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톡은 그닥 잼있는 글도 없고 성격도 아리까리하네요 ㅡ.ㅡ;;
안녕하세요 저는 내년에 사업을 계획중인 예비사업가 27살 청년입니다(주:솔로)
톡을 매일 읽기만 하다가 저도 한번 억울했던 기억을 살려서 글을 올려봅니다ㅋ
조금이라도 재미있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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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부터 05년까지 제가 공익근무하던 시절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현역분들께 죄송ㅋ)
당시 저는 카이스트 시설팀에서 공익근무를 하였는데, 주 업무는 시설팀에서 일하시는
직원분들과 같이 돌아다니며 일을 돕는 시다바리 업무보조가 주된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주된 업무라는 것이... '카이스트 여자 기숙사 변기가 막혔어요 뚫어줘요', '세면대가
막혔어요 뚫어줘요', '형광등 갈아줘요' 라는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해결해주는 것이었기에
매일 남녀화장실 및 기숙사를 들락날락했답니다; (그러다보니 여자기숙사에도 맘껏 드나들며
눈요기는 실컷했었죠ㅋ) 그렇게 저렇게 돌아다니며 변기를 뚫다보니; 어느덧 저도 소집해제
(제대라고 쓰면 현역분들 발끈하실까봐ㅋ)할 말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슬슬 지각에 농땡이도
피며 짱박혀있기 스킬을 써먹었더니 시설팀 공익담당 직원분의 미움을 한눈에 받기 시작하더
군요... 그러던 어느날, 평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던 제가 집을 나와 페달을 밟으려 했을
때였습니다. 멀리서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어깨에 큰 스포츠백을 멘 남자가 제쪽으로 달려
오고 있었고, 그 뒤에는 파란 유니폼을 입은 여자분이 나란히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조깅이라니 부지런들 하네'라며 출발을 하려는 순간! "도둑이야~~!!" 하는 여자분
목소리가 들렸고 자세히 보니 그 여자분은 울면서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유니폼은
바이xxx(안녕~길) 편의점 유니폼이었구요. 저는 상황을 직시하고 자전거를 천천히 밟으며 움
직이다가 그 남자가 가까이 왔을때 핸들을 급히 돌려 자전거채로 그남자에게 돌진하였습니다.
그남자가 주춤하는 사이, 몸을 날려 넘어졌고, 운좋게 그 사람을 제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런데그 남자가 갑자기 팔을 가방속으로 집어넣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먼지는 모르겠지만 직감
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그 손목을 필사적으로 잡으며 말했습니다.
"이 XX가..(부들부들) 어딜..(우린아직일러요)"
그러던 찰나에 주위에 남성분들이 도와주셨고 저는 좀 다급&찌질하게
"가방! 가방부터 뺏어요!!"
라고 외쳤습니다.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되고 경찰을 기다리고 있는데, 공익담당직원분께
전화가 오더군요.
"여보세요"
"너 이자식아! 지금 몇시야?!"
"(진지&거만한톤)잠시 일이 있어서요..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빨리와!!"
'후우.. 지금은 이렇게 까칠하시지만 출근해서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포상휴가정도는 보내주시
겠지~?'라는 대인배의 여유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경찰분들이 오시더군요 (근데 왜 그렇게
늦게 오시던지-_-; 바로 몇백미터거리였는데..) 도둑분을 인수하시고 문제의 가방을 뒤져보시
던데.. 그걸 뒤에서 보고있던 전 심장이 철컹!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소량의 돈다발과 함께
가방안에 들어있던건 사시미도 아닌 엄청 큰 부엌칼이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몸이
후들후들 떨리며 뒤늦게 상황파악이 되었죠. '이건 슬쩍 돈을 훔쳐가는 도둑이 아니자나~ 칼
로 위협하고 돈을 뜯어내는 강도자나~!!!' 게다가 경찰을 기다리며 무심결에 강도에게 물어봤
었습니다. "초범이세요?(경찰마냥)" "네.." 질문하는 저도, 대답하는 강도도 지금 생각하면 어
이없긴 하지만.. 초범이라 될때로 되라 하는식에 우발적 행동도 충분히 나올수 있었던거죠..
아마 그 강도가 가방에 손을 집어 넣었었다면...ㅎㄷㄷ;;
아무튼 전 그 직후 곧바로 자전거를 멋있게 돌려 세운 후,
"(30대의 중후한 샐러리맨 남자톤으로)그럼 전 출근해야되서 이만.."
이라며 유유히 사라져갔습니다. 당시엔 '영웅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
었나 봅니다;; 전 그렇게 재빨리 그리고 당당히 출근을 하여 담당직원 분앞에 섰습니다.
"왜 늦었어?"
"그게 저.. "
"뭔데? 또 어제 술좀 마셔서 몸이 안좋아?"
"그게 아니고 저.. 출근길에 강도를 잡아서 늦었습니다."
'됐어.. 최대한 여유롭게, 평상시처럼 말했다. 성공적이야..'라고 생각한 후, 직원분의 놀라는
표정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예상과는 달리!!
"풉!!(ㅈㄹ하네)"
연이어 여기저기 다른 직원분들도 "풉(ㅄ)" 이라는 사운드와 함께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그건 마치 학창시절 친구들앞에서 "저의 꿈은 커서 아이돌 가수가 되는것입니다."라고 읽었
들때 친구들의 반응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어라 이게 아닌데.. 난 누구? 여긴 어디?'라며
혼란에 휩싸이고 있을때, 직원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임마, 강도를 잡아도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를 해야지. 다음부터
는 안봐준다!"
아..! 그렇습니다.. 공익여러분.. 강도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도 지각을 할 것 같으면 강도
에게 양해를 구한뒤 전화를 걸어 "저 지금 강도잡느라 늦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
고 꼭 보고를 하는 공익요원이 됩시다... 직원분께 깨달음을 얻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
는데, "야, 거긴 왜 까졌어?" 하고 물으시길래 제 오른팔을 봤더니, 구르면서 그랬는지
피가 조금 나고 있더군요.
"아... 몸싸움 좀 하다가 그랬나봅니다"
"그래? 기다려봐.. 자 이거 붙이고 가봐"
그렇게 덩그러니 제 손바닥에 놓여진 대일밴드.. 제가 꿈꾸던 용감한 시민상, 포상휴가
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대일밴드만이 'ㅅㄱ염'이라며 다독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는 새로 만나는 여자분들에게 점수를 얻고자 들려
주는 찌질한 무용담으로 변해버렸고, 더이상 말하는 것조차 창피한 세월이 지났기에
그냥 한번 재밌으시라고 글 올려봅니다ㅋ 평소에 행실이 나쁘면 무슨일을 하던간에
인정받기 힘든건 당연한거죠. 지금은 그나마 성실하게 '성공'을 바라보고 또 확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도 남자분.. 글에서는 어찌되었건 나쁜짓을 하셨기에
'잡으면 아이템주는 몹'마냥 표현되었지만;; 그 분도 나이가 젊으신데 힘든 현실과 순간
의 잘못된 판단으로 범행을 저지르신것 같았습니다. 부디 지금은 강한 마음으로 꿋꿋이
살아가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직원분께 한마디!
"그때 속많이 썩혀드려서 죄송하구요, 까칠하시지만 잘 대해주신
거 정말 감사드립니다ㅋㅋ 그런데.. 그때 주신 반창고..
아동용이라 작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