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렵다, 세상에 깔린 게 다 삼성편 검사였다면 택배회사 압수수색했을 것" 2007년 11월 20일(화) 12:39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19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전 청와대 비서관인 이용철 변호사를 상대로 한 삼성의 뇌물제공 시도 경위와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 참여연대 제공
"2002년 대선 이후 '차떼기 대선자금 로비' 때문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 상황에서 반부패제도개혁을 담당하던 나한테 삼성이 돈 을 전달했다. 사실 삼성은 내가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별것 아닌 걸로 생각할 수 있다. '너 그거 공개해봐야 우리 별로 신경 안 써!'. 삼성의 이런 자신감이 어디서 오나, 나는 그게 두렵다. 세상에 깔린 게 다 삼성 편이니까."
2004년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전달받은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이용철 변호사. 19일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운동'의 기자회견 직 후 그는 인터뷰를 삼갔다. 삼성의 입장이 나오면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19일 오후 삼성의 입장이 나왔고, 그는 20일 아침부터 적극적인 인터뷰에 나섰다. 20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도 연다.
그는 2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 고백한 초기부터 내 사례를 제보해야 하는 것 아닐까 꿈틀꿈틀했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민변 회장 등이 농담조로 청와대에 있었으면 삼성에서 접촉 있었을 것 아니냐, 고백해보라 해서 말하게 됐다"고 후련하게 전했다. 계속 숨기고 있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는 고백인 것이다.
그는 '500만원 현금다발을 전달한 택배회사'에 대해서도 "내가 수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택배회사에 가서 리스트를 총알같이 압 수수색했을 것"이라며 "당시 선물리스트만 확보해도 정확하게 누가 얼마나 받았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벌써 하루가 지났으니 영리한 사람들이 벌써 다 감췄을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작은 사안에도 직접 발언을 아끼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 비자금 비리'에 관해 직접 검찰수사를 지휘하지 않는 등 청와대가 조 용한 것은 "대통령이 삼성에 책잡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적으로는 국민들이 다른 억측을 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대처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삼성에 뭐가 꿀리는 일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때때로 법리적 총론에서 원칙론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며 "탄핵 때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증인대에 직접 서겠다고 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삼성 측이 '사실무근'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철 변호사는 "이경훈 변호사 가 개인적으로 나한테 돈을 줘야 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며 "돈다발을 묶은 서울은행 분당지점 띠지는 2002년 12월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으로 통합되면서 그 이름을 안 썼다. 그러니까 이 돈다발은 2002년 12월 이전에 은행에서 유출돼 어떤 장소에 보관되다가 내가 흘러온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포스트잇에 '이용철(5)'라고 써서 보낸 것은 삼성이 여러 사람들에게 작업한 흔적"이라며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로밖에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용철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포스트잇에 '이용철(5)', 이건 여러사람 작업했다는 흔적"
▲ 전 청와대 비서관 이용철 변호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20일 오후 2시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어떤 내용을 말할 예정인가. "개별적으로 오는 전화나 인터뷰를 다 소화할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다. 계속 걸려오는 기자들의 전화를 다 받으면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해도 다 못할 정도다. 그래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터뷰를 대신 하기로 했다."
- 삼성은 19일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운동'의 기자회견 직후 '법무·인사 관련부서를 확인한 결과 회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은 뇌물이 전달된 2004년 1월 이경훈 변호사가 재직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삼성 소속 변호사가 자기 명함을 붙여서 돈 500만원을 보내왔는데 그걸 회사에서 지시한 사항이 아니라면 거꾸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경훈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전 달했거나, 내가 없는 사실을 꾸며냈거나.
일단 내가 꾸며낸 일이라고 하면, 나는 굉장한 기술자인 것이다. 2004년 1월부터 미리 서울은행 띠지까지 다 마련해서 터트릴 준 비를 아주 정교하게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상상력이 없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면 이경훈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했다는 것만 남는다.
이경훈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나한테 돈을 줘야 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이경훈 변호사의 인사권 가진 것도 아니고, 이경훈 변호사를 엄청나게 돈 벌게 해줄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돈 줄 이유가 없다.
어제(19일) 궁금해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보니까, 돈다발을 묶은 서울은행 분당지점 띠지는 2002년 12월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으 로 통합되면서 그 이름을 안 썼다. 그러니까 이 돈다발은 2002년 12월 이전에 은행에서 유출돼 어떤 장소에 보관되다가 내가 흘 러온 돈이다.
