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날 밤, 고대하던 극기훈련 시간이었다.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수련장이라서 극기훈련 장소는 당연히 한라산 등반코스의 일부로 정해졌다.파트너는 무작위로 2명끼리였고
나는 제비를 뽑아주는 선희의 조작으로 소영과 한 조가 되었다.
소영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소녀의 손에는 노끈이 들려있었다.
교관은 혹 놀래킴 등으로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는 학생 속출을 막기 위한 방침이라고 했다.
소영: 내가 오른 손에 묶을게 넌 왼손에 묶어.
나: 응..
여전히 그녀는 차갑다 ㄱ-
밤 10시
극기 훈련의 시작을 앞두고 교관의 제차 당부가 이어졌다.
모두 기계로 된 장치에 불과하니 놀라지들 말라고,
그리고 꼭 나무와 나무 사이에 묶여진 로프를 따라 올라가라고..
그럼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이다 -_-
그래도..
후덜덜..
떨리는 것이 극기훈련 인것이다 ㅠ_ㅠ
내가 마른 침을 삼킬 때, 소영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소영: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 이게 무슨 극기훈련이야 -_-
..
근데 소영아 그거 아니?
너 지금 떨고있다...
총 루트 7개로 10분 간격으로 7조씩 출발했다. 자정이 가까워질 때쯤 나와 소영의 차례가 왔다.우리는 제 5루트로 출발을 했다.
우리가 출발할 때는 이미 극기훈련을 끝낸 애들이 속속 내?육?있었다.
재밌다고 호쾌하게 웃는 애도 있었고,
무섭다고 우는 여자애까지..
소영: 하하.. 뭐 저런 거 가지고..
너 떨고 있다니까 소영아..-_-
출발한 지 약 3분이 지났다.
길게 이어진 로프를 잡고 우리는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올라갔다.
아침의 그 일 때문인가...
소영은 나와 바로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했다.
그나저나 아마도 이 로프의 끝은 산 중턱 어디쯤과 연결되어 있겠지..?
...
"스르륵..."
나: 음!?
소영:!!??
..
흰 물체가 우리의 앞을 쓸고 지나갔다.
아마 흰 천이었을 것이다.
...
아마 이 주위 나무에 자동 기계가 있겠지..?
대충 상황파악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자,
...
소영이가 따라오지를 않는다 ㄱ-
나:??
...
그녀는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_-
혹시...
너 무서워 하는 거냐..?
캬캬캬캬...
큭큭큭..
차마 입밖으로 웃을 수는 없어도 너무나도 흥미롭다고 할까 ㄱ-
그 냉랭하고 얼음장 같은 그녀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ㅋㅋ
나는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나: 괜찮아?
소영: 어...? 응...
다시 소영이가 발을 떼었다.
그때 또 어디선가 토요 미스터리 주제곡으로나 나올 법한 소름 돋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음향효과 죽이네...
=_=;;;
후덜덜..
그러자 뒤에서 뭔가 주저 앉는다 덩달아 내 왼팔도...
...
소영이가 주저 앉았다...
소영: 자..잠깐만..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강하고 차가웠던 그녀의 눈빛이 그렁그렁 거리는 것이...
아아아아악!! 너무귀엽잖아!!!!!!!!!!!!!
나: 괜찮겠어? 포기하고 내려갈까?
소영: 그..그럼 내일 애들 자유시간에 등산해야 되잖아..
나: 난 상관없어 너가 이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는 담담한 척 점수따자는 의도로 말을 내뱉었다.
소영이가 잠시 감동먹은 듯 했으나 이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호흡을 한 그녀는 다시 평소와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소영: 난 남자든 여자든 빚지는 거 제일 싫어 해. 그냥 앞으로 가자.
나: 아 뭐.. 그래 -_-...
역시 그녀다 싶었다. 그런데..
소영: 그대신 손 좀 잡아줘..
...
나:...
...잇힝 ;ㅅ;..
하악-
나: 그래.
나는 손을 내밀었고 그녀의 희고 작고 가느다란 손을 잡았,...
으읔..아래서 발동이 느껴진다. 겨우 손 잡은 걸로.. 역시 난 변태였단 말인가 =_=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흐....음..
그 후에도 몇 번의 놀래킴이 있었으나 소영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갔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그녀였다. 이토록 적응력이 강하다니..
그러나 얼마 안가서 봉문 5개 가량이 눈 앞에 들어왔다.
딱봐도 가자 봉분이다. 그냥 흙만 봉오리처럼 쌓아놓은 것일 것이다.
...
국립공원의 주변 지역?이런 미친 짓거리를 할리가 없을테니..
근데 비석도 있네..
존내 현실감있네...
..
나도 소름이 돋았다.
그 때 뒤에서 소영이가 날 살짝 끌어 안았...
소영: 저기...미 미안한데.. 이대로 앞으로 좀만 가줘.. 나 앞 안 볼래..
...
무미건조하지만 떨리는 저 말투..
...
오오..
날 껴안은 그녀의 두 손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보..보호 본능이 불타오른다!!...
솟구치는구나!!!!!!!!!!!
그렇게 봉문을 지난 뒤, 그녀는 다시 내 허리에 감은 팔을 풀었고,
그 뒤로는 별다른 놀래킴이라 태클이 없었다(아쉬웠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교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린 다른 6조와 합류한 뒤 다함께 산을 내?都?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을 때는
도현을 포함한 내 베프 4명과 그녀의 베프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현 :여어 분위기 좋다?
나: 시끄러 -_-
그 때 뒤에서 소영이가 내 등을 살짝 꼬집었다.
나: 악!- -_- 왜?
소영이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영: 오늘 극기훈련 때 있었던 일... 불기만 해봐.. 죽어..
...
그리고 얼굴을 살짝 붉힌 채로 새침한 표정으로 그녀의 친구들에게 가는 소영..
...........
....
이것이 그녀의 매력...
...
하아..
그렇게 난
단 한 번의 극기훈련으로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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