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화장실에서... -_-;;

비류 작성일 06.08.18 16: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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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한 13~4년 전 쯤 일 거다.
그 날 여자친구와 나, 친구들은 한양대 부근에 있는 술집에 갔었다.
젊은 시절 누구나 그렇듯이 술 좀 들어가면 쉽게 흥분하고
오바도 하는 법...

술 좀 들어가자, 여자친구가 점점 이뻐 보이는 거다.
당시에 어린 나이에다(?) 관계를 맺은 지 얼마 되지를 않았던 때.
수줍어서 그 짓 좀 하자고 말도 제대로 못 할 때였다.
이거참...
그러다가 소변이 마?梔?화장실로 향하는데, 여자친구도
같이 가게 되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둘이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좌변기 하나 밖에 없는 거다. 그 큰 화장실에 -_-;;
허허... 그러다가 여자친구와 나는 눈이 맞았다.
덥썩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는데...

" 똑! 똑! "

어헉! 뭔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딴 마음을 품었던 터라... 움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지금 나갔다가는 오해를 살테고... -_-;;
그래서...

" 기다리다 지치면 가겠지. "

여자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0여분이 흘렀다...
이제 화장실 밖에서는 웅성웅성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마구 소리까지 지른다. 물론 욕을 하는 성질 더러운 놈들도
있었다. 나와 여자친구는 뻘쭘...
지금 나갔다가는 더 큰 오해를 살 것 같고...
그 때, 내 눈에... 사람 머리통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창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 내가 내려간 뒤에... 나가! "

난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친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나를 말렸지만... 난 차마 여자친구를 부끄럽게 만들 수 가
없었다. 간신히 창문으로 상반신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밖을 보니...

높았다. 대책 없이 높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_-;;
게다가 옆 건물과 거의 딱 붙어서... 뛰어내렸다가는 옆 건물에
들이받고 어디가 깨지고 부러질 것 같았다. -_-;;
그렇다고 지금와서...

" 미안, 도저히 못 뛰어 내리겠어... "

라고 어떻게 하겠는가? 사귄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래서... 과감하게, 술김을 빌어 뛰어 내렸다.

참... 뛰어내리면서 주마등처럼 살아온 나날들이
떠오르더라... 옆 건물에 내 옷이 긁히면서 드드드드득
소리가 나고... 팔이 부러질 것 같아서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다행히 발부터 떨어졌지만... 정말 끝이다 싶었다.
어디선가 보기로 1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도 순식간에
추락한다는데... 이건 한참을 떨어져고 또 떨어져도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바닥과 발목이 충격이... -_-;;
난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착지했다. 아마도 10점 만점이
아니었을까? 그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은 지금 생각해도
40~50Cm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무사했던 건...
정말이지... 구사일생이었다.

간신히 건물 사이를 삐집고 나오니... 차도였다.
이상이 없나 살펴봤지만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옆 건물에 긁힌 옷 옆면은 상의부터 하의까지 쫘악~ 찢어져
있었다. 크큭...

이 뿌듯함... 난 여자친구를 부끄러움에서 구했다.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한 거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생각하면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그리고 간판을 보니...
내가 뛰어내린 화장실이 4층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_-;;
더 뿌듯했다.


술집에 들어서는데... 왠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거참... 왜 그럴까? 아아~ 옷이 다 찢어져서 그러나 보구나.
뭐 어때~
그리고 친구들과 여자친구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왔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를 보자마자 마구 웃는 것이
아닌가? 여자친구는 얼굴이 붉어진 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술이 취했나...

" 무사했냐? "

한 친구의 말...
이 자식 뭔가를 아는 것인가?

" 뭔 소리냐? "

그 순간 옆 테이블에서 들?윱?음성들...

" 야, 그 사람 왔다. 화장실에서 뛰어내린 사람. ㅋㅋㅋ "

... 어, 어? 그걸 어떻게 알아?

" 미친... 저거 안 보이냐? "

친구들이 마구 웃다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킨다...
술집 곳곳에 CCTV가 설치 되어 있었다... 그게 뭘 감시하려는 것인지,
아님 그냥 미관상 해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살펴보니... 화장실 복도, 건물 입구, 계단과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 빙시... 가게 문도 투명 유리잖아. "

허걱... 그리고 보니... 화장실은 술집 입구 바로 정면에 있었고
문은 유리문... 물론 누가 여자친구와 나를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본 사람은 분명 있었겠지... 그리고 서로 수군수군 거리다가
CCTV를 갑자기 내가 1층에서 나타났고 -_-;;

" 이야 근데, 이 새기 4층에서 뛰어내렸네? 그런데 화장실에서
둘이 뭐했냐? ㅋㅋㅋㅋ "

... 난 아무리 그 상황을 설명했지만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음흉한 눈초리를 감내해야 했다.
-_-;;; 물론 다시는 그 술 집은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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