2002년은 대선이 진행중일 때고 그때는 누가 당선될 지 알 수 없었다. 그때부터 공직자도 아닌 사람을, 공직자가 될 것이라고 예 상하고 이경훈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서울은행 분당지점에서 2002년 이전에 돈을 찾아 보관하다 나한테 전달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나.그건 삼성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돈을 보내면 그냥 보내지, 왜 기분나쁘게 포스트잇에 '이용철(5)' 이렇게 써서 보내나. 이건 삼성이 여러 사람에게 작 업한 흔적이다. 명색이 뇌물을 보냈으면 받는 사람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게 관행인데, 포스트잇까지 붙여 보내는 부주의한 일을 개 인적으로 했겠나. '포스트잇'을 붙인 건 굉장히 여러 사람들에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빚은 실수다. 이걸 이경훈 변호사 개인 이 한 거라고 한 것은 말이 안 된다."
- 이경훈 변호사와는 어떤 사이인가. "1996년 서울 도봉구 창동 삼성아파트 주민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소음진동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각각 상대방 측 변 호사로 법정에서 자주 만나 친분이 생긴 사이다. 사건에서는 서로 상대방 변호인이었지만, 법정 외에서 만났을 때는 '어떻게 사나 ' '당신은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등등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로 친분도 생겼다. 어쩌다 전화통화도 했다. 그런 즈음 상당한 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안부전화가 왔다. 그때는 생전 전화 한 통 하지 않던 사람들도 내가 청와대 갔다고 하니까 축하한다고 전화하던 때여서 하등 의심하지 않았다.
2004년 당시는 내가 박범계 변호사 자리까지 통합해 하나로 만들어 들어간 셈이라 언론에서도 '센 사람'으로 계속 보도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썼다. 그걸 읽어 보고, 생각난 듯이 안부전화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반갑다' '오랜만이다' '근일 내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 해서 만났고, 밥 먹는 자리에서도 계속 사담만 했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지난 대선은 기적 같았다' '당신은 노 대통령이 될 거라고 어떻게 알고 배팅했냐' 등 흔히 하는 얘기를 했다. 덕담 식으로 그런 얘기를 하다가 헤어질 무렵 후식이 나왔을 때 이경훈 변호사가 말을 꺼냈다. 명절(설) 때 회사에서 자기 명의로 선물을 보낼까 하 는데 괜찮겠냐고. 폐 안 되겠냐는 말이었다. 그때 내가 뇌물성이라고 생각했으면 '무슨 소리'냐고 했겠지만 통상 선물이라는 게 별거 아니니까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생전에 본 일 없는 희안한 물건을 받은 거다."
- 2004년 당시 왜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지 않았나. "그때 사회적 공론화 문제를 많이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냥 돌려주는 걸로 끝내자고 생각했다. 이유는 공론화 해봐야 나와 이경훈 변 호사만 '*' 되고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김용철 변호사 때문에 삼성 비자금 로비의 전모가 드러났지만, 그때는 그냥 '두 변호사가 * 놈이었다'고 끝나고 말 일이었다. 그래서 사진 찍어두는 걸로 끝내고 돌려보냈다. 그때는 사회적 공론화가 무모 한 일 같았고, 이경훈 변호사 체면도 있고, 돌려주고 끝내자로 정리한 거다. 후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증거는 명확히 남겨놓자는 취지 에서 사진을 찍었고."
- 2004년 당시 돈을 돌려줬을 때 삼성 측으로부터 아무 반응 없었나. "삼성측이라고 해봐야 이경훈 변호사니까. '잘 처리했습니다' 등의 얘기를 듣지 않았으니까 모른다. 따로 연락 온 것은 없다. 그 뒤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경훈 변호사와 연락된 일이 없다."
- 그때는 공론화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론화 하게 된 배경은 뭔가. 사제단의 권유인가. "나는 민변 회원이다. 김용철 변호사 사건을 보면서 저거 내가 경험한 걸 보면 굉장히 신빙성이 높은데…, 생각했다. 내 사례를 제 보해야 하는 것 아닐까 초기부터 꿈틀꿈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증거자료를 찾는 것부터 대단히 귀찮은 일이다.
또 제보를 하면 그 뒤의 귀찮은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 속 한 쪽으로는 '털어놓지 뭐' 하다가도 빨리 처리할 이유는 없지 않 나 개인적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민변 회장 등이 농담조로 청와대에 있었으면 삼성에서 접촉 있었을 것 아니냐, 고백해보라 해서 말 하게 됐다. 내게 그런 일이 전혀 없었으면 택도 없는 얘기라고 했겠지만 말이다. 계속 숨기고 있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 각해서 고백하게 됐다."
