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2006독일월드컵을 대비해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에서 만드는 글로벌 광고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정말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TV에 나오고 잡지에 나오고. 은근 슬쩍 빨리 월드컵이 시작되서 광고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광고에는 나오지만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않는 몇 안되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찍어 놓은 광고이다 보니 잡지나 TV에는 내 모습이 나왔다. 광고를 몇번 찍었는데도, 내 모습을 TV나 신문 잡지를 통해서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
얼마 전,어머니와 함께 뮌헨 공항으로 아버지를 마중나갔다. 스코틀랜드에서 중계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중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독일대표팀 주전 에서 밀려난 골키퍼 칸의 다이빙 캐치 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사진이 고속도로 위를 가로질러 다리가 놓여져 있는듯 펼쳐져 있었다. 진짜 멋있었다.
나와 어머니는 공항에 도착해서 주차장을 찾는 중, 멀리서 아디다스 대형 광고가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이번 사진은 잡지나 신문에도 많이 나오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나는 멀리서도 그 광고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왠지 느낌이 불안했다.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를 과연 쓸까??
얼마 전에 본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단체사진에는 내가 맨 뒷줄에 들어있었다. 같이 탈락한 독일의 쿠라니와 함께.
불안하지만 그래도 단체 사진이니까 빼지는 못하겠지.
어머니를 태운 차를 몰고 광고판 바로 앞을 지나가는데, 웬걸!!!
절묘하게 내 모습이 잘렸다. 월드컵에 빠진 선수들은 모두 빼버렸다.
살짝 걱정은 했지만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 지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아니, 이왕에 찍은거 그냥 같이 붙여서 내보내지 그걸 또 잘라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걸 보시고 너무나 좋아 하셨다. 그리곤 도착한 아버지,그리고 모든 MBC 식구들에게 “저거좀 보라”며 일부러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도 웃었다. 솔직히 잘라내는 게 돈이 더 들것 같았는데...그냥 붙여주지!!
그뿐이 아니다. 아마 TV에도 내가 없는 것 같다. 얼마전 TV 중계부스에서 해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광고가 나왔다. 나는 모두를 긴장시켰다.
“내가 나올테니 모두 긴장하십시오. 아주 잠깐 나오니 집중하지 않으시면 못 봅니다!!”
이 말은 한국의 엔지니어실에도 다 들린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데 내가 안나오는 거였다. 아버지는 민망해서 얼굴이 벌거신데, 스튜디오의 문이 살짝 열리더니 황승욱 아저씨(MBC PD)가 심각하게 묻는다.
“두리야, 언제 나왔냐? 나는 못봤어!”.
눈치가 없으시다. 암튼 아디다스는 내 스타일을 완전 다 구겨놨다. 광고판 사진상에서
나는 맨 뒷줄에 서있다. 그러다보니 아마 잘라내기가 굉장히 쉬웠을 것 같다.
어머니는 그걸 보시고 “두리야, 다음에는 줄을 잘서라. 그래야 안 짤리지...”
하시면서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셨다.
이래저래 심통이 났는데 나를 담당하는 아디다스 형이 전화를 했다. 대표선수에 빠졌다고 축구화도 안 챙겨 준다. 훈련시작이 내일 모렌데. 대접이 완전 다르다. 약올라서 한마디 했다.
“형! 나 푸마와 계약했어요!! 나도 살아야 하잖아요!”
순간 형이 조용해졌다. 한참이나 아무말이 없었다. 진짜인줄 아나보다. 크크크크크.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정말 줄 잘 서야 한다.
이왕이면 절대 자를 수 없는 바켄바워나 베컴 옆에 서도록 하고 PD가 바꾸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한중간에 꼭 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