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됐다, 끊어라

가자서 작성일 09.11.11 22: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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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됐다, 끊어라 [펌]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집에 들어와서 TV라도 볼까 하고 켰다.

 

기분 좋게 업되있어서 그런지 전화기 선전같은걸 보니까 참..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특히 시외전화요금이 시내랑 같아 졌다는 CF…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언제든 연락이 가능하고 ( 빠떼리가 항상 만땅일 경우지만 ㅋㅋ)

 

말로 못할 말은 문자로 언제든 할 수 있는데다, 편지가 따로 없게 문자도 길~게 써서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이제는 집전화기 쓰

 

는 사람이 별로 없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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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이미지

 

나도 10년 전인가 15년 전쯤만 해도 집전화로 친구들에게 삐삐쳐서 만나고 ㅋㅋ

 

삐삐오면 뭐라고 녹음이 되어 있나 확인할 생각에 집전화 많이 쓴다고 혼나서 나가서

 

공중전화로 삐삐내용 확인하는 게 내 주 일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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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때는 하필 또 남자친구가 가까이 사는 친구가 없고 항상 멀리 살거나.. 조금 사귀다 보면

 

지방에 내려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장거리 연애만 해왔었다.

 

 

지금이야 KTX도 생기고 차 끌고 다니는 사람이 천만은 되니 요일마다 차 쉬게 하는 날도 있을 정돈데, 그때만 해도.. 다 삐삐

 

연락에 버스전용도로도 없는 그냥 일반 고속도로로 몇시간씩 반나절씩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서 남자친구와 한달에 한번 정

 

도 만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집전화로 통화하는 게 일이었는데, 삐삐만 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집전화로 큰맘먹고 남자친구집에 전

 

화를 걸어 새벽에 부모님 몰래 통화하는 일도 허다했다. ㅎㅎ

 

시외전화라는 게 얼마나 하겠어 하겠지만.. 지금 핸드폰요금만큼은 아니어도 그때 당시에는 지금과 돈 개념도 다른데다 어머

 

니들은 집전화 자체도 잘 사용하지 않으셨던 때라,

 

시외전화는 엄두도 못낼 만큼 비쌌다.

 

처음엔 한창 보고 싶고 그리울 때라 한번 전화하면 한시간씩 통화하고 그랬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날 우체통에 전화요금이 날아온 걸 보고 들어오면서 뜯어보니..

 

웬 15만원?? 난 죽었다!!!ㅠㅠ

 

지금은 핸드폰요금이 10만원 넘는 사람이 많아서 몇시간씩 정액제로 넣어서 쓸 수 있을 정도라

 

10만원이면 얼마 하지 않는 전화요금으로 쳐지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지금도 부모님들은 한달에 전화를 많이 써서 일하는 분

 

이 아니라면 3~4만원도 아까워 하시는 분이 더 많다.

 

그런데 10여년전에 집전화가 15만원이 나오다니..

 

지금 돈으로 치면 30만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돈이었는데

 

그때만해도 난 이제 갓 스무살이 넘었을 때라 한창 열혈소녀(?)라고나 할까..ㅋㅋ

 

 

아무튼 그 명세서 숨긴다고 또 서랍에 넣어 놓고 나갔다 들어왔는데..

 

친구들과 한잔 하던 중 울리는 나의 삐삐 소리 ㅋㅋㅋ

 

“ 삐삐삐 삐삐삐 삐삐삐 삐삐삐 “

 

남자친구 일거라 생각하고 가방에서 꺼냈더니 뜬 번호는 .. 8282 ㅡㅡ;;

 

우리 어머니가 집에 빨리 오라고 할 때 쓰는 긴급 번호였는데 ㅋㅋ

 

불길한 예감에 마시다 말고 박차고 집으로 바로 갔다.

 

집 문을 여니 거실 불은 꺼져있고…….

 

아 '이건 아니다'싶어 다시 나가려는데 뒤에서 조용히 부르는 엄마 목소리..

