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1부

프리즌킹왕짱 작성일 07.11.10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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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딱 깨놓고 보면..

정말 이쁘거나 잘난 사람들은

이성에 대해 대쉬받을 기회가 오히려 적다.

왜? 찍접거릴 정도로 만만해 보이지가 않는다는 뜻이겠지.

그만큼..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부담스럽다는 뭐..


반면에 적당히 만만한 얼굴들이 오히려 이성에게 인기가 있지..

적어도 우리세대 때엔..

학교 다닐때 정말 정말.. 저런 녀석이 어째서 여자한테 인기가

좋은걸까.. 싶은 녀석들도.. 의외로 버스나 길에서

여자들이 말을 많이 걸어왔지..

반대로...

그저그렇게 생긴 여자한테 정말 누가봐도 잘생긴 멋진 녀석이

다가가.. ' 혹.. 시간 있니? 라고 물어봤을 때..

그녀들 중 과연 몇명이 전혀 의심하지 않고

이 놈이 나를 맘에 들어하는 구나 라고 여기겠나?

' 이..* 이거 뭐야.. 무슨 꿍꿍이야.. ?


대부분 이렇게 생각을 하겠지..

물론 이쁜 여자가 지금 당신한테 시간있냐고 물어봐도..

그것도 마찬가지겠지? -_-;;;


뭐.. 암튼 너무 잘나고 이쁜걸 부러워 하지 말라는 거지

그저 생긴데로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하며 살다보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는 거니까...


요즘 성형열풍으로..

젊은 특히 고교생 성형이 사회문제까지 되는 이 시대..

그냥.. 부모님이 소중하게 키워주신...

생긴데로 열심히 살자는 얘기지 .. 뭐.

잡설이 길었네.. 이야기 시작합니다...^^*




++++++++++++++++++++++++++++++++++++++




아마 한 스물 다섯 정도였을꺼다.

난.. 그닥 잘난 얼굴도 아닌데..

그 나이 먹도록 여자에게 대쉬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호.. 혹.. 그럼 내가 평균이하? -_-;;;


암튼 여자관계는 학교 과친구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 역시 연애라는 걸 전혀 해* 못했던 시절이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어느 쓸쓸한 날이었다.

도로위에 흩뿌려진 낙엽들을 바라보며

괜히 허공에 담배연기질만 연신 해대며...

시린 가슴 허전한 옆구리를 술로 달래며 지내던 어느 날..


평소 친했던 후배 한 녀석이

캐나다로 언어연수를 간다며 저녁에 송별회 하니까

참석하라는 전화가 왔다.

뭐.. 할일도 없는 청춘에 잘 됐다 싶었지..


오후 늦게까지 학교에서 뒹굴거리다가

시간 다 되서 약속장소를 향했고..

예상처럼 새까만 남자*들만 바글거리고 있었다.


" 넌.. 임마 먼길 가는 놈이 어째 아는 여자 한명 송별회 안왔냐?

" 그럼 이 후배를 위해서 선배가 한명 물고 와 보시든지..

똑같은 처지에..


그러면서.. 우린 서로를 위로하며..

조질나게 술을 퍼 마시고 있었드랬다.


한 저녁10시 정도 되었을까?

옆자리에 앉아있던 후배녀석의 전화가 울렸고..

" 어.. 누나.. 어.. 이 근처야?


아마도 녀석의 누님인듯..

그렇게 전화통화를 끝내더니..

" 저기 얘들아.. 근처에 누나 있다는데..불러도 될까?


녀석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부분의 시커먼 *들은 화장실로 달려가 머리에 물을 처

바른다고 난리였고..

나.. 난.. 집에 옷 갈아입으러 갈뻔했다.. -_-;;;


" 며.. 몇 살이냐?

" 한참 많아요..저보다 네살 많아요


어디보자..어디보자.. 내 나이가 스물 다섯에 이 놈이 스물

셋이니까.. 거기다 4를 다하면.. 스물 일곱이면..

" 나랑은 두 살 차이네..

" 그러니까요..


당시엔 연상연하 커플이 드물정도로 희귀한 집단에 속했기에

이 녀석은 애시당초 지 혈육을 나 같은 짐승이 아주 꿈도 못

꾸도록 미리 못을 박아 버렸다.


그..그래도 시커먼 남자만 득실거리는 소굴에

연상이면 어떠랴.. 여자가 온다는데..

다들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녀석이 데려올 누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호프집 문이 열리고..

