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한 13~4년 전 쯤 일 거다. 그 날 여자친구와 나, 친구들은 한양대 부근에 있는 술집에 갔었다. 젊은 시절 누구나 그렇듯이 술 좀 들어가면 쉽게 흥분하고 오바도 하는 법...
술 좀 들어가자, 여자친구가 점점 이뻐 보이는 거다. 당시에 어린 나이에다(?) 관계를 맺은 지 얼마 되지를 않았던 때. 수줍어서 그 짓 좀 하자고 말도 제대로 못 할 때였다. 이거참... 그러다가 소변이 마?梔?화장실로 향하는데, 여자친구도 같이 가게 되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둘이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좌변기 하나 밖에 없는 거다. 그 큰 화장실에 -_-;; 허허... 그러다가 여자친구와 나는 눈이 맞았다. 덥썩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는데...
" 똑! 똑! "
어헉! 뭔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딴 마음을 품었던 터라... 움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지금 나갔다가는 오해를 살테고... -_-;; 그래서...
" 기다리다 지치면 가겠지. "
여자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0여분이 흘렀다... 이제 화장실 밖에서는 웅성웅성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마구 소리까지 지른다. 물론 욕을 하는 성질 더러운 놈들도 있었다. 나와 여자친구는 뻘쭘... 지금 나갔다가는 더 큰 오해를 살 것 같고... 그 때, 내 눈에... 사람 머리통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창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 내가 내려간 뒤에... 나가! "
난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친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나를 말렸지만... 난 차마 여자친구를 부끄럽게 만들 수 가 없었다. 간신히 창문으로 상반신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밖을 보니...
높았다. 대책 없이 높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_-;; 게다가 옆 건물과 거의 딱 붙어서... 뛰어내렸다가는 옆 건물에 들이받고 어디가 깨지고 부러질 것 같았다. -_-;; 그렇다고 지금와서...
" 미안, 도저히 못 뛰어 내리겠어... "
라고 어떻게 하겠는가? 사귄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래서... 과감하게, 술김을 빌어 뛰어 내렸다.
참... 뛰어내리면서 주마등처럼 살아온 나날들이 떠오르더라... 옆 건물에 내 옷이 긁히면서 드드드드득 소리가 나고... 팔이 부러질 것 같아서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다행히 발부터 떨어졌지만... 정말 끝이다 싶었다. 어디선가 보기로 1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도 순식간에 추락한다는데... 이건 한참을 떨어져고 또 떨어져도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바닥과 발목이 충격이... -_-;; 난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착지했다. 아마도 10점 만점이 아니었을까? 그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은 지금 생각해도 40~50Cm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무사했던 건... 정말이지... 구사일생이었다.
간신히 건물 사이를 삐집고 나오니... 차도였다. 이상이 없나 살펴봤지만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옆 건물에 긁힌 옷 옆면은 상의부터 하의까지 쫘악~ 찢어져 있었다. 크큭...
이 뿌듯함... 난 여자친구를 부끄러움에서 구했다.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한 거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생각하면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그리고 간판을 보니... 내가 뛰어내린 화장실이 4층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_-;; 더 뿌듯했다.
술집에 들어서는데... 왠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거참... 왜 그럴까? 아아~ 옷이 다 찢어져서 그러나 보구나. 뭐 어때~ 그리고 친구들과 여자친구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왔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를 보자마자 마구 웃는 것이 아닌가? 여자친구는 얼굴이 붉어진 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술이 취했나...
" 무사했냐? "
한 친구의 말... 이 자식 뭔가를 아는 것인가?
" 뭔 소리냐? "
그 순간 옆 테이블에서 들?윱?음성들...
" 야, 그 사람 왔다. 화장실에서 뛰어내린 사람. ㅋㅋㅋ "
... 어, 어? 그걸 어떻게 알아?
" 미친... 저거 안 보이냐? "
친구들이 마구 웃다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킨다... 술집 곳곳에 CCTV가 설치 되어 있었다... 그게 뭘 감시하려는 것인지, 아님 그냥 미관상 해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살펴보니... 화장실 복도, 건물 입구, 계단과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 빙시... 가게 문도 투명 유리잖아. "
허걱... 그리고 보니... 화장실은 술집 입구 바로 정면에 있었고 문은 유리문... 물론 누가 여자친구와 나를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본 사람은 분명 있었겠지... 그리고 서로 수군수군 거리다가 CCTV를 갑자기 내가 1층에서 나타났고 -_-;;
" 이야 근데, 이 새기 4층에서 뛰어내렸네? 그런데 화장실에서 둘이 뭐했냐? ㅋㅋㅋㅋ "
... 난 아무리 그 상황을 설명했지만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음흉한 눈초리를 감내해야 했다. -_-;;; 물론 다시는 그 술 집은 안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