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종로에서 저를 본 사람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전쟁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는지,
또 군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오전 10시경에 친구를 만나러 종로3가에서 내렸습니다.
어떤 여자가 서명 좀 해주세요 하고 저를 잡더군요.
시간도 남고 해서, 무슨 서명이오? 하고 물었더니,
자기네는 한국 무슨 여성연합의 어디 지부 소속인데,
지금 일부 보수단체에서 북한과의 전쟁 발발시에 여성들을
비상 예비 병력으로 투입하는 법안을 추진중인데,
대부분의 여성이 군에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시에 투입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또한 이것은 여성의 신체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보수단체들의 마구잡이식 밀어붙이기이므로, 반드시 반대해야 한답니다.
제가 어이가 없어서. 그럼 남자들만 전쟁해요? 여자들은 뭐해요?
라고 하니, 제 소리가 좀 컸던지, 그 뒤에서 구경하던 한 여자가
“남자는 전쟁나가고, 여자들은 도망가야지 뭐. 어차피 애 낳는건 여자인데,
여자가 살아야지 국가가 사는거 아닌가?“
이러는 겁니다.
이제까지 괜찮았는데, 진짜 이 말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더군요.
저도 군대 갔다온 예비역이지만, 여자는 도망가다니요?
마침 그 옆에 어떤 여자가 방독면 쓰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길래,
제가 잘 됐다 싶어 물어 봤습니다.
혹시 방독면 쓰는 법 아세요?
라고 하니, 아니오 모르는데 왜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만약에 전쟁나서, 화학탄 떨어지면 어떻게 할거에요?
대답이 가관입니다.
“물로 씻으면 되지 뭐..” 이러는 겁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여자분들은 군대 안 가서 모르실텐데요,
화학제 중에는 절대 물로 씻어내면 안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로 씻으면 피부가 뭉개지는 화학무기가 있단말입니다. 예비역들은
무슨말인지 아실겁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너네들은 도망가기전에 화학탄 터지면 방독면 못 써서 죽는 여자가 절반에
나머지 절반은 물로 씻어내다 죽겠구나...
결국 화학탄 터지면 살아남는건 누군지 아세요?
그나마 군대에서 화생방 교육받은 예비역들만 이땅에 살아 남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해 주고 왔습니다.
저기요, 당신들이 남녀평등이니 뭐니 이걸 떠나서 이야기 할게요. 당신들도 전쟁 나면
일단 살아 남고 싶죠? 일단 살아남아야 남녀평등도 외칠 수 있는거죠?
당신들 내가 보기에, 허곤날 말도 안되는 주장이나 하기 전에요,
국가에다 대고, 여성들에게도 방독면 쓰는 방법이나 적의 화학 공격시에
기본적인 대처법, 뭐 이런거부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교육시켜달라고,
그거부터 먼저 주장을 하세요. 아시겠어요?
당신들 뭐가 중요한지 모르나 본데, 이러다 북한이 화학공격하면요,
군인이거나 군대 갔다 온 남자들만 다 살아 남겠네요.
남자들은 그나마 군대에서 생존법을 배우는데, 여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생존법도 모르고, 그것도 아직 전쟁 휴식중인 한반도에서...
이거야 말로 여성차별 아닌가요?
당신들 허곤날 이상한 주장이나 하지말고, 이런거부터 먼저 주장해야 순서아닌가?
하고 속시원히 하고 싶은말 다하고
그냥 와 버렸습니다.
아직도 귀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전쟁나면 여자는 도망가야지...” 라는 그말이요.
정말, 우리나라 여자들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한심해도 너무 한심합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여자분들도 잘 들으세요.
이제는 전쟁나면 옛날처럼 총싸움 안 합니다. 젤 위협적인게 미사일 공격인데,
화학 공격은 미사일 공격시에 같이 탑재되어 날아 옵니다.
여자분들 관심가지세요. 제발. 왜냐구요?
남자들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입니다.
살고 싶으면 제발 최소한의 관심일랑 좀 가지시던가.
적어도 도망가야지 이딴 말은 하지 말길...
도망가다가 화학탄 맞고 방독면 쓸줄 몰라 허우적대다가,
눈 따갑다고 물로 씻다가 다 죽습니다.
어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