 

“ ㅇㅇ야 이리와봐라”

 

 (이땐 죠스 음악이 .. 빠밤..빠밤..빠밤빠밤..ㅋㅋㅋ)

 

아 죽었구나..싶은 마음에 순진한 토끼눈을 하고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갔더니

 

“ 이게 뭐냐? 만오천원도 아니고 15만원?? 언제 또 이렇게 전화를 써댄거야!!!!!!!!”

 

퍽퍽..

 

 

엄마 잘못했어요를 외치며 맨발로 현관문을 도망치듯 쫓겨나왔다. ㅠㅠㅠㅠ

 

그때가 딱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나름 멋낸다고 치마도 입고 나가는 바람에

 

엄청 추운 옷이었는데…….

 

그 상태로 집에 다시 들어가기엔 너무 혼날 것 같아 집앞에 쪼그려 있었다. ㅠㅠ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엄마가 나와선 “ㅇㅇ 이기지배 안들어와???”

 

바로 멱살 아닌 멱살 잡힌 채로 질질질.. 끌려 들어갔다. 그 뒤는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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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이미지 (난 이중에서 맨 아랫쪽 오른쪽에 있는 빨간색 삐삐였다. )

 

 

다음날,

 

내 방에 있던 전화기는 안방으로 가버렸고,

 

난 몰래 집에서 나가서 공중전화로 삐삐쳐서 남자친구에게 통화도 못하고 삐삐로만 연락을 했고,

 

그렇게 사귀다 보니 남자친구는 어느새 군대를 가고…

 

그때는 지금처럼 콜렉트콜로 전화해서 할 수 없던 시기여서 집전화기 앞에 죽치고 있지 않으면

 

남자친구와 연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연락을 아예 못 하고 지내는 거와 다름없었다.

 

지금은 메신저나 싸이월드로 연락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때는 .. 오직 삐삐뿐!!!!!!!ㅠㅠ

 

 

몇 달을 연락도 못하고 멍때리다가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오면 그때는 몰래

 

안방 전화기에 목숨걸고 들어가서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만나는 장소만 정해서 나가서 만나곤 했다.

 

 

어머니에겐 남자친구라곤 할 수 없어서 멀리 이사간 친구라고 했었는데 오히려 그때가 좋았던 점은

 

지금처럼 문자나 전화가 오는 핸드폰 번호가 있으니 모르고 집에 폰을 두고 나갈 때면

 

엄마가 누구에게 연락이 오는지 확인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단점이 있었다면

 

그때는 삐삐엔 그냥 번호만 뜨기 때문에 일일이 전화해서 누군지 확인해보지는 않았던 게 좋았던 점이다.

 

지금은 그 삐삐맨이 내 남편이 되어 있지만.. ㅋㅋㅋ joy_04.gif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때는 집전화 요금이 워낙 비싸서 지금 핸드폰도 용건만 간단히 하듯 그때

 

나의 15만원 사건 뒤로는 집전화기 앞에 “용건만 간단히 1분이상 통화금지” 이렇게 적혀있었다.ㅋ

 

마치 지금 핸드폰도 1분 경과음을 알리게 할 수 있듯이 우리엄마의 “1분다됐다 끊어라 소리가

 

무섭게 들려왔던 ..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정겨운 추억이 되었지만.. ~

 

가끔 길다가 옛날 전화기를 엔틱하게 만들어놓은 걸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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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고 버스고 지금은 다들 문자에 전화에..

 

이젠 터치폰까지 나와서 핸드폰이 핸드폰같지 않게 좋아졌다.

 

인터넷이 컴퓨터만큼 되는 핸드폰도 나왔으니..

 

가끔씩 삐삐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볼때면 옛날 내 번호 015가 생각난다 ㅋㅋ

 

그때는 정말 삐삐만 연락이 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도 티비에서 시외전화랑 시내전화요금이 같아졌다는 말만 나왔다 하면 움찔하게 된다.

 

어머니가 지방에 계셔서 지금은 어머니와 장거리 연애 수준으로 통화를 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그냥 용건만 적어두셨다가 말씀하실 정도로 전화요금에 예민하신데..

 

난 지금도 통화하면서 “엄마, 이젠 엄마랑 아무리 써도 3만원도 안나와요..^^”

 

하며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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