블랙정장 계열에 흰 브라우스를 입은 말끔한 복장의 여성이

등장했고.. 평소 가깝게 보던 여대생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성숙한 여인의 입장에..

우리들은 잠시동안 머뭇머뭇 거려야 했다.


" 여기 우리 누나야.. 인사해.. 선배 우리 누나에요.. ^^ㅋ

" 그..그래.. 아..안녕하세요.. 진철이랑 절친한 선배

마틴이라고 합니다.

" 아.. 가끔 철이를 통해 얘기 들었어요.. 술 먹으면 개라고.. ㅋ


-_-;; 시.. 바..


살기어린 눈빛으로 진철이를 바라보자..

녀석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내 옆자리에 누님을 앉혔따.

고...마운 *.. ㅠㅜ


까만 치마 밑으로 보이는 뽀얀 무릎이.. -_-;;

하악..하악..


참.. 막상 옆에 앉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괜히 여러가지 불편했다.

안주도 맘대로 못 가져다 먹고..

이거 머.. 트림을 시원하게 할 수가 있나..

웃고 떠들어대는 무리들 속에서..


난.. 혼자 얌전을 빼며 앉아있어야 했다.

혹시나 나의 행동이 그녀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럽다 보니.. 아무런 행동을 할수 조차 없는거다.


" 어디..불편하세요?

" 아.. 아뇨..

" 한잔 해요.. 보기보다 낯을 가리시네..?

" 조..좀 제가 그렇습니다.

" 어머.. 난 소심쟁이는 별룬데..


그녀는 새차게 잔을 내 잔에 부딪히고는

한잔을 들이키더니

잔을 코 앞에 내밀었다.

" 자.. 이거 한잔 마시고 잔 채워 줘요.


이..이건.. 주당들이 주로 한다는 잔 돌리기..


난 황급히 나의 잔을 마시고 그녀가 준 잔까지 원샷하고는

다시금 그녀에게 잔을 내밀었다.

" 어머? 안주도 안 드세요?

" 아.. 예.. 잔 채워 달라고 하시기에..


참.. 버벅거리는 나의 모습을..

그녀는 마치 어린 동생 쳐다보듯.. 하고 있었다.

" 선배라고 해도.. 나보다 어리니까..역시 하는 짓이 귀엽네..

" 하.. 하하.. -_-;;


나이 스물다섯먹고.. 참..귀엽단 소리를..


어느정도 술이 들어가고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점점 더 나에 대해 호감이 가는 듯 보였고..

이것 저것 신경을 써주는 가 하면..

여러가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 모습을 후배 진철이는 못 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고..




시간이 흐르자 하나 둘 귀가를 하는 동기며 후배들을

뒤로하고.. 우린 새벽 1시경..

호프집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참.. 사회생활을 해서인지..

웬만큼 마셨을텐데 싫은 내색 하질 않고

분위기를 맞춰주려 애쓰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 자.. 여긴 내가 살께요.. 다들 즐겁게 놀자구요.


그녀는 어디서 배워먹은 짓인지..

몰래 가방에서 소주 세병을 꺼냈다.

조..졸라 감동받았다. -_-;;


시켜놓은 음료캔을 반쯤 비우게 하더니

그녀는 나머지 반을 소주로 채워 주었고..

난.. 그..전설로만 내려오는..

뽀카리 주를 난생처음 마셔보게 되었다..


(*주- 뽀카리 주= 이온음료와 소주의 폭탄주를 말함
흡수가 빠른 이온음료의 특성상 알코올의 흡수가 몇배는 빨라져
한 잔만 마셔도 정신이 아찔해지고
두 잔째에는 애미 애비를 못 알아보고, 세잔째 마시면
똥을 싸재낀다는 전설이 술) -_-;;

그리하야....

마치 폭풍같은 광란의 시간이 왔고..

다들 술에 쩔어.. 온 노래방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뭔가 심각하게 동생이랑 얘기를 나누며

때로는 울다가..때로는 웃다가..

곧 멀리 떨어져 있을 동생 걱정에 맘이 짠한 모양이었다.


" 선배.. 이제 나가요.. 저희 집에 가 봐야 해요

" 어.. 그..그냐?

콧구녕에 꽂아 두었던 담배를 빼내 물고..

후배 녀석의 등에 들어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빼내며..

우린.. 밖으로 나갔다.

노래방 열기가 어찌나 대단했는지..

땀에 젖은 몸으로 밖으로 나오니 다들 몸에서 김이 났따..


" 오늘..즐거웠어요.. 다들..고마워요.

