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알게된 친구 중에 강동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다.
아무래도 글이 글이다보니 녀석의 이름을 「?.
이 아닌 실명으로 적었다.-_-
녀석이 대학 신입생 이였을 시절..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전 강동구라고 합니다.
서울시 강동구가 아니예요..하하하.."
라고 얘기해 자신 스스로가 왕따를 자처 했던..;;
녀석 정도로 알면 되겠다.
난 불행하게도 녀석과 집에 가는 방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녀석의 말동무가 되어줘야 했다.
그러다 하루는 놀라운 얘기를 들을수가 있었는데.
"나 여동생 있다.."
"정말?"
그당시 여자한번 사겨보지 못한 나에게 ..
친구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였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과도 흡사했다.
그런데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난 갑자기 무기력 해진다..
"동구야.."
"왜?"
"호,혹시 너희 여동생...너,너랑 닮았니?"
"물론이지."
"그,그렇구나."
"왜?;"
"아냐.가던길이나 가자;;"
그런 이유로 한동안 녀석의 여동생을 잊고 살았더랬다.
단지,녀석과 닮았다는 이유로 말이다.-_-
그러다 시간이 지나 난 2000년 1월 군 입대를 하게 되었고
녀석도 2000년 2월에 군 입대를 하게 되었다.
훈련소 갔다가 자대배치를 받고 시간이 많이 흐르니
옛 친구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친구들 부대 주소라도 알아내자는 생각에.
집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다 녀석의 집에다 전화를 걸게 되었는데.
"여보세요?"
남자들 살살 녹이는 부산 여자 특유의 사투리가 들?윱째?아닌가?
난 당황 했던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살 녹고만 있었다-_-;
"저,저기..혹시 동구네 집 아닌가요?"
"네.저희 오빤데요.누구세요?"
"아,그게..전.."
내가 누구냐고 말해봤자 알리도 없고..
그냥 끊을까 ?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여자였기에 -_-; 껀덕지라도 살려 더 통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화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쨈?
"헤헷.괜찮아요.수줍어 하지 마시고 편하게 말씀해보세여.."
여자 목소리만으로도 흥분할수 있는게 남자라는 동물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_-;;
"네.그러니까 누군지 말해도 모르실꺼예요.전 러브라고.."
"앗.러브 오빠!?"
"헉.네.그래요!!저 러브예요!!"
여자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
감격의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렀고 목이 메어왔다.
하지만 ....
"근데 오빠.누구세요?"
"네?"
".............."
".............."
"프하핫..오빠.장난이예요.놀라시긴..크큭;"
하마터면 수화기를 던져버릴뻔했다.-_-;
"러브 오빠 시구나..저희 오빠한테 얘기 많이 들었답니다."
"아.그래요?그럼 제가 다정하고 착하고 터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다는 얘기를 하던가요?"
"아뇨.절대.."
"네.-_-"
"근데..오빠?"
"네?"
"전화 왜 하셨어요?"
그랬다-_-;내가 전화 한 목적은 이게 아니였는데..
그녀와 통화를 하고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작업의 본능을 드러내버렸던것이다.
"아.동구 부대 주소좀 알고 싶어서요.편지나 주고 받을까 해서.."
"아.그렇구나.그럼 잠시만요."
"아니,저기요!!"
"네?"
"뭐하실려구요?"
"아.오빠 편지 좀 찾아볼려구요.."
"귀찮으실껀데 찾지 마시고 그냥 집 주소 불러보세요.."
"왜요?"
"동구보단 그쪽이랑 편지 주고 싶..."
"풉..."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개념이 없었던걸로 보아 여자에게 단단히 굶어있었던건 확실하다.
"저기.작업은 아니고 그냥...싫으면 말구요."
"러브 오빠.."
"네?"
"지금 정말 웃긴거 알아요?"
그래.안다!!안다고!! -_-
내가 말해놓고도 민망해 죽겠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민망함을 약점으로 삼아
이렇게까지 깊숙히까지 파고 들어와야겠니?;
"죄송해요.제가 오랜 군생활로 인해 잠깐 정신을 잃었었나??
아무일도 없었던걸로 해주세요..전화 끊.."
"주소 가르쳐 주세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네??"
"제가 편지 써드릴테니 ..
오빠 부대 주소 가르쳐 달라구요.."
"앗싸!!"
"앗싸!!" 라는 그런 미친;소리가 튀어나오는걸 보니
그 당시 내가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알만하겠지?;;
전화 통화 이후로 일주일 뒤에 그녀에게서 첫 편지가 날라왔다.
그때 편지를 받아보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윤정이였다..
난 하루에 수도 없이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윤정..윤정..강윤정..
오..나의 사랑 나의 러브 윤정아~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제대하면 널 꼭 책임;;질께
책임지지 말라고 해도 책임질께-_-;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그렇게 혼자 만들어가고 있었다.
난 그후로 마치 윤정이가 나의 연인이라도 되는것 처럼 행동했고.