"계속 숨기고 있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
▲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19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전 청와대 비서관인 이용철 변호사를 상대로 한 삼성의 뇌물제공 시도 경위와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한택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이 택배로 배달된 돈다발 사진을 들고 있다. ⓒ 권우성
-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운동'은 삼성이 '뇌물공여 의사표시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는데.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특정 현안이 있어서 '얼마 줄 테니 뭘 봐줘'라면서 줬다면 특정한 대가관계가 입증되지만, 이것 은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취지로 보낸 거다. '너 이제 이 돈 받고 우리가 혹시 필요하게 되면 도와줘' 이 뜻인 거다."
- 당시 이경훈 변호사가 돈의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나. "그냥 회사라고 했다. 그가 어디서 일하는지 모른다면, 내가 어느 회사냐고 물었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회사다. 이번에 보니까 삼성전자 소속이었던데, 삼성이면 삼성이지, 전자 소속인지, 물산 소속인지는 구체적으로 따질 얘기는 아니다."
- 돈뭉치가 서울은행 분당지점 것이라면 2002년 대선 관련 삼성비자금 일부이겠나. "2002년은 대선자금 관련 비자금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게 제기돼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나. 확증은 없지만, 2002년 인출된 돈이라면 그때 쓰고 남아서 보관된 돈 중 일부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규 모가 얼마나 될지는 수사기관이 밝히면 모를까 기자나 나나 똑같다."
- 박한철 검사장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이 됐다. 수사가 잘 되겠나. "수사를 어영부영하려고 하는 건지, 인간적으로 임채진 신임 총장과 평생 나쁜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으나, 박 검사장이 괴롭게 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임채진 총장과 대학동기라면 친분관계가 작동하지 않겠나. 검찰이라고 해봐야 2000명 조직이다. 부장급 이하 검사들 빼면 자기들끼리는 밥숟가락 숫자까지 꾀고 있을 거다. 그런 상황에서 누 가 누구를 조사해야 하는 처지가 어떤 사람인들 달갑겠나. 다 하기 싫은 일일 거다. 그런데 대학동기까지 되면 입장 참 갑갑하겠다. ".
- 그래서 시민사회는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특검이 걸려 있으면 검찰이 수사 미진하게 했다고 나중에 욕 먹을까봐 보통의 수사보다 더 강도 높게 해온 게 전례다. 특검이 움직이기 전에 검찰이 더 철저하게 해버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특검이 버티고 있으 면 수사결과의 신뢰성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사기법 한계 때문에 다 못 밝힐 수 있다. 오히려 특검이 뒤를 받치고 있는 게 검찰 입장에서도 열심히 수사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사의 지지대 역할이랄까."
- 이 변호사에게 500만원이 전달됐다면, 청와대 다른 쪽도 로비가 있지 않았겠나. "내가 아는 영역이 아니다. 업무상 알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내가 공직기강 관련 감찰업무를 담당했다면 혹여라도 '어떤 놈이 그 런 짓하지 않나' 예의주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제도개혁을 담당했다. 술자리에서라도 삼성이 누구한테 돈 주던데 했다면 들었겠지 만 그런 것도 없었다."
- 500만원을 전달한 택배회사가 있던데 삼성과 무관할까. "영세한 회사 아닐까 싶어서 말하기 곤란한데, 내가 수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택배회사에 가서 리스트를 총알같이 압수수색했을 거 다. 그때 선물리스트만 확보해도 정확하게 누가 얼마나 받았는지 확인 가능하다. 그런데 벌써 하루 정도 지났으니까 영리한 사람들이 다 감추지 않았겠나."
- 왜 삼성이 이 변호사에게 돈 로비를 했다고 보나. "삼성이 나한테 돈을 준 건 곧바로 풀어먹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 대가 없는 돈처럼 명절 때마다 받으면 정말 옴짝달 싹 할 수 없게 되고, 뭔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이해관계가 걸리면 '그때 나 봐줘' 할 것이며, 그때는 안 봐주기 갑갑한 상태가 되는 거다. 아마 돈을 계속 받았다면 삼성에서 말하기도 전에 봐주려는 마음이 발동할 것이다.
500만원이니까 일반 통념으로 커 보이지만, 50만 원쯤 한 10년간 받았다고 치자. 그 돈 갖고 엄청난 죄의식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을 터다. 그러나 의사결정 할 때 되면 찜찜할 거다. 이게 더 큰 문제 아닌가. 삼성의 로비방식이 그것인 거다."