" 아이고.. 덕분에 저희가.. 잘 놀았죠..누님.. 오늘 실례

많았습니다.. 헤헤.

" 선배..고마워.. 이렇게 와 줘서..

" 뭐... 임마.. 고맙긴.. 잘 갔다와라.. 많이 배우고..


우린 그렇게 늦은 시각 귀가를 했고..


며칠 후.. 녀석은 공항에서 전화 한통을 끝으로

머나먼.. 캐나다로 훌쩍 날아갔다.


한동안 학업에 매진하기 위해

주말에도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동기들은 다들 졸업반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어느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도서관을 가고 있는데..

기숙사 근처에서 눈에 익은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라..

금방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였다.

바로 후배 진철의 누님이었다.

" 어? 아..안녕하세요?

" 아?? 예.. 하하.. 일요일인데.. 학교 오세요?

" 도..도서관에..근데 누님은 어쩐일로?

" 아.. 철이가 기숙사 물건을 다 못 챙겨와서..

부탁한 물건 집에 가져 갈려구요..


그녀의 주변에는 낧아보이는 컴퓨터 본체하나와

책이며 전공서적들이 박스에 담겨져 있었다.

" 이걸 어떻게 가져 가시게요?

" 그러게. 생각없이 덜렁덜렁 왔더니.. 생각보다 많네요.

" 저.. 기 제가 차가 있기는 한데?


그녀는 반가운듯.. 눈이 동그레졌다.

" 그래요? 그럼.. 저.. 부탁 좀 해도 될까요?

" 그러죠.. 뭐.. 댁이 어디신데요?

" 국도타고 한 삼십분만 가면..


철이의 물건들과 함께 그녀를 차에 태웠다.

" 차..차가 고물이라.. 하하..

" 무슨.. 이만하면 거뜬하겠네..근데 마틴씬 능력있네..

학생이 차도 가지고 다니구.. ^^*

" 형이 타던거 물려받은 거에요.. 올해로 8살짜리... ㅋ





한적한 외곽으로 차는 달렸고..

그녀는.. 따사로운 햇살아래..

꼬박 꼬박.. 졸았다. -_-;;


참.. 정장차림일 땐 정말 빈틈하나 없는 도도한 여자로 보이더니

화장끼 없는 얼굴에 케쥬얼하게 입고 있는 그녀를 보니

누나라는 생각보다는.. 귀여운 여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입 벌리고 자는.. 모습이라니..

동생뻘이라.. 맘이 편한 모양이었다..



미리 일러준 이정표를 따라 가니

어느 비포장 도로가 나왔고..

차가 몇번 울컹대자.. 그녀는 입을 훔치며 눈을 떴다.

" 벌써 다 왔네.. 아.. 일찍 일어났떠니...

그녀는.. 길게 기지개를 한번 켜고는..

" 잔다고 심심했쬬.. ?

" 아..아뇨.. 잘 자던데요.. 코까지 골믄서.. ㅋ

" 코.? 내가?

" 네.. 아주 차 천정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당황해 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낙없는 여동생 같았다.



" 으챠.. 이제 다 내렸으니..전 가볼께요.

" 어딜.. 바쁘세요?

" 아..그냥 학교로..

" 점심먹고.. 가요.. 집에 얘기 해놨으니까.


전형적인 농가의 모습들이 펼쳐지고..

그 중에 꽤나 번듯히 지어놓은 한옥집으로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후배 녀석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날 반겼고.. 난.. 정말 부담스러울 정도로 잘 차려진

점심을 배 터지게 먹었다.


" 시골이라.. 찬이 입에 맞나 몰러?

" 우와..진짜.. 몇년만에 이렇게 잘 먹긴 첨인데요

김치며,. 된장이며. 최고로 맛났는데요?

" 다행이네.. 덕분에 오늘 경아가 큰 도움이 됐네..


밥상을 물리자.. 그녀는 잘 익은 사과랑 커피를 내왔고

부모님들은 방으로 들어갔다.


" 철이가 1남 4녀중에 막내에요.. 난 제일 막내누나고

위로 언니만 셋.. 큰 언니는 벌써 애가 고등학생이죠.. 훗..

" 나이차이가 많이 나네요.. ?

" 그래서 어릴적에는 철이는 나하고만 놀았쬬.. 언니들은

워낙 터울이 크다보니까.. 언니라기 보다 엄마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녀는 잠시 철이 생각이 나는지..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 야..근데.. 여기 공기 진짜 좋다.. 이런데서 살면 저절로 건강해

지겠는데요? 도심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데.. 나중에 돈 벌면

이런데 집이나 짓고 살아야 겠따. ㅋ

" 동네 구경 시켜줄까요?


