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발요~!! 저 2만원이나 내고 들어왔는데.. 돈 아깝잖아요.. 2만원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우리 아버지 2만원 버실려면 밖에 나가서 온갖 세상풍파 다 맞으시고... 가족위해 피땀 흘리시며...... 우리 아버지가 올해 환갑이에요... 두 손에 굳은 살이......
상대녀: 씨바........ 집에 있는 아빠 생각나게........-_-;
나: 딱 5분만요~!! 제발......
난 쌩돈 2만원 날릴까봐 어떻게든 본전을 뽑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상대녀: 아~~ 진짜!! 이 아저씨... 아이~ 짱나~!! 무슨 대화요?!뭔 얘기요?! 얼른 해!
나: 고... 고맙습니다!! 하하..하하하..!! 제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아가씨 아마 내 폭소의 도가니탕에 빠지게 될 걸요~!! 전깃줄에 참새가 2마리 앉아있었대요... 그런데 글쎄 포수가.....
쾅!!!!!! (문닫고 나가버림)
나: 왜,왜 그래요?! 얘기가 마음에 안드시나요? 제..제발 다시 돌아와! 최불암시리즈도 있어요..!! 제발... 포수가 참새를 어떻게 했는 지 그거라도 듣고가란 말이야~!! 흥! 그댄 무정한 사람이얌~!! T 0 T
그때 알게 되었다.
대화방에서 정말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대화방비 2만원 말고 훨씬 큰 돈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_-
그날 정말 대화만 하고 나온 난 알바 급여를 받으면
꼭 다시 와서 그날 수모를 반드시 갚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난 와신상담하며 그 힘든 알바의 고충을 이겨내고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
지갑에 비상금까지 30만원이라는 거금을 두둑히 채워넣고,
비장한 각오로 그날 갔었던 인천 XX역 앞 TV화상대화방으로 다시 향했다.
후훗~! 오늘은 나 돈많어.. 대화하자고 해도 안 해!! 씨바 다 뒈졌어.........
오늘은 그날 이후로 벼르러서 온 것도 있었지만,
요즘들어 부쩍 성욕이 끓어오르기에 참다못해 온 목적도 있었다...
올해 26살의 난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내 첫경험의 상대이자, 나에게 성을 일깨워 준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성적공허감을 달래는 일에 애를 먹었었다.
사창가에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깡이 없어서 그런가 도무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천성적으로 붉은색 계통의 색을 싫어한다.......
그냥 왠지 그곳이 무서웠다.........-_-;;
드디어 지나칠 정도로 두둑한 지갑과
불타는 몸을 이끌고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TV 위에 캠이 설치되어 있었고,
TV에선 MBC 주말의 명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난 한번 와 본 경험자답게 여유있게 소파에 앉아,
옆에 걸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리고 두 손을 깍지 껴 배위에 얹고 느긋하게 상체를 뒤로 젖혔다.
잠시 긴장을 풀 겸 TV에서 나오고 있는 주말의 명화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때!!
탁자 위에 인터폰이 울렸다. 카운터 전화였다.
카운터걸: 자~ 준비되셨죠? 귀에 이어폰 꽂으시고... 지금 상대방이랑 연결합니다!
말이 끝나고 몇초 후 TV 화면이 바뀌고
20대 초로 보이는 한 여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검은 긴 생머리에 그리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묘한 매력을 풍겼고 갸름한 얼굴형의 여자였다.
그녀가 그 짧은 순간에
날 유심히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고 있었다.
생각보다 쑥스러웠지만, 하지만 난 애써 밝게 인사했다.
나: 헤..헤이~ 걸!!
그녀는 내 인사에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재밌었는 지 입가에 조소를 머금고 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다.
그녀는 조금 놀랐다고 했다.
그동안 늘상 40대 아저씨들만 상대해왔는데,
처음으로 나같은 젊은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이다.
애써 반가운 기색을 감추려는 듯 했다.
그러니 얼마나 내 "헤이~ 걸" 이란 인사가 신선했겠는가!!
난 거두절미하고 그녀의 나이부터 물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어려보이는 그녀는
74년생으로 나보다 2살이나 연상이었다.
자기보다 어리다고 상대 안 해주면 어떡하나.....
혹시나 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나이를 몇살 올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어려보여서 안 믿으면 어떡하지..
말투도 어려서 걸릴 거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남자는 깡이다!!!!
나: 아~ 74년생이요? 제..제가 한 살 오빠네요..! 전 73년생! 아하하...
상대녀: 예~?!! 73년생이요?!! 와!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한참 윈줄 알았는데...
나: -_-;;
몇몇의 대화가 오간 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제안을 해왔다!!
상대녀: 오빠! 우리 지금 비디오방 가요!!
그녀는 거침없이 처음 본 날 오빠라고 불렀다.
