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
참새가 운다.
나는 슬며시 눈을 떴다.
눈이 부시다..아침인가..?
여기는...? 아 맞다.. 제주도에 극기훈련 왔었지... 근데 어저께 여자애들 방으로 내??것 같은데... 거기서 잠이 들었고...
...
도현이가 분명 올라갈 때 깨워주...
벌떡!!-(상체 일으키는 소리임)
정신이 확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참이슬 소주 팩 -.-..
여자애들이 허벅지에 묶어서 왔다던데..(독한 년들..) 후덜.. 다마셨...
"헉!!..."
그것보다 놀란 것은 도현이를 포함한 남자 네놈이 각각 여자애 한 명을 꿰차고 뻗어있다는 사실이었다... 니들..
니들...설마 집단 스왑ㅍ..... 아니 이건 너무 사상이 불손하고..
그 때 허리가 땡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 허리를 보니,
...
"너 뭐니...."
내 허리를 배게잡 듯 꼭 부여잡고 색- 색- 콧소리를 내며 자는 넌..
"소영이구나.."
...
머리를 굴려봤으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도 안 잡힌다...
일단 이 남자놈들을 빨리 깨워서 한시라도 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계속 남아있다가는 죽도밥도 안된다. 설사 교관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우린 모두 징계였다.
손목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6시
시간은 넉넉하다. 1시간이면 충분하니까.
나는 이불을 걷었...
.."헉!!!..."
소영이가 팬티차림이다..
분명 어저께 잘 때는 반바지 차림이었던 것 같은데...
근데 내 바지는 멀쩡하네..
...
아...
살결이 하얗...
켁!! 이게 아니고,
어쨌든
멀찍히 소영이의 반바지가 던져져 있었다.
"잠자다가 귀찮으면 벗는 게 버릇인가?"
소영이의 요염한 자태를 나는 조금 더 감상한 뒤, (야...)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발로 걷어낸다.
..
또 덮어주니 이제 눈 감은 채로 성질까지 내며 이불을 걷어낸다..
이...이년이...
그럼 이 남자 놈들이 깨면 팬티차림의 소영이를 볼 꺼아냐..?
...
바지를 입혀줘야겠네..므흣..
이렇게 변태행위를 정당화했다.
나는 구석에 있는 반바지를 주워 와서 그녀의 희고 가는 다리를 곧게 펴 놓은 뒤,
한 다리 한 다리 넣어주었다.
그리고 눈 딱감고 그녀의 허벅지를 들쳐 올린 뒤,
바지를 쭈욱 골반쪽으로 밀어올렸다.
그리고 자크를 잠그는 데 왠 작은 손이 내 손을 잡는다.
...
소영: 뭐하니?
다소 냉랭하며 무미건조한 그녀의 말투..
눈이 마주쳤다.
그 찰나의 순간에 온갖 가상시나리오가 머리 속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어떤 시나리오든 결말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개변태 타이틀 획득-
...
나:...
소영: 너 지금 뭐 하는거냐고..
나: 그게 너가 바지를 벗..
소영: 그만,
나: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소영: 거기 손부터 떼
나; 응.-
나는 재빨리 바지 지퍼에서 손을 뗐다.
소영: 너무한 거 아닌가? 우리가 서로 뭘 안다고?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로 하여금 소름을 끼치게 했다.
저 싸늘함
난생 처음으로 여자한테 쫄았다는 느낌이 든다.
나: 잠깐 내 말 좀..
소영: 변명? 변명 대기엔 너무 상황이 명백하다고 생각 안 해?
나: 그러니까 잠깐..
소영: 시끄러- 너랑 말하기 싫으니까 너 친구들 깨워서 빨리 올라가.
그리고 짜증난다는 듯 드러눕는 그녀..
아..
존내 억울하다..눈물 날라 칸다..ㅆㅂ...
아 억울해.. 아 억울해... 가슴에 맺힌다 ㅆㅂ..ㅜㅜ
나는 놈들을 하나하나 깨워서 파이프를 타고 우리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 숙소에 도착한 도현이 실실 쪼개며 놀라운 발언을 했다.
도현 :야 우리 선희 다빈 수지 영미랑 각각 4:4로 사귀기로 했다 ㅋㅋㅋ 난 이제부터 선희랑 1일이다 캬캬캬캬캬캬!!!
..
나: 헐 진짜..?
그래서 새벽에 쌍쌍으로...
그래서 이 놈들이 날 소영이 옆에..
도현: 그니까 너도 소영이랑 사겨라.
