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내에서 만난 그녀 (1)

금돼지79 작성일 07.04.08 00: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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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힐 한갑 주세요"

밤 공기는 찼다. 담배를 하나 빼 물으며 라이터를 찾으려 주머니를 뒤적 거려봤지만 나오는 거라곤 오백원 짜리 동전 하나와 백원짜리 두개. 그리고 핸드폰 뿐이였다. 빼 물던 담배를 도로 집어 넣으며 구멍가게로 향했다. 가게 주인은 날 한심하다 생각하겠지.

"라이터 하나 주세요"

주머니를 뒤적 거려 오백원 짜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차.. 차비..'


지금 내가 있는 모래내에서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이런 추운 날씨에 담배 몇가치 피자고 걸어가는건 그리 내키지 않았다. 아줌마에게 아니라고 말하며 난 다시 가게를 나왔다. 되는일이 하나도 없다. 누가 보면 우유부단에다가 덜렁덴다고 하겠지? 꼭 누구처럼 말이야.


난 요즘 우울할때면 모래내에 온다. 모래내는 내게 있어 특별한 장소다. 집에서 정거장 까지는 5분. 143, 150, 205, 133. 133-2번 버스중 하나를 타면 15분만에 모래내에 도착한다. 그래서 그녀를 만날때면 정확히 20분전에 나가면 되었다. 그녀는 내가 기다리는것도 늦는것도 싫어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이제 내 곁에 없다. 일주일전, 표정도 없는 얼굴로 날 쳐다보던 그녀가 꺼낸 한마디. 때 마침 불던 겨울바람처럼 날카롭고 차디찬 그 한마디에 우리는 끝이 났다. 생각해 보면 내 잘못이다. 한국을 떠나기전 될 수 있는한 많이 친구들을 만나야 된다는 핑계로 최근 몇주간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애정이 식거나 연애라는 것이 귀찮아 진 것도 아니였다. 난 그저 친구들이 좋았을 뿐이다.


옛 추억들을 생각하며 모래내에 있는 굴다리를 지나고 나니 놀이터가 나왔다. 우리가 늘 같이 있던 그곳이다. 초라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네 두개가 보였다. 앉아서 손을 잡는 부분에 우리 이름이 새겨진 그네들이다.


"미안. 늦었지?"

"야! 내가 정확히 20분후에 오랬지? 19분 21분 이런거 없다고 했지?"

"오다가 굴다리에서 깡패한테 걸려서 미안..."

"웃기네. 깡패 한테 걸린 얼굴이 그렇게 실실 웃냐?"

"좀있음 너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실실 웃으면서 맞았지"

"어이구? 오바하지말고 다음에는 무조건 20분에 정확히와!"


삐걱 거리는 그네에 앉아 지난 추억을 생각하며 실실 웃고 있었다. 시소 근처에 꼬마들이 불장난 하고 있는게 보였다. 웃는 표정으로 다가가 성냥 하나를 빌렸다.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난 다시 추억속에 빠져든다.


"여기 그네에 우리 이름 새길까?"

"아 유치하게 뭐하는거야 그게!"

"왜? 우리보다 여기 그네 많이탄 사람이 누가 있다고! 이건 우리 그네나 마찬가지야"

"아 몰라 맘대로 하셔"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문득, 옛 생각에 빠져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누군가가 말해줬던게 생각났기에 말이다.

'이제 슬슬 가볼까'

정든 그네를 뒤로 한채 막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려던 참이였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흙흙흙흙흙"

괴상한 울음 소리 였다. 고개를 돌리자 얼핏 보기에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가 그네 근처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다.


"저기......."

"내가 왜 니 자기야?"


어이 없는 여자다.


"저기... 괜찮으세요?"


그 여자를 부축해 새웠다. 불어 오는 바람에 술 냄새가 풍겨져 왔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여자의 얼굴을 가렸다. 별로 이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은건 아니였다. 아무데서나 푹 쓰러져 있는 여자는 질색이니까. 자고로 여자는 몸가짐이 단정하고 남 앞에선 실수 하지 않아야 한다고 그녀가 말하곤 했었다.

젠장. 또 옛생각.

대충 일어설 수 있게 부축만 해주고 갈길을 갈 샘이였다.
그 말을 듣기전까진 말이다.

"그 사람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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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식이랍니다. 여자와 남자의 입장에서 서로 엇갈려 쓴거에요.
1부는 남자꺼.
총 10부 완결
반응이 좋으면 계속 올릴게요.
출처는 내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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