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게임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석에 처박혀 무료하게 웃자를 뒤적이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초딩 두 명이 들어왔다.
대충 5,6학년 쯤 되어보였다.
내가 개의치 않고 싱하형의
"형이 다 생각이 있어서 패는 거다"등의
싱하어록을 보며
혼자 졸라게 처웃고 있으려니...
그 초딩들이 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말로만 듣던 락커 초딩,
즉 졸라 시끄러운 놈들이 아닐까, 하고 잠시 염려했지만
예상외로 그들은 조용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그 초딩들의 대화가 시작되었고
그 녀석들의 목소리가 꽤나 큰 탓에
얼떨결에 난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좀 어리버리하게 생긴 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리버리초딩 : 너 시골 안 가고 혼자 집에서 뭐했냐?
그러자 그 옆에 앉은 좀 놀게 생긴 녀석이 대답했고...
그 순간 멍청한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고 있던 난
경악에 휩싸였다.
놀게생긴초딩 : 집에서 여친이랑 존나 했지, 뭐.
나 : 컥.
..........
여친이랑 존나 했다니...
뭘 존나 했다는 거지?
설마.... '응응?'
요즘 초딩이 무섭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럴 줄이야.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여 있는 내 귓가에
다시 그 초딩들의 대화가 울려퍼졌다.
어리버리초딩 : 아, 씨바. 존나 부럽다. 내 여친은 하기 싫다던데..
놀게생긴초딩 : 잘 꼬셔봐. 한번 해보면 그때부터는 먼저 하자고 그럴 걸?
...
설마 저 좀만한 초딩녀석이...
여자가 먼저 하자고 달려들게 할 정도의 테크닉을 겸비했단 말인가.
어쩐지 생긴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난 거듭되는 충격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 초딩들은 대화를 끊고 다시 게임에 몰두했고
난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나 : ....
자라나는 새싹들이 저렇다면
장차 우리나라의 미래는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연장자로서 그 녀석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짐짓 목소리를 낮게 깔며 초딩들을 불렀다.
나 : 애들아.
초딩들은 귀찮다는 듯
고개도 안 돌리고 대꾸했다.
초딩들 : 예? 왜요?
나 : 너희들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벌써부터 그러면 안되지.
초딩들 : 뭘요?
초딩들은 짜증난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지푸리며 건성으로 대꾸했다.
나는 점잖은 어조로 그 녀석들을 타이르기 시작했고
뒷자리에 앉아있던 어느 숙녀분께서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듯 했다.
나 : 미안하지만 니네 대화를 엿들었거든. 여친이랑 그걸 존나 했다며?
니가 아무리 그걸 잘해도 그렇지... 니네들 나이에 그러면 안되잖아.
더 나이를 먹으면 충분....
갑자기 놀게생긴초딩이 끼어들며
내 말을 막았다.
놀게생긴초딩 : 그거 전체이용간데요?
전체이용가라니?
언제부터 '응응'이 19세이상 전용에서
전체이용가로 하향조정 되었단 말인가-_-
나 : 응? 전체이용가라니?
놀게생긴초딩 : 카트 전체이용가라구요.
나 : 응? 카트?
놀게생긴초딩 : 예, 카트라이더요. 레이싱게임 몰라요?
나 : 아...여자친구랑 했다는 게 게임이었어?
놀게생긴초딩: 네.
그 놀게생긴초딩은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놀게생긴초딩 : 예. 형은 뭐 말한건데요?
나 : .....
순식간에 난 초딩들의 순수한 대화를
변태스럽게 해석해버린 싸이코가 되었다.
뒷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 숙녀분은 애써 웃음을 참는 표정이더니,
곧 킥킥대며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나 : ....(ㅆㅂ)
초딩들 : 형은 뭐 말한거냐니까요?
나 : 아니다. 게임 열심히 해라-_-;;
난 그렇게 한마디만을 남긴 채
서둘러 게임방을 빠져 나왔다.
카트라이더...
여자친구가 먼저 하자고 달려들 정도로 재밌단 말인가-_-;
잊지 않겠다-┏
웃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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