걔네 5명끼리 단짝이래. 우리도 5명끼리 단짝이잖냐.
나 너 민수 지호 윤석. 그치? 그럼 5:5면 퍼펙트잖아!!
..
헐...
그런데..
팬티..
또 억울함이 밀려 온다.
나: 야 근데..
도현: 응?
나; 어저께 소영이 반바지... 아..아니다 됐다.
도현: 무슨 일인데?
나: 됐어..
...
도현이 이놈은 진심으로 모르는 눈치다. 아... 이제 ..나 어쩌냐
1년이나 얼굴보고 살아야 하는데..존내..ㅜㅜ 이 오해를 어찌 풀지?
그렇게 해가 중천에 떴고 우리는 서바이벌 사격장으로 향했다.
나는 새벽부터 서바이벌 사격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갈 때까지,
내내 그놈의 팬티 사건 오해를 풀 궁리만 하고 있었다 ㄱ-
버스 안에서 우리는 뒤쪽에 앉았는데 맨 뒤에 앉은 미녀 누나들이(물론 친구)
은근슬쩍 소영이에게 나랑 사귀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영이는 무덤덤하다.
ㄱ-;
오히려 좀더 강요하면 무신 말이 튀어나올 지 모를 태세다.
내가 다 두렵다..
다빈: 소영아. 우리 4;4로 사귀기로 했어 너도 사겨라? 응? 응? 우리 맨날 같이 다니자.
소영: 싫어.
...
가슴이 아프군하...
수지: 소영아~~~ 이참에 너도 남자 애랑 사겨봐야지. 맨날 도도하게 굴어서 뭔 재미야! 그러니까 여태 남자친구가 한 명도 없지. 그냥 승훈이 유혹해버려. 너정도면 승훈이 한방감이야..
...
저 님하가 날
뭘로 보고 -_-
소영: 싫다니까! 그 변태 자식..
그러자 맨 뒷자리를 중심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움찔했다.
선희: 변태라니? 소영아. 승훈이 나름 순수하다구!! ㅋㅋㅋ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선희의 노력. 하지만 허사였다.
소영: 어쨌든 쟤 싫어.
..
나 들으라는 소리지?
후..
이래뵈도 피끓는 고딩인데,, 나도 화가났다.
오해받는 것도 열받는데, 직설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다니,
내가 장난으로 보이냐.
난 버스 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모든 애들의 눈이 나에게 쏠렸다.
아니 그 이전부터 소영의 발언에 내쪽에 눈길이 쏠리긴 했다.
나: 야 이소영. 니가 뭔데 확증도 없이 생사람을 변태로 몰아?
나는 진지하게 나갔다.
소영: 너가 새벽에 나한테 뭔 짓을 했는지 생각해봐.
나: 니 자는데 반바지 입혀준 거?
여기까지 이르자 버스 안 분위기가 싸해졌다. 다행히 샘이 주무시고 계시기에 망정이지...
소영: 그래 이제 왜 너가 변태인지 알겠지?
...
..아..이쁘면 다냐..?
....
하긴 뭐..
다지...
...
나: 그래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어. 하지만 너는 내 설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변태로 매도했다. 이건 명백한 증거도 없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야.
그래 와라..
나도 이래뵈도 인터넷 토론방 경력 2년차다.
논리적인 말싸움은 안 꿀릴 자신 있다고,
그리고 나는 왜 그런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순차적으로 설명해나갔다.
거기다가 선희가 장난으로 소영이의 바지를 벗겨놨다가 깜빡하고 잠들어서 못 입혀준 것이라고 해명까지 했다.
이내 대충 오해가 풀린 듯 했으나,
소영이만은 아직 좀 아니다.
소영: 그럼 반바지만 입혀주면 지퍼는 왜 올려!!
...
..정곡을 찔렸다..
..
나: 그..그건!!...
일단 반박의 여지를 상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예슬 아님)했다.-_-..
아...젠장 나의 패배인가..ㅜㅜ
나: 미..미안하다..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얼떨결에 저 말이 튀어나오고,
이내 버스 안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다.
나: 미안해.....아놔..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난 변태가 되는건가...=_=
...
나는 웃음의 도가니 속에서도 그녀를 계속해서 힐끗힐끗 쳐다보았고,
우연찮게 수빈을 향해 말하는 그녀의 입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쟤 나름 깜찍하네"
..
...풉...
괜히 또 들뜬다.
..
가슴이 두근거린다 또 괜히..
하하..
이소영이라..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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