난 그녀를 따라 마을을 돌아다녔다.

불과 30분 거리인 이 곳은 내가 있는 도시와는 너무도 틀렸다.

오래된 농기구며,, 한가로운 논 밭 풍경..

여유로이 여물을 씹는 소와.. 자유로워 보이는 바둑이..


" 출퇴근이 좀 불편해서 그렇지 살기는 좋아요..

" 철이가 시골이라 그래서 먼 줄 알았는데.. 가깝네요..그래도

" 워낙 애지중지 커온 녀석이라.. 첨에 기숙사 생활이 싫다더니

1학년 내내 저랑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다 보니

지도 지쳤는지.. 군대갔다 오더니 바로 기숙사 들어가 버리데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우린 한가로운 시골풍경을 맘껏 즐겼다.


" 덕분에 오늘 너무 고마워요.

" 아뇨.. 제가 잘 먹었죠. 담에는 제가 밥한번 근사하게

사겠습니다...^^*

" 정말.. ? 그 약속 지켜야 돼요?

" 헤헷.. 네..!



정말.. 이 때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였다.

그저 .. 친한 후배의 누나라는 ..

나보다 두 살 연상의 누님이라는..



곧 겨울이 왔고..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퍼지고..

곳곳에는 성탄의 기쁨을 함께하기 위한 트리가 반짝였다.

더불어..

내 마음속은.. 지독하게도.. 시렸다.. 씨..-_-;;

크리스마스는 괜히 있어가지고..


나같은 불쌍한 솔로들은 이 추운 겨울 그나마

따시게 나 볼라고.. 속속..도서관으로 모여들었고..

도서관은 한창 연말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너무도 조용하고.. 엄숙했다.


간간히 복도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캐롤벨소리 만이

그저..연말임을 말해 줄 뿐이었다.


바글거리는 솔로부대 틈바구니 속에서..

두꺼운 전공책을 펼쳐들고 앉았다.

공부가 될리.. 없다.


오후가 되자.. 눈도 내리기 시작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에는..

어디서 몰려든 염장족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이고.. 한심한 이 청춘아.. !

괜히 짜증이 막.. -_-;;


저녁이 되자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렸고..

급기야.. 일부지역은 교통통제를 하고 있었다.


" 에.. 뭐야.. 눈이나 맞으며 걸어가야 되나?

결국.. 차는 주차장에 세워두고..

외투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교문을 나왔다.

대학로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눈이 와서일까..

다들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밝아 보였고..

캐롤은 평소보다 크게 거리에 울려 퍼지는 듯 했다.


뽀얗게 눈이 내린 길을 터벅 터벅 걸었다.

그래도.. 맨 하늘 보다는..

눈 내리는 하늘이.. 겨울엔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를 띄우고 있는데..

진동모드로 해 놓았던 전화기가 떨려왔다.

' 부재중 전화 4통..

도서관을 나오며 확인 해 보는 걸 깜빽했는데..

전화가 와 있다.

당시에는 발신자 번호표시 같은 서비스가 없었기에..

그저...누굴까.. 하고 속만 끓이고 있었다.

뭐.. 뻔하지.. 집에서 눈 온다고 차 조심하라는 전화거나

할일없는 친구들이 눈 온다고.. 바둑이도 아닌데

시내나 쏘다니자는 제안의 전화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다.


그리고...


" 마.. 마틴씨?

" 에?


온통 눈에 머리며 옷이 흠뻑 젖은 여자였다.

조금 지친듯한 표정으로 어둠속에서 걸어오는 그녀..

바로.. 진경 누나였다.


" 어? 누...누나?

" 뭐야..뭐야.. 전화도 안 받고..

그녀는 반가움 반.. 원망 반 인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달려왔고..

나..역시 반가움과 놀라움에.. 그녀에게 다가섰다.


" 왜 전화는 안 받는데?

" 아..도서관에 있어서..

" 안 그래두.. 그럴거 같아서 퇴근하고 저녁같이 먹으려구

도서관 까지 갔었는데..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이 안된다기에.. 앞에서 몇번이나 전화 했는데..

" 아.. 제가.. 몰랐어요.. 미안해요.. 정말..


그녀는.. 꽤 오랫동안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다

전화를 안 받자 그냥 돌아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눈에 온 몸이 젖어 무척이나 춥고 가여워 보였다.


" 어..어디 들어가요 일단..


난..그녀를 데리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고..

