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카나의 한 매장 양념 닭튀김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도 담당 구청이 일주일이나 이를 묵살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구청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현장조사를 나가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정확한 상황파악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러 버린 뒤였다.
서울 대림동에 사는 김모(27·여)씨는 지난 14일 오후 구로6동에 있는 페리카나의 한 매장에서 양념 닭튀김을 시켰다가 끔찍한 경험을 했다. 절반쯤 먹고 남은 닭튀김을 정리하려고 뒤적이다 바닥에 깔린 검은색 물체를 발견했는데 자세히 보니 3∼4조각으로 나뉜 바퀴벌레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양념에는 벌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작고 검은 이물질들이 여기저기 섞여 있었다.
김씨는 즉각 먹은 음식을 토한 뒤 증거 사진을 찍어 해당 매장에 항의했다. 매장측은 곧바로 사람을 보내 환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그러나 치킨에서 단순 이물질이 아닌 바퀴벌레가 튀겨져 나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이튿날 다산콜센터에 신고했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시민들의 각종 민원을 접수하는 기관으로 식품 이물질 사고의 경우 해당 자치구로 이관해 처리토록 한다. 김씨의 민원은 지난 16일 해당 자치구인 구로구청 식품위생과에 이첩됐다.
구로구청 식품위생과는 그러나 22일 오후까지 현장조사 등 민원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본보가 이날 민원의 진척 상황을 문의하자 “오늘 나가볼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위생 민원의 경우 며칠안에 처리돼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지만 통상 시료 채취나 조리환경 체크가 중요한만큼 3일 이내 처리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실제 구로구청의 이웃인 영등포구청의 경우 “다산콜센터로 접수된 식품위생 사고의 경우 우리 구청은 접수 3일이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서울시청 식품안전과 관계자도 “치킨에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일주일동안 현장에 나가보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뒤늦게 현장을 조사한 구로구청 식품위생과측은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구로구청 식품위생과 관계자는 23일 “조리환경 등 현장에서 큰 문제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물질이 나온 것은 사실이므로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라며 “너무 바빠 현장조사를 제때 하지 못했다. 민원인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시정명령을 받은 업체는 앞으로 1년 이내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김씨는 “일주일이나 지나 현장에 가면 무슨 소용이냐.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구청이 언론이 나선다니까 그제서야 현장에 가본다니 황당하고 어이 없다”며 “누굴 위한 공무원들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