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오늘도 어김없이 가위에 눌려 잠에서 깼다. 벌써 육개월째.
이불이 두꺼우면 그렇다는 이야기에 얇은 것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심지어 아무것도 안 덮고 자기도 했건만, 여전히 나에겐 효과가 없다.
"후....."
어차피 한번 깬 잠은 다시 들기가 어렵다. 특히 가위에 눌려 지금처럼 심장이 곤두박질 칠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담뱃갑을 집어들고 담배한가치를 꺼내든다.
컴을 켠다. 그리고 습관처럼 와우를 접속한다.
희뿌연 연기사이로 부캐들과 창고캐 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핑크빛머리의 작디작은 노움여사제가 언제나처럼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만히 마우스 켜셔를 움직여 클릭해 본다.
랩 1 '영원의나라' ........
갑자기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나보다.
"후우......."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으면 괜찮을꺼야.
아주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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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
ㅡ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붕대질을 할 망정,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주고픈
그런.. 사람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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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다. 그것도 만랩흑마.
왠만한 4대인던 템은 다 갖췄으며, 필드에서 적진영을 만나도 1:1이라면 두렵지 않다.
맨첨에 뾰족귀에 반해서 시작했던 나엘 드루이드는
새끼과부거미 한마리 잡을때마다 엠탐하는 현실이 싫어
그늘숲 한 귀퉁이에서 랩 23에 봉인되었다.
몹 한마리 잡는데 1분이 넘게 걸리니.. 원. -_-
오베때부터 이것저것 다 다뤄봤지만, 흑마만큼 나에게 잘 맞는 직업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유일한 만랩캐는 흑마뿐이다.
이거면 족하다.
휴먼흑마는 만랩이 드물어서 어느인던에서든 대 환영이고,
필드에서 녹템도배 도적과 맞닥뜨리더라도 도트3종세트와 함께 도망다니면
그걸로 충분했다.
더우기 휴먼의 종족특성인 직관력 ㅡ 혹자는 '휴먼의 종족특성은 깻잎간지다' 라고 하지만ㅡ
이건 도적 상대로 그야말로 최고다.
포세이큰의의지라는 황당스킬로 언데도적만날경우엔 종종 눕기도 했지만...
윤회라는 흑마 고유의 스킬은 결국 나를 승리로 이끌곤 했다.
뭐.... 다시붙으면야 지겠지만, 이기고 난 다음엔 바로 그자리를 뜨는 스타일이라. -_-
만랩찍고 4대인던템을 어느정도 갖춘 어느날, 갑자기 재봉이 땡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플포에서 본 주문전문화장갑에 회가 동했나 보다.
'흠.... 코볼트들이 리넨옷감을 많이 줬었지, 아마. -_-?'
나는야 흑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냉큼 무두질을 지우고 골드샤이어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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