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비빔밥.[펌]

딕키라우 작성일 08.03.01 18: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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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나에게 찾아온건 극심한 허기짐과 질린 컴퓨터뿐.

하지만 주방에있는건 맨밥과 몇안되는 밑반찬.

무지 배가고팠지만, 먹기도 귀찮고

밖에나간 아버지가 무어라도 사올것같은 기대감이

들어 그냥 굶기로 했다.

9시 30분.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아버지도 저녁을 안드신것같아

물어보니까 안드셨다고 하셔서

먹을께 없다고 말씀 드렸다.

주방을 한번 둘러보시더니 왜먹을게 없냐면서

커다란 바가지에 밥을 퍽퍽 퍼담으시고는

참기름과 집된장,맛없는 밑반찬을 가지고 안방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참기름와 된장을 넣고 밥을 비비셨다.

난 더넣을게 있는줄알고 침흘리며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말하셨다.

"먹자."

난 눈살을 찌푸리며 "이걸어떻게 먹어요."

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하셨다.

난 끝까지 사양하고 TV만 보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정말 맛있게 드셨다.

한바가지를 깨끗하게 다비운 아버지가 말을꺼내기 시작하셨다.

아버지:얼마전에 죽은 내친구가 있는데...그친구랑 아빠랑 고등학교때 친했어..
그때..우리집이 가난해서 친구 자취방에 놀러가면 맨날 이렇게 해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더라....근데 나혼자해먹으니까.. 예전같지가 않다..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흘리셨다.

나:아버지 남자가 그거먹고 배가차요? 주세요 더퍼올께요.

그렇게 난 밥을 더퍼왔고 아버지는 밥을 한번더 비비셨다.

그리고 한숟갈 떠먹어보았는데

배고파서그런지 아버지얘길들어서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아버지보다 더 많이먹었던것 같다.

밥먹고 잠드신 아버지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그후로 종종 배고프고 출출하면 이렇게 비벼먹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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