈 죽어라. "
...... 결국 하디스 안에서 주먹질까지 일어났다. 한참을 치고 박고 싸우다가 겨우 겨우 어떻게 밖으로 나왔다. 보령이는 내게 막 뭐라고 하고... 나는 꾹 참았다.
" 너같은 애랑 사귄 내가 바보야! 사귄지 6개월만에 처음 만나는 사이가 어딨어? 사귀는거 맞아? 근데 왠 질투? "
여기서 중요하다... 내 단어 사용의 미묘한 차이!
" 그래서... 씨발...( 하디스 그 오빠 새끼를 지칭한거다.) 약국... ( 그리고 뭔 말을 하려다가 꾹 참았다.) "
그런데... 말을 이어나가 보자... " 그래서? 씨발 약국? " 그렇다. 명백히... 난 보령이에게 욕을 한 것이 되었다. ㅡㅡ;; 물론 난 전혀 몰랐다. 갑자기 보령이가 무표정 해지더니... 나를 쳐다봤다.
" 뭐? 니가... "
" 너 정말 웃기는 애구나? 씨발 약국? 지금 나한테 욕한거니? "
" 응? "
멀뚱히 무슨 말인가... 생각하는 나를 두고 보령이는 휙 돌아서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 때 까지도 난 무슨 상황인가... 멍청히 서서 생각해봤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결국... 사귄지 6개월만에 처음 만나서... 그 날 헤어지는... 참으로... 흐... 쩝... 이걸 뭘로 표현해야 할런지... 고등학교때 친구들은 이걸로 가끔 놀리곤 한다... 흐... 그래도 난 이렇게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