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104:+::+::+::+::+::+::+::+::+::+::+:■ 헤픈그녀. #1
그녀는,
누구든 만질 수 있고, 접근하기 쉬웠고 누구든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녀는 쉬운 여자였다.
김은경.
99년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수많은 남자들과 술자리를 갖으면서도, 굽히지 않는 체력, 정신력
뿐만아니라, 각종 술자리 게임-_-에도 능한, 그런 무적의 그녀였다.
남자친구도 수없이 바뀌고, 헤프다는 소문도 무성했던 그녀,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는, 멋진 여자로 보일 뿐이었다.
"야, 나 은경이랑 사귄다."
불과 2주전만 해도 남자친구가 있던 그녀가 내 친구와 사귄다는 사실은
당시로서는 조금 믿기 힘들었다.
"구라 치네."
"뒤질래?"
"축하해.."
하긴 친구 녀석은 덩치도 크고, 미남형이라 못믿기진 않았다.
김은경 그녀 역시 소위 이쁜, 그런 여자 였으니까.
하지만 자꾸 도는 소문 속으로 내 자신도 빨려 드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몇 일후 친구와 은경이와 나 셋이서 오락실을 놀러간 일이 있다.
하이힐을 신고 짧은 치마에 펌프하는 모습을 보니 -_-;;;
......안된다.-_-;;; 친구의 여자니까;;
라면서도 나의 동체친구-_-는 자꾸만 커져만 갈뿐이다;;; 젠장할;;
갑자기 그녀의 하이힐이 굽이 부러지며 그녀의 사지는 펌프 발판 위에
S자로 누워 버렸다.
졸라 웃겼다. 웃으며 그녀를 보고,
"아프냐?"
"넌 매너도 없냐? 여자가 넘어졌는데. 씨앙..."
"미안 졸라 웃겼어..-_-"
그녀의 표정은 알수는 없었지만, 분명 우월감에 젖은 표정으로
미소를 띈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그런 남자는 한명도 없었거든? 정말 잘났나보다 너?"
"치마 찢어 졌거든? 가리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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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디? 어디?"
"구라야.-_-"
허탈해 하는 그녀 모습을 뒤로 하고, 혼자 자취방으로 향했다.
글쎄..
사실 그녀는 이쁘고, 도도하고, 술 들어가면 강해지는 멋진 여자다.
적어도 그 때까지 보이고 느끼고 판단한 결과는 그러 했다.
어떠한 소문도, 그녀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생기게 할순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녀 앞에서는 왠지 냉소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좋아 하면 차가워지는, 초등학생 같은... 발상인가?
몇 일후,
문자가 왔다.
야너어디야당장
이리와서나에게
밥을사주길바래
나오늘우울하단
말야알겠지???
-_-
지가 오라면 내가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투도 영 괘씸해서,
폰 닫고 하던일 계속 했다.
근데 중요한건,
어딘지 알아야 가던 말던 하는거 아닌가! 젠장;;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받자 마자 따지듯 말했다.
"미친거 아니냐. 누굴 오라 가라야. 어딘지 말이나 하던가."
수화기 너머로 흐느낌 비슷한 소리가 들려 왔따.
그녀가 운다?
-_- 매치 안된다.
그래서 물었다.
"우냐? 아니지?"
"울어. 오락실 앞으로 와 .."
운단다. 서둘러 씻고 옷을 챙겨 입고 오락실로 뛰어갔더니..,
씨박.. -_- 존나 웃으며 펌프하고 있었다.
"이 망할것아. 미친거 아냐?"
"나한테 그렇게 거칠게 말한것도 너가 첨이거든?"
"니가 대통령 딸이라도 되는줄 착각하나 본데 -_-?"
"나 병욱이랑 헤어졌어."
"응 축하해."
"축하해줘야 할 일이냐?"
"아님 말고. 헤어졌다니 축하기념으로 밥이나 먹자 가자."
어이 없어 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에 들어가 제육덮밥을 실컷 쳐먹다가 문득 먹지않고
주댕이가 1미터나 튀어 나와있고, 나를 노려 보는 그녀가 내 시야에
탐지 되었다.
"왜 안먹냐."
"수저가 없어."
"어쩔수 없지 이리 줘. 먹어 줄게."
"니가 인간이냐-_-. 수저좀 가져다 주고 그래봐."
"귀찮잖아 -_-"
극도로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나로써는 최선의 대답일 뿐이었다 -_-;;
먹는 둥 마는둥 수저질만 하던 그녀,
어울리지 않게,
백열전구의 노란 불빛이 내리 쬐는 음식점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그녀,
정말..
말그대로 건드리면 바로 울어 버릴 것 같은 표정이다.
힘겹게 입을 연다.
- 아무래도 밥값을 내게 부담 시키려 하는 듯 하다... 불안했다.
"병원 같이 가주라."
"치질 걸렸냐? 잘 닦지 그랬어.ㅉㅉ"
"장난 아냐.. 병원 같이 가주라..."
"무슨 말?"
그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 졌다.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순간을
난 놓치지 않았다.
"나.. 임신 했어. 지워야 하잖아."
"진담이야?"
"응..."
"하.. 참나.. 어이가 없네.... 장난하나..-_-;;"
"........."
"병욱이는? 병욱이가 가야 정상 아냐?"
"안간대..... 다시는 보기도 싫어, 부탁해 같이 가주라.."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도 싫고, 병욱이도 싫고, 모두가 싫어
지려하는데, 내 입은 아닌가 보다.
갑갑하고 화나는 기분을 억누르며 말했다.
"언제 가는데.."
"같이 가주는 거야?"
"아니, 경축스러운 일이니 대자보 쓰려고. 대학생 엄마 탄생~"
"장난.. 장난.. 넌 항상 장난이니?"
"장난 같냐?"
"그만 하자. 너도 똑같은 놈이야."
"응^^v 계산은 네가 하렴~ ^^"
뛰쳐나가는 그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 참아왔다가,
되려 나로 인해 위로 받지 못하고,
나로 인해 울어 버리고 더욱 절망하게 된 듯 보인다.
왠지 느낌이...,
그녀는,
나와 만나기 전까지 잘 참아왔고, 나를 통해 더 잘 참아 갈수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진 않았을까? 뭐 착각은 자유니까 말이다 ^^
왠지 내 가슴조차 그녀처럼,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밥은 다 먹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게 내 의견이다. -_-
일단 밥을 먹으며 오만가지 밀려드는 생각속에,
음식점을 나왔다.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 듯 했다..
아니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었다.
바로,
대자보를 쓰는 일 말이다.
Written By Gi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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