- 삼성의 로비방식이 교묘하다는 건가. "그렇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2002년 대선 이후 '차떼기 대선자금 로비' 때문에 여론이 들끓었다. 그 상태에서 내게 돈 을 전달한 삼성의 자신감에 두려움이 생겼다. 삼성이 얼마나 자신감이 있으면 그 시절에 그렇게 했겠나. 사실 내가 이렇게 공개하는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일일 수 있다. '너 그거 공개해봐야 우리 별로 신경 안 써!' 이럴 수 있다. 삼성의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 건가 그게 두렵다. 세상에 깔린 게 다 삼성 편이니까.
"차떼기로 시끄러울 때 돈 전달한 삼성의 자신감이 두려웠다"
- 사실상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씀? "그렇다. 포스트잇에 '이용철(5)' 이렇게 쓴 건 자신감의 표현 아니겠나. 허투루 그렇게 작업했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 작은 사안에도 큰 관심을 갖는 노 대통령이 별 말씀이 없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삼성한테 책잡힌 것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을 모셨던 입장에서 누가 되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공직자부패비리 수사처법을 내가 기안했다. 그 법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검이 정치적으로 무용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차제에 특검으로 갈 일이 아니라 공수처로 가라는 법 원리적인 고집이랄까 그런 것이 작용한 것 같다.
그것이 정치적으로는, 국민들이 다른 억측을 안하도록 슬기롭게 하는 것과는 다소 감각적으로 괴리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사람 속은 다 까볼 수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육감으로 말하자면, 대통령이 뭐가 꿀리는 게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때때로 법리적 총론에서 원칙론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후일담이지만, 탄핵 때 대통령께서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서겠다고 주장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원론적으로야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국가원수가 헌재 증인에 선다는 게 조금…. 그래서 참아달라고 했고, 존중하겠다고 말씀하셔서 넘어갔다."
- 일각에서는 '에버랜드 변칙증여와 관련해 허태학·박로빈 두 고위관계자가 기소된 지 불과 한 달 뒤라 이를 위한 로비 아니었겠냐는 추측도 있다. "그건 좀 과도한 생각인 것 같다. 2004년 당시 상황이 박범계 변호사가 검찰에 사직 인사한다고 송광수 총장을 찾아갔다가 언론에 알려져 홍역을 치렀다. 이광재 의원이 소환되던 즈음이었는데, 그거 사전 조율하러 간 거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그때 기사검색해보 라. '박범계 왜 대검 왔나'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가 '에버랜드 사건' 관련 기소하라느니 말라느니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그건 검찰 소관도 아니고 법원 소관이다. 참여정부에서 단 한 번도 누구를 풀어주라 말라 해본 일도 없지만, 그런 능력도 안 된다.
김용철 변호사의 말처럼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돈이라는 게 건건이 즉각 청탁을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유달리 내 건만 구체적 청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앞으로 잘해보자는 취지로 한 일'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전두환 일해장학금이 온 걸 '나 장학생 하기 싫다'고 거절한 사건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 이경훈 변호사가 국내에 없다. "미국 듀크 대학에 갔다더라. 삼성도 연락이 안 되는 양반을 내가 어찌 연락 가능하겠나. 솔직히 이 변호사가 2004년 퇴직해서 미국 갔다는 사실도 지난 금요일에야 알았다. 내가 이번주에 이걸 공론화하기로 마음먹은 뒤 지난 금요일 법률사무소 직원을 통해 이 변호사 연락처 좀 알아보라고 했더니 삼성에서 알려줬다. 내가 이번 주에 공개하게 되면 본의아니게 이 변호사도 같이 시달릴 것 같아 서 미리 얘기해두는 게 인간적 정리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내 없다는 소식을 듣고 그 다음에는 따로 연락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
-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이경훈 변호사도 조사대상 아닌가. "피의자, 피고인으로 해서 한다면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한테 진술한 것까지로는 피의자로 따질 수 없다. 2004년 1월말 이경훈 변호사와 만나서 내가 매우 불쾌했지만 당신의 체면을 봐서 반환하는 걸로 끝낼까 한다는 뜻을 전달하자 자기도 몰랐다고 했다. 의례적 인 선물일 것으로 알고 명의를 제공한 것이었고 현금을 선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범죄인 인도청구' 방법으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본인이 자진출석한다면 모를까. 다른 조사를 더 하면서 이경훈 변호사가 몰랐던 게 아니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관계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김경준 bbk투자자문 대표 데려오듯이 절차를 밟아 데려오는 방법이 있 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갈 수 있겠나. 아마도 나는 참고인으로 조사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