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금붕어들을 추억하다./이외수 선생/

느티나무에게 작성일 07.10.20 23: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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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감성마을에는 몽요담이라는 연못이 있는데
작년에 산천어를 100여 마리 정도 방류했다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고
나는 몇 년째 축제 홍보대사를 연임하고 있었다

나를 만나기 위해 감성마을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한달 평균 300여명 정도
나는 그분들께 산천어를 보여 주면서
축제 참여를 독려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연못에 산천어만 있으니
어쩐지 썰렁해 보였다
빛깔 고운 금붕어라도 떼를 지어 헤엄쳐 다니면
제법 운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들녀석과 마누라를 데리고 춘천까지 나가
금붕어를 130여 마리나 사서 몽요담에 방류했다

때마침 월드컵이 열리고 있었다
한국은 토고를 이기고 숙적 프랑스와의 대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몽요담에 금붕어를 방류하자
선천어들이 월드컵을 벌이기 시작했다

날렵한 놈들이 금붕어를 한 마리씩 입에 물고
드리볼을 하면서 종횡무진 연못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처 금붕어를 차지하지 못한 놈들은
기를 쓰고 쫓아가 태클을 걸어 보ㅈ│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산천어들보다 금붕어들이 더 얄미워 보였다
금붕어들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고
나무관세음보살
그저 우아한 모습으로 헤엄을 치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금붕어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오로지 내가 몰상식해서 초래된 비극이었다

결국 130여 마리의 금붕어들은
망할
5일만에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산천들의 먹이로 희생되고 말았다

 

-이외수 선생님-http://www.oisoo.co.kr/

난 왜 이게 웃긴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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