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을 처벌하고자 하는 독일 정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에 숨어 있는 나치 전범 알베르트 하임(91)이 곧 체포될 것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 트리뷴(IHT)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차세계대전 중 의사였던 하임은 1941년 오스트리아의 마우타우젠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의 심장에 휘발유를 주입하고 마취제도 없이 모의 수술을했으며 수감자를 처형하면서 죽어가는 시간을 재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그는 또 유대인학살에 관한 자료 센터인 비젠탈센터가 작성한 살아 있는 나치 전범 수배자 명단에 알로이스 브루너에 이어 두 번째로 올라 있다.
브루너는 유대인 수 십 만명을 수용소로 보낸 아돌프 아이히만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시리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62년 하임을 체포하려다 놓친 독일 정부는 올 여름 스페인 정부에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체포를 요청했고 스페인 정부는 이후 그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고 비젠탈센터측은 밝혔다.
독일 정부는 그의 가족들이 스페인으로 거액을 송금한 사실에 착안해 그가 스페인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봤고 하임의 자녀들이 부친의 돈을 상속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가 살아 있음을 확신했다.
지금까지 그의 가족들이 스페인 계좌로 보낸 돈은 40만달러에 달했다.
스페인은 과거 프란시스코 프랑코 정권 시절부터 나치 전범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왔으며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이들의 체포에 별로 협조적이지 않았으나 지난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
스페인에 은신해 있는 나치 전범들에 대한 책 '블랙리스트'를 쓴 작가 호세 마리아 이루호는 과거 수 백명의 나치 전범들이 스페인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여생을 마쳤다며 "스페인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