" 아.. 발이 꽁꽁 얼었네.. 징짜.. 밥 한번 먹기 힘드네..

그녀는 내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얘기했고..

" 정말.. 하필이면 이 추운데.. 오세요.. 미리 통화라도

하고 오시지..

" 그..그냥.. 밖에 눈 오길래..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그녀는..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말을 거두었다.


" 피.. 뭐야..누난 애인도 없어요? 눈 오면 데이트 할 사람..

" 뭐.. 바쁘게 살다보니.. 그런 건 아직 못 만들었죠.. 훗..


그녀가.. 애인이 없다는.. 사실에..

나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 뭐..사줄꺼에요 ?

" 응.. 누나 먹고 싶은거 사줘야죠.. 당연히..

" 근데.. 학생한테 얻어 먹어도 되나.. 내가.. 훗.

" 누나 밥 사줄 정도는 있거든요.. ?



창이 넓은 2층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깥으로 눈 오는 풍경이 너무나 이쁘게 보이는..


" 야.. 좋다.. 여기.. 학교앞에 이런 근사한 데도 있네

" 그럼요.. 무슨 학교앞에는 학사주점만 있는 줄 아시나?

" 우리땐..그랬지.. 죄다 막걸리 집에.. 분식집.. 실비집..

그런 거 밖에 없었어요.. ^^*


하.. 하긴.. 한창.. 데모하던 시절에 대학 다닐때니..

기껏해야 통기타 라이브 카페 정도가 전부였던 때였다.


" 뭐야.. 이거 제일 비싼게 만원이네?

" ㅋㅋ 그럼.. 얼마나 벗겨 먹으려 그랬어요?

" 이 추운데 삼십분이나 떨게 만든 댓가로는 좀 약한데?


그녀는 귀엽게 나를 흘겨 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조용한 곳에 앉아

그녀와 난 음악을 들었다.

간간히..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살짝.. 조금은 수즙게 고개를 떨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 우린 앉아 있었다.


" 눈 그쳤다..

" 에..그러네.. 좀 더 내리지..

" 왜요? 집에 못 가면 어쩌려구.. 촌구석인데..ㅋ

" 뭐 그럼 밤새 놀다 아침에 가면 되지..


그녀는.. 웬지..아쉬운 듯..

" 집에...가기 싫어요?

" 뭐야.. 가기 싫으면.. 재워주게? ㅋ

" 아.. 뭐.. 꼭.. 그런건 아니고. 그냥..

" 솔직히 아쉽다.. 이런 분위기 얼마만인데..

너무 편하고 좋아서.. 근사하기도 하구..


이내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내가 주책이야.. 동생 앉혀다 놓고.. 가요 이제.

" 아.. 예..



날이 추워 길에 내린 눈은 그대로 얼어 붙었다.

거리에 차는 대부분 모습을 감췄고..

여기저기 환호성을 질러대는 젊은이들의 모습만 보였다.


" 큰일이네..정말 버스 없네..그 촌구석을 어찌 가누?

" 아.. 제 차도 체인이 없어서..이런 길에는 쥐약인데..


그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뭐라고 한참 통화를 하더니..


" 알았어..그럼.. 되는데로 들어갈께요..


그리고는 내쪽으로 걸어왔다.

" 회사에서 자야할 것 같네요.

" 에? 왜요.. 집에서도 못 데릴러 온데요?

" 촌구석;; 이라..눈이 장난아니게 쌓였나봐..

" 허.. 그럼 회사에 잘 데는 있구요?

" 뭐..그냥 의자에 앉아 자야죠.. 어차피 내일 아침에

출근하려면 거의 지각할 것 같구.. 들어가세요..

전 조금 걷다가 큰길에서 택시타고 가죠..시내는 눈 안

쌓였을꺼에요.

" 시간도 늦었는데.. 괜찮겠어요?

" 들어가요.. 괜찮으니까.. 늦었다고 집에서 걱정하실라..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조금 경사가 진 눈길을 위태롭게 걸어갔다.

" 그..그럼.. 조심히 가세요.. 누나..

" 네.. 마틴씨도.. 다.. 다음에 또 볼 기회 되면..

그 때 봐요..

" 네.. 누.. 누나..



돌아서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웠던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몇 번이고.. 몇번이고..

뒤를 돌아다 보며..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동안..

난 천근만근..무거운 발길을 눈길위로 뻗어야 했다.



그리고.. 어느 덧..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따스하면서도.. 포근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듯 했다.





-2부 ㄱㅖ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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