나보다 2살많은 여자에게 오빠 소리를 들으니 어째 기분이 묘했다...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나: 예..예?! 비디오방 가자구요? 호..혹시 정말 비디오만 보는 거 아니겠죠? 끄..끝까지 가는 거겠죠..? 아하..하하하...
순간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도 많이 능청스러워졌구나..
느끼한 아저씨가 다 됐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엔 나도 레모나처럼 상큼했는데.......
내 질문에 그녀는
새끼.... 하는 눈빛으로 피식 웃었다.
-_-
상대녀: 나 참... 25만원이나 줘요. 비디오방 가줄테니까...
뭐?!! 25만원?!!! 이...이런 도둑년이 있나..!!
...라는 말이 순간 튀어 나올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난 애써 태연하게,
나: 25만원이요?!! 왜 이렇게 쎄요? 저번에 내 친구는 15만원에 여관갔다고 그러던데... 그쪽 너무 쎄시네...
상대녀: 그럼 졸라 약한 다른 분이랑 하세요...-_-
돈은 있었지만 차마 25만원을 줄 순 없었다.
이게 어떻게 번 돈인데....
난 정신을 가다듬고 흥정에 들어갔다.
나: 저..저기.. 15만원 정도에 진짜 안되나요..? 저 돈 별로 없는데.... 저 보기보다 서민이에요......^^;;
상대녀: 그러니까 다른 저렴한 분이랑 대화 하시라니까요... -_-
나: ( 씨바..... 무슨 E마트냐?!! 저렴하게...... -_-;; )
여자의 확고부동한 눈빛에서 25만원 이하의 가격은 보이지 않았다.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난 가격 깎는 걸 포기하고 아쉬운대로 다른 제안을 했다.
나: 음..그럼.. 저기.. 저번에 대화했던 여자분은
6~7만원 주면 스킨쉽 정도는 해준다고 했었는데... 그렇게는 안되요..?
상대녀: 전 안해요. 괜히 스킨쉽만 한다고 해놓고.... 그걸 어떻게 믿어요? 안 해요. 차라리 여기서 가슴 한번 보여줄테니까 4만원만 줘요!
뭐?!!! 4.. 4만원?!!!!!
수학에 취약한 나도 금방 계산이 됐다.
가슴은 이변이 없는 한 2개고.. 4만원이니까.. 4를 2로 나누면....
한쪽에 2만원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이것도 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녀의 제안에 순간 솔깃하긴 했었다.
하지만 내 바로 앞에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TV 화면상으로 보여주는 건데 4만원은 좀 비싸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1200원 내고 PC방가서 구석에 앉아
실실 쪼개며 야한 동영상 보는 게 낫지.......-_-
나: 저.. 제가 돈이 별로 없는데... 2만원에 한쪽만 보면 안되요..? 어차피 가슴이야 양쪽 똑같으니까.. 한쪽만 봐도 될 거 같은데... 데칼코마니잖아요... 치킨도 반마리만 먹고 싶으면 반마리만도 해주는데.. 2만원에 어때요?
상대녀:..........
내 말에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없이 뭐라 내뱉었다.
하지만 눈치빠른 난...
그녀의 입모양에서
씨발.......을 읽을 수 있었다........-_-;;
난 그냥 웃길려고 한 말인데,
그녀의 얼굴은 짜증을 넘어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치를 잠시 살피다, 난 망설이며 조심스레 말을 건냈다.
나: 저..저기 아니에요..
전 원래 가슴부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됐어요....
순간 내가 말하고도 엄청 낮뜨거웠다.
말이 헛나와버렸다........
가슴부위 안 좋아하면 어느 부위를 좋아한다는 거야?!!
무슨 쇠고기도 아니고.....-_-;;
여자는 무안했는 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을 세게 닫고 나가 버렸다.
그녀가 사라진 빈 방의 모습이 잠시 화면에 잡히고 있었다....
난 그때서야 뻘쭘함을 느끼고
소리내어 TV 화면을 향해 소리쳤다!!!
나: 참나.. 뭐? 비디오방 가는데 25만원~?! 그건 그렇다 쳐!! 뭐~?! 가슴 한번 보여주는데 4만원~?!! 무슨 스페셜 가슴인가! 쳇! 지 가슴에선 무슨 쵸코우유, 딸기우유.. 요플레 나오나 보지?! 저... 저거... 완전 날도둑년일세....!!쳇!!!
다시 TV 화면이 MBC 주말의 명화로 바뀌었다.
난 잠시 앞에 여성에게 받은 충격을 지워버리려고 영화에 시선을 꽂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부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좀 빡빡하게 굴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 5분여가 지나고...
탁자 위에 인터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카운트 걸의 전화였다!!
카운터걸: 지금 다른 분하고 연결해드릴께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꼭 성공하셔서 이 적적한 밤을 뜨겁게 요플레로 샤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