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한류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거시기구 작성일 07.09.28 14: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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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태왕사신기> 가 3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톱스타 배용준의 출연, 연기파 문소리의 가세,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필생의 역작' 이라는 섣부른 평가까지 받으면서 화려하게 출발한 <태왕사신기> 의 파괴력이 보이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태왕사신기> 가 주는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왜 나는 <태왕사신기> 에게 묘한 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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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광개토대왕' 이어야 했는가.


<태왕사신기> 가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저돌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광개토대왕' 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 여전히 우리 역사를 위협하고 있는 이 시대에 한류스타 배용준의 <태왕사신기> 는 분명 '문화적 계몽' 과도 같은 의미를 띠고 있었다.


광개토 대왕이 용맹스럽게 중국을 쳐들어가고, 신라를 도와 일본의 침입을 물리치는 그 짜릿한 광경을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대중이 400억 규모의 대작 <태왕사신기>에게 넓디 넓은 중국 영토를 호령하고, 왜구의 침입을 간단히 물리쳤던 광개토 대왕의 숭고한 '업적' 을 기대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중의 기대와는 달리 <태왕사신기> 에는 '중국' 과 '일본' 이 철저하게 배제됐다. 중국과 일본의 자리에는 화천회라는 악의 무리가 대신 들어 앉았고, 대제국을 평정하며 광활한 영토를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위엄 대신 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용준' 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왜 광개토 대왕이어야 했는가." 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발견 되지 않는다.  


배용준의 극중 이름은 굳이 '담덕' 이 아니더라도 스토리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가 주몽이든, 단군이든, 배용준이든 상관없이 <태왕사신기> 의 담덕은 광개토대왕과는 이질되는 또 다른 가상의 '인물' 로서 존재할 뿐이다. 즉, <태왕사신기> 에서 '광개토대왕' 이라는 인물은 그저 주목 받기 위한 하나의 흥행 요소로 자리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그 이하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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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위해 '역사적 책임' 은 회피했나.


그렇다면 왜 그들은 "광개토대왕" 을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광개토대왕" 이 아닌 인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 '돈의 논리' 로 이어진다. 김종학이 말한 것처럼 <태왕사신기> 는 꺼져가는 한류의 마지막 보루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에 주요 마케팅 상대인 중국과 일본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선에서 제작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태왕사신기> 가 의도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제외시킨 주요한 이유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방대한 스케일로 초반에 물량공세를 퍼붓고 중반부터 멜로 라인을 최대한 부각시켜 역사극이라는 이미지를 지워 나가고자 했던 김종학은 <태왕사신기> 에게 '판타지 사극' 이라는 요상한 타이틀을 붙여 놓고 역사극으로서의 책임을 모두 회피했다. 실제로 <태왕사신기> 방영 직후 언론지상의 평가는 드라마의 규모와 돈, 시청률에 집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태왕사신기> 가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그를 새롭게 조명하는 최초의 사극이라면 역사극으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태왕사신기> 가 그 오랜시간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집중했던 것이 '광개토대왕' 이 아니라 '한류' 였다는 사실은 응당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이는 결국 광개토대왕이라는 인물을 한류를 위한 하나의 흥행소재로 치부해 버렸음을 그들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그들의 '전략' 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광개토대왕이라는 인물을 교묘히 이용해서 흥행 수단으로 삼아버리고, 더 나아가 역사극으로서의 책임은 회피한 채 "한류의 마지막 보루가 되겠다." 는 거창한 말로 모든 것을 두루뭉술하게 만들어 버리는 역사의식은 그 뒷맛이 꽤나 께름칙하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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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 최대 가치(?)

<조선왕조 500년><한명회> 등을 집필했던 신봉승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역사극은 역사극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하는 책임이 있다.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역사가 지니고 있는 자존심을 지켜내야 하며,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올곧은 정신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역사극 자체가 바로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 역사극으로서의 자존심을 땅바닥에 내려 놓은 <태왕사신기> 의 존재 이유가 '돈' 말고 더 무엇이 있는가. 그저 '돈' 만 많이 벌어다 준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을 흥행 수단으로 삼아버리는 그 천박한 역사인식까지도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돈을 위해 역사를 팔고, '한류' 를 위해 '광개토대왕' 을 파는 작금의 현실.


신봉승 선생의 말처럼 역사극의 책임, 역사를 바로보는 힘, 역사극의 자존심, 역사극의 올곧은 정신이 사라진 채 그저 '돈' 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이 시대의 역사극. 나는 <태왕사신기> 가 역사극의 가면을 쓴 채 벌이고 있는 지금의 '쩐의 전쟁' 이 너무나도 소름끼친다.     출처 : 끄적끄적 이야기 블로그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35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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