실제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였는데 말이다-_-;
윤정이의 일상 하나하나를 신경쓰며 그녀와의 첫만남을 키워갔다.
하지만 내가 너무 서둘렀던 것일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윤정과 나는 아무사이도 아니였다;
윤정은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내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윤정의 마지막 편지가 날라왔다.
to.러브 오빠.
오빠 김칫국 맛있어요?그만 마시세요.
그럼 안녕..
이라고 적혀있을리가 없겠지?-_-
to.러브 오빠.
저에게 하는 오빠의 행동..부담스러워요.
그만해요..이제..
그렇게 오빠 혼자 좋아하다가..
나 실제로 보고선 실망하면 어쩔려구 그래요?
저 오빠가 생각하는것만큼 이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아요..
환상 깨세요..그리고..
오빠가 상상하는 정말 이쁘고 착한 여잘 만나길 바래요..
그게 끝이였다.
혼자 키워온 설레임,두근거림,
그녀의 마지막 편지가 우리의 관계는 끝임을 알리고 있었다.
난 그때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며..
몇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번째.
여자에게 다가갈땐 서두르지 마라.
두번째.
남자가 가벼워지지 말라.
세번째.
착각 하지 말자.자신만 상처를 입는 꼴이다
윤정은 알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내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는것을..
군 복무를 하며 생기는 외로움의 탈출구로 자신을 선택한것이라는것을.
나 역시 그걸 알고 있었기에 깨끗히 윤정을 정리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나는 제대를 했고 ..
친구의 여동생에게 작업을 들어간 나의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전설이 되어있었다..-_-;
그렇게 시간은 또 흘러 대학 졸업식날.
놀라운 만남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식 날 ..
동구의 여동생이 졸업식에 따라온것이다.
처음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너무 이뻤으니까...
그 오빠에 그 여동생이란 말이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렇게 이쁜줄 알았다면 절대 포기 하지말껄-_-;
이라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더랬다.
동구녀석이 여동생과 함께 내쪽으로 걸어온다.
졸업식이다 보니 마지막으로 나와 함께 사진이라도 같이 찍고 싶은가 보다.
아.그들을 쳐다볼수가 없다...
난 그들의 시선을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야.러브.."
난 고개를 숙인채 대답했다.
"응?"
"내 여동생이 사진 찍잔다."
난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대답했다.
"나 얼굴에 화상 입어서;;;사진 못 찍는다고 전해줘.."
"야.러브.."
"응?"
"우리 동생도 얼굴에 화상 입었데.같이 사진 찍잔다."
말도 안되는 소리!! -_-;;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부끄러운 마음에 윤정을 쳐다볼수가 없었다.
난 그렇게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는데
윤정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파고든다.
"오빠.그러지 말고 ...
고개 좀 들어보세요.."
그녀의 목소리엔 마력이 담겨있었던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들려지고..
미소를 짓고있는 윤정의 얼굴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녀는 천사였다...
흔히 이쁜 여자들은 싸가지가 없고 제 멋대로라고 얘기들하는데..
그게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이야기라는걸
그녀를 통해 처음으로 깨달았다..
"저랑 사진찍어요.오빠."
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오빠!왜 갑자기 존댓말 써요?"
"그,그냥요;"
"아무튼 사진 찍어요..이리와요."
윤정은 사진을 의식해선지 ..
내 옆에 꼬옥 달라붙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
난 그런 윤정 옆에서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_-;;
"오빠..땅에 보물 묻어놨어요?"
"아,아뇨;"
"사진 찍을려면 고개 들어야죠."
"네;"
동구가 소리친다.
"자.하나..둘..세엣..."
찰칵;
사진을 찍고나니 우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_-;
다시 서로에게서 떨어져버렸고..
윤정이 동구에게 이런말을 하고 있었다.
"오빠.나 이제 가볼께.
남자친구가 기다고 있어."
나,남자친구?
하긴;없는게 이상한거겠지.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래.오늘 나와줘서 고마웠다."
"고맙긴 무슨..아참.러브 오빠."
"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네.저두요;;"
윤정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난 다음.
난 동구에게 물었다.
"야.너희 여동생.도대체 왜 온거냐?
나랑 사진 찍으려고 온건 아닐테고.."
그러자 이 녀석이 한다는 얘기가 가관이다;
"너 우리 동생 좋아했잖아.
그래서 내가 동생한테 말했지.
친구랑 사진 한장 찍어주면 내 친구가 아주 좋아할꺼라고."
환상이 깨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낀다.
착각하지말자 ..착각하지 말자..
무엇인가를 기대한 ..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집으로 편지 한통이 날라왔다.
보내는 이.
-강윤정-
받는 이.
-러브풀-
편지봉투를 뜯어보았다.
봉투 안엔 사진 한장이 있었다.
졸업식날 그녀와 내가 마치 연인처럼 포즈를 취하고 찍었던 사진이였다.
내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왠지 사진속에 찍힌 그녀의 환한 웃음이..
만들어진게 아닌 진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진을 돌려보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적중했다.
-꿈속에서 그리던 그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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